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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Apr 09. 2021

때릴수록 커지는 윤석열의 존재감?

여권 일부의 고집이 자멸을 가져올 수 있다

보선에서 참패를 한 여당의 다음 행보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뜨겁다. 그도 그럴 것이 대선이 1년도 안 남은 이 시점에서 보선 참패는 심각한 여파를 가져오는 큰 사건이기 때문이다. 보선에서 드러난 민심은 직접적으로는 부동산과 코로나 피로감이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이유가 여권의 이른바 ‘조국 수호’이다. 조국은 문재인 정부의 최대의 관심사였던 검찰 개혁의 전사로 등장했지만 처참하게 깨지고 물러났다. 아직도 회복이 거의 불가능한 치명상을 당했다.

     

그럼에도 여권에서는 검찰 개혁을 적폐 청산을 명분으로 계속 추진해왔다. 그래서 일단 법과 제도적으로는 검찰의 권한을 분산시키는 성과를 거두었다. 검찰의 개혁에 이리 목을 매는 이유는 명분 상 과도한 검찰의 권한을 분산하여 폐해가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그 못지않게 검찰의 무리한 수사로 죽음에 몰린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한에 대한 해원도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문제는 검찰의 무소불위의 특권의 역사가 너무 길어 언론계와 정치계는 물론 법조계를 중심으로 사회 깊숙이 그 권력의 뿌리가 깊어 그 폐해를 쉽게 청산할 수 없다는 현실이다. 검찰 개혁과 언론 개혁은 문재인 정부의 최대의 화두이다. 그리고 이는 반드시 필요하다. 어느 사회에서든 통제받지 않는 권력은 반드시 부패하고 사회에 독을 퍼뜨리게 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적폐는 사회적 종기로 반드시 대수술을 통하여 제거해야 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이제 1년도 남지 않았다. 이번 정부에서 이 두 일을 완수하는 것은 이제 단연코 불가능하다. 이제는 차기 정권에서 그 과제를 계속 추진하도록 사전 작업을 튼튼히 하는 수밖에는 없다. 여당의 국회의원의 숫자가 174명으로 다른 정당과의 연합을 통해 헌법 개정마저도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상황이 불리하다. 지금은 나아갈 때가 아니라 멈추고 내공을 쌓을 때이다.   


  

때가 아니라는 사실의 뚜렷한 징표가 윤석열의 존재감이다. ‘조국 사태’로 여권과 어깃장이 나는 때부터 윤석열을 통제하기 위하여 여권에서는 모든 수단을 다 동원했지만 결국 남은 것은 그를 강력한 차기 대권 후보로 만들어 준 일이다. 윤석열은 그동안 대권을 위해 아무것도 한 일이 없다. 국민들의 그의 정치적 역량, 국가관, 행정 능력을 전혀 알지 못한다. 그와 나란히 강력한 차기 대권 후보로 회자되는 이재명의 경우는 이미 검증이 거의 마무리된 상태인 것에 비해 극명한 대비가 되고 있다. 그럼에도 윤석열이 2강 체제를 굳히게 된 것은 전적으로 여권의 헛발질 때문이다.     


인간의 본성이 어느 하나에 이른바 ‘꽂히게’ 되면 다른 것이 보이지 않는 법이다. 사랑에 빠지는 것을 흔히 눈에 콩깍지가 씌운 것이라고 들 말한다. 검찰 개혁도 마찬가지이다. 검찰에 적폐가 있다는 것은 천하가 다 알고 있다. 그러나 검찰 개혁에 정권의 명운을 걸다시피 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짓이다. 어떻게 얻은 진보 정권인데 ‘겨우’ 검찰과 싸우다 말고 물러나야 한다는 말인가? 사실 말해서 김대중 정권은 진보적이기는 했어도 보수 세력과 강하게 맞서며 사회개혁을 하기에는 여러 가지로 하자가 많았다. 여기저기 진 빚이 너무 많았던 것이다. 심지어 김대중은 노태우에게도 돈을 받았던 전력이 있던 인물이다. 그래서 자신을 극도로 저주하던 조선일보와도 화해를 하지 않을 수 없었던 정권이었다.


