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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May 31. 2021

이준석의 금낭묘계(锦囊妙计)에 담긴 것은 무엇인가?

이준석이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든다고 했단다.

국민의힘이 거의 힘이 빠진 모양이다. 이제 이립(而立)의 나이, 곧 겨우 스스로 두 발로 서야 할 이준석에게 정신없이 휘둘리고 있다. 그런 와중에 이준석은 권력에 눈이 멀어 매일 무차별적으로 말을 쏟아내고 있다. 1985년생으로 5.18의 경험이 전혀 없는 것이 자명한 데도 5.18 정신을 잊은 적이 없단다. 이 정도는 그저 어린 사람의 애교로 넘기자. 그런데 이제 윤석열의 아내와 장모 문제를 꼭 짚어서는 금낭묘계를 제시하겠단다. 그것도 3가지나 된단다. 국민의힘이 문자 그대로 ‘미쳐 돌아가고’ 있는 모양새를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둘의 궁합을 보았다.     


윤석열이다.     


丙庚戊庚

戌辰子子 乾命 0大運     


그리고 이준석이다.    

 

O己己乙

O巳卯丑 乾命 8大運     


일주 궁합으로만 보면 상생이니 좋아 보인다. 그러나 그 이상의 이야기는 생략하자. 천기누설 운운할 것이니 말이다.     


먼저 금낭묘계(锦囊妙计)나 알아보자. 이는 역사적 사실도 아니고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에 나온 말이다. 문자 그대로 소설이다. 아무튼 이 소설에 따르면 유비와 연합하여 적벽대전을 승리로 이끈 주유가 유비의 세력이 커질 것을 경계하여 손권의 여동생을 유비와 혼인시키는 것을 명분으로 오나라에 인질로 잡고자 하였다. 이를 간파한 제갈공명이 유비를 호위하는 조자룡에게 바로 이 계책을 써 담은 비단 주머니 3개를 주고 위기 때마다 열어보라고 하였단다. 그리고 실제로 그 덕분에 무사히 유비가 손권의 여동생을 후실로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참고로 유비는 정확한 숫자를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여자를 아내로 두었다. 그런데 그 아내들 가운데 그 누구도 행복한 삶을 살지 못하였다. 전란으로 도망 다니면서 처자식보다는 자기 목숨을 구하려 애쓰던 것이 유비이다. 그래서 여러 부인들 가운데 자결하거나 도망간 이들도 많다. 그래서  유교적인 입장에서도 별로 바람직한 가장은 아니었다.     


각설하고...     


그런데 이준석이 금낭묘계를 연상시키는 발언을 한다면 결국 자신은 제갈량이고 윤석열이 유비가 되는 것인가?     

 

그런데 이준석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가고 있다. 5월 29일에 있었던 한 언론과의 대담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단다.     


“많은 사람들이 유승민계니 뭐니 하고 유승민 대통령 만들기에 ‘올인’할 거라고 하는데 저는 유승민이든 윤석열이든 홍준표든 아니면 안철수든 누구든 대통령을 만들어야 한다.”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그가 킹메이커가 되겠다는 말이다. 그런  와중에 윤석열에게 비단 주머니 3개를 던지겠다고 나선 모양새이다. 지난번에 말한 대로 이준석의 운은 이제 내리막길이다. 이미 좋은 운을 다 써먹었다. 그런데 현재 기고만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왜 이럴까?     


무엇보다도 현재 국민의 힘이 풍비박산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당 내에 중심을 잡아줄 ‘어른’이 없다. 나이만 먹었지 권위와 경륜으로 당을 이끌만한 인물이 단 한 명도 없다는 말이다. 기가 막일 노릇이다. 그러니 이준석 같은 ‘애늙은이’가 무주공산의 ‘늙은이’ 역할을 자임하는 것 아니겠는가?    

 

1985년생이니 이제 36살. 문자 그대로 정치판에서는 구상유취(口尙乳臭)라고 할 만한 나이다. 그런데 그를 대적할 ‘인물’이 국민의힘에는 단 한 명도 없다. 하도 급하니 현재 당대표 1차 관문을 돌파한 5명 가운데 4명이 단일화를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러자 이준석이 다음과 같이 말했단다.  

   

“프랑스 혁명 전쟁하고 나폴레옹 전쟁할 때를 보면 대프랑스 동맹이라는 게 있다. 프랑스 빼고 다 동맹 같은 것을 하겠다면 해도 된다.”     


이쯤 되면 과대망상이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겠다. 자신이 나폴레옹이고 나머지는 유럽 제국? 기고만장하여 주제넘게 러시아를 침공했다가 개 박살난 그 나폴레옹?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그저 이준석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 도대체 한국의 보수 정당의 정통성을 이어왔다는 국민의힘이 왜 이 모양 이 꼴이 되었는가?

