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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Feb 12. 2022

취임하자마자 레임덕인 대통령을 맞이해야 하는가?

민주당 의원에게 대선은 원래 꽃놀이패였다.

MBN의 차유채가 “‘친문, 왜 이재명 지지 안 하나’ 물음에 우상호 대답은”이라는 제목으로 낚시를 하려는 속내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참조: tps://news.v.daum.net/v/20220208141518129) 내용을 보니 심도 있는 분석이 아니라 <MBC>나 <오마이뉴스>에 이미 나온 기사를 우려먹는 짓을 하고 있다. ‘찌라시’ 회사의 ‘기레기’ 인증을 하는 것이 요즘 한국 언론의 유행병인가 보다. 코로나 정도는 찜 쪄 먹는 모양으로 말이다. 다른 한편으로 김종인은 또다시 나서며 ‘누가 당선되든 암울하다’는 예단 아닌 설레발을 친다. 그가 워낙 말 바꾸기의 달인이라 큰 임팩트는 없지만 비교적 맞는 말이기는 하다. 그런데 언론은 ‘이재명이 당선되면 정부가 폭주하고 윤석열이 당선되면 적어도 2년 동안은 식물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김종인의 진단을 진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다. 여당과 정부가 행정부와 입법부의 권력을 독점하면서 ‘말을 안 듣는’ 사법부를 통제하는 경우를 강조하면서 이재명의 당선에 대한 공포심을 부채질하는 모양새이 것이다.


아무튼 이런 기레기들의 농간 때문인가? 이재명의 당선 가능성이 점점 더 희박해지는 것처럼 보인다. 언론이 무차별적으로 뿌려대는 이른바 여론 조사의 결과가 이를 뒷받침하는 것처럼 보인다. 여론 조사가 편향된 것임에도 전체적인 흐름은 분명히 이재명에게 불리한 형국이다. 그런데 그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바로 윤석열이 잘해서가 아니라 다름 아닌 민주당의 의원들이 이재명의 당선을 ‘간절히’ 바라지는 않기 때문인 것처럼 보인다. 왜 그런가? 여러 추측이 가능하지만 사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현재 국회 의석의 과반수를 훨씬 넘는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민주당의 의원들의 입장에서는 이재명보다는 김건희와 장모를 포함한 여러 가지 약점을 지닌 윤석열이 ‘다루기’가 훨씬 쉽기 때문이다. 사실 민주당은 과거에 이미 이명박과 박근혜를 구석으로 몰아가면서 ‘재미’를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더욱 자신 만만한 상황이다. 사실 대통령 자리에 오르면 법의 제한을 받기에 후보 시절보다 운신의 폭이 훨씬 좁아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또한 국민들도 본능적으로 의회를 지배하는 당에서 대통령이 나와서 권력이 한쪽으로 지나치게 몰리는, 김종인의 용어로 ‘폭주’하는 상황도 바라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정치라는 것이 원래 ‘check and balance’ 아니던가? 그러니 윤석열이 당선되는 것이 민주당으로서도 존재감을 보이기에 훨씬 수월한 일이다. 이재명이라는 굴러들어 온 돌, 또는 개밥의 도토리 같은 존재와 협력하는 분위기를 연출하여 국정 실패의 공동 책임을 지는 것보다야 훨씬 나은 일 아닌가 말이다.


그런데 만약 이재명이 천신만고 끝에 당선된다고 해도 이미 ‘상처’를 여기저기 입은 맹수이기에 거대 여당의 의원들과 ‘맞짱’을 뜨는 것은 사실 불가능한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천하의 싸움꾼 이재명도 자신이 약속한 ‘개혁’을 이루기 위해서는 민주당 의원들의 협력이 필수적이 되는 것이다. 특히 친문이라면 이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사람들 아닌가? 그러니 미적 거려도 전혀 손해 볼 것이 없는 장사이다. 그래서 민주당 의원들의 입장에서는 이른바 ‘꽃놀이패’가 아닌가 말이다. 설사 윤석열이 당선되어도 2년 넘게 두들겨 맞다 보면 총선에서 힘을 발휘하기 힘들 것이 너무나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무능과 무경험을 상징하는 윤석열과 그 주변의 권력병에 빠진 측근들의 이권 다툼으로 여론의 지지가 빠지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민주당의 공격을 받으면 천하의 모든 도사들의 영기를 모아도 당해낼 재간이 없을 것이다. 이미 이해타산 따지기에 달인인 이명박과 우주의 기를 모았던 박근혜가 잘 보여준 모양새이다.


