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rancis Lee Mar 17. 2022

문재인은 간첩이고 공산화를 시도했다고?

윤석열 정권에서 대한민국은 사분오열될 것이다.

2022년 3월 17일 대한민국 대법원에서 중요한 판결을 내렸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온갖 소란을 불러일으키는 전광훈이 2020년 10월 9일부터 12월 28일까지 벌인 집회에서 ‘문재인은 간첩이다.’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공산화를 시도했다.’라고 발언한 이유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당했지만 결국 무죄를 확정받은 것이다. 놀라운 일이다. 박정희나 전두환 시절이면 ‘남산’에 끌려가 뼈도 못 추렸을 자가 이제는 뻔뻔하게 더 큰 소리를 치게 되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었으니 이제 뭐라고 떠들고 다닐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전광훈은 2019년 12월 2일부터 2020년 1월 21일까지 벌인 집회에서 ‘자유우파가 당선되어야 한다.’는 선거 구호를 발언한 것도 무죄를 받았다. de facto 특정 정당을 공개적으로 지지해도 무죄인 것이다.


이번 최종 판결에서 주심을 본 대법원 2부의 민유숙의 판단에 대하여 할 말은 없다. 그는 법 전문가이니 그의 역량의 한도 내에서 최선을 다했을 것이라고 믿는다. 법은 나의 전공이 아니니 깊이 파고들 의미가 전혀 없다.


대한민국 사법부의 1심에서는 전광훈이 “자신 나름의 근거를 제시하면서 문 대통령의 정치적 행보 혹은 태도에 관한 비판적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보일 뿐”이라고 했다.” 또한 “간첩, 공산화 등이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더라도 형사처벌의 대상인 명예훼손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게다가 “집회 발언 내용만으로는 전 목사가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자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아 공직선거법이 정한 선거운동의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무죄 판결 취지도 나왔다.


또한 2심에서도 전광훈의 간첩 운운한 발언은 “문 대통령이 취한 정치적 행보나 태도를 비판하는 취지의 의견 표명 내지 수사학적 과정으로 볼 여지가 상당하다.” 그리고 “공산주의는 사람마다 다양한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어, 공산화를 시도했다는 표현이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전광훈을 무죄 방면했다.


이번 판결을 통해 나는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한국의 사법부의 놀라울 정도의 관용적인 판단에 대하여 깊은 존경심을 가지게 되었다. 나 또한 표현의 자유를 더욱 많이 누리게 되었으니 개인적으로도 너무나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사실 이번 판결은 갈등이 극에 달한 한국 사회에 주는 그 상징적 의미가 매우 크다. 특히 20대 대선이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거의 경험하지 못한 완전한 진영 간의 분열을 야기했기 때문이다. 고질적인 호남과 영남의 분열에 하여 남녀의 분열과 부자와 빈자의 분열 그리고 연령대에 따른 분열은 이제 거의 그 한계치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당장 위에 언급한 판결에 관한 기사를 보니 이제는 윤석열에 대하여 똑같은 욕을 해주겠다는 꼬리 글이 넘친다. 그런 반면에 윤석열을 옹호하고 ‘빨갱이’를 비난하는 꼬리 글도 그에 못지않게 많다. 그러면서 서로에 대한 인격적 모독, 거의 명예훼손에 가까운 표현이 범람한다. 물론 인터넷이 민심을 모두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나타난 0.73%p, 247,077명의 차이로 많은 국민이 서로의 가슴에 깊은 못을 박았다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그리고 그 정확히 반으로 갈린 민심이 인터넷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윤석열을 지지하는 사람보다는 지지하지 않는 사람이 분명히 더 많은 현실에서 현재 윤석열 인수위에서 보이는 행태로 대한민국의 분열의 치유는 이제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다. 자신의 뜻이 아니라 국민이 원해서 그 자리에 올랐다는 자의 ‘국민’에는 그를 반대하는 더 많은 숫자의 국민은 전혀 포함되지 않은 것처럼 벌써 전횡을 휘두르고 있으니 말이다. 국가의 미래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로지 자리싸움에만 몰두하며,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을 비롯한 고위 관리들 보고 알아서 물러나라는 소리만 해대고 있다. 자기가 그 자리에 있을 때는 임기 보장을 외치던 자들이 말이다. 왜 정권을 잡으려 그리 혈안이 되었는지를 스스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게다가 새 정권에 들어설 인물들의 면면이 MB정권과 박근혜 정권 시절의 떨거지들이 대부분이다. 10년 전 이명박으로 시작된 이른바 ‘자유우파’의 전횡이 반복될 가능성이 매우 커 보이는 현실을 보면서 20대 대선 결과에 희희낙락하는 자들이 저지를 적폐가 이미 훤히 보이는 것만 같다. 그러니 어찌 그들에 대하여 경계심을 가지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인가? 마치 5년 만에 다 말아먹고 가겠다는 심산으로 보이지 않는가 말이다. 이명박이 한 것과 마찬가지로.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인수위는 통합과 양보를 이야기한다. 그런데 이는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선거가 끝나고 통합을 주도하는 측은 승자 쪽이다. 상심한 패자를 위로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오히려 패자에게 통합과 양보를 요구하는 것은 파렴치한 짓이다. 그런데 이미 그런 짓을 저지르고 있다. 국고를 유용한 범죄자인 MB를 사면 복권하라고 큰소리친다. 마치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에서 이긴 것이 아니라,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러시아의 푸틴과 같은 점령군의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그것도 겨우 5년짜리 정권을 잡은 주제에 말이다. 자기들 말을 안 듣는다고 현직 대통령과의 면담도 간단히 파투를 내 버린다. 한마디로 몽니를 부리는 것이다. 그래서 협치는 이미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일 정도다. 문재인에 대한 분노로 억지로 당선되었지만 그 문재인에 대한 지지도가 19대 대선 당선 득표율보다 높은 엄연한 현실은 전혀 안 보이나 보다.


