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반복된다는 슬픈 예감이 든다.
요즘 한국 사회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임진왜란 직전에 당파싸움에 골몰하던 그 잘난 ‘조상님’이 떠오른다. 이에 더하여 세상 돌아가는 것을 제대로 모르고 권력을 놓고 시아버지와 죽자고 싸우던 철없던 민비도 떠오른다. 멍청하고 무능한 남편을 베갯머리송사로 맘대로 조정하여 부자간의 정을 끊는 데는 성공하였으나, 결국 나라를 일본에 통째로 바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이 나라 역사에서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은 자가 바로 민비다. 그런 민비가 역사적 고증이 제대로 안 된 영화에서 미화되어 마치 반일 운동의 상징적 존재처럼 묘사된 것을 보면서 민중을 속이는 것이 얼마나 간단한 일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민비는 자신과 오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하여 일본이든 청나라든 러시아든 닥치는 대로 외세를 불러들인 여자다. 시아버지만 이기면 그만인 여자였다. 한 마디로 한반도 역사에서 대역죄인이었다.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기에 너무나 무능했던 고종을 꼭두각시로 부리면서 국정을 자기 맘대로 농단해보려던 민비의 역사적 평가는 분명히 내려져야 할 것이다.
시아버지였던 이하응도 나을 것이 전혀 없었다. 시대정신을 전혀 간파하지 못하고 오로지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하여 말도 안 되는 쇄국정책으로 나라의 운명을 파국으로 몰아간 장본인이 바로 이하응이다. 이 두 이기주의자들 그리고 그들의 허수아비로 우왕좌왕하다 간 고종, 이 세 명이 결국 조선이라는 나라를 일본에 넘겨준 것이나 다름없다. 을사오적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는 이것이 엄연한 사실임에도 파벌적 당파적 사고에 물든 무리가 어쭙잖은 애국주의를 내세워 이들을 파당적 이익에 따라 옹호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그런데 이런 부끄러운 ‘조상님’의 실패를 재현하려는 무리들이 2022년 대한민국에서도 보인다. 현재 한국 사회를 강타하고 있는 것은 경제 파국과 국정 혼란만이 아니다. 코로나도 다시 심각한 수준으로 한반도를 뒤덮고 있는 중이다. 7월 13일 기준으로 확진자가 4만 명을 넘겼다. 사망자도 12명이다. 전국 선별 진료소에서 76,706명이 검사를 받은 결과 양성률이 52.49%로 절반을 넘어섰다. 검사자 숫자가 늘어나면 당연히 양성자 숫자도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또한 폐렴 환자나 사망자를 대상으로 전수 검사해보면 코로나 확진자와 사망자도 폭발적으로 늘 것이 뻔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4차 백신 맞으라는 이야기 외에는 전혀 신박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9월 위기설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가면 다시 코로나가 한국 사회를 마비시킬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손을 놓고 국민들도 무감각하다. 될 대로 되라는 식이다.
국운이 쇄하기 전에는 다양한 징후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 가운데 가장 흔한 것이 사회적 분열이다. 현재 한국 사회는 역사에 유래가 없을 만큼 철저히 분열되어 있다. 남북한의 분열은 아무것도 아니다. 호남과 경남이 분열되고 남자와 여자가 분열되고 부자와 빈자가 분열되고 꼰대와 청년이 분열되어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못하고 권력 놀음에만 빠져있다.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이준석을 몰아낸 국민의힘 내부에서 윤핵관들이 권력 싸움을 벌이기 시작하고 있다. 도대체 그놈의 권력이 뭐 그리 좋기에 나라가 망해도 상관없다는 말인가? 국민이 삶의 희망을 잃어도 권력만 잡고 부리면 그만인가? 조선이든 일본이든 출세만 하면 그만이라는 이완용이 2022년 한국 사회에 넘쳐나는 모양이다.
