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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Apr 06. 2021

오세훈이 서울 보궐 시장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누가돼도없다.

이제 서울 보선이 하루 남았다. 그리고 누가 당선되든 임기는 내년 6월 30일에 끝난다. 1년 남짓이다. 이번에 오세훈이 당선되어도 1년 정도만 일하고 다시 선거에 돌입해야 한다. 그것도 내년 3월의 대선이 끝난 지 석 달 만에 벌어지는 일이다. 사실 시장으로서 제대로 일을 할 시간이 없다. 오세훈은 2010년 7월 1일  34대 시장으로 취임한 이후 1년 정도 지난 8월 26일 사임했다. 이번에 당선되어도 재선이 되지 못하면 거의 비슷한 기간 동안 시장으로 머물게 된다. 오세훈을 이어 2011년 10월 27일 35대 시장이 된 박원순은 남은 3년의 임기 동안 성공적으로 서울 시정을 이끌어 내리 2번이나 연임에 성공하였다. 학교 공부와 마찬가지로 일반적으로 3년 정도의 시간이 있어야 준비-실행-평가의 과정을 거쳐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낼 수 있는 법이다. 그리고 이때의 제8대 서울시의회는 민주당이 79석으로 27성에 머문 한나라당을  압도적으로 제압하고 있어서 박원순의 시정이 원만하게 실행될 수 있었다. 9대 서울시의회도 민주당이 77석 새누리당이 29석으로 상대가 안 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2018년에 구성된 현재 10대 서울시의회는 민주당이 102석 자유한국당(현재의 국민의힘)이 6석, 바른미래당이 1석, 정의당이 1석이다. 오세훈이 당선되는 순간부터 레임덕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재선이 된다고 해도 다음 서울시의회 선거가 있는 2022년 6월까지는 그러한 상황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서울시의회는 오세훈과 관련된 내곡동 땅 의혹과 관련된 행정사무감사를 할 예정이다. 서울시의회만이 문제가 아니다. 서울의 25개 자치구청 가운데 서초구만 제외하고 24개를 민주당 소속 구청장이 지배하고 있다. 서울시 운영을 서울시의회와 자치구청의 협조 없이 오세훈이 독재를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전혀 없다.     


그런데도 오세훈은 먼저 민간사업자와 조합의 주도로 서울 곳곳에 재건축을 시작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이른바 ‘스피드 주택공급’이다. 이를 1년 이내에 실행하기 위하여 도시계획 규제를 없애고 재건축 규제도 없애겠단다. 그러나 사실 법과 제도는 모두 서울시의회의 권한이다. 시장이 혼자 할 수 없다.     

 

현실이 이런데도 보선과 관련하여 발표된 여론 조사에서는 오세훈의 당선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다. 그 근본적인 이유는 서울 시민이 그런 여러 사정을 몰라서가 아니다. 단지 현재 대단히 분노했을 뿐이다. 그리고 민주주의 사회에서 그 분노를 적법하게 표출할 길은 투표밖에 없다. 그래서 오세훈을 지지하는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해서 오세훈에게 무엇인가를 기대한다기보다는 정부와 여당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는 사실을 표출하고자 하는 것이다.     


정치가들, 특히 권력을 오래 잡은 정치가들이 저지르는 가장 커다란 실수가 국민을 우습게 아는 것이다. 이른바 아첨꾼들에 둘러싸여 잘한다는 소리만 듣다 보면 자신이 진짜로 잘하는 줄 알게 된다. 특히 과거에 보면 이승만이 그랬고 박정희가 그랬다. 그래서 천심이라고 하는 민심에서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원래 정치가만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이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경향을 지니고 있다.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진솔한 대화를 나누어도 상대방이 말한 것의 20%만 제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인간이다. 나머지 80%는 자신의 상상력으로 메꾸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잘못은 합리화하고 남의 잘못은 침소봉대하는 것 또한 인간의 본능이다. 그래서 이른바 ‘내로남불’ 현상이 사회에 넘쳐나고 소통 부족의 불만이 제기되는 것이다.     


이승만도 국민이 자신을 몰아낼 줄을 상상도 못 했었고 박정희도 측근에게 총을 맞을 줄을 꿈에도 몰랐다. 권력에 취하고 아첨꾼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독재자들의 당연한 말로임에도 말이다. 그러나 그런 것의 궁극적 책임은 독재자 자신에게 있다. 《주역》에 나오는 말처럼 인간은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를 정확히 알아야 하는 법이다. 이른바 하늘의 운행의 원칙이다. 그러지 않을 경우 결국 돌아오는 것은 스스로 자초한 화이다,  

   

이제 하루 남은 오세훈의 앞날이 더욱 궁금해진다. 그는 스스로 화를 자초하여 서울시장에서 물러난 사람이다. 당시 서울시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은 전면 무상급식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오세훈은 무상급식 대상을 일단 50%로 제한하자고 맞서며 소송까지 제기했다. 명분은 예산이었다. 그러나 민주당 안으로는 4,000억이 들고 오세훈의 주장에 따르면 3,000억이 들어 차이는 1,000억에 불과했다. 당시 서울시의 예산에 비해보면 거의 무의미한 차액이었다. 문제는 돈이 아니었다. 명분 싸움이고 기싸움이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200억 원이 드는 국민투표를 밀어붙여 결국 스스로 화를 당한 것이 오세훈이다. 


나중에 박원순 시장이 취임하면서 무상급식은 바로 시행되었고 그 이후 서울 시정에 아무런 문제도 야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오세훈의 주장이 헛된 망상이었음을 분명히 증명해 주었다. 당리당략도 필요하다. 그러나 민심을 읽지 못한 재선 시장의 오만이 자신을 파멸로 이끌게 된 것이다. 이 당시 차기 대선 후보의 물망에도 오른 오세훈은 이 국민투표에 모든 것을 걸면서 차기 대선 후보 불출마를 선언했으나 보기 좋게 참패하고 말았다. 투표 권고에 사력을 다했으나 최종 투표율은 25.7%에 머문 것이다. 국민들은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민심을 읽지 못한 정치가의 말로를 그 당시 오세훈이 잘 보여주었다.     



이제 오세훈은 몸을 낮추면서 민심을 따르겠다고 한다. 어디 두고 보자. 그가 알고 있는 민심이 과연 어떤 것인지. 하늘의 뜻이 밝혀질 때까지 꽃구경이나 해볼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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