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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Apr 08. 2021

서울 시장 선거 결과에 대한 여당의 오판은 계속되는가?

MZ세대의 집단의식을 모르면 대선도 위험하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인 김종민은 언론과의 대담에서 언론이 편파적이어서 이번 보선에 대패했다는 진단을 하였다. 5%p 정도로 질 줄 알았는데 20%p 가까이 참패한 것은 언론 탓이란다. 정말 이런 식으로 상황을 오판하면 대선도 위험하다는 것을 정녕 모르고 하는 소리인가? 이런 생각이 김종민 개인의 의견이기를 바랄 뿐이다.     

한국의 언론만이 아니라 세계의 모든 언론은 원래 편파적이다. 언론은 본래 신속, 정확, 공정한 소식을 전하는 것을 이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한국의 더 나아가 세계의 언론 가운데 편파적이지 않은 언론이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 언론들이 ‘편파적으로’ 오세훈 편들기를 했다면 ‘김어준의 뉴스 공장’도 이번 보선에서 네거티브 전술을 최대한 발휘했다. 그리고 그런 흠집 잡기는 안 통했다. 보수든 진보든 언론은 거기서 거기였다. 두 진영 다 자신이 진리를 말한다고 주장했지만 누구도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객관적 증거가 없는 주장은 흑색선전일 뿐이다. 국민을 우습게 본 것이다. 진영논리로 몰고 가면 ‘우매한’ 대중이 따라오리라는 오만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이제 히틀러 시대의 독일도 아니고 박정희, 전두환 시대의 군사독재 국가도 아니다. 민주주의 국가이고 국민들은 이념보다는 실용주의에 더 몰입하고 있다.     

 

진보든 보수든 그런 국민들의 집단의식, 그들이 추구하는 시대정신을 간파하지 못하면 자멸하게 되어 있다. 이번 보선이 그런 국민들의 정신을 정확히 보여주었다. 그런데도 아직도 진영 논리, 좌우 논리에 빠진 언론은 시대의 변화를 간파하지 못하고 있어 보인다.   

  


흔히 말하는 MZ세대가 이제는 대세이다. 그들의 의식이 과거의 잣대로 보면 부도덕하고, 세속적이고, 이기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들의 의식이 아니라 그들을 재는 잣대이다. 21세기의 시대정신을 지닌 이들을 19세기의 좌우 진영논리의 잣대로 재려고 덤비니 실패하는 것이다. 새로운 잣대는 실용적이어야 한다. 집과 자동차와 여행을 구비한 즐거운 인생이라는 목표 이외에는 큰 관심이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상대적 박탈감에 대해서 대단히 민감하다. 이들에게 정의와 공정은 자신도 남들만큼 잘 사는 것이다. 만약 내가 남보다 열등한 경제적 지위에 놓이게 된다면 그것은 나의 노력의 부족이 아니라 불공정한 제도 탓이다. 그리고 직접적으로는 그 제도를 주무르는 기득권자들이다.   

  

이들이 박근혜에게 분노한 것은 실정만이 아니다. 최순실과 그 딸이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이들이 조국에게 분노한 것도 보수 언론의 가짜 뉴스에 놀아나서가 아니다. 이른바 ‘샤인 진보’, 곧 무늬만 진보이고 삶은 보수 기득권층과 아무런 차이가 없는 것이 분노한 것이다. 표창장의 진위 여부는 이들에게 관심이 없다. 현실적으로 보수 수구세력에 맞선다는 조국의 딸이 의사가, 그것도 금수저인 덕분에 되었다는 생각을 하고 분노하는 것이다. 이런 MZ세대에게 ‘좌파는 의사가 되면 안 되냐?’ ‘좌파는 잘 먹고 잘살면 안 되냐?’는 질문을 역으로 해대니 분기탱천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MZ 세대의 이런 집단의식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하고 있으니 이번 보선에서 특히 20대의 지지율에서 참패를 한 것이다. 이들은 촛불정국에서 문재인을 지지했던 이들이다. 그 당시 문재인이 좌파라서 지지한 것이 아니다. 박근혜가 한심해서 지지한 것이다. 최순실과 그의 딸이 역겨워서 지지한 것이다.     


이들에 눈에는 좌우의 구분이 잘 안 보인다. 이들의 눈에는 금수저를 물고 있는 기득권층과 흑수저를 물고 있는 자신의 부모와 자신만이 보일 뿐이다. 이들에게는 쥐를 잡는데 흑묘든 백묘든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이들이 제일 듣기 싫은 것이 ‘너희는 잘 모른다.’라는 말이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신문, 라디오, 텔레비전보다 더 익숙하게 접하고 자란 세대이다. 정보의 통로가 과거의 전통 대중매체처럼 철저한 gatekeeping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성장한 것이다. 이들의 정신을 선전선동으로 좌우할 수 있다는 잣대를 들이대는 세대가 커다란 오판을 하고 있는 것이다.     



MZ세대는 보수도 진보도 아니다. 좌도 우도 아니다. 그리고 보수이기도 하고 진보이기도 하다. 이들은 철저히 현실주의적이고, 실용주의적이고, 물질주의적이다. 현재 독일에서는 전통 보수당인 기민당/기사당 연합과 전통 진보당인 독일사회민주당이 동시에 몰락하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진보당인 녹색당이 약진하고 있다. 이들을 지지하는 주 계층이 MZ세대이다. 9월의 총선에서 녹색당이 독일 헌정사에 처음으로 정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이들 덕분이다. 그런데 독일 녹색당이 진보인가? 명분은 진보이다. 그러나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녹색당은 독일 국민들의 기득권 정당에 대한 염증이라는 집단의식을 간파하고 변화를 바라는 시대정신을 정확히 읽어내어 진보의 이념에 매달리지 않고 실용주의를 택한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에서는 국민의힘이 보수를 자처하고 더불어민주당이 진보를 자처하고 있다. 그러나 MZ세대가 보기에는 사실 둘 다 무늬만 보수이고 진보이다. 둘 다 기득권층이 지배하는 정당이다. 김어준은 1968년생이니 우리나라 나이로 54살이다. 김종민은 1964년생이다. 우리나라 나이로 58세이다. 베이비붐 세대와 X세대에 속하는 50대 중반을 넘긴 사람의 정신은 아무리 노력해도 MZ세대와 결을 같이 할 수 없다. 그들의 성장  배경은 MZ세대의 것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더구나 자기 분야에서 이미 기득권을 오래 누려온 ‘샤인 진보’는 MZ세대의 ‘적대’ 세력일 수밖에 없다. MZ세대에게는 정부가 부동산을 잡겠다고 하면서도 정작 그 정부 요직에 있는 이들이 하나 같이 부동산으로 이익을 보며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MZ세대에게는 이념이 아니라 집과 자동차와 여행을 할 수 있는 경제적 안정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진보 진영에서 김종민과 김어준 같은 사람이 힘을 발휘한다면 내년 대선은 필패할 것이다. 이들에게 진보 이념은 민중의 생존을 위한 가치가 아니라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장식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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