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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Apr 07. 2021

보선의 승자는 이재명과 윤석열?

누가 이기든 기존 정당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보선 결과는 오늘 밤에 나온다. 그러나 언론은 이미 결과를 예측하고 정치적 전망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는 더불어민주당이 보선 결과에 무관하게 환골탈태를 할 예정이라는 기사를 실었다.(https://news.v.daum.net/v/20210407090045747) 헤럴드경제는 야당이 압승을 하지 못하거나 패하면 야당의 존재 근거 조차 사라질 것이라는 예단을 하고 있다(https://news.v.daum.net/v/20210407095329148) 중앙일보는 보선 결과를 세 가지로 예측하며 그에 따른 이낙연의 운명을 점치고 있다(https://news.joins.com/article/24029437?cloc=joongang-home-newslistleft). 

     

그러나 누가 이기든 이번 보선의 승자는 이재명과 윤석열 일 수밖에 없다.    

 

이번 선거에서 두 사람은 완전히 손을 떼고 관망만 했다. 사실 이들에게 이번 선거는 문자 그대로 꽃놀이 패다. 이재명은 더불어민주당 당원이지만 친문과는 거리가 멀다. 윤석열 또한 국민의힘에서 공을 들이고 있지만 아직 아무런 의사 표명을 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선거의 결과에 아무런 영향을 받을 이유가 없다. 이에 비하여 안철수는 오세훈을 적극 밀어주어 그가 승기를 잡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지만 결국 토사구팽의 운명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결국 '완전히 새 됐다!'를 외치게 될 것이다.  안철수와 극단적인 대립각을 세운 김종인도 물러난다. 그도 킹메이커가 되기에는 역부족이다. 당내에서 분노를 억누르고 있는 세력들이 너무 많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이번 선거로 여당이나 야당이나 크게 흔들리게 된다. 그리고 판이 흔들릴 때는 외인부대가 힘을 얻기 마련이다. 보선이 끝나자마자 정국은 바로 내년 대선을 향해 모든 방향타가 정해질 것이다. 설사 여당이 승리를 거둔다고 해도 흔들리는 민심을 확인했고 레임덕도 가속화될 것이기에 대선과 관련하여 친문이 주도권을 쥐고자 할 경우 불협화음이 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마땅한 인물도 이낙연 말고는 없다. 그러나 그의 지지도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고 신승을 해도 그 추세를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야당도 마찬가지이다. 대승을 거둔다 해도 뚜렷한 대선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그나마 지지율이 가장 높은 홍준표를 다시 낼 수는 없는 모양이니 말이다.     

 

일부에서는 윤석열의 지지율이 거품이기를 기대하는 모양이지만 그럴 수 없는 추세로 가고 있다. 야당은 승리하든 패배하든 무주공산이 될 것이고 그 빈자리에 윤석열을 ‘모셔갈’ 수밖에 없다. 이번 선거에서의 승리가 야당이 잘해서 얻어진 것이 아니란 사실을 누구보다 야당 자신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윤석열을 영입하면서 야당이 내밀 조건은 거의 없다. 조건 없는 영입만이 유일한 대안이다.   

  

