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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Nov 16. 2021

이재명은 노무현이 될 수 있나?

아니면 정동영이 될지 두고 볼 일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한국 현대 정치사에 여러 의미로 아이콘이 된 인물이다. 공부를 잘했으나 가난으로 부산상고를 졸업 후 막노동까지 하며 문자 그대로 바닥을 기어본 사람이다. 그러다가 1975년 29세의 나이로 17회 사시에 합격하여 인생행로가 완전히 바뀌게 된다. 대전지법 판사로 1년 근무하다가 그만두고 부산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한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흐른 1988년 13대 총선 때 부산 동구에서 승리하여 국회에 진출한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해양수산부 장관에 올랐다. 그러다 마침내 2003년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에 당선된다. 이력만 보면 그는 파죽지세의 기세로 출세의 길을 걸었다. 그러한 기세로 그는 대통령 시절에 기득권층, 특히 재벌 개혁을 이루어 냈다.   

   

그러나 한국 대통령의 고질적인 문제인 친인척과 측근의 비리, 부동산 정책의 실패, 민생 경제의 파탄으로 몰락의 길을 갔다. 그 와중에 노무현은 한국 헌정사에서 최초로 탄핵을 당한 대통령이 되었다. 총선 승리로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그의 국정 지지율은 임기 내내 노태우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그래서 ‘모든 것이 노무현 때문이다.’라는 유행어를 만들어 낼 정도가 되었다. 그는 야당과 보수 계층만이 아니라 여당과 진보 진영의 배신으로 사면초가의 궁지에 몰렸다. 결국, 2009년 5월 23일 62세의 나이로 그가 택한 극단적 선택은 필연이었다. 그의 최측근 이외에 아무도 그를 사랑하지 않았다. 특히 검찰과 언론이 한통속이 되어 가짜 뉴스를 무기로 노무현에게 가한 집요한 공격은 그를 문자 그대로 벼랑 끝으로 몰고 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죽음은 고전적인 명언을 새삼 깨닫게 해 주었다. 곧 살려는 자는 죽을 것이고 죽으려고 하는 자는 살게 된다. 노무현은 대한민국 국민의 마음에 영원히 살아남는 인물이 되었으니 말이다. 이제 그를 미워하던 이들조차 그를 기억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사실 노무현은 대선에서도 내내 지지율이 이회창에게 뒤졌다. 그러다가 월드컵으로 한창 주가가 오른 정몽준과 기적적인 단일화를 이루어 내면서 역전을 한 것이다. 그것도 대선을 한 달도 안 남긴 시점에 말이다. 지지율이 10%대에 머물던 노무현은 이 일로 40%의 지지율로 치고 올라가 그동안 꾸준히 30%대를 맴돌던 이회창을 앞서게 된다. 그러나 막상 대선 결과로는 48.9%대 46.6%로 2.3%p의 간발의 차이로 신승을 하였다. 표차는 겨우 57만 표였다.     


노무현을 이어 진보 진영에서 17대 대선에 출마한 것은 정동영이었다. 사실 이때 이회창이 나서서 보수 진영이 분열된 상황이라 정동영은 본전, 곧 진보 진영만 규합해도 승리는 떼놓은 당상이었다. 그러나 정동영은 한국 대선 역사상 최악의 참패를 하는 주인공이 되었다. 더구나 범죄로 얼룩진 이명박 아니었던가? 그러나 정동영은 대선 후보 선출 이전에는 한 자릿수 지지율에 머물렀다. 이미 그릇이 아니었던 것이다. 오히려 당시 국민의 관심은 이명박과 박근혜에게 쏠렸다. 손학규마저도 한 자릿수 지지를 받아 정동영과 더불어 피라미에 불과하였다.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후에도 정동영의 지지율은 10%대에 머물렀다. 이명박을 둘러싼 그 어떤 비리 의혹도 표심을 돌릴 수 없었다. BBK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 최재경 검사가 이명박이 무혐의하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국민 다수는 이 결과를 믿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명박에 대한 지지율은 흔들림이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대통령까지 된 것이다. 이명박이 어떤 비리를 저질렀는지는 이제 밝혀진 것이 아니다. 이미 대선 때 국민이 다 알고 있었고 그 비리에 대하여 부정적이었다. 그런데도 선거에서는 이명박을 뽑았다. 이명박이 좋아서가 아니라 노무현 정권에 대한 분노, 특히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집값 폭등과 더불어 대통령 측근 비리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주요 원인이 되었다. 그래서 진보 진영마저 정동영에게 등을 돌리게 된 것이다.

