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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Jul 26. 2022

기소 독점주의에서 ‘권력 독점주의’로?

한국의 엘리트주의적 집단의식이 나라를 파국으로 몰고 있다.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 1854~1900)의 유일한 소설인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The Picture of Dorian Gray)에 나오는 바질이 해리 경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You never say a moral thing, and you never do a wrong thing.”     


그렇다. 윤리를 논하지 않으면 잘못을 저지르지 않게 되는 법이다. 왜냐면 윤리를 모르는 자는 부도덕한(immoral) 것이 아니라 무도덕한(amoral) 존재가 되기 때문이다. 곧 자신이 저지르는 행위를 도덕의 잣대에 잴 생각조차 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자기가 하는 모든 짓이 다 용서가 되는 법이다. 이른바 내로남불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는 말이다.    


요즘 한국 사회에서 가장 핫한 삼총사인 윤석열 김건희 한동훈을 보면서 이 구절을 떠올리지 않을 없다. 워낙 법을 ‘주무르다 보면’ 자신이 법을 초월하는 존재가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 이회창 이후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법 좀 만져본 자들, 곧 김기춘, 우병우 등이 공통적으로 보인 모습이다. 그 모습을 오늘날 윤석열과 한동훈에게서도 발견하게 된다.     


워낙 법을 잘 아는 이른바 ‘법꾸라지’라서 법의 경계선에서 재주 부리는 자들이다. 그래서 불법이 의심되는 경우에도 ‘공소시효 만료’라는 전가의 보도를 휘두르며 부도덕이 아니라 무도덕의 행위를 서슴지 않는다. 문제는 무도덕한 행위를 한 자를 제재할 법적 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은 겉으로 드러난 행위를 심판하기에 아무리 부도덕하고 무도덕한 것이라도 그 불순한 동기를 근거로 벌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무도덕한 자들은 자신의 쾌락의 추구도 매우 뻔뻔하게 정당화하기 마련이다.  

   

다시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에 나오는 리 경이 도리안에게 한 말을 인용해 본다.   

  

“the only way to get rid of a temptation is to yield to it. Resist it, and your soul grows sick with longing.”     


그렇다. 인간은 유혹에 잘 넘어가는 아주 미약한 존재이기에 차라리 쾌락에 빠져버려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윤김한 삼총사는 이제 대한민국 사회에서 최고의 권력을 쥐었다. 비록 그것이 겨우 0.73%p의 차이로 주어진 것이라도 권력은 권력인 것이다. 원래 인간은 쥐꼬리만 한 것이라도 권력을 쥐면 휘두르고 싶은 유혹에 쉽게 넘어가기 마련이다. 이른바 밀그램의 실험(Milgram Experiment), 곧 미국 예일대학교의 심리학과 조교수 스탠리 밀그램(Stanley Milgram, 1933~1984)이 일반 참가자를 대상으로 행한 권위에 대한 복종에 관한 실험에서 잘 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하물며 대한민국 사회의 최고 권력이면 말 다한 일 아니겠는가?   

  

그런데 그 ‘권력’이라는 것이 해외까지 미치지는 않는 법 아닌가? 그래서 NATO에 패션쇼를 하러 가서는 아무런 ‘재미’를 보지 못하여 샐쭉한 차에 국내에서나마 다시 그 권력을 맘껏 부리며 사달을 내고 싶은 모양이다.      

그 사달이 이제는 ‘검찰 직접 수사 복원’도 모자라 ‘경찰국 신설’에 이르러 14만 명의 경찰을 쿠데타 세력으로 몰고 가는 지경에 이르렀다. 윤석열 스스로 말한 대로 ‘겨우 5년짜리 권력’인데 이러고 있다. 5년 후에 그 뒷감당을 어찌하려는지 참으로 모를 일이다.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의 결론부에서 추악한 몰골의 초상화를 찢어버리지만 결국 현실의 자신을 스스로 죽이는 도리안은 갖은 수단으로 자신의 겉모습을 조작한 자가 필연적으로 맞이해야 할 최후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는 사실 분에 넘치는 권력을 탐닉하는 자들이 공통적으로 맞이할 운명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권력에 집착하는 것이 바로 한국의 얼치기 엘리트들 아닌가? 그리고 그 주변에서 설치는 똥파리들이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바라지도 않고 그저 최소한 도덕성만이라도 보여주기를 바랄 뿐인데, 지금 윤김한 삼총사와 그 주변의 똥파리들이 보여주는 꼴을 보면 그마저도 언감생심 아닌가?      


