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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Dec 04. 2021

결국 이준석의 잔머리 쇼였나?

'쇼쇼쇼'가 정치판을 이끌 모양이다.

하루 전만 해도 국민의힘이 사분오열될 것 같더니, 하루 만에 윤석열과 이준석이 새빨간 '커플' 후드티를 입고 부산 서면 시장에 등장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언론이 열심히 보도해주고 있다. 사진에 등장하는 각도가 마치 미리 연출된 것 같다. 새빨간 두 인물 주변으로 온통 시커먼 사람들이 밀집해 있다. 4단계에 준하는 코로나 방역 대책은 부산 서면 시장 거리에서는 완전히 실종된 모양이다. 그래서 색깔의 대비가 더욱 분명해 멀리서도 윤석열과 이준석이 단연 두드러져 보인다. 매우 성공적인 ‘작품’이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젊은 세대를 공략하려 부산 도심을 찾았다고 했는데 사진을 확대해 보니 주변에 모여든 인물들은 중장년층의 얼굴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신문 기사를 읽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차량에서 하차한 윤 후보와 이 대표를 맞이한 것은 일단 중장년 세대였다. 이날 이 대표는 부산시당과 각 당협, 부산지역 국회의원들에게 "젊은 세대가 최대한 많이 함께할 수 있도록 서면 일정을 홍보해 달라"라고 당부했다. 윤 후보를 맞이한 이들의 다수는 이러한 조직의 결과였다. 지지자들은 "윤석열"을 연호하거나 악수를 시도하며 윤 후보를 응원했다. 한 지지자는 내분을 딛고 함께 한 두 사람을 보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출처: https://news.v.daum.net/v/20211204172401241)


결국 부신 지역구 의원들이 당원들을 총동원한 모양새이다. 후드티 앞뒷면에는  '사진 찍고 싶으면 말씀주세요', '셀카모드가 편합니다.'라는 문구가 보인다. 그런데 막상 기대한 MZ세대는 안 보이는 모양이다. 기자의 보도에도 그렇다.


“당협 등이 아닌 뉴스와 유튜브 등을 통해 소식을 듣고 나온 경우도 많았다. 기자와 만난 60대 지지자 A씨는 ‘저렇게라도 해결이 되어서 다행’이라며 ‘뭔가라도 하고 싶어 지하철을 타고 왔다’라고 말했다. 50대 지지자 B씨는 ‘언제까지 싸울 거냐. 저쪽은 여전히 만만치 않다. 무조건 뭉쳐야지’라고 맞장구를 쳤다.”


국민의힘을 상징하는 빨간색 후드티를 입고 국민의힘의 아성인 부산에서 벌이는 쇼. 누가 봐도 이준석의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 임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그런 추측을 확인시키는 이벤트로 이 쇼가 마감된 것에서 더 확신이 든다.


“이들의 거리 인사는 중앙대로 코앞에서 "단디하자"('제대로 하자'는 의미의 부산 사투리)라는 외침으로 끝이 났다. 오후 3시 30분 한 신발 가게 앞 하트 조형물 앞에 선 윤 후보와 이 대표 앞에 깜짝 케이크가 전달됐다. '오늘부터 95일 단디하자'라고 적힌 케이크와 함께 선거전 결의를 다지는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자신들이 서 있는 사거리에 몰린 사람을 보며 윤 후보와 이 대표는 더 크게 웃음을 지었다.”


‘깜짝 케이크’ 란다. 아이고 깜짝이야! 나도 놀라겠다. 그리고 단디 하잔다. 국민이 모두 경상도 사투리에 익숙한 줄 아는 모양인가 보다. 어마어마한 하버드 졸업생의 머리에서, 그것도 MZ세대의 끄트머리에 간신히 매달린 이준석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 이런 쇼라니...


이런 쇼는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로 이어지는 군사 독재 정권 시절에 잘하던 거 아닌가? 나는 그 세 명의 독재자 정권을 모두 거친 사람이라 이런 동원 쇼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사실 이런 동원 쇼의 절정은 북한의 독재자들의 전유물인 줄 알았는데, 빨갱이 혐오하는 정당에서 북한과 군사 독재자들의 쇼를 저작권료도 주지 않고 함부로 사용해도 되는 것이었구나... 참 애석하다. 이러려고 하버드 유학을 다녀온 것인가? 차라리 김일성대학을 다녀오면 더 화끈하지 않았을까?


