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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Mar 09. 2022

모든 것을 내려놓은 이재명, 모든 것을 건 윤석열?

두 사람의 끝은 너무 달랐다.

20대 대선 결과가 4시간 후면 나온다. 그런데 치열하게 싸운 두 사람의 마지막 장면이 너무 대조되어 안 쓸 수가 없다.


유세 마지막 날 이재명은 청계광장에서 노무현의 상록수를 따라 부르며 눈물을 흘렸다. 그에 반해 윤석열은 시청 앞 광장에 김부선까지 등장시켜 ‘레깅스 댄스’의 약속을 받아냈다. 정말로 두 사람을 이보다 더 대비시킨 장면은 없을 것이다. 선거 결과가 어찌 나오든 이 결말은 영원히 회자될 것이다.


이재명은 20대 대선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거리 유세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여러분 마지막으로 이 말씀만 드리겠습니다. 뭐 대통령이 별 겁니까? 저는 대통령이나 동장이나 똑같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 말을 하기 전에 이재명은 다음과 같은 덕담을 윤석열에게 전했다.


“윤석열 후보님, 고생 많으셨다. 우리 윤 후보님보다도 더 많은 열정을 가지고 온 정성을 다했을 윤 후보 지지자들에게 정말 고생하셨고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애썼다. 우리가 선거 때는 경쟁을 해도 다 우리 대한민국의 똑같은 국민이고 선거가 끝나면 다 함께 손잡고 대한민국이라고 하는 공간 안에서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야 하는, 같은 국민 아니겠나.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서로 흔쾌히 인정하고 그때부터 새로 당선되는 이 나라의 리더와 함께 서로의 차이를 넘어서서 같은 것들을 더 많이 들여다보고 우리가 똑같은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생각을 갖고 합심하고 통합해서 미래로 나아가면 좋겠다.”


이재명도 정치가이니 이 말의 행간에는 립서비스가 담겨있는 것은 분명할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나는 이 말에서 이재명의 마음을 읽었다. 드디어 그는 마음을 내려놓은 것이다. 


그런데 윤석열은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김부선의 춤판이 한참 벌어진 다음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마지막 결승점을 1위로 통과할 수 있게 압도적 지지를 해달라. 이번에 제대로 심판해주시면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과 신속하게 합당하고 민주당 내 양식 있는 훌륭한 정치인들과도 협치 하겠다.”


그러면서 무대 위에서 ‘난닝구’가 벨트 사이에 다 드러나도록 하늘에 대고 주먹질을 해댔다. 그 무대 위에 병풍처럼 선 이준석과 안철수는 서로 눈 한번 마주치지 않았다. 협치는 어디 갔는지 모를 일이다.


한국인이면 누구나 5년마다 걸리는 커다란 열병이 되어버린 대선은 대한민국을 갈기갈기 찢어 놓는다. 지역과 계층 그리고 남녀노소를 불문한 이 분열은 역사가 오래된 것이라 결코 치유될 수 없다. 그 어떤 정치 지도자가 나와도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이다.


20대 대선의 결과가 어찌 나오든 결국 시간은 흐르고 20대 대선을 제대로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다시 5년 후에 우리는 21대 대선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재명이 선거법을 고칠 것을 제안했으니 그의 구상대로 4년 중임제로 바뀔 수도 있겠지만 어찌 되었든 그것은 그다음 일이다. 모든 것은 하늘의 뜻이다.


말이 나온 김에 일진을 보자.


2022년 3월 9일... 壬寅년 癸卯월 辛酉일이다. 비겁과 인성이 중중하여 신강한 을목 일주로 병화를 용신으로 쓰는 이재명에게 이로운 날은 아니다. 그러나 오전 6시부터 오후 1시까지는 목화로 흐르니 유리할 수도 있지 않을까? 설기를 많이 하여 신약한 경금 일주로 역시 화를 용신으로 쓰는 윤석열에게도 크게 좋을 것이 없는 날이다. 그러나 신금과 유금이 약한 일간을 돕고 있으니 더 유리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일진에서 묘유충이 일어나는데 유금이 묘목과 인목을 감당하지 못한다. 도움을 주는 이의 힘이 흔들리는 것이다. 다만 이재명과 같이 목화로 흐르니 도충 화를 용신으로 쓰는 윤석열에게도 나쁘지는 않다. 다만 진용신 오화가 들어오면 오히려 혼란이 일어나니 낮에 나온 투표율이 윤석열의 패는 아닐 터이다. 끝까지 복잡하다. 신유일이지만 수목이 중중하니 을경합도 제대로 될 수가 없을 것 같다.


하늘의 운행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많은 도사들은 이미 당선자를 예측한 비디오를 미리 찍어 놓고 유튜브에 올릴 시간만 노리고 있을 것이다. 마치 신명한 예언가나 되는 듯이 말이다. 그러나 그 어떤 도사도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한다. 영화 <관상>에서 세조 역을 맡은 이정재가 말한 대로 남의 관상을 보는 자도 자기 아들이 죽을 것을 모르는 법이니 말이다.


그러나 결과가 어찌 나오든 모든 것을 내려놓은 이재명이 마음이 더 홀가분하기를 기대해 본다. 인간은 욕심에 눈이 어두우면 한 치 앞에 있는 벼랑 끝도 못 보게 된다. 이명박이 그랬고 박근혜가 그랬다. 내리 3선 이상을 하고도 욕심을 부린 이승만과 박정희도 그랬다.


그래서인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조용히 천명을 기다리는 이재명이 새삼 다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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