게다가 윤석열 인수위의 행태를 보면 여성과 서민은 물론 그들이 아낀다는 ‘이대남’에게도 관심이 없다. 그저 과거 적폐 정권에 협력했던 자들의 자리싸움으로 시작하여 자리싸움으로 끝나고 있다. 정권을 시작하기도 전인데도 이 모양이니 막상 5월이 지나면 어떤 세상이 벌어질지 소름이 끼칠 정도이다. 더구나 ‘윤핵관’이라고 불리는 핵심 세력이 MB정권 출신이라니. 그 미래가 너무나 뻔히 보이는 것 아닌가?


그런데 왜 ‘윤석열의 국민’은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또 다른 국민’과 이리 다른 것인가? 그저 이기면 장땡이고 졌으면 찌그러져야 한다는 말인가? 겨우 5년짜리 정권 때문에 고통을 당하여 결국 저주를 품고 적폐 세력에 대한 증오를 키우는 국민은 도대체 어디에서 살아야 한다는 말인가? 이민도 못 가는데 말이다. 그래서인가? 이런 분열 상황을 반영하는 인터넷에 범람하는 것은 오직 분노와 증오의 감정 배설뿐이다. 윤석열은 통합을 말하고 국민에게 다가가는 것을 말하지만, 여전히 그를 반대한 국민에게는 단 한 마디의 진정한 위로의 말도 하지 않았고, 국민에게서 더욱 멀어진 국방부 청사 안으로 들어가려고만 한다.


이런 행태에 대하여 국민의 절반은 무조건 이해한다며 묻지 마 지지를 보내고, 나머지 더 많은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그러면서 국민들끼리 싸움질을 하고 있다. 어느 포털에 들어가 보아도 다 똑같다. 분열이 시작된 것인가? 아니다. 이미 분열은 오랫동안 진행되어 왔다. 다만 이번 선거로 마치 휴화산 같았던 그 갈등의 에너지가 폭발한 것이다. 그리고 ‘승자’들은 벌써 샴페인에 취해 있고 ‘패자’들은 공황에 빠져 있다. 아직 공황발작의 단계에는 가지 않았지만 곧 그 증상이 드러날 것이다. 문재인에 대한 지지율이 윤석열에 대한 지지율에 못지않은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또한 이재명에 대한 팬덤도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사분오열이 이미 시작된 것이다. 이성은 상실되고 니체가 말한 라상티망(ressentiment)만 넘치고 있다.


그런데도 이런 상황에서 ‘국민’은 없다. 오로지 승자와 패자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결국 이들 사이의 갈등과 분노는 마치 화산의 용암처럼 용솟음칠 것으로만 보인다. 문재인 정권에 대한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던 ‘애국보수’들과 마찬가지로, 윤석열 정권에 대한 분노를 주체할 수 없는 ‘애국진보’들도 넘쳐날 것이기 때문이다.


해결책은 무엇인가? 유감스럽게도 현재로서는 전혀 안 보인다. 시작도 안 한 정권에 어깃장을 놓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러나 그저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 말할 뿐이다. 지금까지는 상대방에 대한 증오감을 예의상 감추고 살았지만 이번 20대 대선을 통하여 이 사회에서는 예의가 더 이상 필요 없다는 것을 정치인들과 그 주변 인물들을 통하여 모든 국민이 처절하게 체험했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 전광훈의 ‘독설’에 대한 사법부의 판결이 그러한 증오감의 노골적인 표현이 죄가 될 수 없다는 법적 기반을 마련해 주었으니 무절제한 증오감의 표출이 이 사회에 범람하게 될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윤석열을 지지한 자들의 40%가 문재인 정권에 대한 분노를 투표 이유로 들었다. 그렇다 현재 대한민국 사회를 지배하는 것은 공산주의도 아니고 신자유주의도 아니다. 분노다. 문재인에게 분노한 자들을 대표하는 전광훈이 ‘문재인은 간첩이고 대한민국을 공산화하는 자’라고 한 말이 무죄라면, 앞으로 윤석열에게 분노한 이들이 어떤 말까지 합법적으로 할 수 있을까? 나같이 거친 말을 좋아하는 세상이 올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청와대 풍수가 안 좋다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