     


그런 와중에 이준석은 자신을 이른바 ‘젊은 보수’의 선두를 자임하는 모양새이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2020년에 이미 '청년의힘'이라는 당내 조직을 만든 바가 있다.     


2020년 12월 6일 국민의힘이 당내 조직으로 '청년의힘'을 ‘창당’했다. 만 39세 이하 당원으로 구성된다는 이 조직은 자세히 보니 기존 중앙청년위원회 조직을 확대 개편하는 모양새였으나 지금까지 별 이야기가 없다. 김종인이 비대위원장을 물러나면서 흐지부지되는 모양새이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이 ‘청년의힘’은 독일의 기민당/기사당 연합(CDU/CSU Union)의 ‘젊은 연합’(Junge Union)을 벤치마킹했다고 한다. 그 ‘융에 우니온’에서 ‘청년의힘’이 나온다고?    

  

‘융에 우니온’이 무엇인가?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독일의 정당사를 간단히라도 살펴봐야 한다. 현재 독일 연방의회에는 대연정을 구성해 집권 중인 중도 좌파인 독일사회민주당(Sozialdemokratische Partei Deutschlands, SPD)과 중도 우파인 기민당/기사당 연합(CDU/CSU Union, Union)이 있다. 그리고 극우파인 독일대안당(Alternative für Deutschland, AfD), 우파인 자유민주당(Freie Demokraten Partei, FDP), 극좌파인 좌파당(Die Linke), 좌파인 녹색당(Bündnis 90/Die Grüne)이 주요 정당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가운데 1863년에 수립된 독일 사회민주당이 가장 유서 깊은 정당이고 나머지는 1945년 이후 만들어진 신생 정당들이다. 1945년 이후 독일에서는 독일사회민주당과 기민당/기사당 연합이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정권을 유지해왔다. 중간중간에 자민당이 독일사회민주당과 기민당/기사당 연합 사이에서 줄타기하면서 연정에 참여해 실익을 챙겨 왔다.     


그러다가 1980년대 녹색당이 혜성처럼 등장해 1998년부터 2005년까지 독일사회민주당과 연정을 구성해 집권 여당이 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그리고 구동독의 공산당 소속 인사들과 구서독의 독일사회민주당의 좌파 세력이 힘을 합쳐 2007년에 좌파당이 수립돼 원내에 진출했고, 2013년 수립된 독일 극우세력의 모임인 독일대안당은 창당 원년인 2013년 총선에서는 원내에 진출하지 못했으나 그 이후 약진하여 현재 89석으로 당당히 원내 제3위의 당으로 군림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벤치마킹하려는 '융에 우니온'은 사실 독일의 유서 깊은 독일사회민주당의 청년 정당조직인 '젊은 사회주의자 연구회'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독일에서는 약칭으로 ‘유소스’(Jusos)라고 부르는 이 단체는 1904년에 탄생한 것으로 모당인 독일사회민주당만큼이나 유서 깊은 조직이다.  

   

이 조직은 독일사회민주당 내의 기성층과 청년층의 갈등이 첨예화되면서 1891년 당내 청년층이 5월 1일 독일 전역에서 총파업을 결의하면서 마침내 윤곽을 드러냈다. 이후 청년들은 ‘자발적’으로 조직화 작업을 시작한다. 이러한 청년들의 급좌적 운동에 당내의 이른바 ‘어른들’은 매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그래서 1903년 이 조직의 기관지를 내겠다는 안건을 당이 공식적으로 거부하기까지 했다.     


1904년 독일 정치사에서 전설적인 인물인 룩셈부르크(Rosa Luxemburg, 1871~1919)의 동지였던 립크네흐트(Karl Liebknecht, 1871~1919)의 반군국주의 청년조직 설립도 당은 단칼에 거부한다. 그러나 1904년 6월 3일 독일의 전태일 열사라고 할 수 있는 당시 15세 내링(Paul Nähring)의 자살로 촉발된 도제조합 설립 운동을 출발점으로 마침내 ‘유소스’가 탄생하게 된다. 1906년, 1907년 독일사회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사회민주주의 도제조합과 사회민주주의 청년조직의 수립을 결의하게 된 것이다.     


