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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Jul 01. 2021

이재명의 출마 선언문을 분석해 본다.

제2의 노무현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인가?

드디어 이재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정치가의 최대의 무기는 말이다. 그래서 그의 말을 분석해 본다.  

   

일단 7개의 작은 제목으로 문단을 나누어 가독성을 높이고 있다. 그리고 앞의 6개 항목에서 현실을 진단하고 마지막 <지금은 이재명! 이재명은 합니다!>에서 실질적인 대선 선거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아마도 자신이 여당의 대선 후보가 이미 되었다는 확신을 가지고 이 선언문을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과연 이재명답다. 반대자들이 보면 건방지다고 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래도 밀고 나갈 이재명이기는 하다.     


그런데 서언 부분에서 대한민국 헌법 1조를 인용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거는 바로 노무현 대통령께서 생전에 외치시던 말씀 아니던가? 이재명의 전략이 한눈에 읽힌다. 찬성하는 이들에게나 반대하는 이들에게나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이제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전설이 된 분이시다. 그런데 서두부터 사람들이 그런 분을 회고하도록 만든다면 이재명의 노선이 무엇인지 처음부터 자명해진다. 그리고 이재명은 그러한 자신의 뜻을 결론부에서 다음과 같이 확실히 밝히고 있다.   

  

“자랑스런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의 토대 위에 필요한 것은 더하고, 부족한 것은 채우며, 잘못은 고쳐 더 유능한 4기 민주당정권, 더 새로운 이재명정부로 민 앞에 서겠습니다.”     


수미쌍관법. 논술의 기본을 갖춘 글이다.     


첫째 단락 <국가의 존재이유>에서 억강부약과 대동이라는 일반 원칙을 제시하고는 바로 다음 단락인 <오늘의 대한민국이 위기입니다.>와 <위기의 원인은 불공정과 양극화입니다.>에서는 한국이 당면한 문제와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그러고 나서 넷째 단락인 <공정성 확보가 희망과 성장을 가능하게 합니다.>에서 바로 기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표준적인 논술 작문 과정이 매끄럽게 진행되고 있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을 논리적 연결성을 가지고 정리하고 있다. 초안을 작성하고 공들여 다듬은 흔적이 보인다. 나도 글로 밥을 먹고 사람이라 그런 것이 한눈에 보인다.   

  

그리고 이어지는 단락인 <강력한 경제정책이 대전환위기를 기회로 만듭니다.>에서는 최대의 이슈인 경제 문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이재명은 대공황 시대 미국에서 시행한 뉴딜 정책을 언급하고 있다. 시장경제의 원칙은 보장하되 산업경제구조 재편은 국가가 주도하겠다는 말이다. 윤석열의 신자유주의적 경제관과 뚜렷한 대립을 보이는 부분이다. 특히 ‘한반도평화경제체제 수립’과 ‘대륙을 여는 북방경제활성화’를 통한 새로운 성장의 추구에서 그가 경제와 관련하여 앞으로 어떤 외교 정책을 추진할 것인지가 분명히 드러나 보인다.     


결론이자 그의 대선 공약이 담긴 단락인 <지금은 이재명! 이재명은 합니다!>는 전체 내용의 절반인 3페이지에 달하는 긴 글이다. 결국 그 앞의 단락들은 이 공약이라는 결론을 위한 서론이었다는 말이다.  

   

여기에서 이재명은 성남시장 8년, 경기도지사 3년의 경력을 내세우며 자신이 준비된 후보임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청년, 여성, 흙수저, 빈민 등의 개념을 사용하여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사회적 약자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그리고 그가 계속 강조해온 부동산 투기 근절과 기본소득제 도입과 더불어 국내적으로는 문화강국 건설, 사회안전망 확충, 사회적 대타협, 국제적으로는 평화공존과 공동번영을 화두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결론적으로 자신은 지도자가 아닌 일꾼이 되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더불어민주당 당원으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하며 자신이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의 적통을 이은 4기 민주당 정권을 재창출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나는 특정 정파나 인물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그러나 글은 이렇게 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재명은 논리적이고 간결하게 자신의 생각을 분명히 표현하고 있다.  개인감정을 바탕으로 한 근거 없는 비난이 전혀 들어 있지 않고 철저히 현실 분석과 정책 제시로 일관하고 있다.  오랫동안 심혈을 기울여 작성한 글이라는 인상이 강하게 든다.   


한 마디로 잘 쓴 글이다. 


이재명이 스스로 장담한 대로 “지킬 약속만 하고 한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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