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rancis Lee Aug 19. 2022

국민대 교수들의 집단지성이 바른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어차피 막가는 세상인데 즐겨야 맛이다.

김건희가 김명신이던 시절에 쓴 관상 앱 ‘Anyta’를 주제로 한 글을 재심사할지 여부를 놓고 국민대 교수회 전체 회원을 대상으로 한 투표 결과를 놓고 여론이 들끓고 있다. 교수회가 중심이 되어 자체 검증을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안건은 전체 교수 407명 가운데 77.1%인 315명이 참여하여 반대 193명(61.5%), 찬성 121명(38.5%)으로 거부되었다. 국민대 교수회는 “우리 결정이 어떤 방향이더라도 이는 교수회의 집단 지성의 결과”라고 선언하였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언론과 여론이 들끓고 있다.  

    

‘국민대가 대학이냐?’ ‘교수 자격이 있냐?’ ‘국민대는 Yuji대냐?’ ‘61.5%도 표절 교수냐?’    

 

그러나 나의 개인적인 생각으로 국민대 교수들의 이번 판단은 옳았다. 나는 김건희, 아니 김명신의 글을 작년에 이미 자세히 다 읽어 보았다. 개인적으로 사람들의 사주를 봐주는 일을 취미 삼아하고 있기에 그 글의 주제가 관상이라고 하여 흥미가 동했던 것이다. 그 글을 다 읽고 내린 결론은 간단했다. 두 번 읽을 필요가 없다.


그래서 그 글을 더 이상 심사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국민대 교수들의 집단 지성에 존경을 표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듣자 하니 윤석열의 ‘절친’이라는 신평이라는 자가 김명신(aka 김건희)의 박사학위 논문을 거론하며 ‘그 정도 표절은 흔하다.’는 헛소리는 거리낌 없이 했단다. 그런데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온 신평은 그 논문의 표지도 본 적이 없다고 고백했단다. 정말로 ‘안 봐도 척’인 도사들이 도와주나?  

   

그러니 김건희도 아니고 김명신이던 시절에 쓴 관상에 관한 글을 고매한 대학 교수들이 또 들여다본들 무슨 소용이 있다는 말인가? 그 글을 다시 검토하여 표절률이 50%가 넘고 내용이 부실하여 어마어마한 ‘박사 학위’라는 타이틀을 붙이기에 송구스럽다 한들 무슨 소용이냔 말이다. 눈만 버릴 뿐이다. 그 시간에 교수들이 각자 전공에 더 매진하여 훌륭한 논문을 쓰는 것이 국민대의 면목을 세우는 일이 될 것이다.

    

김건희, 아니 김명신의 글들은 이제 학계가 아니라 정치계에서 이전투구의 대상이 된 것들이다. 그런 것을 놓고 더구나 수준도 떨어지는 글을 놓고 학자들이 논쟁을 벌인다는 것은 격에 맞지 않는다.   

  

내가 개인적인 호기심으로 읽어본 김명신의 글은 물론 문제가 많다.     


일단 제목부터 맘에 안 든다.     


아바타를 이용한 운세 콘텐츠 개발 연구 - ‘애니타’ 개발과 시장적용을 중심으로

A Study on the Fortune Contents Development Using an Avatar     


‘Member Yuji’로 드러난 김건희, 아니 김명신의 영어 실력은 이제 지나가던 개도 아는 수준이니 굳이 더 논하고 싶지는 않지만 사실 너무 했다. 아마 ‘구글 번역기’도 제대로 돌리지 못한 모양이다. 부제는 아예 번역도 안 했다. 자신이 없었나?      


심사위원장과 심사위원들의 서명 날인에 대하여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는데 내 눈으로 직접 보니 그런 소문이 날만도 하다. 5명의 서명 필체가 너무 닮았다. 전문가가 검토를 해야겠지만 내가 본 통상적인 박사논문의 서명 날인 관행과는 너무 다르다. 뭐 자기들끼리 뭔 짓을 하든 상관없다. 이 5명이 자기가 직접 쓴 것으로 위에 쓴 필체에 맞추어 쓴 것이라고 끝까지 버티면 당해낼 재간이 있겠는가? 아니면 이 5명이 원래 형제와 같은 우의가 깊다 보니 필체마저 닮아간다고 주장한다면? 눈물이 나겠다.  

   

문제가 된 논문 초록을 보면 더 가관이다.  

   

이미 언론에 밝혀진 대로 영문 초록은 2002년 김영진이 발표한 <인터넷 쇼핑몰에서 e-Satisfaction에 영향을 주는 요인 연구>라는 제목의 석사 논문에 나오는 것을 거의 그대로 베껴 쓴 것으로 94%라는 놀라운 표절률을 보인 것이니 살펴볼 가치도 없겠다. 물론 박사 논문에 얼마든지 석사 논문을 인용한다. 그러나 영문 초록을 그대로 들어서 Ctrl+C, Ctrl+V 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 참 대단한 김건희, 아니 김명신이다. 얼마나 정성스럽게 표절을 했는지 문법적 오류와 오타도 그대로 알뜰하게 살아 있다. 도사의 법력으로도 이런 것은 못 잡아내나 보다. 게다가 오마이뉴스가 지적한 대로 김명신의 논문과 전혀 상관없는 내용도 삭제하지 않고 그대로 표절했다. (참조: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854796)

    

이것도 모자라서 아예 한글 본문도 다른 논문을 표절했다. 2002년 구연상이 쓴 <디지털 컨텐츠와 사이버 문화>의 내용 가운데 여러 문장을 각주도 없이 통째로 베껴 쓴 것이다. (참조: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855545&utm_source=dable)     


본문 격인  내용인 45페이지에서 117페이지에 이르는 ‘제3장 아바타를 이용한 운세콘텐츠 시장적용을 위한 조사’와  ‘제4장 운세 콘텐츠 브랜드 ‘애니타’ 개발 방안’은 이미 남이 개발해 놓은 ‘Anyta’라는 앱을 놓고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내용을 정리한 것뿐이다. 그런데 이 내용이 순수한 본문의 양이 126페이지에 불과한 글의 절반이 넘는 73페이지나 차지한다.    

   

200자 원고지 700매가 채 안 되는 적은 양의 글을 쓰는 것이 이리 벅찬가?       


이 모양인데 “인용을 하지 않고 그대로 쓰고 자기의 지적 소산인 것처럼 꾸미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런 경우에는 분명히 책임을 져야 된다.”라고 말한 신평은 “다만 김 여사 논문의 지도 교수인 전승규 교수가 그 논문이 여러 가지 면에서 훌륭하고 독창적이다 하는 그런 평가를 내렸다는 말은 제가 직접 전해 들었다.”며 끝까지 뻗댄다.      


이런 지경인데 김건희, 아니 김명신의 글을 다시 학문적 잣대를 들이대고 검토를 한다고? 아서라. 그 시간에 차라리 삼겹살에 소주를 곁들여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나으리라. 그리고 다음날 일어나 숙취에 해장술 한잔 더 하고 11시쯤 느지막이 출근하여 조교를 닦달하여 커피 한잔 시켜 마시면서 교수 연구실 창 밖에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며 오늘 저녁에는 어디서 파전에 막걸리 한 사발 땅겨볼지를 고민하는 것이 대한민국에서 갑질 교수 생활하는 참 맛이 아니겠나?

작가의 이전글 윤석열은 모자가 아니라 구두를 미안해해야 했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