     

그러나 정동영의 파멸이 결코 노무현 때문만은 아니다. 정동영은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운 언행, 호남 출신이라는 천형으로 민심의 반발을 넘기에는 그릇이 너무 작았다. 그가 당 의장으로 이끈 2006년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때에 민심을 읽어야 했다. 그러나 권력에 눈이 어두워진 정동영에게 이는 가벼운 에피소드에 불과해 보였다. 교만이 파멸로 이끈다는 진리에 정동영은 눈을 감은 것이다. 정동영이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 후보가 된 것은 그의 능력보다는 전적으로 친노 세력의 조직력 부재에 있다. 당지지율과 더불어 정동영의 지지율도 바닥을 기었다. 겨우 버틸 수 있는 것이 호남권이었으나 잘 알려진 대로 호남에서 ‘영끌’을 해도 20%의 벽을 넘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한국 정치에서 호남만으로 버티는 후보는 반드시 패한다. 이미 정동영의 출마로 승부는 나 있었다. 당시 민주당은 노무현과 같은 파죽지세의 기세를 지닌 인물이 나서서 극적인 반전을 노렸어야 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조직력만으로 버틴 정동영을 이길 인물이 없었다. 파국은 예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민심은 바람과 같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무리한 탄핵을 ‘촛불’ 선거로 심판한 바로 그 국민이 노무현에게 분노를 표출하면서 결국 그를 죽음의 길로 내몰았다. 그리고 그렇게 분노로 선출한 이명박을 다시 감옥에 가둔 것도 국민이다. 도대체 그 민심이라는 것이 어디로 흘러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    

 

현재 이재명은 윤석열의 컨벤션 효과로 구석에 몰리고 있다. 그러나 지지율 부진의 원인은 그것만이 아니다. 이재명이 비난하는 언론의 편파성도 중요한 원인이다. 그러나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는 이재명이다. 이재명은 그의 개인사를 근거로 자주 노무현과 비견되는 인물이다. 그런데 노무현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고시에 합격한 다음 정치에 입문한 데 비하여 이재명은 관직에 진출하였다. 정치는 동물적 생존 본능의 감각을 키우는 데 더 할 수 없이 좋은 마당이다. 그러나 관직은 철저한 관료주의가 지배하는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정치와는 거리가 멀다. 물론 시장과 도지사가 모두 선출직이라 정치의 모양새를 갖추었다. 그러나 다르다.     