실제로 2024년에 총선이 이루어지니 2022년 대선에 누가 당선되든 그 대통령은 2년 넘도록 현재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민주당의 국회의원들의 강력한 견제와 함께 정치를 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 이미 터를 굳건히 잡은 의원들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재선에 도움이 되는 대통령을 더 원할 수밖에 없다. 현재 한국의 정치판에서 칼자루는 대통령이 아니라 국회의원 특히 민주당 의원들이 들고 있는 묘한 상황이 전개될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과연 친문이 최대 계파를 이루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 가운데 이재명이 자신의 재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 이가 몇 명이나 될까? 새 계파를 이루고자 하는 송영길을 포함한 일부를 제외하고는 없을 것이다. 처음부터 이재명은 민주당의 주류와 거리가 먼 세력의 중심에 서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앞에서 말 한 대로 민주당 의원으로서는 의회의 지지를 전혀 받을 수 없어 집권 초기부터 레임덕이 될 것이 거의 확실한 윤석열이 다루기가 훨씬 쉬울 것이다. 강력한 대통령 중심제를 택하고 있지만 이미 법치가 어느 정도 이루어진 한국의 정치 지형에서 막상 대통령이 혼자서 전횡을 휘두르는 것이 만만치 않은 일이다. 군사독재 시절이 아닌 다음에 말이다. 더구나 윤석열은 김건희라는 아킬레스건을 숙명처럼 안고 가야 하는 입장이라서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 그리고 정치 경험이 전무하여 국정 운영에도 철저히 측근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측근 비리가 발생할 확률은 매우 높다. 이런 약점을 공격하여 윤석열의 권력을 흔들기가 당연히 훨씬 쉬울 것이다. 꼬장꼬장한 관료적 이재명은 정치를 좋아하는 의원들에게는 껄끄럽다.


현재 대한민국은 날로 강화되는 미국과 중국의 대립의 한가운데 놓여 있다. 그리고 세계적인 양적 완화 축소와 더불어 금리 인상 추세가 강화되어 경제적 전망도 어둡다. 수출의 호조로 경상수지는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국내적인 실물 경제는 코로나로 악화되어 국민들은 경제 위기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반감으로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여론이 특히 노동 시장에 진출하기 전이나 막 들어선 청년층 사이에서 높다. 그런데 사실 이들의 불만의 근본적 원인인 경제 문제는 국제 경제와 맞물린 구조적인 것이라서 하루아침에 풀 수가 없다. 윤석열이든 이재명이든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국민도 알고 있다. 그래서 어차피 희망이 없는 상황에서 절망한 계층이 문제의 해결보다는 분노의 ‘배설’에 더 집착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이재명을 밀고 난 다음에 이재명이 대통령이 될 경우 경제적 난국에 대한 공동 책임을 져야 하는 부담이 당연히 있다. 그러나 윤석열이 대통령이라면 모든 비난을 윤석열에게 퍼부으면 그만이니 일처리가 훨씬 쉬워진다. 또한 국민의힘과 수구 언론들은 무기력한 윤석열을 지지하는 척하면서 가지고 놀기에는 이재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니 마다할 리가 없다. 그런 식으로 윤석열이 3년 동안 두들겨 맞은 다음 맞이하는 총선의 예상 결과는 민주당이 이재명과 연대 책임을 질 때와 비교해서 훨씬 유리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민주당 의원들의 이해타산을 계산해 보면 윤석열이 당선되는 것이 아무래도 대단히 이로운 것이다.


