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패거리의 차기 총선 노림수가 보인다.
윤석열의 주요 공약인 이른바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례법’의 윤곽이 나왔다. 종 상향을 포함한 여러 정책을 동원하여 결국 제1기 신도시의 재건축을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내용을 보니 문자 그대로 파격적이다. 통상 30년인 재건축 기준을 20년으로 단축하고 건물의 안전도 검사를 실질적으로 아예 없애버린단다. 그리고 용적률을 500%까지 올려 초고층 아파트 건축을 무제한 허용하겠다나? 결국 재건축이라는 부동산 투기의 미끼를 던져 부동산 투기의 환상에 여러 사람을 또 빠뜨릴 작정이다.
사실 아무리 좋은 계획도 국회에서 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민주당이 이런 부동산 투기 정책에 호락호락 동의할 리가 없다. 그래서 재건축을 촉진하는 법 개정을 미끼로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을 다수당으로 만들어 달라는 수작이다. 이 조치와 관련된 이들의 숫자를 얼추 계산해 보니 1기 신도시만이 아니라 지방 도시까지 포함한다면 수백만 명까지 늘 수 있다. 수백만 명이면 내년 총선을 문자 그대로 뒤집을 수 있는 엄청난 숫자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은 ‘겨우’ 27만 표 차이로 당선되지 않았던가? 그러나 이것이 다가 아니다. 윤석열의 노림수는 두 가지가 더 있다.
윤석열은 국민의힘에 기반이 전혀 없이 들어갔다. 그래서 내년 총선에서 자기 지지 세력을 구축하기 위하여 혈안이 되어 있다. 그래서 꼭두각시나 다름없는 김기현을 당대표로 만들기 위한 작업을 문자 그대로 ‘불도저’처럼 밀어붙이고 있다. 그를 뒤에서 조정하여 내년 총선의 공천권을 장악하겠다는 속셈이다. 여기에 더해 중선거구제의 불을 지피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수백만 명의 친 국민의힘 유권자 확보, 공천권 장악, 중선거구제 도입이 이루어진다면 윤석열의 꿈인 권력의 영구 독점이 이루어진다. 검사 시절 기소 독점의 권력을 누린 즐거움을 이제 정치에서도 누려볼 작정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것이 반드시 헛꿈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김기현 주변의 이른바 후보들이 추풍낙엽이 되어 버리는 꼴을 보니 그런 예감이 더욱 분명히 든다. 게다가 국민의힘의 ‘초짜’ 50명이 들고일어나 ‘명령만 하소서! 우리가 따르리다!’ 하며 찬송가 합창하듯 광분하는 판국이니 더욱 그렇다. 국회에 신선한 피를 공급하는 것은 고사라고 권력욕에 찌든 독재 정권의 시녀들에게서나 볼 수 있는 작태를 국민의힘 초짜들이 벌이는 모습을 보니 모골이 송연해질 정도다. 한국의 정치계가 워낙 썩은 바닥이지만 이 지경일 줄은 정말 몰랐다.
많은 사람들은 윤석열 정권이 종식되면 그와 김건희를 둘러싼 ‘비리’가 윤석열을 이명박과 박근혜가 간 길을 따르게 만들 것이라고 생각 중이다. 그러나 이는 지나치게 나이브한 생각이다. 윤석열은 정치권력을 감시하고 심판하는 일을 평생 해온 인물이다. 정치와 정무 감각은 제로일지 모르나 권력의 속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런 그가 권력자의 정권 말기와 그 이후 비참해지는 사달을 모를 리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정권을 내놓을 생각이 조금도 없다.
대통령제의 정치판에서 정권을 계속 유지하는 방법은 오직 하나, 의회 권력의 장악이다. 사법 권력을 손아귀에 틀어쥐고 행정도 장악한 마당이니 이제 입법 권력만 확보하면 천하 통일을 이룰 수 있는 것 아닌가? 삼권분립에는 ‘개 사과’나 던지면서 말이다. 권력이라면 사죽을 못쓰는 자들이 모인 국민의힘에서 이런 ‘꿈’을 이루는 것이 파벌이 많은 민주당보다 훨씬 쉬울 법도 하다.
재선이라는 이해타산이 맞아떨어지면 염치나 지역구민과의 약속은 헌신짝처럼 버릴 수 있는 ‘초짜’ 국회의원이 절반에 가까운 50명을 데리고 있는 국민의힘 아닌가? 어차피 재선만 될 수 있다면 심지어 악마에게도 얼마든 영혼까지 팔 수 있는 자들이다. 그들이 원하는 공천을 주고 충성 맹세를 받아내면 그만이다. 게다가 공천 약속도 안 했는데 초짜 50명이 알아서 기면서 나경원을 집단 린치하고, 바로 그다음 날에는 10명이 몰려가 다시 2차 가해까지 서슴지 않는다. 이 어찌 가소롭지 않은가? 이런 정당이라면 문자 그대로 날로 먹을 수 있다.
물론 윤석열에게 최선은 일본의 자민당의 길을 가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자민당처럼 보수 세력을 규합하고 의원내각제가 확립된다면 윤석열은 당내 최대 계파의 보스가 되어, 죽는 날까지 하늘 우러러 한 점 떨림 없이 권력을 가지고 놀게 될 것이다. 그 첫 단계가 바로 중선거구제 아니겠나?
문제는 이런 마스터플랜에 유권자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한국의 유권자들은 어차피 사분오열되어 있고, 선전선동에 쉽게 놀아나며, 돈 귀신을 뒤집어쓴 지 오래되지 않았나? 더구나 부동산이 폭락한다는 찌라시의 가짜 경고에 경기를 일으키고 있는 판이니 슬쩍 부동산 폭등의 암시만 주어도 부화뇌동할 것이 뻔하지 않은가. 그 돈방석에 앉는 길이 바로 국민의힘에 표를 몰아주는 것이라는 선전선동이 총선 기간에 먹혀들 것이 뻔하다.
그러나 실제로 용적률 500%가 현실화한다고 해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할까? 분당이나 일산과 같은 일부 지역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어느 정도 상승하겠지만 그 가격을 상쇄하는 현상이 다른 지역에서 발생할 것이다. 결국 자본주의 제도라는 것이 ‘제로섬 게임’ 아니든가?
이런 ‘더러운’ 정치판의 계략에 ‘소탐’하는 국민이 많아지면 결국 ‘대실’하는 것은 바로 국민, 특히 서민 자신일 뿐이다. 그러나 현재 국민은 처절히 분열되어 있고 각자의 이익을 대변할 세력도 없으니 그저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내년 총선의 ‘불길한’ 결과가 벌써 예측된다. 참으로 우울한 밤이 아닐 수 없다. 용적률 500%? 잠들면 악몽을 꾸게 될 것 같다. 구약의 바벨탑이 무너지듯 초고층 아파트로 상징되는 권력욕과 물욕으로 광분하는 한국 사회가 결국 무너질 것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