사실 이들이 이리 설쳐댈 수 있는 근원은 한국의 ‘엘리트주의’에 있다. 그리고 그 뿌리는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시대에 문반과 무반이 합쳐져 양반 제도가 수립되었지만 ‘과거시험’으로 등용된 문반들이 행정만이 아니라 군사를 포함한 모든 권력을 손아귀에 틀어쥐던 버릇이 여전히 이어온 것이다. 그렇게 독점한 권력을 누리며 이른바 떵떵거리고 살아간 것이 양반이다. 오죽하면 법을 어겨가면서 임금이 사는 대궐보다 더 큰 100칸 이상의 집을 짓는 호기까지 부렸을까? 그래서 일반 백성들도 정권을 쥔 자들을 비난하면서도 자기 자식은 출세하기를 바랐다.      


그 정신이 오늘날에도 면면히 이어져 서울대 법대, 고시, 검찰로 이어지는 엘리트 코스를 자기 자식이 밟고 강남의 국적불명의 패가 달린 고대광실에서 떵떵 거리며 살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이 대한민국의 부모 아닌가? 그래서 자식이 공부만 잘하고 출세만 한다면 다른 모든 무도덕이고 부도덕이고 자시고 간에 다 용서가 되는 세상을 만든 것 아닌가 말이다. 나라가 망한다 해도 내 자식만 권력을 누리고 잘 먹고 잘 살면 그만 아닌가? 어차피 한 번 사는 YOLO 인생이니 말이다.        


이런 타락한 집단의식 속에서 자란 대한민국의 엘리트들이 검찰에서 누려온 기소 독점주의가 주는 쾌락에 중독되어 이제는 이른바 ‘권력 독점주의’를 도모하는 모양새를 보면서 대한민국의 ‘타락’이 이리 빨리 이루질 수도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게 된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윤김한 삼총사가 한국 사회의 타락, 곧 무도덕한 사회로 전락하는 데 원인 제공자가 아니라 하나의 징표일 뿐이라는 사실에 있다.    

  

40이 되기 전에 강남의 펜트하우스에 살며 30억 이상을 모아 파이어족이 되어 외제 차를 몰고, 외제 사치품으로 몸을 도배하고, 골프장을 들락거리고, 해외여행을 수시로 다니며 찍은 사진을 인스타에 올려 플렉스 하는 것이 오늘날 대한민국 MZ세대 대다수의 ‘꿈’인 사회에서 누가 감히 윤김한 삼총사에게 돌을 던질 수 있다는 말인가?     


<요한복음> 8장에서 예수는 죄 없는 자가 먼저 간음한 여자에게 돌을 던지라고 권유하였다. 그런데 그 당시 유대인들은 양심이 있었나 보다. 기세 등등하던 늙은이부터 돌을 땅에 내려놓고 결국 모여 있던 모든 사람이 조용히 물러갔다. 그런데 요즘 한국은 부도덕은 말할 것도 없고 무도덕한 자들에게 돌을 던질 생각조차 할 엄두가 나질 않는 모양이다. 정말로 무도덕이 한국사회의 시대정신이자 집단의식이 되어서인가?    

  

원래 건전한 사회의 엘리트들은 도덕적으로 매우 정결하다. 그러나 건국 이후 한국 사회를 ‘지배’한 엘리트들이 보여준 모습은 그 정결과 거리가 멀다. 결국 그들이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살다 가는 것’이 꿈인 사회를 만든 장본인인 것 아닌가? 부도덕한 사회보다 더 사악한 무도덕한 사회가 되어 버린 2022년 7월의 대한민국을 보면서 그저 탄식만 해야 되는 처지가 너무나 비참하다. 바라건 데 서울대 법대 출신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가 다 ‘저 모양 저 꼴’이 아니기 만을 빌뿐이다. 저축에는 수십 년이 걸리지만 탕진에는 반나절도 안 걸리고, 공덕을 쌓는 것은 평생이지만 그것을 무너뜨리는 것은 단 하루도 안 걸리는 법이다. 부디 대한민국이 지금까지 간신히 쌓아 올린 국격이 윤정권 아래서 신음하다가 몰락의 길을 걷지 않게 되기를 천지신명께 빌어보아야 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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