이재명은 대선 후보 선출 과정에서도 당내 반대파의 커다란 저항을 깔끔하게 마무리하지 못했다. 그리고 대장동 사건도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당내 파벌주의와 보수 언론이 주동이 된 가짜 뉴스가 근본 원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문재인 정권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다스릴 방법이 없다는 현실이다. 그리고 이 난관을 파죽지세로 돌파할 이슈가 없다는 것이다. 그저 윤석열 캠프에서 결정적 패착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물론 윤석열 측에는 이명박을 찜 쪄먹을 수준의 비리 냄새가 풀풀 나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당시 BBK 사건을 무혐의 처리한 검찰 전통의 잔재가 여전한 상황에서 법의 심판을 기다릴 수만은 없다. 더구나 이제 선거는 석 달 남짓 남았다. 11월 말부터 시작해서 1월 말에 지지율을 역전시키지 못하면 이재명의 당선 가능성은 물 건너간 것으로 보아야 한다. 시간이 없다. 이제부터 치고 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 말한 대로 당장 이재명이 들고 있는 카드가 별로 없다. 그저 윤석열 측이 자멸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고 언론이 윤석열을 노골적으로 미는 상황에서 마냥 감나무 밑에서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릴 수만은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섣불리 나섰다가는 오히려 역풍을 맞아 지지율이 더 떨어질 수 있다. 지금 문재인 대통령 개인에 대한 지지율은 5년 전과 대동소이 하지만 이는 착시 현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 달리 문재인 대통령의 친인척과 측근 비리가 없기에 개인의 지지율은 유지되고 있지만, 노무현 대통령 때와 마찬가지로 부동산과 경제 정책의 실패에 따른 국민의 분노, 특히 MZ세대의 분노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 세력이 고스란히 이재명을 지지하리라는 보장이 전혀 없는 것이다.     


과연 이재명이 반전의 카드로 쓸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나는 캠프의 사정을 전혀 모르니 뭐라 제언할 수는 없는 처지다. 그래서 내가 그나마 잘 아는 자평명리를 참고해 볼 뿐이다.     


먼저 노무현 대통령 사주다.     


丙戊丙丙

辰寅申戌 乾命 2大運     


극강의 사주를 타고난 분으로 거침이 없다. 영웅의 사주다. 더구나 지지에 인신충이 있지 않은가? 좌충우돌은 이분의 운명이다. 2002년에 들어온 임인 대운부터 대발하였으니 승승장구하지만, 인신충으로 친인척과 측근의 문제를 떨칠 수는 없었다. 계묘 대운 기축년. 게다가 인묘진 방합이다. 그 전 대운의 인오술과는 전혀 차원이 다르다. 그 운대로 정확히 살다 간 분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말씀대로 미안해할 것도 원망할 것도 없다. 모든 것은 운명이다. 그런데 이재명의 사주는 노무현에 비견되지 못한다. 그릇이 이 정도가 못 된다.     


문재인 대통령 사주다.     


丙乙癸壬

戌亥丑辰  乾命 4大運     


노무현 대통령과 분위기가 극과 극으로 다르다. 타고난 이인자 사주이다. 인성이 잘 보필하니 사실 전형적인 학자가 될 사람이다. 그런데 어쩌다가 정치가가 되었다. 현재 2004년에 시작된 경신 대운에 들어섰다. 이 운도 썩 좋다고 볼 수는 없다. 그동안 목화로 달리다가 64세부터 금운으로 완전히 돌아선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되었다. 이는 개인의 운이 아니라 천운으로 되었다는 의미이다. 앞으로의 운도 좋지 않다. 자중자애가 최선이다. 그런데 20대 대선에서 역할을 하기에 힘이 부족한 사주이다. 을목이라서 경금의 윤석열을 합거하여 제어할 수도 있겠다 싶지만, 대운에서 이미 을경합이 되어 운신의 폭이 좁다.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에 맞설 힘이 없다. 이재명이 크게 기댈 수가 없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통 큰 결단을 내려 이재명을 적극적으로 밀어주어야 하지만 친노와 친문의 반 이재명 정서를 극복할 정도로 문재인 대통령은 강단이 없다. 이 세력에는 이재명이 되든 윤석열이 되든 결정적 타격이 없다. 어차피 의회 권력은 자신이 틀어쥐고 있지 않은가? 윤석열이 되어도 자리보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아쉬울 것이 없다. 오히려 이재명이 권력을 잡고 새로운 세력을 진보 진영에 형성하면 이들의 입지만 좁아질 뿐이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대통령 윤석열의 대척점에 서서 세력을 규합하는 것이 이들의 생존에 더 이로운 것이다.    

