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Francis Lee
Jan 03. 2022
누가 감히 윤석열의 상왕이 되려는가?
김종인의 오만방자함은 취옹지의의 사달을 넘어섰다.
김종인이 권력에 눈이 어두워 취옹지의(醉翁之意)의 속내를 드러낸 것인가? 김종인이 언론에 대놓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윤 후보에게 ‘내가 당신의 비서실장 노릇을 선거 때까지 할 테니, 후보도 (태도를) 바꾸어서 우리(선대위)가 해 달란 대로 연기만 좀 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종인은 국민의힘 당 의원 총회라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노골적으로 다음과 같이 단언했다. “내가 과거에 여러 번 대선도 경험해 봤지만, 후보가 선대위서 해달란 대로 연기를 잘할 것 같으면 선거는 승리한다고 보장한다.” 이 무슨 오만방자한 발언인가? 아무리 과거에 화려한 정치 경력이 있다 해도 이제는 무관의 팔순 노인에 불과한 자가 국민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감히 자신이 윤석열의 상왕이나 아예 윤석열이라는 아바타를 조종하는 주인쯤 되는 줄 아는 모양이니 이 어찌 기가 막히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사실 이런 말을 한 김종인은 지난 12월에는 “윤 후보를 비롯해 선대위가 별다른 큰 실수만 하지 않으면 정권을 가져올 수 있다.”는 허풍을 떤 바가 있다. 그 훨씬 전인 2021년 1월에는 김종인이 윤석열을 놓고 ‘별의 순간’을 언급한 바가 있다. 나와 마찬가지로 김종인도 독일에서 유학한 사람이라 독일어권에 널리 퍼진 개념인 Sternstunde를 자기 맘대로 번역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별의 순간’은 한국어 어법에 전혀 안 어울리는 번역이다. 외국어를 번역할 때 직역하면 이런 꼴이 난다. Sternstunde를 한국어에 적합하게 번역한다면 ‘결정적인 때’라고 하는 것이 가장 적절할 것이다. 각설하고 다시 윤석열로 돌아가 보자. 김종인의 망언과 궤를 같이하는 말을 MZ세대를 자처하는 이준석도 얼마 전에 다음과 같이 했다. “윤 후보가 가만히 있으면 선거에서 이길 것 같다.” 도대체 윤석열만이 아니라 국민을 얼마나 우습게 보았으면 이들이 이런 막말을 서슴지 않고 할까?
사실 윤석열의 행적을 보면 이런 대접이 당연하기도 하다. 그 누구의 사주를 받은 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안방에서 ‘난닝구 바람’으로 베개를 베고 누워 개 아빠 타령을 하던 모습부터 그의 정체성이 의심스럽기는 했다. 그러다가 김건희의 온갖 추문과 거짓이 난무하는 상황에서도 윤석열이 보여준 ‘지극한’ 아내 사랑을 보면서 윤석열을 ‘조종’하는 자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심증이 강화되었다. 족발집에서 A4 용지에 적은 것조차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여 뒤에 선 보좌관의 설명을 구해야 하는 윤석열을 보면서 그 심증은 이제 물증까지 확보한 상황이다. 그러니 그런 윤석열을 좌지우지하려는 세력이 중구난방으로 날뛸 만도 하겠다.
그래서인가 오늘 갑자기 신지예가 사실상 타의로 선대위 자리에서 물러나더니 김한길마저도 사의를 표명했단다. 그러면서 김종인과 이준석이 다시 권력을 되찾는 모양새이다. 윤석열을 둘러싸고 이준석을 중심으로 한 당권파와 윤석열 주변의 권성동을 중심으로 한 똥파리들과 김한길을 중심으로 한 친위대가 벌이는 이 이권 다툼을 보니 삼국지는 저리 가라인 것인 모양이다. 정말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보여주는 윤석열과 그 무리들이 아닐 수 없다. 김건희의 콧물 쇼로 마무리된 이른바 ‘개 사과 V.2’는 서막도 안 되는 모양이다.
도대체 국민의힘은 정권을 가져갈 욕심만 있을 뿐 전략은커녕 전술도 없는 모양이다. 이런 와중에 상왕의 자리를 놓고 김건희, 똥파리들, 김종인과 이준석, 그리고 김한길이 치고받다가 오합지졸의 면모를 드러내는 모양새이다. 정작 이 모든 사달의 근본 원인은 윤석열인데 그 주변에 모인 ‘닝겐’들은 하나 같이 윤석열 보고 가만히 있으라고만 한다. 그러면 다 잘 될 것이라면서 말이다. 이 무슨 미친 소리인가 말이다. 대통령은 김건희, 김종인, 이준석, 권성동도 아니고 바로 윤석열이 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다 잊은 모양이다. 정말로 여기에서 박근혜를 아바타로 삼은 최순실을 어찌 떠올리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인가? 이 진상들에 더해 천공이라는 그 정체가 의심스러운 ‘도사’마저 상왕 자리를 노린다면 정말로 제정 러시아 말기에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라스푸틴(Григо́рий Ефи́мович Распу́тин,1869~1916)이 나타나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 같다.
지금 국민의힘은 물론 대한민국은 상왕도 필요 없고 아바타를 ‘조종’하는 닝겐도 필요 없고 도사는 더더욱 필요 없다.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A4 용지 없어도 제대로 자신의 견해를 발표하는 대선 후보, 아내의 사랑 타령을 '개 사과 V.2'로 만들지 않는 대선 후보, 똥파리들이 벌써 청와대에 입성한 양 이권 다툼을 벌이지 않게 하는 대선 후보 윤석열이다. 그래서 당당하게 이재명과 맞서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이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다. ‘찌질하게’ 아내의 치마폭에서 ‘놀아나지’ 않고, 똥파리들의 내는 소음을 단호하게 차단하고, 노정객의 상왕 놀음에 놀아나지 않는 윤석열이 보고 싶은 것이다. 초딩들도 이제는 다 알게 된 도리도리와 쩍벌 석열로 희화화되는 꼴을 윤석열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제발 이제라도 그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는 윤석열을 보고 싶다. 단 한순간이라도 말이다. ‘별의 순간’ 말고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제대로 인지하고 윤석열다운 윤석열이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진보와 보수를 대표하는 두 대선 후보가 중원에서 보검을 휘두르며 누가 이겨도 잘 싸웠다고, 그래서 누가 이기든 대한민국의 국운이 활짝 열릴 것이라는 확신으로 모든 국민이 마음이 후련하다는 덕담을 선선하게 할 수 있는, 문자 그대로의 Sternstunde가 왔으면 좋겠다. 2022년은 임인년이다. 임수(壬水)의 색이 검다고 해서 흔히 흑호(黑虎)의 해라고 하는데 올해가 대한민국이 포효하는 검은 호랑이가 되어 웅비하는 원년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의 Sternstunde가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