더구나 이재명은 굴러들어 온 돌 아닌가? 특히 민주당의 최대 세력인 친문 계파가 볼 때에는 개밥의 도토리쯤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인가? 이제 대선이 한 달도 안 남은 시점인데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분위기는 전혀 ‘열기’를 느낄 수 없다. 이재명이 거의 원맨쇼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송영길 만으로는 턱 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게다가 언론이 일방적으로 윤석열을 밀고 있는 상황 아닌가? 여론의 인기로 먹고사는 의원들이 여론을 주도하는 언론에 밉보여서 좋을 일이 무엇인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그만일 터이다. 더구나 진짜 ‘굿판’에 일가견이 있는 세력이 윤석열 주변에 얼쩡대고 있으니 떡고물도 더 많아질 법도 할 일 아니던가?


이런 상황에서 SBS의 배여운과 이경원이 분석한 이른바 ‘철옹성’ 논리는 이재명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든다. 곧 특정 지역에서는 특정 세력의 후보가 ‘묻지 마’ 지지를 받는다는 논리 말이다. 이들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 정치지형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철옹성’은 전국 250개 시군구 가운데 43%인 108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보수가 영남 지역을 중심으로 66개이고 진보가 호남 지역을 중심으로 42개로 나타났다. 비율은 6대 4이지만 양적으로 보면 결국 유권자 수가 훨씬 많은 대구경북과 부산이 전라남북도와 광주를 압도하는 형국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진보의 터전이었던 호남 지역의 이재명에 대한 현재 지지율이 과거와 다르게 일방적이지 않다. 특히 MZ세대는 호남 지역에서도 이재명을 아예 외면하고 있다. 이를 볼 때 아무리 계산해 보아도 이미 승부는 난 것으로 보인다.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이재명이 패하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열린공감TV>가 발행한 김건희에 관련된 이른바 ‘X파일’에 관한 책도 비록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지만 그 울림은 크지 않다. 소셜 미디어 시대에 종이책이 주는 임팩트는 사실 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여기에서도 윤석열의 당선을 예상하고 그 후의 시나리오를 전개해 본다.


일단 이명박의 사면만이 아니라 복권이 가장 먼저 시도될 것이다. 그리고 박근혜에 대한 예우를 극진히 할 것이다. 박근혜를 기소하여 결국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한 윤석열의 ‘죄’를 속죄하는 것이 영남의 ‘묻지 마’ 지지에 대한 답례가 아니겠는가? 특히 이명박의 출신지인 포항의 변함없는 보수에 대한 ‘묻지 마’ 지지는 눈물겨운 정도 아니던가? 그러니 이명박도 당연히 사면하게 될 것이다. 더구나 박근혜는 퇴원하면 ‘고향’ 대구에서 25억짜리 집에서 권토중래를 모색할 것이니 정치적 복귀에도 도움을 주는 것은 당연한 선물이 될 것이다. 윤석열이 이미 대통령에 당선된 마당에 박근혜가 다시 정계에 나선들 무슨 걱정이 되겠는가?