이런 것이 진정한 청년 당 조직의 설립 역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피와 눈물과 투쟁의 결과로 탄생한 것이 ‘젊은 사회주의자 연구회’, 곧 ‘유소스’이다. 이 조직은 오늘날에도 독일사회민주당의 젊은 인재 양성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명실상부한 ‘젊은 피’ 공급의 제도적 장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기민당/기사당 연합의 ‘융에 우니온’은 1947년 1월에 기독교 신자들이 중심이 돼 당내에서 설립된 조직이다. 1950년대에 당의 쇄신을 요청한 적이 있으나 먹혀들지 않았다. 특히 보수적인 권위주의를 대표하던 아데나워(Konrad Adenauer, 1876~1967)와 에어하르트(Ludwig Erhard, 1897~1977)가 집권하던 시기인 1949년부터 1966년까지는 문자 그대로 어른들 앞에서 찍소리도 못 내는 허수아비 집단이었다.   

  

그러다가 기민당/기사당 연합이 실권해 야당의 위치에 서게 된 1969년부터 비로소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이후 ‘융에 우니온’은 1973년 조직의 목표를 ‘인간적 사회’로 정하고 개혁을 시도한다. 이어 구동독 지역의 청년조직인 자유독일청년단(Frei Deutsche Junge, FDJ)과의 접촉을 추진한다. 1980년에는 동서독 연합 청년단체 수립을 제안하는 데 이르기까지 했다.     


이는 우리나라에 비유한다면 전두환 시절의 민정당 청년 조직이 북한 노동당 청년 조직과 연합해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 내고자 한 것이다. 이렇게 독일사회민주당이 끈질기게 추구한 동방정책, 곧 공산권과의 화해정책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신호를 보낸 것이다. 그러나 다시 기민당/기사당 연합이 장기 집권(1982~1998)을 하게 된 콜 수상(Helmut Kohl, 1930~2017) 정권 아래에서 다시 힘을 상실하게 된다.     


국민의힘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반골 기질의 전통이 있는 ‘유소스’보다는 길들이기 편한 ‘융에 우니온’이 훨씬 나아 보일 것이다. 그러나 ‘유소스’를 벤치마킹한 ‘융에 우니온’을 다시 벤치마킹하면 그 조직의 정체성은 무엇이 될까? 혹시 당내의 ‘어른들’이 북 치고 장구 치면 그 장단에 맞춰 춤추며 변죽이나 올리는 광대 역할을 바라는 것인가?


앞에서 약술한 바에서 본 대로 독일 정당들은 의원내각제 제도 안에서 합종연횡을 거듭하면서 젊은 피의 수혈이 매우 필요한 생태계에서 생존을 모색했다. 그리고 아무리 정권이 탐이 나도 금도를 지키며 정당의 노선을 견지하며 사회 발전에 진보와 보수 간의 적절한 균형을 맞춰왔다.   

  

그러나 해방 이후 한국의 정치사를 보면 4.19 혁명 이후 잠깐 의원내각제를 실시하다가 만 것 이외에 강력한 대통령 중심제를 유지해 왔다. 그래서 한국과 독일은 그 토양이 다르다. 아무리 보수색을 띠고 시작한 조직이라도 독일의 기민당/기사당 연합의 ‘융에 우니온’은 나름대로 역사의 격변기에 탄생해 독일 정치 생태계에서 단련을 받아온 경력이 있는 조직이다. 기독교 사회론과 사회적 시장경제의 기본 틀 안에서 쌓아온 ‘융에 우니온’만의 노하우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청년의힘’은?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어쩐지 알맹이는 쏙 빼고 껍데기만 들여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더구나 그 ‘청년의힘’의 간부급 청년 아닌 무늬만 청년들, 곧 '애늙은이들'이 설쳐대며 일으킨 설화로 시작도 전에 낙마한 사건도 있지 않았던가?    

 

이런 와중이니 갑자기 치고 들어온 이준석이 ‘젊은 보수’를 들먹거려도 누구도 반박을 못하리라. 그러나 작금의 그의 행보를 보면 전형적인 ‘애늙은이’ 아닌가? 과거 방송에서 이준석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나를 정치에 입문시켜준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요, 나에게 정치에 대한 기술을 가르쳐준 것은 김종인 장관이요, 나와 같은 정치철학을 공유하는 사람은 유승민 대표다.”    

 

음... 제자를 보면 스승을 알 수 있다더니 그 면면 그대로의 행보를 이준석이 보이는 중인 것 같다.   

  

국민의힘은 참으로 답답한 형국인데 여론조사에서는 여전히 윤석열이 차기 대선 후보 1위를 달리고 이준석은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1위를 달리고 있다. 참 재미있는 정치판이다. 그래서 황당한 내용 때문에 짜증이 나지만 욕하면서도 안 볼 수 없는 막장 드라마에 빠지는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할 것 같다.


* 독일 정치에 관한 내용은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필자의 기사를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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