그에 비하여 노무현 정권이야 말로 제대로 된 진보 정권이었다. 그 누구에게도 빚을 지지도 않았다. 그러나 기득권층의 반발이 너무 격렬했다. 이글 정공법으로 치고 나가고자 했으나 탄핵까지 당했다. 그런 데다가 설상가상으로 지지층의 인심조차 잃어 사면초가에 몰렸다. 그러다가 결국 한국 정치사에서 최대의 오점인 이명박에게 정권을 내주는 결정적인 오류를 범했다. 그리고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자살을 할 수밖에 없는 궁지에 내몰렸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권의 적폐에 분노한 이른바 ‘촛불 민심’을 바탕으로 세워진 정권이다. 그리고 진보 정신을 내세워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결의가 있었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근본적으로 보수적이다. 수구 세력만이 문제가 아니라 국민 정서 자체가 보수적이다. 이를 인정하지 않고 5년 내에 모든 적폐 청산을 해보겠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해방 이후 김대중 노무현 10년 빼고는 수구 세력이 점령해 온 것이 이 나라의 정치계와 사회이다. 그리고 앞선 두 진보 정권도 사회의 진보화를 위한 발판을 제대로 마련해 놓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갑자기’ 들어선 문재인 정권은 그 발판 마련과 적폐 청산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려 왔다.  사회 개혁, 특히 적폐 청산은 시대적 과제이다. 그러나 힘이 빠진 상황에서는 일단 내공을 기르는 데 전념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고 서두르다가는 죽도 밥도 안 된다. 화산이 대 폭발을 일으키려면 오랫동안 에너지를 땅 속에 축적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폭발해야 지각의 변동을 일으길 수 있는 것이다. 늘 조금씩 김이 빠지는 화산에서는 나중에 볼거리가 별로 없다. 그래서 잠자는 활화산이  무서운 법이다.

  


여권 일부에서 주장하는 대로, 검찰 개혁을 추진할수록 윤석열의 존재감이 커지는 이유가 단순히 수구 언론들의 ‘가짜 뉴스’와 선전선동 때문이라는 분석은 정말로 위험한 것이다. 국민은 수구 언론의 장단에 무조건 놀아나는 어리석은 우중이 결코 아니다. 수구 언론들의 편향된 논조도 따지고 보면 수요가 있어서 공급되고 있는 것이다. 언론이 반정부적인 정서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반정부적인 세력의 입맛에 맞는 기사로 그들의 기분을 맞추어 주는 것이다. 다른 모든 사회와 마찬가지로 한국 사회에도 중도 좌파와 우파는 물론 극우와 극좌 세력도 존재한다. 정치는 그런 다양한 세력의 힘의 이합집산을 도모하여 자신의 적대적인 세력을 고사시키는 능력을 발휘하는 기술이다.      


이번 보선에서 보았듯이 오세훈과 박형준의 개인적 비리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것이 단순히 수구 언론들의 편향된 보도 때문이라고 믿는 인사가 아직도 여권에 존재한다는 것이 위험 신호이다. 윤석열도 마찬가지이다. 아직도 그의 인기가 수구 언론이 만들어 낸 단순한 거품이라고 여긴다면 내년 대선은 포기해야 할 것이다.     


현실을 정확히 판단하고 나아갈 때와 멈출 때 그리고 필요하다면 물러날 때를 아는 지혜가 여권에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윤석열은 이제 다음 대선에서 독립 변수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그런 그를 자꾸 건드려 더 크게 만드는 어리석음을 더 이상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사람 몸에 난 종기처럼 지나치게 성이 난 상태에서는 건드리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그리고 인간의 몸의 방어 세포들이 그 종기를 어느 정도 제압하여 상황이 좋아지면 집중 치료를 하여 그 뿌리까지 걷어내야 한다. 자연에 사계절이 있듯이 수술도 때가 있는 법이다. 아무 때나 종기를 건드리면 온 몸에 독이 퍼져 오히려 몸을 망가뜨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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