그다음으로는 성질 급한 윤석열의 기질대로 바로 문재인 정부의 이른바 ‘적폐 청산’에 돌입할 것이다. 보수 세력이 눈엣가시로 여긴 최저임금제와 주 52시간 노동제는 물론 국민들의 분노를 여기한 부동산 폭등 문제를 따지면서 희생양을 만들어 낼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이 공언한 대로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치는 일은 할 수 없을 것이다. 문재인에 대한 지지율 이 40%를 상회하는 상황에서 ‘또 다른 노무현’을 검찰을 동원해 조작해 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취임 시작부터 여소야대의 레임덕 정부를 이끌어야 하는 윤석열은 천하의 검찰권을 동원한다고 해도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당연히 야당으로 자리를 옮긴 민주당은 문자 그대로 ‘야성’을 발휘하여 윤석열을 물러 뜯기 시작할 것이다. 더구나 김건희라는 좋은 먹잇감이 있지 않은가? 그야말로 꽃놀이패가 될 것이다. 이 경우 윤석열은 검찰 조직을 동원하여 국회의원들의 ‘비리’를 물고 늘어지겠지만 선출직 의원을 법적인 절차로 그 자리에서 몰아내는 데에는 수년이 걸리는 법이다. 한계가 있다. 결국 의원 임기 말이 돼서야 판결이 나올 것이니 국회의원도 크게 겁먹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취임부터 시작된 레임덕 정국은 팽팽하게 진행될 것이 뻔하다. 국회의원의 꿈은 재선 아니던가?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정쟁이 아니라 경제이다. 월가에서 시작된 금융 위기와 코로나 사태로 지속된 양적 팽창의 여파로 급격히 나타날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은 한국 경제에 직격탄을 날릴 것이 뻔한 일인데 윤석열이라고 별 뾰족한 대책을 마련할 길은 없을 것이니 말이다. 물가는 폭등할 것이고 기업의 눈치를 보느라고 임금을 쉽게 올릴 수 없는 상황에서 이미 코로나로 경제적 타격을 입은 국민들의 분노를 더욱 부채질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금리 상승으로 주담대 대출액이 상승한 만큼 월세와 전세가가 폭등하여 빈 깡통 주택이 속출하며 결국 부동산 시장의 대혼란이 시작될 것이다. 집값이 하락하면 이익을 보는 것은 당연한 현금 유동성 확보가 가능한 부자들에게 싼 집을 ‘줍줍’하여 월세로 전환할 좋은 기회가 되어 기득권층은 좋지만 빈부격차의 악화로 윤석열에 대한 지지는 급격히 줄어들게 될 것이 뻔하다.


또한 외교적으로 현재 우크라이나를 두고 미국과 러시아가 제3차 세계대전을 운운하는 상황에서 당사자인 유럽 국가들은 전쟁이라는 뜨거운 감자를 다른 지역으로 넘기려고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래서 이미 며칠 전에 독일, 프랑스, 폴란드 3국의 국가수반들이 전격적으로 만나서 ‘유럽 지역에서의 전쟁’을 막자는 선언을 하고 나섰다. 마치 유럽만 아니면 상관없다는 뉘앙스를 풍기면서 말이다. 그리고 대립의 당사자인 바이든과 푸틴은 전화 통화로 우크라이나 지역에서의 ‘전쟁’을 어찌 진행할 것인지 ‘논의’할 예정이다. 종래의 냉전 시대와는 차원이 다른 신냉전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곧 미국과 소련이 신자유주의와 사회주의의 양 극을 담당하고 그 와중에 국가주의적 자본주의를 실험 중인 중국이 미국과 또 다른 대척점을 이루는 복합적인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정작 이 강국들에는 ‘직접적’ 피해를 막으며 ‘전쟁’이 진행되는 것이다.


사실 국내적으로 지지율이 벌써 바닥에 이른 바이든으로서는 우크라이나 사태는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푸틴이 준 선물이 될 것이다. 그리고 심심할 때마다 자신의 종신 권력을 공고히 하려는 푸틴에게도 미국과의 ‘적절한’ 긴장 관계의 유지는 러시아 내부의 ‘애국적인 국수주의자’인 국민의 지지를 유지하는 데 최고의 방법 아니겠는가? 권력을 유지하는데 외국의 땅에서 벌이는 전쟁만큼 졸은 수단이 어디 있는가 말이다. 정작 사태는 ‘남의 땅’인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으니 바이든이나 푸틴에게나 꽃놀이패일 뿐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몸으로 받아낼 것이니 말이다.



