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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Sep 01. 2022

독일알프스길에서 만나는 알고이 지방의 향취

알프스의 역사를 몸으로 배운다

알프스 산맥을 배경으로 한 알고이 지역


퓌센을 지나 독일의 가장 남쪽에 있는 최대의 호수인 보덴제의 린다우 (Lindau)를 향해 가는 길에서 만나는 오버알고이 (Oberallgäu)는 독일 남부 지역에서도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더욱 순수한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곳으로 유명하다. 이 지역에는 10개의 자연보호지역과 23개의 자연경관보호지역이 지정되어 있다.  또한 바이에른 정부가 지정한 85곳의 게오톱 (Geotop)도 있다. 게오톱은 일정한 생태계를 의미하는 비오톱 (Biotop)안에서 전개된 무생물과 관련된 생화학적 지구 역사의 흔적을 말한다. 미국에서는 그랜드캐년이 가장 유명하다. 비록 그랜드 캐년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알고이 지방에도 이런 풍광이 문자 그대로 널려 있다.


남쪽을 오버알고이라 하고 북쪽을 니더알고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순전히 고도 때문이다. 지리적 특성상 남쪽의 알프스산 쪽으로 갈수록 고도가 높아지고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평지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물론 미국의 그랜드캐넌과 같은 웅장한 맛은 없지만 알프스 산자락의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알프스는 프랑스에서 시작하여 오스트리아에 이르는 거의 1,200km의 길이로 늘어선 장대한 산맥이다. 그만큼 보여주는 자태도 다양할 수밖에 없다.


이 산맥은 1억 3,500만 년 전부터 시작된 지각변동으로 아프리카 대륙과 유라시아 대륙이 충돌하여 형성되었다. 원래 바다 밑에 있던 대지가 위로 솟아 산맥을 이루는 바람에 곳곳에 소금광도 형성되었다. 그리고 알프스 산맥은 무엇보다 로마제국이 게르만 지역을 공략하는 데에 커다란 장애가 되어 실제로 로마제국은 최전성기에도 게르만 지역의 일부에만 침투할 수 있었다. 그 정도로 험준하여 오랫동안 자연 방어선이 되어준 것이 바로 알프스다.


알프스 산맥을 배경으로 한 일러 강변의 알고이 마을 이멘슈타트 전경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알프스라는 명칭은 그리스어로 흰 밀가루를 의미하는 alphita에서 왔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인도 게르만어로 역시 흰색을 의미하는 albos와도 연관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4,000m 이상의 높이의 수백 개의 산이 늘어서 있으면서 늘 빙하가 존재해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의 지구온난화로 알프스 지역의 빙하조차도 녹아내리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1980년까지 원래 있던 빙하의 절반 정도가 녹은 것으로 측정되고 있다. 그리고 1980년부터 현재까지 약 20~30%가 추가로 녹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의 영향으로 이 지역의 식물들의 종도 줄어들고 있는 데다가 관광객들이 자연을 파괴한 것이 더해져 알프스산맥 자체가 신음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스위스 알프스의 아이거와 묑히 산


그러나 막상 오버알고이 지역에 가보면 자연은 여전히 변함이 없어 보인다. 인간이 파괴해 버리기에는 너무나 장대한 자연의 모습이다.  참고로 알프스산맥 지역에는 약 4,500 종류의 식물이 자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물에 관한 통계 자료는 정확한 것은 없다. 그러나 학자들의 추정으로는 약 3만 종류의 동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버알고이는 지역이 넓고 마을들도 비교적 작다. 그서 이 지역의 향취를 제대로 누려보고 싶다면 캠핑을 추천한다. 그런데 독일의 캠핑은 한국과는 사뭇 다르다. 술을 곁들인 삼겹살 구이 파티는 꿈도 꿀 수 없다. 다만 자연과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 인간이 자연에 동화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이 지역 전체가 워낙 경관이 빼어나 캠핑장도 많다. 그리고 카라반부터 텐트까지 다양한 옵션이 주어진다. 그러나 그 어떤 수단을 택하든 자연을 있는 그대로 즐기는 데에는 차이가 없다.


알프스산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서 하루, 또는 며칠을 캠핑하며 보내고 싶다면 당연히 오버스트도르프 (Oberstdorf)에 있는 캠핑장을 권한다. 그러나 외국에 와서까지 텐트 장비를 설치하고 철수하는 ‘고생’을 하고 싶지 않다면 알프제 (Alpsee) 호숫가의 럭셔리 캠핑장에서 호수를 바라보며 사우나를 즐기며 느긋한 하루를 보낼 수도 있다. 그렇다고 가격이 비싼 것도 아니다. 하루 캠핑에 16유로, 사우나 이용에 6.5유로, 욕실 사용에 19유로면 족하다. 물론 여기에서도 자연은 아주 가까이 있다. 호수 근처에는 당연히 호텔도 있다. 선택은 자유다. 어차피 독일알프스길의 서쪽 종착지인 보덴제 호수 (Bodensee)까지의 거리도 가까우니 서두를 필요도 없다.

  

오버스도르프 전경

 

구름 없는 날 밤에 오버알고이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영원히 잊기 힘들 것이다. 사실 독일 자체가 도시에서도 숲을 많이 볼 수 있는 나라이기에 굳이 시간과 돈을 들여가면서 이런 시골을 와봐야 하는지 의문이 들 수 있다. 문자 그대로 독일의 대도시도 친환경에 많이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프스산맥을 따라 여행을 하다 보면 왜 이 지역은 반드시 와보아야 하는지를 스스로 깨닫게 된다. 5월임에도 고도에 따라 4계절을 모두 경험해 보는 것은 매우 색다른 기쁨을 준다. 산자락에 수많은 오월의 꽃이 피어 있지만 산 정상에는 만년설이 변함없이 여행객을 반긴다.  

 

오버알고이와 그 주변의 관광을 비롯한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주소: https://www.oberallgaeu.org/) 물론 추가적인 자세한 정보는 이 동네에 있는 관광 안내소에서 얼마든지 확보가 가능하니 미리 준비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내가 갈 장소를 미리 자료를 통해 가보는 즐거움도 여행의 매력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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