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rancis Lee Jul 04. 2021

이재명과 윤석열이 이념 논쟁을 시작한다고?

‘점령군’과 ‘해방군’ 논쟁은 부질없다.

결론부터 말한다.


이재명의 점령군 발언에서 촉발된 ‘빨갱이’ 논쟁은 국익에 백해무익하다.


1990년 공산국가들의 소멸로 세계사적인 좌우 이념 대결은 종지부를 찍었다. 그런데 그 이념의 망령은 여전히 대한민국의 하늘을 배회하고 있다. 해방되고 76년이 흘렀다. 그 정도면 강산이 수십 번 바뀌고 세대도 3대나 지난 시간이다.


해방 이후의 좌우 이념 논쟁은 결국 한국전쟁이라는 비극을 가져왔고 남북한 모두에 수립된 독재 정권에 정당성을 부여해 주었다. 대한민국은 1990년대부터 민주주의가 정착되었지만 북한은 여전히 이미 쓸모없어진 사회주의 독재 정권이 통제하고 있다. 나무는 열매를 보면 안다고 했다. 이념 논쟁에서 시작된 체제 대결에서 대한민국이 북한을 능가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증명이 필요 없는 사실이 되었다.


그러나 그런 대한민국에 여전히 ‘빨갱이’로 재미를 보는 이른바 '수구' 세력이 있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의 사리사욕이 보장된다면 북한에 연락하여 남한을 공격해 줄 것을 간청하는 매국노 짓도 서슴지 않는 사악한 집단이다. 이들은 특히 상황이 불리하면 ‘빨갱이’ 논쟁을 불러일으켜 재미를 보아 왔다. 그런데 이제 윤석열이 이 대열에 끼려고 하고 있다. 이재명의 미군 점령군 발언을 바로 이념 논쟁의 프레임에 넣고자 수작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의 주장이 역사적 검증을 받을 만한 사안이라는 것은 맞다. 분명히 미군정 포고문에서 미군은 38선 이남 지역의 점령군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거기까지이다. 그 당시 미군은 대한민국이 아니라 일제의 식민지의 점령군으로 들어왔다. 대한민국은 그 당시 존재하지 않았다. 1948년 대한민국이 국가로 수립된 이후에 미군의 지위는 결코 점령군이 아니었다. 미군은 점령군으로 대한민국을 탄압하지도 않았고 착취하지도 않았으며 대한민국의 재화를 미국으로 이전하지도 않았다. 흔히 점령군이라는 단어에 연상되는 폭력을 미군이 가하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소련이 '해방군'으로 38선 이북 지역을 점령하고 북한의 군비 확충을 명분으로 이 지역의 지하자원을 거의 착취하다시피 하며 헐값으로 빼앗아 갔다. 그 당시 소련은 동독을 비롯하여 여러 동구 지역을 침략하면서 명분은 늘 '해방군'을 내세웠다. 그러나 나치에 점령된 지역을 해방시킨다는 명분으로 결국 동구 지역을 소련의 꼭두각시로 만들어 버린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북한은 어떤가? 그 당시 38선 이북 지역은 일제의 식민지였다. 그리고 제국주의 일본은 소련의 적국이었다. 당연히 일본이 점령한 지역에 진주한 것이니 명분으로는 해방군이라고 내세울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북한의 현실은 어떤가? 그 잘난 해방을 시킨 나라가 여전히 세계 최빈국에 강력한 독재국가로 남아있다. 게다가 사회주의 국가인 소련과 중국, 중국의 결정적인 영향력 아래 놓여 있다. 이런 상황을 야기한 소련이 어찌 '해방군'이 될 수 있다는 말인가?  


앞에서 말한 대로 미국과 소련이 한반도에 주둔하면서 뿌린 씨앗의 열매가 지금 보는 대한민국과 북한이다. 어느 열매가 더 좋은지는 두말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점령이나 해방이냐는 아무런 소득이 없는 소모적 논쟁만 촉발할 뿐이다. 그런 논쟁은 역사학자에게 맡겨도 그만인 일이다. 현재 대한민국이 처한 국내외적 위기 상황을 생각한다면 그러한 소모적이고 시대에 뒤떨어진 이념 논쟁은 백해무익하다.


이재명도 할 말은 많을 것이다.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이 논쟁은 앞으로 76년이 흘러도 마무리될 수 없는 의미 없는 갈등만 양산할 뿐이다. 당장 멈추고 차기 대통령으로서 이 반만년 역사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어떻게 번영의 길로 이끌지를 논하는 생산적 제안에 집중해야 한다.