어차피 정치는 쇼다. 그 궁극 목표는 국민을 즐겁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군사독재 시대나 볼 수 있는 관제 동원 쇼는 그런 목표와 거리가 멀다. 아마 지금쯤 윤석열과 이준석은 어느 술자리에서 소맥이든 폭탄주든 돌리며 희희낙락하고 있지 않을까? 아님 그동안 벌인 쇼에 지쳐 숙면을 취하나? 지난 며칠 동안 국민을 잘도 속여 넘겼다는 기쁨을 만끽하면서?


이로써 국민의힘의 대선 전략은 분명해졌다. 외연 확장과 페미니즘을 버리기로 한 것이다. 경상도를 중심으로 한 콘크리트 지지 세력과 이대남의 표를 얻어낸다면 승리는 따 놓은 당상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중도 확장이나 진보 세력 가운데 반 문재인 층을 끌어들이는 것은 포기했다는 말이다.


이준석의 꾀가 잔머리 수준에 불과하지만 대중이 원하는 것이 ‘이벤트’라는 것을 잘 알고 그 요구에 맞추어 ‘광대짓’을 하는 것은 분명 정치 공학적으로 의미 있는 것이다. 비록 이번 이벤트에도 ‘칙칙한’ 중장년층이 동원되어 사진 잘 나오도록 하는 것에 그쳤지만 대중들은 그 사진을 보고 윤석열이 분열을 극복하고 극적으로 화합을 이루어낸 것이라는 인상을 받게 될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이번 부산 쇼는 성공을 거둔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실수를 등에 업은 지지율 골든크로스에만 목을 매는 형국이다. 아직도 ‘한방’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낙연은 여전히 부어 터져 자신의 상처만 핥고 있다. 대선이 100일도 안 남았는데 말이다. 오히려 영입 인재 1호가 그만 인재(人災)가 되는 사달을 맞이하여 불 끄기에 급급한 모양새이다. 되풀이 말하지만 180석이 독약이 된 느낌이다. 사실 국회의원은 대선이 결정적으로 중요한 사안이 아니다. 자신의 재선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니 말이다. 그리고 어차피 다음 총선은 한참 남은 일이다. 3년이면 정치계에서는 강산이 열 번도 더 바뀐다.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나쁠 것은 없지만 한참 남은 다음 국회의원 선거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보장은 전혀 없다. 민주당이 너무 배부르다. 물론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어도 민주당이 국회를 장악하고 있으니 천지개벽할 일은 없다. 현재 서울시 의회와 오세훈의 힘겨루기에서 그런 미래를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오세훈이 시의회를 이길 재간은 거의 없다.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어도 180석을 이길 수는 없다. 물론 현재는 간신히 170석을 유지하고 있지만 군사독재 시절이 아닌 이상 윤석열이 국회를 이길 수는 없다.


그런 계산으로 민주당이 뭉그적대는 사이에 이준석은 잔머리를 더욱 굴릴 것이다 그러면서 서울시에 이어 대한민국에서도 수장을 갈아치우는 일에 매진할 것이다. 그것이 이준석의 차기의 기반이 될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윤석열이 승리한다면 이준석의 잔머리가 아니라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리고 자만하며 뭉그적대는 민주당의 의원들이 그 원인이 될 것이다. 


물론 하늘의 뜻은 아직 드러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95일 남은 대선의 결과를 벌써 점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언론과 군중의 심리를 잘 파악한 이준석의 한바탕 쇼를 보면서 만만치 않은 ‘녀석’이라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된다. 민주당에서는 누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김종인이 전면에 나선 국민의힘을 보고 도로 노인당이라고 공격해 보지만 민주당도 결코 젊어 보이지 않는다. 이번 선거에서 캐스팅 보트는 MZ세대가 던질 것이 명확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어쩐지 늙어 보이니 답답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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