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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Jan 07. 2022

윤석열 이준석의 '사과 쇼'는 3탄으로 모자라는가?

이른바 ‘룸살롱 성상납’ 의혹은 영원히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다.

이준석이 박근혜 키즈라는 깜짝쇼 등장한 것부터가 오멘이었다. 끝까지 깜짝쇼로 정치 생명을 이어가 보려고 펼치는 권모술수가 애처롭기까지 하다. 분명히 대전 검찰에서 흘러나왔다는 그 ‘파일’이 임팩트가 있나 보다. 물론 젊은 시절에 객기로 룸살롱에 드나들 수는 있는 일이지만 성상납이라면 이는 전혀 다른 범주에 속하는 일 아닌가? 


분기탱천하여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전체와 건곤일척을 벌일 듯 요란을 떨더니 윤석열이 등장하여 한 번에 회의장을 평정하고 이준석과 끌어안는 장면을 보면서 이젠 웃음도 안 나온다. 오히려 영화 <더 킹>에서 정우성이 연기한 한강식 검사가 필요할 때마다 꺼내 정략적으로 사용한 그 ‘파일’이 실재하는 모양이라는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심하게 짖어대는 개는 물지 않는다는 조상님들의 말씀이 진리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 회의장에 모여서 오전부터 열을 내고 토론하며 이준석을 벼랑 끝까지 몰던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들은 완전히 새된 모양이다. 이준석을 향하여 ‘사이코패스’, ‘양아치’라고 소리를 지르던 자들이었다. 그런데 그 가운데 누구도 급전된 상황에서 반박의 말 한마디도 못한다. 이것이 오늘날 국민의힘이라는 당의 현실이다. 자리만 보전된다면 국민도 국가의 장래도 이들에게는 진정 I don’t care인가? 올해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윤석열이든 이준석이든 보선에서 후보 추천권을 쥐고 있으니 떨릴 만도 하겠다. 정작 떨어야 하는 국민에게는 안하무인인 자들이다. 정말로 허수아비가 따로 없다. 


아무튼 이제 이준석은 금낭묘계가 담긴 세 개의 비단 주머니를 결국 그 누구보다 자신을 위해 다 쓴 모양새이다. 작년과 지난 가을에 윤석열과 대치한 것도 모자라 이번에 또 이런 사달을 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준석의 기억력이 나쁜가 보다. 자신이 세 번째 사달을 부리면 그때는 정말로 당을 나가버리겠단다. 이미 세 번째 사달을 벌였으니 나가야 하나?


구상유취의 나이에 미리 한국 정치판의 권모술수는 다 배운 척한다. 과학고와 하버드 졸업의 학력으로 비록 병역은 미필했지만 엘리트라는 수식어와 화려한 언변으로 한 때 기대를 모았으나 이제는 30대 후반의 나이에 문자 그대로 ‘여의도 애늙은이’가 되어버렸다. 참으로 안타깝다. 또 한 명의 기대주가 사라지는 모양이니 말이다. 여의도의 물이 안 좋은가? 아니면 이준석 인간성이 원래 이런 것인가? 아님 둘 다 인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둘이서 국민의당 의원들의 박수와 환소 속에서 서로 얼싸안는 것도 모자라 이준석 택시에 동승하여 소방대원 상가에 다녀오는 모양새가 참으로 괴이쩍다. 그래서 둘이서 진솔한 대화를 나눈 줄 알았더니 이야기하다 말고 중간에 윤석열이 잠들었단다. 이준석이 택시를 상당히 잘 모는 모양이다. 손님이 잠들 정도니 말이다. 


