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rancis Lee Apr 08. 2021

윤석열이 여당의 대선 경선 후보가 된다면?

대선을 전망해본다 1

이제 대선 정국이다. 1년도 안 남았으니 사실 시간이 부족하다. 현재 강력한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이재명과 윤석열 이외에 이낙연과 홍준표도 있지만 사실상 뒤의 두 사람은 이제 물 건너간 일이 되었다고 보아도 된다. 국민들의 관심은 과연 이재명과 윤석열이 어떤 모양으로 대결을 펼칠지에 모여있다.    

 

항간에서는 자연스럽게 이재명은 여당 윤석열은 야당 후보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도 분명히 밝혔지만 윤석열은 기술적으로 여권의 인물이다. 현 정부의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임명하고 스스로 물러날 때까지 인사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형식적으로는 현 정부와 척을 질 일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물론 추미애와의 건곤일척의 대결을 벌여 감정을 상했고 임기를 채우지 않고 물러났으니 감정이 좋을 리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은 아직도 여권이든 야권이든 어디로 갈지 가타부타 말이 없다. 주변에 별 볼일 없는 이른바 ‘측근들’이 입방정을 떨고 있을 뿐이다. 늘 이 모양이기는 하다. 정치적으로 무게가 있는 인물 주변에 서성이며 줄을 대보려는 이들은 항상 말이 많은 법이다. 또한 자칭 보수 언론도 직접 인터뷰는 전해 못하면서 윤석열의 ‘마음’을 잘도 헤아려 이런저런 말을 만든다. 그런데 이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하나 같이 윤석열은 야권으로 가야 한단다. 윤석열이 이른바 ‘보수의 가치’를 대변하는 인물이라서라는 이유를 대면서 말이다.   

  

그런데 이들이 말하는 보수의 가치가 무엇인가? 대략 정리해보면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자본주의 원칙을 지키며, 국민의 자유로운 사회적 경제적 활동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사실 현대 민주 국가에서 진보든 보수든 기본적으로 수행하는 조치이다. 그러니 여기에 굳이 ‘보수’라는 표지를 붙일 일이 없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보수라고 하면 무엇을 의미하나? 한국의 근대사의 질곡으로 탄생한 한국의 보수는 반공을 반드시 수반한다. 그리고 무제한적인 자유방임적인 자본주의 곧 신자유주의를 옹호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여기에서 더 나아가 친미 반중 정서도 가미된다. 일본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친화적인 태도를 견지한다. 이러한 요소를 다 합하여 한국 보수의 계보를 찾아보면 이승만에서 시작하여 이명박에서 끝난다. 박근혜는 친중 정책을 취하다가 사드 정국으로 중국과의 관계가 급속히 악화되었으나 마무리를 못한 채 탄핵을 당하여 어정쩡한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보수의 계보에 비해 한국의 진보의 계보는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이 전부이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진보 정권이 유지된 기간은 14년이니 60년 가까이 이어진 보수 정권에 비하여 턱 없이 부족하다. 노무현 정권에서 특히 미국과 매우 껄끄러웠다. 그리고 문재인 정권은 사드 정국을 해결하고 북한과의 화해를 위하여 적극적인 북방정책을 추진했으나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다. 그렇다고 미국과의 관계를 소홀히 하지는 않고 있다. 이른바 중국과 미국 사이의 양다리 외교전략을 추진하고 있지만 보수 진영에서 보기에는 이것이 친중으로 여겨지고 있다.

     

사실 공산주의는 정치체제로서 1980년대 말에 소멸되고 만 것이다. 그래서 그 실체가 엄밀히 따지자면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1948년 이후 공산주의 체제를 유지하다가 2009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 헌법 제정 이후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북한을 마주하는 상황에 있다. 그리고 중국 또한 아무리 개방이 되고 중국식 시장경제를 추진한다고 해도 여전히 일당독재 체제의 사회주의 국가이다. 다만 러시아는 다당제의 입헌 공화제이지만 실질적으로 사회주의가 아니라 민족주의 이데올로기를 내세우는 ‘통합러시아당’(Единая Россия)이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러시아는 과거의 소련과 마찬가지로 미국과 대립각을 이루기에 한국에서는 사실상 사회주의 국가인 것으로 오해를 받고 있다.    

 


이러한 지정학적인 위치에 있는 한국의 정치 상황에는 해방 이후 극렬한 좌우 대립과 한국전쟁이라는 비극을 경험한 탓에 이제는 북한에서 조차 소멸된 공산주의에 대한 ‘한’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그래서 진보와 보수의 대립이 미국과 같이 민주당과 공화당의 정당정치적 차원에서 이루어지지만 한국은 여전히 1940년대 말의 이데올로기 대결의 틀이 작용하는 것이다. 이는 한국이 처한 지정학적 상황이 변하지 않는 한 지속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치적으로는 여당이나 야당이나 중도 보수 정당임에도 여전히 이념 대결 구도가 먹혀드는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의 등장은 이러한 질곡을 깨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재명도 마찬가지이다. 사실 대선을 1년 앞두고 이재명과 윤석열 같은 아웃사이더가 강력한 대선 후보로 대두되는 현상은 해방 이후 한국의 정치에서 처음 벌어지는 일이다. 이는 종래의 이분법적인 이데올로기 구도를 혁파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기에 어느 모로 바람직한 현상이기도 하다. 이재명도 윤석열도 여당이든 야당이든 이른바 ‘빚’을 진 것이 없다. 그래서 비교적 자유로운 정치적 행보를 이어나갈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시점에서 윤석열이 여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다고 해도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다. 여기에 더해 이재명도 예상대로 여당의 대선 후보로 나선다면 내년 대선은 국민들에게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재미를 가져다줄 것이다. 그러나 조국 사태를 둘러싼 친문 핵심과 윤석열이 벌인 극단적인 갈등의 상처가 아직 깊이 남아 있어서 실현 가능성은 매우 적어 보이기는 한다.


그럼에도 이번 보선에서 드러난 민심에서 적폐 청산만이 다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난 이상 친문도 지금까지의 노선을 대대적으로 수정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 기왕 수정하는 김에 대승적 차원에서 윤석열을 받아들인다면 꼬인 정국이 의외로 쉽게 풀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현재로서는 여권에서 대적할 자가 없는 이재명에 대한 적절한 견제 카드로도 윤석열은 충분히 활용할 가치가 있어 보인다.          

작가의 이전글 서울 시장 선거 결과에 대한 여당의 오판은 계속되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