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rancis Lee Jul 03. 2021

윤석열 몰락의 시작인가?

출구는 與隨將于仲問詩나 Götterdämmerung? 또는 선배들의 길?

윤석열을 둘러싼 이른바 검증이 본격화되자마자 바로 파국으로 치닫는 느낌이다. 연좌제와 전혀 무관한 아내와 장모와 관련된 윤석열과 '무관한 사태'임에도 말이다. 이 상황을 바라보면서 권력의 무상함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죽은 정승은 안 찾아도 산 정승의 개는 돌본다는 속담이 있는 것처럼, 권좌에서 물러난 윤석열의 행색이 매우 초라해지고 있다. 그런데 윤석열은 자신이 아직도 검찰총장인 것처럼 여겨지는 언행을 계속하고 있다. 대변인을 통하여 선문답을 계속하고, 손을 더럽히는 일은 아랫사람들이 '알아서' 처리하기를 기다리는 모습이다. 그래서 그런지 국민들의 열화와 같은 지지라는 것이 거품일 수도 있다는 ‘근심’이 그의 지지자들 사이에서 저녁 안개처럼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다.


사실 그의 인기의 시작의 역사는 얼마 되지 않는다. 그를 임명한 정부와 조국 사태로 극명한 대립각을 세우면서 치솟기 시작한 그 인기는 반년도 채 안 된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이제 윤석열은 야권의 강력한 대선 후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대선 출정 선언을 한 바로 다음날 그의 아내 김건희가 ‘쥴리’를 세상에 내놓더니, 그다음 날에는 장모 최 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을 불법적으로 악화시킨 사기죄로 3년 구금 생활을 시작하였다. 기쁜 일이 연속돼도 시원치 않을 판에 그와 동거하는 최측근인 아내와 장모가 사달을 일으킨 것이다.


그리고 이제 와서 윤석열은 자신이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한 행사는 대선 출정식이 아니라 단순히 정치를 시작한다는 뜻을 전한 자리였단다. 이게 도대체 뭔 소린가? 그리고 '대선 출정식'을 치르고 나서도 언론과의 대화는 극도로 기피하면서 기념관 ‘유람’을 계속하고 있다. 그리고 일정이 끝난 다음 언론에 대변인을 통하여 행적을 전달하고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철저한 비밀주의 언행이다. 그의 최고 맞상대인 이재명은 이미 공개적으로 발 빠른 대선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에 큰 대비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윤석열 자신도 몇 가지 비리 혐의로 현재 경찰과 검찰의 조사 대상, 곧 피의자 상태에 있다. 그의 아내 김건희와 장모 최 씨의 또 다른 범죄 혐의도 여전히 수사를 받고 있는 상태이다. 다 합치면 얼추 7가지 정도의 범죄와 연루되어 있다. 그러나 야권에서의 그의 인기는 여전하다. 야당 당대표도 그의 '심기'를 전혀 건드리지 못하고 있다. 뭔가 매우 모순적인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일반적으로 이 정도 상황이면 언론에서 집중적인 공격을 받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늘 그래 왔듯이 수구 언론들은 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버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마도 ‘쥴리’ 문제의 최종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모양이다.


도대체 윤석열은 왜 인기가 있는 것일까? 일단 오세훈을 지지한 정서와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현 정부의 정책, 특히 부동산 정책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부를 비판하고 싶은 정서를 오세훈과 윤석열에 대한 지지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부동산 가격의 폭등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그리고 한국은 OECD 국가 가운데 부동산 가격 상승률이 특별히 높은 나라도 아니다. 그러나 분노하는 국민들은 상상 이상으로 많다. 우리나라의 주택 보급률이 거의 60%에 육박하고 있기에 집 없는 서러움을 느끼는 국민은 4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윤석열에 대한 지지율도 이 수치 언저리에 머물고 있다.


그렇다면 부동산 문제만 해결한다면 얼추 윤석열 거품이 어느 정도 꺼질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앞에서 말했듯이 부동산 가격 폭등은 세계적인 현상이며 그 원인도 세계 경제에 있기에 한국이 단독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다. 국제 경제에 대한 지식이 조금만 있어도 잘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 누구도 선뜻 나서서 ‘진실’을 이야기하지 못한다. 현재 국민들의 분노가 말 그대로 하늘을 찌르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볼 때에 주택 보급률을 높이면 문제가 간단히 해결될 것만 같다. 그러나 국민은 그냥 집이 아니라 양질의 집을 원한다. 양질의 집이라고 하는 것은 서울이나 서울 접근성이 매우 용이한 수도권에서 적어도 30평대 이상의 아파트로 한국 근로자 월평균 소득 중위권의 맞벌이 부부가 큰 어려움 없이 구매하고 융자를 갚아나갈 수 있는 집이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이제 그런 집의 가격이 10억 원대에 이르고 있다는 현실이다. 30대 부부가 맞벌이로 연봉 1억이 되고 자기 돈이 3억이 된다고 해도 감당하기 힘든 가격이다. 융자 7억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물론 30년 대출로 2%대의 저리 융자를 받는다고 해도 한 달에 수백만 원을 주담 대출금으로 지불해야 하는 데 연봉 1억의 수입으로는 감당할 길이 없다.


