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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Mar 16. 2022

청와대 풍수가 안 좋다고?

문제는 집이 아니라 사람이다.

윤석열 측이 청와대는 죽어도 안 들어가겠다고 난리인 모양이다. 김은혜가 “윤 당선인이 기존 청와대로 들어갈 가능성은 제로”라고 말했다. 그 이유로 한 말이 가관이다. “윤 당선인이 정치개혁을 선언하면서 지금의 청와대 밖으로 나오겠다고 한 것은 국민 속으로 들어가고 소통이 중요하다는 오랜 의지 때문"이란다. 그렇다면 뭔가 개방된 곳이라는 말이겠다. 기탄없이 국민과 늘 만날 수 있는 곳 말이다. 다름 아닌 국민이 원해서 대통령이 되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런데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에 자리를 보는척하더니 결국 용산 국방부 청사를 쓰겠단다. 그런데 새 정부가 들어서기도 전에 집 문제를 가지고 이런 사달을 일으키는 것을 보니 그 앞날이 뻔히 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문제로 이재명이 0.73%p 차이로 석패한 것을 그리도 강조하고 싶은가? Stupid! 문제는 집이 아니다. 사람이 문제다.


사실 오래전부터 청와대 터가 나빠서 한 번 들어간 사람은 성해서 나오지 못한다는 소문이 있기는 했다. 특히 박정희가 김재규의 총을 맞고 죽은 다음부터 그런 소문이 더욱 확산되었다. 그러자 풍수쟁이들이 너도나도 나서서 청와대 터가 나쁘다고 설레발을 치고 다녔다. 김건희 주변의 자칭 ‘도사’들은 청와대 영빈관을 부셔야 된다는 이야기까지 했다는 소문도 퍼졌다.


한 번 그 괴소문을 분석해 보자.


원래 청와대 자리는 조선시대 경복궁 뒤에 위치하여 후궁들이 거처하던 7궁과 그들의 무덤이 있던 흉지라는 것은 사실이다. 그 뒤에 자리한 북악산은 음양오행적으로 화기가 넘쳐 청와대를 누르고 있다. 서울대를 관악산 터로 옮긴 것도 데모만 하던 애들의 기를 눌러 놓기 위한 것이라는 소문은 거의 정설이다. 인왕산도 좋은 산이 아니다. 나도 어느 정도 점 공부를 한 사람이니 이러한 풍수가의 주장의 타당성에 동조하는 편이다. 이를 미신으로 치부하면 그만이지만 사실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가? 개신교 신자조차 점을 보는 나라이니 그런 이야기가 정치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김건희는 이미 스스로 말한 대로 ‘영적인’ 사람 아닌가? 청와대 집터에 대한 영기를 느낄 법도 하다.


사실 청와대가 흉지라는 소문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사람들은 그 가장 중요한 근거로 전직 대통령들의 말로가 나쁜 것을 들었다. 이승만이 청와대 입주한 지 2년 만에 한국전쟁이 발발했고 윤보선은 박정희의 쿠데타로 청와대에서 쫓겨났다. 그렇게 권력을 찬탈한 박정희는 아예 최측근의 총에 맞아 죽었다. 전두환과 노태우는 사형선고를 받았고 김영삼은 아들이 사고를 친데다 IMF 사태로 나라를 완전히 거덜 냈다. 노무현은 자살했고 이명박은 17년 형을 받았고 박근혜는 탄핵되었다. 오로지 김대중과 문재인만이 지금까지 무탈한 대통령으로 남았고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영적인’ 김건희의 충고로 윤석열이 청와대에 들어가는 것을 꺼릴만하다. 누군들 살아 나오고 싶지 않겠는가?


그러나 청와대 터가 나빠서 역대 대통령의 말로가 나빴다는 것은 지극히 논리적인 모순이다. 원인과 결과가 도치된 것이다. 사람이 나쁜 것이지 터가 나쁜 것이 아니란 말이다.


