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도 안 한 정권에 악담을 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사실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나라는 윤석열 지지자만이 아니라 그를 반대하는 국민의 나라이기도하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윤석열이 ‘겨우’ 0.73%p, 24만 7천 명이라는 역대 최소 득표율 차이로 신승을 거둔 자체가 그의 정권의 미래가 결코 밝지 않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더구나 심상정이 얻은 2.37%의 803,358표를 더한다면 윤석열은 문민정부 이후 치러진 모든 선거에서 최초로 소수표로 당선된 보수 진영 후보가 되었다. 그동안의 모든 선거에서, 특히 군사 독재 정권의 종말 이후 치러진 선거에서도 승패를 막론하고 늘 보수 진영의 표가 다수였다. 그런데 극단적인 좌우 진영의 세대결로 치러진 이 선거에서 윤석열이 처음으로 소수로 당선된 보수 진영의 후보가 되었다. 이것은 한국 정치사의 역사적 전환점이 될 것이다. 그것도 수구 언론들의 무차별적인 편향적 여론 몰이 결과가 ‘겨우’ 0.73%p라는 것은 사실 보수 진영이 볼 때 대단히 실망스러운 결과이다. 무엇보다도 윤석열을, 특히 김건희를 싫어하는 국민의 숫자가 그를 좋아하는 국민의 숫자보다 더 많다는 사실은 그의 미래를 무척 어둡게 하고 있다. 또한 그를 지지한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그가 좋아서라기보다는 문재인 정권에 분노한 이들이라는 사실도 엄연한 현실이다. 한국 갤럽이 대선 직후 윤석열을 찍은 투표자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윤석열을 택한 이유로 단순히 문재인 정권 심판이 40%를 차지했다. 또한 이재명이 싫어서는 17%에 달했다. 결국 윤석열이라는 인간이 좋아서 그리고 그의 정책을 지지해서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지지 이유는 그 절반도 안 된다. 정말로 중요한 그에 대한 신뢰감(15%) 그리고 윤석열이 구호로 내세운 공정과 정의(13%)가 이유가 된 것은 30%도 안 된다. 더욱이 국민의힘이라는 정당에 대한 지지(7%), 그의 능력에 대한 신뢰(7%)는 영끌을 해도 겨우 14% 정도에 불과하다. 이 모든 숫자를 다 감안해 보면 48.56%의 득표율로 당선된 윤석열을 절대적으로 '묻지 마'식으로 지지하고 신뢰하는 이들은 전체 유권자 가운데 20% 정도 된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는 얼추 TK를 핵으로 하는 보수 세력의 콘크리트 지지층의 숫자와 비슷하다. 결국 윤석열을 지지한 이들 조차도 대다수는 언제든 그에게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의미이다. 박근혜가 과반수의 지지를 받았지만 결국 그의 동료였던 여당의 칼을 맞은 것도 바로 이런 이유였다. 민심의 역린을 건드리면 천하의 박근혜도 살아남지 못하는 것이 한국의 정치계다. 그래서 이 모든 사실은 윤석열이 출발부터 레임덕에 걸릴 것을 도사들 수준의 예언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예측해 주고 있다.
과거대선에서 전 정권에 대한 비이성적인 분노로 당선된 대표적인 자가 바로 이명박이다. 그의 온갖 비리가 만천하에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국민은 압도적인 표차로 이명박을 밀어주었다. 그런데 그 결과가 어떠했는가? 경제 대통령이라는 구호가 무색하게 물가는 오르고, 실질 임금은 감소하고, 부동산 가격은 폭락하고 전세가는 폭등하였다. 4대강 사업과 민영화는 결국 경제 시스템 자체를 왜곡하였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이 감당하게 되었다. 게다가 어쭙잖게 노무현 탄압을 시도하다가 촛불 정국의 역풍을 맞이하고 끝내 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리고 결국 그는 차가운 감방에 들어갔다.