 

사실 명분으로는 이재명이 민주당의 계보를 잇고 있지만 적어도 자평명리로 볼 때 인연이 아니다. 결국, 민주당을 발판으로 하지만 민주당을 극복하는 것이 선결 과제인 것이다. 이것이 굴러들어 온 돌의 한계이다. 윤석열 측의 자멸을 기다리면서 동시에 민주당의 내부 단속을 강화해야 하는데 을목인 이재명으로서는 역부족이다. 을목은 생존력은 강하지만 치고 나가려면 누군가 기둥이 될 존재가 필요한 법인데 현재 송영길 당대표나 윤호중 원내대표도 그런 기둥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같은 문재인의 경우에는 노무현이 든든한 기둥이 되었다. 그러나 을목인 이재명의 기둥이 될 사람이 없다. 무엇보다 호남을 기반으로 한 이른바 친문의 ‘적자 의식’이 너무 강하다. 호남을 배경으로 한 이해찬이 이재명을 지지하고 있지만, 그 반향이 크지 못하다. 이낙연의 상처가 아직 제대로 아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같은 굴러들어 온 돌인 윤석열은 어떤가? 상황이 이재명과 완전히 다르다. 윤석열의 사람인 김기현과 권성동이 원내대표와 사무총장 자리를 틀어쥐니 국민의힘의 대열은 흔들림이 없을 것이다. 더구나 이른바 ‘당무 우선권’까지 대선 후보인 윤석열에게 이양하는 작업이 척척 진행 중이다. 단지 후보인데도 이미 윤석열이 국민의힘의 모든 당무의 의사결정권까지 독점하는 것이다. 문자 그대로 굴러들어 온 돌이 박힌 돌들을 모두 쳐내고 있다. 홍준표는 그 시작에 불과하다. 당내 세력이 전혀 없는 이준석이 김종인과 더불어 대척점을 마련하려고 애쓰고 있지만 잘 안 될 것이다. 이준석은 문자 그대로 바지사장이 되고 말 것이다. 현재 윤석열 주변에 꼬인 ‘똥파리’들은 보수 진영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백전노장’이다. 김종인도 그 못지않은 전력이 있지만, 그에게는 세력이 없다. 대선 후보 선출 과정에서 본 대로 결국 당 조직을 장악한 세력이 중심이 되어 윤석열을 밀고 있는 상황인 데다 민심도 확보한 상태이다. 그러니 무서울 것이 무엇인가? 물론 김건희와 장모 변수가 마지막 남은 아킬레스건이지만, 보수 언론의 도움으로 윤석열은 무사히 그 강을 건너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재명은 어떤가? 명색이 대선 후보이지만 실질적으로 민주당 내에서 그가 행사할 수 있는 힘은 사실 전혀 없다. 당무 결정권은 고사하고 그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세력도 없는 판이다. 민주당은 진보 세력답게 내부적으로 가루가 되어 각자도생의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결국 이재명은 홀로서기를 하며 사즉생 생즉사의 심정으로 회심의 카드를 던져야 할 것이다. 카드가 있을 것이다. 잡초처럼 지금까지 살아온 이재명 아닌가? 그러나 앞에서 말한 대로 때가 중요하다. 아직은 아니다. 현재 기해 월, 보름이 지나면 경자 월. 아직은 경금 일주인 윤석열의 때이다. 그러나 내년 2월 3일이 지나면 비로소 이재명이 기를 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때가 불리할 때는 내공을 쌓고 자중자애해야 할 것이다. 대선이 치러지는 달이 임인년 계묘 월이다. 든든한 뿌리를 얻게 될 것이다. 물론 때가 너무 늦은 것이 아닐까 하는 노파심도 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이 막판 역전에 성공한 전력이 있지 않은가? 노무현 대통령은 무토의 태산 같은 추진력으로 버텼다. 이재명은 그런 힘은 없지만 을목의 끈기와 생존력으로 버티는 데는 일가견이 있지 않겠나?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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