이승만과 박정희는 영구집권의 욕심으로 스스로 화를 불렀다. 전두환과 노태우는 돈과 권력에 눈이 어두워 자신의 미래를 전혀 보지 못했다. 김영삼은 스스로 고백한 대로 원래 ‘갱제’에 무식한 자여서 IMF 사태를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노무현은 검찰과 MB정권의 음모로 타살이나 다름없는 자살에 몰렸다. 이명박은 돈에 눈이 어두워 형제와 더불어 닥치는 대로 재물을 탐내다가 사필귀정의 벌을 받은 것이다. 박근혜는 무지와 무능과 미신으로 화를 자초하였다. 그런데 다시 말하지만 이 모든 사달은 집터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인간 탓이다. 풍수의 영향을 받아서 사달이 일어난 것이라면 청와대에 살고 있는 상황에서 개인적 불행이 일어나야 한다. 그러나 그랬던 경우는 이승만, 박정희, 박근혜. 단 3명뿐이다. 두 사람은 독재자였고 한 사람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무능했다. 그런데 이승만의 경우 비록 망명을 했지만 천수를 누리고 죽었다. 그리고 국립묘지에 안장까지 되었다. 박근혜도 고생했지만 사면 복권되었다. 김영삼의 경우 IMF로 나라는 망했지만 본인은 천수를 누리고 살다가 죽었다. 김대중의 경우는 노벨상의 영광을 누리고 장수하다가 무탈하게 죽었다. 전두환, 노태우도 사형선고까지 받았지만 결국 사면되어 천수를 누리고 살다 죽었다. 지금까지 천수를 누리지 못하고 죽은 대통령은 박정희와 노무현 단 두 명이다. 풍수는 개인의 부귀영화만이 아니라 천수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동양의 역술에서 복은 <서경>에 나온 것을 따른다. 곧 壽富康寧攸好德考終命이다. 이 가운데 考終命을 오복의 으뜸으로 삼는다. 그 앞의 네 가지 복은 이를 위한 전제가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청와대의 풍수의 영향으로 천수의 복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 사람은 단 2명이다. 그것도 청와대에서 살고 있는 동안 죽은 자는 박정희가 유일하다. 터가 나빠서 제명에 못 산 것으로 보이는 사람은 역대 10명의 대통령 가운데 단 1명인 것이다. 그러니 풍수적으로 터가 나빠서 사달이 일어난다는 주장은 억지다. 미신에 근거한 헛된 망상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원래 점술이라는 것이 이 모양이다. 한두 가지 사례로 모든 것을 판단한다. 그리고 점술의 원리로도 풍수가 나쁜 집에 살아도 본인이 바른 마음을 지니면 무탈하게 사는 경우가 많다. 흔한 말대로 손금보다는 관상이고 관상보다는 사주지만 사주보다 더 한 것이 심성이다. 그만한 그릇을 대통령으로 뽑아서 그런 사달이 난 것뿐이지 청와대 풍수가 그 모양이라서 역대 대통령 가운데 일부가 개인적 몰락의 길을 걸은 것은 결코 아닌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윤석열은 앞에서 말한 대로 절대로 청와대 들어갈 맘이 없단다. 그러면서 택한 것이 용산 국방부 청사다. 왜 하필 국방부 청사일까?


용산 미군 기지가 있던 이 지역은 원래 임오군란 이후 청나라 군대가 주둔했던 기지이다. 그러다가 청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하자 일본군이 주둔했고, 해방 이후에는 미군이 주둔해 왔다. 처음부터 군사기지였다. 싸우자고 하는 자들이 차지하는 땅이라는 말이다. 미군 기지가 철수한 지금도 한미연합사와 유엔사는 이곳에 남아있다. 풍수적으로 늘 전쟁의 기가 넘치는 자리이다.


그런데 풍수가들은 현재의 국방부 청사가 아니라 정확히는 한미연합사 바로 위쪽에 있는 메인포스트에 새 청와대 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방부 청사 자리가 명당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이제 갑자기 새 청와대를 건설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니 그 명당 근처인 국방부 청사에라도 윤석열이 들어가고 싶은 모양이다. 더구나 한미연합사와 유엔사가 바로 옆에 있으니 미일 공조체제 하의 강경한 대북정책을 주장하는 그로서는 안성맞춤일 것이다.


그러나 군사 시설이 즐비한 이 지역에서 한 나라의 대통령이 국정을 논한다고? 전시도 아닌데? 군인들로 둘러싸여 있으니 경호 문제는 별 문제가 없겠지만 그를 뽑아준 국민과 소통하는 것은 완전히 불가능할 것이다. 미군 시설 근처는 철통 경비 지역이니 지금의 청와대보다 더 구중궁궐 같은 곳이 될 것이니 말이다.


풍수가 맘에 안 들어 자리를 옮겨 무병장수를 누리겠다는 것을 말릴 생각은 조금도 없다. 그러나 윤석열은 한 여자의 남편인 필부가 아니라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될 사람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사방이 막히고 총든 군인들이 넘치는 국방부 청사에서 국민의 대통령으로 활동하겠다고? 외국에서 과연 이런 사람을 어떻게 판단할까? 전시도 아닌데 국방부 청사라니. 외빈이 오면 국방부에서 영접하나? 아니면 호텔을 잠깐 빌려 리셉션을 여나? 어차피 청와대 영빈관은 터가 나빠 부숴버릴 거라고 했으니 말이다.


오늘 북한이 ICBM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발사했다. 다행히 실패한 것으로 보이만 북한에는 현재 30내지 50개의 핵무기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언제 끝날지 모른다. 러시아는 모라토리움을 선언할 것이 거의 분명해지고 있다. 미국은 단일 강국의 지위를 조금도 양보할 생각이 없다. 그런데도 중국은 미국에 맞서 새로운 패권국가가 될 꿈을 전혀 버리지 않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는 문자 그대로 일촉즉발이다. 이런 상황에서 집터를 고르다니. 5년 후 무사히 퇴임해서 무병장수로 살다가 잘 죽으면 그만인가? 그러려고 국민의 대통령이 된 것인가?


하기는 조선시대에 그 많은 난리를 겪고도 더구나 나라를 몽땅 잃고 나서도 친일 세력은 여전히 떵떵거리며 잘 살고 있다. 그런 나라의 엘리트라서 그런가? 나만 명당 찾아다니며 잘 먹고 잘 살면 그만인 그런 덜 떨어진 엘리트들이 넘쳐나는 나라 말이다. 나 같은 민초의 입장에서는 억장이 무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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