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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Dec 02. 2021

조동연이 사퇴해야 하는 이유를 꼭 말해야 하나?

MZ세대에게 불륜은 더 이상 문제가 아니다.

민주당이 기세 좋게 인재 영입 1호로 소개한 조동연이 스캔들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강용석이 운영하는 <가세연>이 특종으로 터뜨린 조동연의 불륜과 혼외자가 사실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인재 영입 1호의 영광이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느낌을 주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부부 정조의 의무는 법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법적으로 부부가 되고 나면 동거, 부양, 협조할 의무를 이행하여야 한다. 그리고 배우자의 성적 부정행위, 곧 혼외정사를 포함한 부부 정조의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는 법적 책임을 지게 되어 있다. 그러나 2015년 간통죄가 형법상 위헌이라는 판결이 난 간통을 해도 형사책임은 면제되고 민사상 ‘손해배상’만 하면 그만인 세상이 되었다.  성적 자기결정권의 원칙이 인권에 속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인의 성작 취향까지 법이 관여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제는 혼인한 여자라 하더라도 남자를 얼마든지 만나 '맘대로' 성적 관계를 맺어도 형사처벌이 불가능한 세상이 된 것이다. 나 같은 꼰대는 솔직히 많이 불편한 집단의식이자 시대정신이지만 어쩌겠는가? 세상이 변한 것을.  


그래서 순전히 법으로만 본다면 조동연은 법적으로 이혼을 하고 남편에게 위자료도 지급하고 자녀 양육에 관한 합의도 마쳤으니 간통을 하고 혼외자를 낳았어도 부부 정조의 의무와 관련된 제반 법적 조치를 다 한 것이다. 조동연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 남편도, 저 역시도 현재 가정에서 우리 두 아이, 특히 둘째 아이를 누구보다도 올바르게 키우고 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한 것이 사실이라면 말이다. 그 둘째 아이가 바로 혼외자인 것으로 보인다. 조동연은 한 마디 더 덧붙이고 있다. “아마 그냥 혼자였다면 어떤 결정을 했을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켜야 하는 아이들이 있었고, 평생 고생하신 어머니를 보살펴야 했기에 어떤 얘기가 들려도 죽을 만큼 버티고 일하고 공부했다.” 요즘 한창 트렌드인 싱글맘이자 워킹맘으로 살고 있단 말이다. 시대정신을 잘 드러내는 인물이라고 하겠다.   

  

사실 부부 관계가 합법적으로 종료되었다면 마치 상거래의 계약이 종료된 것처럼 과거의 부부는 원래의 독립 개체로 돌아가는 것이니 ‘아무 문제’ 없다. 그리고 이혼한 여자도 한 인격체로서 자신의 삶을 이끌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그래서 조동연이 다음과 같이 한 말은 정당하다. “다만 저 같은 사람은 10년이 지난 이후에 또는 20~30년 지난 이후에도 아이들에게 조금 더 당당하게 얘기하는 엄마의 모습을 다시금 보여줄 기회조차도 허락받지 못하는 건지, 저 같은 사람은 그 시간을 보내고도 꿈이라고 하는 어떤 도전을 할 기회조차도 허락을 받지 못하는 것인지를 묻고 싶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말은 결정적으로 옳다. “여군과 대한민국 여성들, 더 나아가서 전 세계 여성들은 액세서리나 브로치가 아니다.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실행하는 사회 구성원”이다.     


여기까지는 좋다. 그러나 조동연은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에서 물러나야 한다. 스캔들을 불러일으킨 혼외자 관련 ‘사생활’ 때문이 아니다. 그의 경력 때문이다. 그가 민주당에 영입된 이유가 ‘우주항공 전문가’였다. 그러나 그의 경력 어디를 보아도 이런 타이틀이 합당한 구석이 없다. 육사를 졸업한 그가 전공한 것은 행정학이다. 하버드 대학교 케네디 스쿨의 재직자 교육 과정을 1년만 수료한 것이 전부다. 석사 학위를 받는 데는 2년 과정이 필요하니 엄밀히 말하면 석사도 아니다. 우주항공 분야 학위도 저서도 자격증도 없다. 그런데 어찌 ‘감히’ 우주항공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래서 뒤져보니 최근에야 「미래 우주전과 3D전략」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한국항공우주학회에 발표한 것이 전부다. 아무리 우주항공 분야가 한국에서 아직 발전 단계에 있다고 해도 학회지 논문 한 편으로 전문가 대접을 받을 수 있는 나라는 아니다. 우주항공이 장난감 로켓 가지고 노는 애들 장난도 아닌데 말이다. 이는 사기에 가까운 행위다.     


그런데 조동연 자신은 정계 입문의 변을 다음과 같이 하고 있다.    

  

“30년 이후에 (군이) 어떤 비전을 가지고 인원을 뽑고 정책을 이끌어 갈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데 그게 (정치와 관련해) 가장 많이 배운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말이 안 된다. 여기에도 우주항공의 ‘우’ 자도 안 보인다. 군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정당이 아니라 국방부에 들어가면 그만이다. 그리고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라는 긴 타이틀이 조동연의 ‘화려한’ 이력서를 치장하는 장식품이 되어서는 안 된다. 현재 대선 정국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치열한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조금의 실수도 적의 공격의 빌미가 된다. 조동연의 경력과 전문성을 부풀리는 것을 그대로 용납한다면 비슷한 행보를 보인 김건희를 공격할 무기가 하나도 없게 될 것이다.    


물론 고심해서 선발한 인재를 스캔들로 내치는 모양새가 나쁘다. 그러나 그렇다고 버티다가는 가뜩이나 멀어진 MZ세대, 특히 이대남들의 분노와 반발을 일으키게 될 것이 뻔하다. 결국, 한국적 페미니즘을 등에 업고 부적격자인 여자출세하는 을 보여주었으니 말이다. 오세훈을 전적으로 밀어주었던 이대남들은 현재 절반 이상이 관망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이들의 향배가 대선을 결정지을 것은 너무나 뻔하다. 그런데 조동연을 고집한다면 이들을 버리겠다는 신호로 보일 것이다. 그러니 신속하게 처리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결코 읍참마속도 아니다. 그저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하면 그만인 일이니 말이다. 

    

다만 이 일을 처리할 때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간통이나 혼외자가 이슈가 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상하다. 여권은 그동안 여러 번 인사 문제로 홍역을 치른 바가 있다. 조국 사태와 윤석열 사태가 대표적인 경우이다. 그런데도 정권을 재창출하겠다고 나선 자리에서도 계속 헛발질을 한다면 인사 라인에 여전히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래서는 민심을 얻기 힘들다. 만약 비선이 조동연을 밀어서 임명된 것이라면 그 비선을 쳐내야 할 것이다. 지금 민주당은 살얼음 위를 걷는 형국에 서 있다. 그런데 180석에 취해 아직도 제정신이 아닌 자들이 세력을 장악하고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정말 큰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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