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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Jan 09. 2022

정용진의 '멸공!'과 자유는 Made in Korea?

한국 엘리트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 슬프다.

정용진이 날린 '멸공!' 멘트가 정치권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단다. 다름 아닌 천하의 윤석열이 당장 정용진의 매상고를 올려주려고 이마트로 달려가더니 개밥과 사과를 샀단다. 전매특허인 ‘개 사과 시리즈’ 용이니 그럴듯하다.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 멸치와 콩, 그리고 파도 샀다네. 그 집은 ‘집사람’은 문자 그대로 집에만 있고 ‘바깥양반’이 장도 보나보다. 역시 뼈대 있는 집안답다. 그러고는 소셜 미디어에 올린 해시태그가 #달걀, #파, #멸치 #콩이란다. 아마 윤석열 사단의 어느 '닝겐'의 머리에서 나온 것일 터. 일베들이 즐겨 쓰는 말장난을 따라 했나 보다 싶다. 왜 이 그룹에서는 신선한 아이디어는 안 나오고 늘 베끼기만 이리 열을 올리는지 모를 일이다. 인재가 그리 없나? 그것도 모자라 천하의 나경원이 나서서 얼추 말참견을 한다. 엔간히 정계 복귀가 그리운가 보다. 그리 깨지고도 이리 나대니. 정치라는 것이 정말 지독한 중독성이 있는 모양이네.


그런데 도대체 멸공이 뭔가? 물론 내가 당당히 대한민국 육군 장교로 복무를 하던 아직은 전두환의 서슬이 퍼렇던 1980년대 군대에서는 이를 경례 구호로 사용했다. 그 이후에 남북 화해 무드가 조성되면서 군대에서 이 구호가 사라졌다. 그래서 정용진이 그때가 그리워 이러나 싶어 나이를 보니 그 시절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더 조사해 보니 아예 과체중으로 군대를 비켜간 인물이네... 그런데 어찌 그 시절의 ‘멸공!’을 어찌 저리 힘차게 외친단 말인가? 참으로 괴이한 노릇일세. 궁금증이 한 번 도지면 끝장을 보아야 하는 나의 성격에 참을 수 없다 더 뒤져보자.


그러면서 구글링을 하니 갑자기 정용진이 롯데월드몰에서 요즘 한창 한국의 졸부 따라 하기 놀이를 하는 ‘애들이’ 줄 서서 먹는다는 한 개에 31,000원이나 하는 이른바 ‘고든 램지 버거’를 놓고 찍은 사진이 나오네... 그러면서 “이날은 엄청난 자유를 만끽함. 나에게 자유란 무슨 의미이고 가치일까? 박멸하자, 코로나”라는 글과 더불어 ‘#멸코’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미국에서 파는 햄버거가 주는 자유는 무엇일까? 혹시 브라운대학교 유학시절에 다른 재벌가 '아이들'과 함께 누렸던 그 ‘자유’ 말인가? 흠...


참으로 오묘하도다. 재벌가 회장이나 대선 후보나 눈코 뜰 새 없이 바삐 사는 줄 알았는데 정용진은 '콩사탕' 놀이도 하고 미국에서는 10달러 중반대의 가격에 팔리는 정크 푸드를 그 두 배의 가격에도 자랑스럽게 사 먹어대고, 윤석열은 120시간 노동도 마다하지 않고 자유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즐겨 가는 이마트에 몸소 나가 개밥도 사고 사과도 모자라 멸치와 콩도 사다니. 참으로 알 수 없는 그들만의 리그가 정말로 있기는 있나 보다.


그런데 여기서 좀 dig deep 좀 해보자. 미국 유학파인 정용진은 뭔 말인지 알겠지?


'멸공!'은 한국 군대에서 만든 구호인가? 그렇다. 다른 그 어떤 나라 군대에서도 이런 구호를 외치지는 않는다. 그리고 한국 군대에서도 이 구호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은지 오래되었다. 특히 2014년 이후 '요즘 군대'에서는 대부분 ‘충성!’을 경례구호로 사용한다. 물론 일부 전통을 강조하는 부대는 여전히 고유의 경례구호를 사용한다. 그런데 과체중과 시력 문제로 군대 근처도 안 가본 정용진과 윤석열이 ‘멸공!’을 외친단다. 나와 같이 군 복무를 ‘필한’ 자들이 보기에 우습지도 않은 일이다. 원래 그렇다. 군대를 기피하거나 면제받은 ‘애들’ 가운데 열등감에 빠진 경우 더욱 이런 짓을 하는 것을 많이 보았다. 대표적인 것이 이명박과 그 졸개들이 보여준 거총 자세 아니던가? 개머리판을 당당하게 광대뼈에 대고 조준하던 이명박의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선하다.