이것이 이준석 표 깜짝쇼이고 MZ세대에게 먹힐 것이라고 예상했단 말인가? 이준석도 많이 늙은 모양이다. 겨우 몇 살 에누리하여 밀레니얼 세대에 편승한 자의 머리에서 나온 전략치고는 참으로 치졸하다. 그런데 윤석열은 이준석이 내놓은 아이디어라고 해서 출근길 거리에서 40분 동안 새해 인사를 하는 것도 모자라 ‘아무도 모르게’ 수행원 1명만 데리고 아침 지하철로 당사로 가는 ‘출근 쇼’를 벌였다. 그런데 그 아무도 모르는 ‘행사’에 관한 소상한 기사가 바로 모든 신문에 대문짝 만한 사진과 더불어 실렸다. 한국 기레기들의 촉이 그 정도로 발달한 것인가? 아님 윤석열이 거구라 눈에 안 뜨일 수가 없는 것이었나? 암튼 국민의 눈높이를 어지간히도 이해 못 하는 자들의 ‘수작’이 아닐 수 없다. 그런다고 윤석열의 엘리트주의적 언행이 불식된다는 말인가? 도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 윤석열과 이준석의 수준이 이제 수렴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윤핵관의 울며 겨자 먹기인가?



이런 정국이 답답했나 보다. 천하의 동아일보 대기자라는 어마어마한 타이틀의 이기홍이 ‘단순 단일화 넘는 윤-안 공동정권 외엔 길이 없다’는 제목의 칼럼으로 윤석열에게 이준석에게 하듯 안철수에게도 손을 내밀 것은 권유한다. 이 글에서 이기홍은 윤석열이 이미 놓친 두 번의 기회를 다음과 같이 비유적으로 지적한다.


##장면 1. 2021년 11월 5일 늦은 밤 서울 송파구 홍준표 의원 집 앞. 덩치 큰 남자 한 명이 벨을 눌렀다. 그날 낮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윤석열이다. 검은 비닐봉투에서 소주와 마른 오징어를 꺼낸 윤 후보는 입을 굳게 다문 홍 의원에게 다가앉는다. “형님, 도와주십시오. 제가 국정을 뭘 알겠습니까. 형님이 함께 끌어가 주십시오.”


##장면 2. 2021년 12월 26일. 김건희 씨의 사과 회견 몇 시간 후 윤 후보가 기자들과 만났다. “그 정도 사과로 국민들이 용서해 주시겠습니까. 모든 잘못에 대해 엄정한 처벌을 달게 받겠습니다. 물론 더 큰 매를 맞아야 할 대상은 접니다. 제 주변 허물에 무른 잣대를 들이대며 변명하려 했습니다.”


물론 이기홍이 스스로 말한 대로 허구의 장면들이다. 윤석열은 이와는 반대로 고집을 부리면서 자신과 김건희의 자존심만 세웠고 그 결과 이제 벼랑 끝에 서게 되었다. 그런 식으로 벼랑 끝에 선 윤석열에게 과연 여전히 남은 비단 주머니가 있다는 말인가?


이기홍은 그 주머니를 열기 전에 윤석열의 단점을 조목조목 지적한다. 첫째가 부족한 용인술이요 둘째가 정치조직에 대한 무지이며 셋째가 정치판에 대한 무지란다. 이거 뭐 아예 윤석열이 아무것도 모르게 정치판에 뛰어들었다는 말인가?  


그러면서 내친김에 이기홍은 김종인과 이준석의 득표력은 대단하지 않고 오히려 ‘감표력’이 상당하다는 논리를 펼친다. 감표력이라... 신기한 단어이다. 사실 윤석열 주변의 인물들이 ‘감표력 대회’를 연다면 1위는 누가 뭐라고 해도 김건희인데 그에 대해서 이기홍은 단 한 마디도 안 한다. 


그러면서도 이기홍은 윤석열이 이 위기를 벗어날 방법이 두 가지나 된다고 한다. 첫째가 민주당의 강력한 대선 후보인 이재명과의 무제한 맞짱 토론이요, 둘째가 안철수와의 단일화란다. 어차피 윤석열이 못할 거를 알지만 토론에서 실수하고 지식이 달려도 진정성과 방향성으로 승부하면 된단다. 그리고 안철수에게는 김대중 대통령이 김종필에게 국무총리와 경제부처 자리를 양보한 것처럼 통 크게 내주란다.   