그렇다면 야당이 윤석열을 모셔가듯 여당은 이재명을 모셔갈 것인가? 천만의 말씀이다. 친문이 기득권을 포기할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재명을 지지하는 것에 대한 조건을 걸 것이고 그것을 둘러싼 흥정이 이루어질 것이다. 흥정이 깨지면 이낙연을 대타로 내세우겠지만 현재로서는 윤석열에 맞서 필패의 게임이다. 그러므로 여당은 끝까지 이재명 카드를 최대한 활용하게 될 것이다. 선거의 흥행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이런 상황을 예측해 보면 결국 재주는 오세훈과 박영선이 벌였지만 그 잇속은 윤석열과 이재명이 보게 되는 기묘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하겠다. 물론 제16대 대통령 노무현처럼 신성이 떠오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치라는 것이 유기체라서 어떤 돌연변이가 나타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정치가들과 언론이 착각하는 것이 자신들이 민심을 주도하거나 적어도 유도할 수 있다고 믿는다. 물론 어느 정도의 마타도어가 여전히 힘을 발휘한다. 그러나 민주주의 사회, 더구나 MZ 세대를 중심으로 한 개인주의와 소아주의가 급격히 퍼져나가는 한국의 21세기 민심은 소수의 세력이 장기적으로 좌우할 수는 없는 법이다. 바람보다 먼저 눞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서는 민심의 향배를 미리 간파하고 그를 자신의 이로운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만이 가능하다. 그리고 그 민심은 일단 지지율로 드러난다.  민심과 관련된 시대정신을 제대로 간파하는 지혜를 지닌 사람이 궁극적인 승자가 될 것이다.


일부 사람들은 윤석열 지지율이 허수라고 폄하한다. 물론 윤석열의 정치력이나 도덕성 그리고 자질이 거의 노출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를 차기 대선 주자로 지지하는 것에는 허수가 당연히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이 왜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지지하는지 그것도 차기 대선 주자로 지지하는지 그 속내를 읽어야 한다. 지금 국민은 화가 나 있는 것이다. 단순히 부동산 폭등과 세금에만 화가 난 것이 아니다. 코로나로 1년 넘게 일상생활이 마비되어 이른바 정상 생활을 하지 못하는 상황은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 워낙 우리 국민들이 참을성이 강한 민족이지만 인간의 본능을 억제하는 수준의 통제를 받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민심은 억누를수록 그 폭발력이 커지는 법이다. 현재까지는 코로나라는 질병 통제를 명분으로 사회적 통제를 정당화해왔지만 내년 대선까지 이런 통제가 정상적으로 이어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재 누적되어 있는 국민들의 불만이 적절히 달래주지 않으면 내년 대선에서는 이번 보선보다 훨씬 더 강력한 분노의 폭발 현상을 보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 변종이 계속 등장하면서 백신 무용론도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실제로 다시 pandemic의 전조 현상들이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년 동안 일상생활의 통제가 가능한 나라는 북한이나 중국 같은 일당 독재국가 밖에 없다. 독일과 같은 선진국도 기왕에 인기 없던 여당이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와 정치인의 부패로 9월 총선에서 정권 교체가 유력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메르켈 정부는 사실상 코로나 통제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라고 코로나에 대처할 특별한 묘약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올 가을부터의 pandemic은 불을 보듯 환한 일이다.     


그런데도 여당은 안이하게 40대의 콘크리트 지지만을 믿고 버티는 형국이다. 그러면서도 거리두기 조치를 더욱 강화할 채비를 차리고 있다. 현재까지는 국가의 조치를 따르지 않는 이들에 대한 도덕적 비난이 강력하여 이러한 사회적 통제가 먹혀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 것인가? 앞에서도 말 한 대로 인간은 통제를 오래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독재정권도 군사정권도 국민의 분노에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무조건 국민들의 희생만 강요하는 조치가 아니라 분노를 적당히 발산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푼돈을 쥐어주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지방자치가 철저히 발달된 독일의 경우는 주 정부, 더 나아가 시 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독일 남부의 Tübingen시 같은 경우 중앙 정부의 조치에 맞서 거의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실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중앙집권적인 제도를 유지해온 한국에서 독일의 조치를 무작정 벤치마킹할 수도 없는 일이다. 정부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와 부동산, 그리고 정치인들의 부패는 다음 대선에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과 이재명은 이 문제들에서 매우 자유로운 처지에 있다. 그들에게는 정부와 정권의 사활이 달린 이 문제들이 문자 그대로 자신의 승리를 위해 계속 이용할 수 있는 꽃놀이 패일뿐이다. 그러니 이번 보선의 최대의 수혜자는 바로 이재명과 윤석열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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