이러한 현실 인식에서 오는 좌절과 분노가 결국 오세훈과 윤석열에 대한 지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른바 나와 같은 ‘꼰대’들은 과거 자신은 지하 단칸방에서 시작하여 현재의 아파트 구입까지 모진 고생을 하며 평생을 보냈다는 전설을 그런 무주택 신혼부부들에게 전해주곤 한다. 문제는 그런 말이 씨알도 안 먹힌다는 현실이다. 지금 MZ세대의 인생관에서는 평생 고생해서 아파트 한 채로 남는 인생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서울과 수도권에 최상위 지역에 번듯한 아파트에서 삶을 시작하여 40대까지 수십억을 모아 은퇴하고 여생을 놀고먹는 것이 지상 목표인 MZ세대에게 뼈 빠지게 고생 ‘꼰대들’의 이야기는 저주나 다름없는 것이다.


이러한 MZ세대의 분노를 이용한 선전선동으로 오세훈이 성공한 것을 보고 윤석열도 벤치마킹을 하려던 차였을 것이다. 그러나 아뿔싸. 윤석열은 오세훈이 아니다. 오세훈은 잘 나갈 때 기고만장하다가 제 무덤을 제가 판 다음 10년 동안 臥薪嘗膽하면서 인생 공부를 처절히 한 인물이다. 요즘 보면 태도가 공손하기 그지없다. 아이들 밥그릇 빼앗겠다고 서슬이 퍼렇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그에 비해 윤석열은 한국에서 최고의 권력 기관인 검찰에서 평생을 보낸 사람의 관성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지원의 말대로 한국의 검찰은 인간의 남성과 여성을 바꾸는 것 말고는 다 할 수 있는 조직 아니었던가? 자기 식구 감싸기는 물론 없는 죄도 만들어 낼 수 있는 신공을 지닌 조직이었다. 그런 조직의 수장으로 자신을 임명한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등에 칼까지 꽂아 보았으니 문자 그대로의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보기만 한 인물이 바로 윤석열이다. 너무 오래 검찰에 있었던 탓인지 아직도 호령하는 검찰총장 이상의 모습을 벗어나지 못한 모양이다.


사실 그런 그가 위기와 시련에 대한 내성이 제로에 가까울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호령만 하면 주변에서 설설 기며 다 알아서 처리하던 시절을 벗어나기가 그리 쉬울 리가 있겠는가? 황교안은 그것을 벗어나 보려고 삭발과 단식도 해보았지만 결국 '팽'당하지 않았던가? 관성을 벗어나는 것이 그토록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윤석열에 대한 그 예상이 이제 현실로 드러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느 조직이든 지도자의 능력은 위기관리능력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윤석열은 스스로 말한 대로 사람이 아니라 조직에 충성하는 자다. 그런데 이제 그는 충성할 조직이 사라졌다. 그런데 말로는 국민의 윤석열이 되었다고 하지만, 당최 그 국민과의 접촉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 국민이 조직으로 안 보이는 모양이다. 당연한 일이다. 평생 조직의 조직원으로 살아온 자가 개인으로서 개인을 상대하는 소통이라는 근육을 단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으니 말이다. 사실 앞으로도 가망이 없어 보인다. 없던 능력이 어찌 하루아침에 생길 것인가? 더구나 그런 능력은 사람과의 접촉과 소통, 그리고 인간적 갈등의 극복이라는 오랜 시간에 걸친 단련을 필요로 하는 것인데 수능처럼 3개월 단기 속성 과외로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이다.


과연 윤석열에게 남은 출구는 무엇일까? 乙支文德 장군님의 알아서 물러나라는 말귀를 못 알아들은 于仲問의 길인가? 아님 Brünnhilde를 살리고자 영웅적 죽음을 택한 Siegfried의 길인가?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닌 이회창, 안철수, 반기문, 황교안의 길인가? 두고 볼 일이다.



참고로 시와 그림을 남겨 본다.


神策究天文

妙算窮地理

戰勝功旣高

知足願云止


읽어볼수록 정말로 乙支文德 장군님의 기개가 넘친다.



불타오르는  Valhalla...


영웅은 아무나 되는 것은 아니다. Siegfried... 자신을 희생 제물로 바치는 진정한 '승자'(Sieger)만이 '평화'(Friede)를 가져오는 법이다. 꼼수로 버티는 것은 한계가 있고.








작가의 이전글 이재명의 출마 선언문을 분석해 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