그리고 국민들 가운데에서도 윤석열의 무능을 비난하면 벌떼같이 달려들어 싸우자고 덤비는 이들이 있다. 나라가 망해도 내 파벌만 편들면 그만인가? 임진왜란이 발발하여 선조와 함께 의주로 피난하는 길에서도 당파싸움만 하던 그 잘난 ‘조상님’들의 귀신이 2022년 대한민국에 다시 살아난 느낌이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나?
윤석열을 비난하면 문재인 욕이 돌아온다. 수구 세력의 실정을 비난하면 ‘빨갱이’ 딱지가 난무한다. 시골로 낙향한 문재인 집 앞에서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해대는 자의 유튜브 방송을 보고 기부금을 퍼부어댄다. 노조는 월급을 올려야 한다고 소리 지르고 기업가는 세금 내려달라고 난리다. 집을 ‘영끌’하여 장만한 MZ세대는 이자가 올라 죽겠다고 난리 친다. 국민은 물가가 올랐다고 공포에 떨고 있다.
그런데 윤석열은 여전히 ‘인턴 과정’을 마치지 못한 모양새이다. 그의 아내는 억대 보석과 화려한 옷으로 국제 외교 무대에 등장하려는 계획이 실패하자 풀이 죽은 모양이다. 국제 외교 무대에서는 화려한 화장과 비싼 옷, 그리고 억대 보석이 아니라 유창한 영어 실력과 친화력을 필요로 한다는 기초적인 상식도 몰랐단 말인가? 아직도 영어 실력이 Yuji가 안 되나? 통역이 있으니 외국어는 그에게 맡기면 그만인가? 마치 논문은 베껴 쓰면 그만이라는 심정으로? 그런 식의 방법은 잡스런 대학에서나 가능하지 국제무대에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이미 시작된 경제파탄과 제2의 코로나 사태로 2022년과 2023년의 대한민국의 미래가 극도로 어두운데도 불구하고 이른바 ‘윤핵관’은 마치 승전군이 전리품을 가지고 싸우듯 권력 놀음에만 몰두하며 정국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정권이 바뀐 지 두 달이 넘어도 윤석열 김건희는 '놀이'에만 빠져 있고 윤핵관들과 더불어 전정권 탓만 하고 있다. 문제는 쌓여가는데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하면서 말이다. 이런 처참한 수준의 아마추어 정권은 한국 근현대사에서 처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잘 말씀하신 대로 한 나라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러므로 국민에게 잘하면 본인이 싫다고 해도 국민은 그에게 권력을 위임한다. 그런데 현재 윤핵관들은 국민은 아랑곳 않고 자기들끼리 권력 싸움에 몰두하며 문자 그대로 서로 이마를 댄 채로 쌈박질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 편에 선 국민은 그런 한심한 짓을 용인하고 있다. 승자의 권리라면서 말이다. 겨우 0.73%p 차이의 신승을 거둔 주제에 그것도 모자라 두 달 내내 갈 짓자 걸음만 계속한 주제에 무슨 권리를 내세울 수 있다는 말인가?
게다가 국면 전환을 위해 내놓은 카드가 겨우 북풍이다. 북으로 넘어간 공무원으로 여론 몰이가 안 되니까 살인을 저지르고 남으로 온 범인을 두고 인도주의 프레임을 씌어 찻잔 안의 북풍을 만들려 하고 있다. 그런데 국민의힘이 이런 ‘뻘짓’을 하고 있는데도 민주당은 뜨뜻미지근한 반응만 지속하고 있다. 어차피 망할 정권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는 셈인가? 아니면 벌써 부자 몸조심 모드에 들어간 것인가?
문제는 윤석열 김건희 한동훈 그리고 윤핵관들의 전횡이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는 사실이다. 국운이 기울려다 보니 이런 자들이 설치도록 모든 정치가, 나아가 많은 국민이 허용한 것이다. 이를 어쩐다는 말인가? 근심 걱정으로 잠이 오지 않아 오늘도 전전반측해야 할 모양이다. 어쩌다 이지경이 된 것일까? 하늘의 운행을 한 사람이 자세히 이해할 수 없는 법이니 더욱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