사실 현재 중부 유럽 이외에 미국과 소련이 충돌하는 분쟁의 원인이 상존하는 지역은 우선 중동과 아프리카이다. 그러나 미국과 러시아의 신냉전 체제에서 한반도 또한 안전지대로 머물 가능성은 매우 적다. 특히 중국과 미국이 실질적 경제 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일본이 미국을 등에 업고 한반도에서 헤게모니 쟁탈전을 벌인다면 조선 말기의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이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한반도에서 분쟁, 더 나아가 ‘전쟁’을 억지할 수 있는 방법은 남북한 지도자의 강력한 화해 의지뿐이다. 아무리 주변 강국이 사주를 해도 당사자의 의지가 없다면 싸움을 붙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른바 ‘선제타격론’을 지지하는 윤석열이 대통령 자리에 오르면 북한과의 화해는 물 건너간 일이 되고 말 것이다.


평생 검사만 한 윤석열의 국제 감각은 무딜 것이 분명하다. 조선 시대에 당파 싸움만 일삼은 관료들이 외세의 침략에 형편없이 무너지던 형국과 다름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저 명이라는 그 당시 ‘세계의 중심’에 사대를 하는 중화사상으로 ‘외교 문제’를 해결하던 관성 때문에 왜구의 침략을 적절히 예방하거나 물리칠 방안을 내어 실현한 ‘양반’은 실질적으로 단 한 명도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저 허둥지둥 대다가 선조를 앞세워 의주로 꽁지 빠지게 도망가던 것이 바로 그 잘난 ‘양반’ 국가 지도자들이었다. 야반도주로 시작한 피난길에서 만난 그 수많은 백성들을 사지에 내팽개치면서 말이다. 그런데 정작 나라를 구한 것은 그 버림받은 백성들이었다. 그리고 그 고난을 몸으로 감내한 것 또한 백성들이었다. 만약 그런 변란이 한반도에서 또 발발한다면 오늘날에도 상황은 별반 다름이 없을 것이다. 늘 당하는 것은 민초들이다.


전쟁 발발까지는 아니더라도 현재 문재인 정권과 계속 껄끄러운 관계를 지속해온 일본 정부는 전쟁에 버금가는 상황을 촉발하여 한국을 ‘제압’하려고 시도할 것이다. 이미 노골적인 친미, 친일 노선을 선언한 윤석열의 등장을 일본이 반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국과 북한과 극단적인 대립 정책을 추구하면서 ‘선제타격’을 추구한다면 그 결말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레임덕으로 시작한 윤석열에게는 국내 정치적으로도 매우 효과적인 카드가 될 수 있다. 어차피 극단적인 여소야대 정국에서 대통령의 권력을 극대화하는 길은 대외적 위기 조장이 최선의 방안이라는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상식 아니던가? 위기는 위기로 극복하는 것이 정치의 제1원칙이니 말이다.


물론 전쟁을 남북한 당사자가 직접 일으킬 수는 없다. 그러나 한반도 정도의 지정학적 상황에서 신냉전 체제의 양강인 미국과 소련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지역 분쟁을 발생시킬 수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현재 벌어지는 갈등의 피상적 원인은 자원 이익과 영토 분쟁에서 파생된 이지만 더 깊은 이유는 미국과 소련의 오래된 패권주의이다. 공산주의가 붕괴한 이래 미국이 실질적인 유일 강대국으로 세계를 지배해 왔지만 이제 다시 중국이 경제력을 무기로 미국을 위협하고 소련이 무력을 무기로 미국에 대립하기 시작한 것이다. 1950년대에 익숙하게 보아온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이데올로기 대립과는 다른 차원의 패권주의 대립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세계 경제는 중국의 저가 상품과 용역, 그리고 달러화 채권의 매입이 없었다면 이미 엄청난 인플레이션으로 파탄 직전에 이르렀을 것이다. 막말로 중국이 경제 혼란을 일으킬 경우 중국은 과거의 농경 경제와 문화로 돌아가면 그만이다. 이미 자본주의화된 일부 대도시를 제외하면 아직도 중국은 전근대적인 패러다임이 작동하는 나라이니 말이다. 그러나 중국 경제에 크게 의존해온 세계 경제는 파탄을 맞이하고 또 다른 대공황을 겪으며 결국 이른바 ‘제3차 세계대전’만이 유일한 해결책이 되는 상황으로 몰릴 수 있다. 이를 잘 아는 미국이 중국을 ‘초토화’ 시킬 리가 만무하다. 더구나 소련이 가스 에너지를 무기로 유럽 대륙을 통제하려는 상황에서 미국도 셰일 가스 수출로 경제 난국을 타파하려고 나선 데서 촉발된 ‘가스 전쟁’은 결국 미국과 소련 양국의 ‘윈-윈’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마무리될 것이다. 그 와중에 고래 싸움에 등이 터진 새우들의 시체만 즐비하게 될 것이다.