박근혜는 어떤가? 보수 언론의 압도적인 여론 몰이로 당선된 그는 우주의 기를 모아주는 최순실과 서울대 법대 수재 출신의 김기춘이 이끄는 '십상시'에 매달리는 무능한 국정 운영으로 문민정부 최초로 탄핵된 자가 되었다. 그러나 이 둘은 모두 대선 득표율에서 진보 진영 후보를 압도하였다. 특히 이명박은 48.7%의 득표율로 26.1%의 정동영을 압도하였다. 여기에 이회창의 15.1%를 더한다면 보수 진영의 득표율은 63.8%에 이른다. 박근혜는 어떤가? 51.5%로 문민정부에서 처음으로 과반수를 넘는 득표율을 보였다. 그러고도 결국 자리에서 비참하게 쫓겨나버렸던 것이다. 사실 이명박이나 박근혜나 결과론적으로 당선되지 말아야 했을자들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자리에 맞지 않은 자가 우연히 천운을 타고 높은 자리에 오르면 반드시 화가 미치게 마련이다. 이명박과 박근혜가 그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 화를 그 당선자를 반대한 이들도 고스란히 입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나 같은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그런데 더구나 윤석열은 처음부터 철저히 마이너 정권으로 출발하고 있다. 그 득표율도 소수이지만 국회 권력 지형에서 야당에 비해 초라하기 그지없다. 그가 전 정권에 맞서 새로운 행정을 시도하려면 많은 법을 바꾸어야 하는데 현재 상황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리고 이재명이 아까운 차이로 석패하고 윤석열이 당선된 것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국민의 수가 윤석열을 지지하는 자들의 수보다 월등한 현실에서 윤석열의 운신의 폭은 매우 좁다. 이들의 분노가 민주당을 향하지 않도록, 패배의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야당이 필사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니 말이다. 더구나 정치 경험이 전무하고, 전적으로 권력 놀음에 빠진 ‘윤핵관’들의 전횡에 휘둘릴 공산이 매우 큰 상황은 윤석열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다. 이것이 그의 정권의 앞날을 매우 어둡게 하는 진실이다. 게다가 윤석열은 이명박의 BBK 사태와 마찬가지로 대장동 의혹에 연루되어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상태이다. 물론 임기 동안은 무사하고 수구 언론이 그를 적극 방어해주겠지만 이명박과 박근혜의 경우를 볼 때 그 효과는 미미하다. 결국 진실은 드러나게 되어 있다.
더구나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의 미래는 매우 어둡다. 그리고 국내외적인 경제 환경은 대단히 심각하다. 그런 상황에서 국가 경영은 고사하고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자가 권력을 잡았다. 게다가 권력을 좇아 검찰총장 후보 시절 윤석열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던 자들이 부나방처럼 권력자 주변에 모이는 꼴을 보인 ‘윤핵관’들이 실질적으로 나라를 이끈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가?
참으로 마음이 어둡다. 조선 말기 외세가 조선을 삼키려 기세 등등하던 시절 국내 정치의 권력을 잡았다고 희희낙락하던 그 탐관오리들의 얼굴이 겹쳐 보이는 것은 나뿐인가? 내 주변에서 많은 사람들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민 가야겠다고 한다. 이러한 허탈감은 분노 이전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증상이다. 만약 윤석열이 이러한 바닥 민심을 무시하고 희희낙락하며 윤핵관에 휘둘린다면 출범 즉시 레임덕에 걸리고 결국 나라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국민은 결국 촛불을 들게 될 것이다. 이미 이승만, 박정희, 박근혜를 몰아낸 경험이 있는 국민이다. 무서울 것이 무엇인가?
문민정부 최초로 득표율이 진보 진영보다 낮고, 국회의 권력 구도에서 마이너로 출발한다는 엄연한 사실을 명심하지 않고 경거망동한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여러 이해가 충돌하는 국정 운영은 군대보다 더 지독한 상명하복의 문화가 지배하는 검찰 운영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민심은 바람과 같다. 국민이 뽑아주었다면 바로 그 국민이 다시 몰아낼 수도 있다는 진리를 명심해야 한다. 더구나 윤석열을 반대한 이들이 실질적으로 더 많은 현실에서 말이다.
윤석열을 지지하지 않은 더 많은 국민들이 윤석열 정권의 실정의 파편을 똑같이 감내해야 한다는 전망이 나를 분노하게 만든다. 초는 이미 마련해 두었다, 윤석열이 어쭙잖게 정권을 휘두르고 윤핵관들의 전횡을 방기하여 다수의 국민의 허탈감을 분노로 바꾸어 버리면 촛불 정국은 상상 이상으로 빨리 도래할 것이다.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에서 국민은 이 말이 협박이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윤석열을 지지하는 국민보다 지지하지 않는 국민이 더 많다는 사실을 늘 가슴에 새기기 바란다. 조선일보의 주장만이 여론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면서 말이다. 모든 수치가 말해주는 것처럼 윤석열이 예뻐서 뽑아준 것이 아니라 문재인이 미워서 뽑아준 것이라는 진실을 외면하는 순간 바로 촛불정국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는 협박이 아니라 과학적 예측이다. 진실을 외면한다면 5년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단명하는 정권이 될 것이다.
‘겨우 5년짜리 정권이 감히 검찰을 건드리면 안 된다’고 한 윤석열이라면 그보다 더 무서운 민심의 역린을 건드리면 어찌 되는지는 잘 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