‘빨갱이’ 논쟁은 이제 지겹지 않은가? 전광훈 같은 인간들이 몇 년 전에 광화문에서 자기 패거리를 모아서 정부를 비방할 때나 쓰던 저질 논쟁을 불러일으킬 필요는 전혀 없다. 당장 멈추기 바란다! 진정 대한민국을 사랑한다면 말이다. 일부 사람들은 대한민국에 남아 있는 친일 매국노 세력을 ‘척결’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 친일 매국노라는 종기는 한국 사회에 너무 깊이 뿌리내리고 있기에 단숨에 제거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해서 그 세력은 제거되지 않는다.


비유를 해보자. 근대 자연과학과 의학이 발달된 이후 인류는 한 때 인류를 괴롭혀 온 질병을 ‘척결’할 수 있다고 확신하였다. 그러나 21세기를 사는 오늘날 인류는 코로나19로 패닉에 빠져 있고 육체만이 아니라 정치, 경제, 문화의 모든 면에서 심각한 위기에 봉착해 있다.


이제 와서 과학자들은 솔직히 고백한다. 인류는 질병을 결코  ‘퇴치’(eradicate)할 수 없다고. 다만 그 질병을 통제(contain)할 수 있을 뿐이다. 이념도 질병과 같다. 인류가 존속하는 한 이념은 전염병처럼 늘 인간에 붙어 다닐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좌파가 완전히 퇴치될 수 없듯이 친일 매국노 세력도 결코 ‘완전히’ 척결될 수 없다. 다만 통제할 수 있을 뿐이다. 코로나19처럼 창궐하는 질병(pandemic)이 되지 않도록 말이다.


이데올로기는 질병처럼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독일 정치가 증명하고 있다. 나치가 인류에 대해 저지른 범죄를 깊이 반성해온 독일이다. 그러나 독일연방의회의 제3의 세력이 나치와 똑같이 민족주의를 내세우는 극우 정당인 독일을위한대안당(AfD)이다. 그리고 구동독이 흡수 통합되어 사라졌던 구동독의 '빨갱이'들이 문자 그대로 좌파당(Die Linke)이라는 명칭을 지닌 정당으로 독일연방의회에서 세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데올로기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그 어떤 명칭을 사용해서라도 말이다. 


그런데 한국의 극우 세력의 특징은 유럽의 극우 세력과 그 결을 달리한다. 전 세계의 모든 극우세력은 반드시 민족주의적 성격을 지닌다. 그러나 한국의 극우 세력만이 친미적 경향을 보인다. 그래서 전광훈 같은 이들이 집회를 하면 반드시 태극기와 더불어 성조기를 들고 나오는 것이다. 이는 해방을 전후로 한 한반도 역사의 독특한 질곡의 산물이다. 그 역사가 무려 76년이나 된다. 결코 뽑을 수 없이 깊은 뿌리를 우리 사회에 내리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박멸하기보다는 코로나19와 같이 전염병이 되지 않도록 백신을 접종하고 방역 조치를 하여 통제를 하여야 한다. 독일과 같이 과거사를 훌륭하게 청산해온 나라에서 조차 박멸하지 못한 극우와 극좌 세력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그런 일이 가능하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좌우 이념 논쟁과 친일매국 논쟁으로 분열되는 것을 가장 바라는 세력은 누구일까? 그들이야 말로 ‘빨갱이’와 ‘친일 매국노’다. 대한민국의 ‘정상적인’ 국민들은 그런데 관심이 없다. 그리고 국제적으로 볼 때 대한민국이 국론 분열로 자멸하기를 바라는 나라가 가장 가까이 있다. 왜 우리가 스스로 파멸의 길을 가면서 그들의 먹잇감이 되어야 한다는 말인가? 


이러한 의미에서 이번 대선에서는 제발 ‘빨갱이’, ‘친일 매국노’라는 개념이 발을 붙일 틈이 없게 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도대체 이런 이념 논쟁에서 ‘승리’를 해서 상대 진영을 박멸한다고 노벨상이라도 준다는 말인가? 정말 답답하기 짝이 없다. 대한민국이 내부적으로 분열되면 춤출 주변 세력들을 눈앞에 떠올려 보자. 한반도에서 갈등이 첨예화되어 동족상잔을 벌이는 일은 한 번으로 족하다. 다시는 반복해서는 안 된다. 누구 좋으라고 남북 갈등도 모자라 우리끼리 남남 갈등을 불러일으키려 하는가? 이재명도 윤석열도 나라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당장 이념 논쟁을 멈추기 바란다. 무조건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윤석열 몰락의 시작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