 각설하고 경례 구호 자체부터 알아보자. 우리나라의 경례구호는 말할 것도 없이 일제 강점기 군국주의의 유산이다. 그것을 만주군 장교였던 박정희가 한국에 도입한 결과이다.


그러나 원래 경례구호는 고대 로마제국의 군대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그리고 군인들의 경례라는 제도 자체를 만든 것도 로마제국의 군대이다. 오른팔을 앞으로 힘차게 뻗으며  손가락도 다 펴서 경례를 했다. 존경심보다는 상대방을 죽일 무기가 손에 없다는 표시로 한 것이다. 로마제국 시대에 빈번했던 정치적 암살을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신성로마제국과 독일제국의 뒤를 이어 제3제국을 세운 히틀러가 이를 모방한 나치식 인사법을 만들어 아예 전 국민에게 보급하면서 로마 군대의 인사법은 악명을 떨치게 되었다. 특히 히틀러는 경례에 덧붙여 구호를 외치게 했는데 그것이 유명한 '하일 히틀러!'(Heil Hitler!)이다. 물론 히틀러 이전에도 왕정 시절에 왕에게 인사하며 ‘만세!’를 부르던 시절도 있었다. 이렇게 경례와 구호는 로마제국의 독재자, 히틀러, 무솔리니, 일본 군국주의자, 박정희와 같은 군사독재자가 애호하던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경례와 구호를 애호하는 경우는 없다. 자유는 고함이나 햄버거가 아니라 정신에서 나오는 것이니 말이다.   


아무튼 경례와 구호는 그 대상이 되는 자의 암살에 대한 공포를 최소화하기 위한 몸부림에서 시작한 것이다. 곧 내 손에는 널 죽일 무기가 없으니 안심하라는 것이다. 그러던 것이 한국에 수입되어서는 문자 그대로 ‘구호’가 되어 버렸다. 귤이 강을 건너면 탱자가 되는 나라의 면모를 또 발휘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정용진이 ‘멸공!’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북한의 군대는 그럼 무슨 구호를 외치나? 상급자가 ‘장병들 안녕하십니까.’라고 말하면 북한군은 ‘인민을 위하여 복무합니다.’ 이리 대답한다. 문자 그대로 쪽팔리게 ‘멸남!’(남한을 멸하자) ‘멸자!’(자본주의를 멸하자) 이러지 않는다. 그리고 북한군은 바가지 써가면서 램지 버거를 먹지 않는다. 한국인이 한국음식 말고 뭘 먹겠는가?


정용진이 실수로 잠깐 그 사진을 올린 시진핑의 나라인 중국은 어떤가? 시진핑이 도열한 중국군에게 다음과 같이 외친다. “同志们好!”(동지들 안녕하신가!) 그러면 도열한 중국군이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主席好!”(주석님 안녕하십니까?) 다시 시진핑이 말한다. “同志们,辛苦了!”(동지들, 고생이 많다.) 그러면 중국군이 응답한다. “为人民服务!”(우리는 인민을 위하여 복무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재벌과 대선 후보는 아직도 “멸공!”이란다. 구석기 시대의 구호 아닌가? 공산주의는 1990년 공식적으로 소멸했다. 서양사를 그야말로 '잠깐' 배워 정용진은 그 사실을 아직도 모르나? 나는 정말 이런 '무식한' 사람들이 쪽팔린다. 자기 생각을 맘대로 하는 것은 자유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니 말이다. 그런데 무식한 말을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더구나 어마어마한 재벌과 대선 후보, 그 이전에는 검찰 총장 아니었나? 그런 자들이 방구석에 앉아 일베스러운 구호나 외치고 배고프면 나가서 이마트에서 장보고 롯데월드몰에 가서 바가지 가격의 외제 햄버거를 먹어댄다. 이런 자들이 과연 이 나라를 보호하기 위하여 ‘멸공!’한다고? 정말 '개 사과'나 던지고 싶다. '자유' 개념에 관해서도 자세히 논하고 싶지만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여기에서 일단 마감한다. 앞에 쓴 내 글에도 대충 liberty와 freedom에 대한 설명이 나오니 그것으로 갈음해 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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