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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Mar 06. 2022

사전투표가 '윤안' 단일화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라고?

표심은 냉정하다.

사전투표율이 사상 최고인 36.9%에 이르면서 20대 대선이 문자 그대로 클라이맥스를 향해 질주하는 모양이다. 특히 지난 여러 선거에 비하여 10%p 이상 사전투표율이 높아진 것을 놓고 윤석열에 부정적인 감정을 지닌 유권자들이 윤석열과 안철수의 기습적인 ‘야합’에 ‘분노’하는 마음을 표출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그런데 첫날인 3월 4일 평일인 금요일의 투표율인 17.57%에 비하여 휴일이고 토요일인 3월 5일의 투표율은 19.36%에 불과하였다. 전날에 비하여 ‘겨우’ 1.79%p 늘었다. 투사 노무현이 불러일으켜 기고만장하던 이회창을 날려버린 그 ‘황색 바람’의 효과를 얻으려면 적어도 전체 투표율이 40%를 넘어서야 했다. 더구나 세부적인 숫자를 보면 전세는 전혀 낙관적이지 않다.


오히려 이 사전투표만의 결과를 보면 이재명의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왜 그런가? 윤석열에 대한 ‘묻지 마’ 지지 지역인 영남과 이재명에 대한 ‘지 마’ 지지 지역인 호남의 수치를 보면 그 상징적인 답이 나온다. 선거인 수로 두 지역은 상대가 안 된다. TK 지역은 4,319,742명 부울경은 6,673,627명이다, 그런데 광주와 전남북 모두 합쳐봐야 선거인 수는 4,323,609명이다. 총 선거인 수에서 영남은 24.9% 호남은 9.7%에 불과하다. 한 마디로 상대가 안 되는 것이다.


이번 사전투표에서 영남은 3,968,829명이 호남은 2,142,813명이 투표하였다. 이 숫자에 지금까지의 여론조사에 반영된 각 지역별 지지율을 얼추 대입 해보면 영남의 80%를 윤석열이 가져가고 호남의 90%를 이재명이 가져간다. 숫자로 보면 영남에서 윤석열이 3,175,063표 호남에서 이재명이 1,714,250표다. 이것만 놓고 보아도 윤석열이 150만 표 정도 앞선다. 여기에 나머지 표를 더해도 이재명은 2,508,016표로 윤석열의 3,428,500표에 92만 표나 뒤진다. 도저히 게임이 안 되는 것이다. 특히 전남의 투표율이 51.45%로 전국 최고를 차지했지만 경북도 전국 평균을 훨씬 상회하는 41.02%의 투표율을 보였다. 이 표가 누구에게 갔을지는 불문가지 아닌가? 높은 사전투표율이 윤안 단일화에 대하여 ‘분노’한 민심만 반영한 것이 결코 아니다.


20대 대선의 총 유권자인 44,197,692명은 지난 대선에 비하여 1,717,982명이 늘어난 수치이다. 대부분 이번에 처음 투표하는 20대 초반, 특히 18세 연령층이 차지하고 있다. 이들이 과연 이번 사전투표에 얼마나 참여하고 또 누구를 선택했는지가 이번 대선의 향방을 가르는 것이 분명하다.


결국 승부는 전체 선거인의 50.5%를 차지하는 수도권에서 나게 된다. 그런데 이번 사전투표에서 서울은 37.23%로 전국 평균을 넘었지만 인천과 경기도는 각각 34.09%와 33,65%에 불과하였다. 더구나 경기도는 전국 최하에 머물렀다. 경기도는 결코 ‘분노’ 하지 않은 것이다. 이재명의 입장에서는 매우 난감할 일이다. 미국 선거에서조차도 후보의 출신 지역은 전폭적인 지지를 보이는 것인데 이번 선거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서울은 물론 경기도에서도 이재명이 밀리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이른바 ‘샤이 진보’의 약진을 은근히 기대했지만 사전투표에서 볼 수 있듯이 그 존재감이 미미하다.


지방에서 이미 ‘패배’한 이재명이 기사회생을 하려면 수도권에서 ‘역전’하는 수밖에 없다. 특히 경기도의 민심을 극적으로 돌리는 묘책이 나오지 않으면 정말로 매우 힘든 선거가 될 것이다. 안철수의 ‘철수’가 일으킨 분노가 찻잔 속의 회오리에 불과하지 않도록 그 불씨를 키우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 방법이 무엇일까? 당연히 노무현 정신이다.


노무현은 자신이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계속 밀리자 정몽준과의 단일화 카드를 던졌다. 단일화 합의를 할 때만 해도 노무현의 지지율은 정몽준에 크게 밀렸다. 노무현이 이길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던 것이다. 그래도 노무현은 한나라당의 이회창의 당선을 막는 방법으로 자기희생을 각오하여 단일화의 카드를 내민 것이다. 16대 대선 이전에 이미 노무현은 ‘적지’인 부산에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면서 그런 대의를 위한 자기희생의 모습을 보였다. 그는 계산을 모른다. 그런데 천운은 노무현을 택했고 그는 눈앞의 이익을 위하여 이합집산을 거듭하는 참새 같은 소인배들로 넘치는 한국 정치계의 전설이 되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재명에게는 그런 승부사 기질이 안 보인다. 머리는 좋고 능력은 있지만, 그것이 지금 한국의 시대정신과 집단의식이 꼭 바라는 것은 아닌데 여전히 이재명은 자신의 능력만을 내세우고 있다. 능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정치는 냉정한 ‘계산’이 아니라 뜨거운 ‘감동’이다. 그 감동에 필요한 것은 논리 정연한 설명과 설득이 아니라 ‘바람’이다. 노무현이 불러일으킨 그 황색 바람 말이다. 그래서 안타까운 것이다.


그래도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 절망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주역>의 ‘중천건’에 보면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象曰, 天行乾, 君子以自强不息. 이 말대로 끝까지 선전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盡人事待天命의 심정으로 무소의 뿔처럼 좌고우면 하지 않고 앞으로 나가면 천심을 움직일 수 있는 법이니 말이다. 민심이 천심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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