통화 팽창으로 야기된 현재의 인플레이션 위험을 상쇄하는 근본적인 방법은 결국 실물경제를 회복시키는 것이다. 그 가운데 가장 간단한 방법이 바로 전쟁이다. 어느 모로 21세기의 제3차 세계대전은 미국과 소련 그리고 중국과 같은 강대국의 직접적 참여 없는 지역적 대리전으로 이미 시작되었다는, 곧 ‘선언되지 않은 제3차 세계대전’(undeclared Third World War)이 진행 중이라는 분석이 거의 정설이 된 상황에서 한반도에서 그 연장선상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새로울 것도 없는 일이다. 앞에서 말한 대로 이러한 종류의 전쟁에서 강대국들은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는다. 중동의 시리아에서 벌어진 사실 미국과 소련의 신냉전 체제적 대립으로 야기된 전쟁에서 볼 수 있듯이 피해는 고스란히 전장 지역민들이 입게 된다. 그리고 그 수익은 늘 강대국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이다.


물론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어도 혼자 전쟁을 선포할 힘은 없으니 미국과 일본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한국이 중국과 거리를 두면 중국의 입장에서는 북한을 꼭두각시로 내세우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다. 여기에 미국과 동북아에서 미국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일본과 영토 분쟁 중인 소련이 우크라이나 사태의 해결을 위한 일종의 ‘성동격서’ 작전을 한반도에서 펼친다면 매우 복잡한 분쟁 상황이 촉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남북한 주민들이 직접 입게 될 것이다. 그 피해 복구의 수익은 일본과 미국이 다 가져갈 것은 뻔한 일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막상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심을 보이는 한국인은 거의 없다. 강 건너 불쯤으로 여기면서 그 사태가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특히 MZ세대는 국제적 상황으로 벌어지는 전쟁의 위험에 대하여 전혀 감이 없어 보인다. 그저 먼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이니 마치 휴대전화 화면에서 진행되는 'war game' 정도로 여겨지나 보다. 게임에서 지면 reset하면 그만이니 말이다. 그러면서 그들이 극혐하는 꼰대와 별다름 없이 그저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서로 붙들고 너 죽고 나 살자고 하고 있다. 대통령의 임기 시작부터 레임덕에 걸릴 수밖에 없는 윤석열의 선택지는 많지 않다. 벼랑 끝 전술을 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모든 것을 미국에 맡기면서 말이다. 그러나 미국이 과연 누구의 이익을 추구할지는 명약관화한 사실 아닌가?