참으로 기묘하다. 우리나라의 이른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주의자’는 왜 하나같이 사유가 이 모양일까? 이런 술책이 먹힐 것이라고 ‘확신’하는 것이 놀랍다. 김건희가 남편 타령하면 면죄부를 발급받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나, 선대위를 재편하면 조직이 잘 굴러갈 것으로  믿는 것이나 맥주잔이 오가고 당대표가 모는 ‘택시’ 쇼를 하면 국민이 환호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다 짜고 치는 고스톱에만 익숙한 자들의 술수라는 것을 다 아는데 이들만 모르고 있다. 이러니 지지율이 급락해도 뾰족한 수가 없을 수밖에 없는데 말이다.


윤석열이 살아나는 방법은 안철수와의 후보 단일화도 아니고 조직 개편도 아니다. 김건희와 윤석열의 성격 개조이다. 그러나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데 이제 와서 어찌 고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여기에 더해 윤핵관이 권력욕을 내려놓는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닌가? 결함투성이의 윤핵관 삼총사가 이리 선대위에서 전횡을 일삼는 것은 오로지 자신이 살길을 마련하고자 함인데. 이번 선거에서 진다면 이들의 비리는 다시 한번 심판을 받을 것인데 죽기 살기로 덤빌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 아닌가?


여기에서 뜬금없이 1964년 뉴욕에서 초연된 뮤지컬 <Man of La Mancha>에서 돈키호테가 부른 노래 The Impossible Dream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To dream the impossible dream

To fight the unbeatable foe

To bear with unbearable sorrow

To run where the brave dare not go


To right the unrightable wrong

To love pure and chaste from afar

To try when your arms are too weary

To reach the unreachable star


This is my quest, to follow that star

No matter how hopeless, no matter how far

To fight for the right

Without question or pause

To be willing to march

Into hell for a heavenly cause


And I know if I'll only be true

To this glorious quest

That my heart will lay peaceful and calm

When I'm laid to my rest


And the world will be better for this

That one man scorned and covered with scars

Still strove with his last ounce of courage

To reach the unreachable star


정치든 역사든 영웅은 불가능한 꿈을 꾼다. 그런데 진정한 영웅은 그 꿈을 자신을 위해 꾸지 않는다. 그 꿈은 아내와 장모가 아니라 세상을 위해 국민을 위해 꾸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윤석열은 대권의 꿈을 누구를 위해 꾸고 있는지 이제는 천하가 다 알고 있다. 그러니 이 노래를 부른 돈키호테와는 달리 조소와 비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준석이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세 번이나 미끄러진 그가 배운 것은 버티기 작전이다. 버티다 보면 무슨 수가 나겠지 말이다. 그러다 요행히 말을 잘하는 것으로 무관이라도 당대표가 되었으니 ‘옳거니!’ 했을 법도 하다. 그러나 아서라. 국민이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핸드폰을 하나 사도 한 달 이상 고르고 또 고르고 사는 법인데, 하물며 대통령을 그리 쉽게 뽑지는 않는다. 이인재가 한참 주가를 올리다가 낙동강 오리알이 된 때에 한 말이 있다. 국민이 무섭단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은 어리숙하여 설레발이 가능하지만 집단으로서의 국민은 결코 속일 수 없어서라고 말이다. 윤석열은 도대체 언제나 이 진리를 알게 될까? 자기 멋대로 해도 아부만 떠는 자들에 둘러 싸여 있으니 알 턱이 있나. 윤핵관은 이제 자폭용 핵을 들고 다니는 모양새이다. 언제 그 핵이 폭발할지 스스로도 모르면서 말이다. 아마 윤석열은 그 핵이 터지고 나서 패장이 되면 느끼겠지. 하루아침에 쫓겨난 이수정이 에둘러 표현한 대로 자신이 처음부터 깜이 아니었으나 등 떠밀려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을. 마치 그의 대선배인 이회창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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