3월 9일이라는 doomsday의 서막을 알리는 조종 소리가 벌써 울리고 있는 것만 같다. 참으로 음울한 세월이다. 그런데도 대한민국에서는 여전히 조선 말기의 대원군파, 민비파, 수구파, 개혁파가 난무하고 있다. 그러면서 상대방이 사라지면 마치 태평성대가 올 듯한 기세이다. 정치가만이 아니라 국민들도 조금도 다르지 않다. 파당적 이익만 추구하는 소탐대실의 심성으로 사는 이들에게는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이리라. 왜 역사는 늘 반복되는 것일까?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러한 상황을 인식한다고 해도 현재 대한민국 국민은 이재명을 굳이 선택할 마음이 없어 보인다. 근본적으로 문재인 정권에 ‘화’가 났기 때문이다. 그 분노의 감정을 배설할 수만 있다면 나라가 망하든 경제가 파탄 나든 상관이 없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수많은 ‘난리’를 이겨낸 대한민국의 국민이 그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이재명이 현재 패색이 짙은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이재명 자신에 있다. 그의 ‘상품성’이 전혀 부각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이 이 위기 상황에서 꼭 이재명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는 필연적인 이유를 이재명이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저 윤석열과 김건희가 ‘무능’하여 도사들에 휘둘리니 안 된다는 정도일 뿐이다. 그러면서 이재명은 계속하여 자신의 ‘유능’만을 강조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전에도 말한 대로 기독교 신자조차 스스럼없이 점을 보는 이들이 바로 대한민국 국민이다. 그 어떤 종교가 들어오든 한반도에서는 모두 기복 종교로 환골탈태한다. 그래서 김건희의 ‘무병’과 윤석열의 ‘도사 열전’은 치명적인 결격 사유가 될 수 없는 것이다. 김건희의 허위 학력?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허위로라도 학력 세탁과 신분 세탁을 꿈꾼다. 그리고 쥴리 의혹? 한국에서 직장을 다니든 사업을 하든 룸살롱에서 ‘접대’를 받아보지 않은 남자는 거의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그래서 그 또한 치명상을 입을만한 사유가 되지 못한다.


국민의힘과 언론의 집요한 공격이 이재명의 상품 가치를 떨어뜨리는 직접적 원인으로 보이지만 더 근본적인 것은 바로 이재명 자신의 태도이다. 이재명은 노무현과 다르다. 일단 노무현은 도전자였으나 이재명은 수성을 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리고 노무현은 문자 그대로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도전을 했으나 이재명은 자신의 ‘재주’를 펼치고자 하는 의욕에 넘쳐있다. 노무현은 대통령 자리가 아니라 진심으로 ‘변혁’을 꿈꾼 진정한 혁명가였다. 그러나 이재명은 혁명이 아니라 나라를 다스리는 ‘유능한 관리’를 목표로 삼고 있다. 생즉사의 정신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노무현은 대통령이 안 되어도 그만이라는 정신으로 대선에 나섰다. 그러나 이재명은 자신이 대통령이 되는 것이 ‘상식’이라는 믿음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이재명의 한계이고 자신의 상품성을 망가뜨리는 근원이다. 이제라도 이재명이 대선을 이기고 싶다면 대통령이 되려는 ‘야망’을 버려야 한다. 문자 그대로 ‘생즉사’를 실천해야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개천에서 용이 된 사람으로 타의 모범이 되려는 꿈을 버려야 한다. 그보다는 국민을 위하여 국가의 안위를 위하여 목숨을 바칠 자세가 있다는 진정성을 국민이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통령뿐 아니라 자신의 목숨도 바칠 정신 자세 말이다. 그런데 아직도 이재명에게는 ‘욕심’이 보인다. 노무현과는 너무나 다른 그 ‘욕심’ 말이다.


대선이 이제 한 달도 안 남았지만 민주당은 여전히 이재명을 적극적으로 도울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중원에 단기필마로 나선 이재명은 진퇴양난에 처한 장수이다. 처음부터 레임덕이 될 윤석열의 당선을 그저 씁쓸하게 바라보고 패배를 인정하는 일밖에 안 남은 것인가? 한반도를 둘러싼 불길한 국제 정세와 경제 상황, 그리고 극단으로 치닫는 국내적 정쟁으로 조선 말기와 비슷하게 매우 어두운 상황에 놓인 2022년의 대한민국에서, 시작부터 레임덕을 맞이한 대통령에게 나라의 앞날을 맡겨야 하는 한국인의 운명은 어찌 될 것인가? 그저 지켜보고만 있기에는 불안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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