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행보가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권력을 장악한 이후 1년이 채 안 되었지만 그동안 이루어진 변화를 보면 신천지가 개벽하고 있는 느낌이다. 오늘 윤석열이 프랑스의 마크롱에 이어 바이든의 2번째 국빈으로 미국을 방문하게 된다는 뉴스가 언론을 뒤덮었다. 정순신 아들의 학폭과 이른바 ‘계묘국치’ 사달이 한방에 잠잠해졌다. 언론에 두 사건은 이제 거의 보도되지 않는다.
한반도 주변의 열강이 한미일 대 북중소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은 한국전쟁 이후 처음이다. 미국의 패권주의가 이제 본격적으로 세계를 지배할 모양이다. Pax Romana 이후 2,000여 년 만에 Pax Americana가 확실리 구현되다니 내가 역사의 한가운데 있는 기분이 들 정도다. 1950년대 이후 소련과 대립한 냉전이 1990년 소련의 붕괴로 소멸되었다. 그 이후 미국은 꾸준히 dictator perpetuo의 기반을 다져왔다. 이에 위협을 느낀 독일과 프랑스가 주축이 되어 유럽연합을 세웠지만 유럽에서 미국의 충견을 자처하는 영국이 몽니를 부려 삐걱거리게 되었다. 그러다가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특히 미국의 눈엣가시였던 독일을 사실상 제압하게 되었다. 독일이 항복의 제스처로 미군기를 도입하겠다는 약속을 한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마지막으로 맞짱 뜨려고 몸집을 불리고 있는 중국을 칠 준비를 하고 있다. 미국이 그리는 큰 그림이 드디어 동아시아에서 완성을 볼 모양이다. 어차피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이 뜰 수 없을 바에야 가장 센 놈에 붙는 것이 일견 현명해 보인다.
현재 미국은 정치 경제 문화의 모든 면에서 세계 최고의 국가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특히 군사력은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국가가 힘을 합쳐도 상대가 안 된다. 사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NATO로 유럽을 완벽히 통제해 왔다. NATO는 오로지 소련의 서유럽 장악을 막기 위해 만든 기구다. 다만 아시아에서 중국에 맞서는 연합전선을 아직 완성하지 못했다.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동안 필요가 없었을 뿐이다. 그러나 중국이 러시아를 제치고 미국에 맞서는 이른바 G2의 지위에 성큼 다가간 것을 보고 이제 칼을 빼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일본은 패전 이후 진작 미국의 충견 노릇을 했지만 그동안 한국은 만만치 않았다. 한국의 고유한 민족주의는 동아시아에서 미국이 맘대로 하는 데 걸림돌이 되어 왔다. 특히 정권 말기 박정희가 미국의 카터와 첨예하게 대립한 사달을 잘 기억하고 있는 미국은 한국 길들이기에 그동안 공을 들여왔다. 그러나 북한과 대립하는 한국의 특수한 상황은 미국 주도의 패권주의의 논리를 다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미국은 13,000km 떨어져 있지만 중국은 황해를 건너면 코앞에 보이는 세력이다. 그리고 한국의 제1 교역 상대가 중국이었다. 게다가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한 군사 강국이다. 비록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고 미군 기지가 남한 주요 지역에 배치되어 있지만 실제로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미군의 전개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현대전에서 초기 1주일이 전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을 고려할 때 이는 치명적 약점이 된다.
그러한 한국의 민족주의와 일본과의 갈등은 미국에 골치 아픈 문제였다. 그 문제로 일본과의 관계는 모든 정부에서 뜨거운 감자였다. 그런데 이제 윤석열이 쾌도난마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여러 군소리들이 나오지만 결국 윤석열을 막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윤석열의 뒷배가 미국과 일본이라는 정황이 분명해진 이상 막을 길이 없다. 더구나 윤석열을 지지하는 콘크리트 지지층이 이재명의 콘크리트 지지층을 훨씬 능가한다. 게다가 민주당은 분열 직전에 있다. 사분오열된 야당 의원들은 오직 내년 총선에서 재선 하는 것 말고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또한 행정부와 당을 이미 검찰 출신으로 장악하고 이제 김기현을 내세워 내년 총선의 공천권마저 손아귀에 넣고 다수당을 이끌게 되면 윤석열은 대한민국 근세사에서 군사독재 정권 이후 최초로 행정부와 입법부를 완전히 장악한 정치가가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 내부의 정적, 그 가운데 민족주의 진영과 진보좌파 진영을 완전히 제압하게 될 것이다. 이런 압도적인 권력 집중은 과거 군사 정권 시절 말고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일이 여기까지 진행된 것이 윤석열의 원맨쇼는 결코 아니다. 문재인에 대한 근원적인 증오와 민주당 내부의 수박들의 야합이 지난 대선이 비록 0.73%p 차이였지만 윤석열의 승리로 돌아간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다. 노무현 대통령님의 말씀대로 다 운명인 것인가?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이후 사달이 지속되었다. 청와대 입주 거부, 국방부 이전, 외무장관 공관 입주, 이태원 사태 무시에 이르기까지 위기가 이어졌다. 그러나 윤석열에 대한 콘크리트 지지는 전혀 변함이 없었다. 이제 김기현까지 당대표로 만들었으니 윤석열에게 더 이상 막힐 일은 없다. 물론 이재명이 최대의 걸림돌이다. 그러나 이 정도로 검찰력을 동원하면 이재명을 죽이지는 못해도 일정 기간 동안 마비시킬 수는 있는 일이다.
여기에 더해 일본과 미국의 정상과 삼각편대를 이루는 틀을 완성하면 한반도는 북한과 중국을 정면으로 마주하여 전쟁 준비를 하는 전대미문의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미국무부 대변인이 언급한 한미일 확장억제협의체가 그 구체적인 기구가 될 것이다. 누구나 상식적으로 알 수 있는 것처럼 한반도에서 그 어떤 형태의 전쟁이 발발해도 한국은 자국의 군대를 지휘할 아무런 권한도 힘도 없다. 그저 미국의 지휘 아래 연합군의 일원으로 참여할 수 있을 뿐이다. 내 나라를 내 맘대로 지킬 수 없다는 말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생해도 철저히 미국의 국익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될 것이다.
어쩌다 여기까지 왔는가? 그런 질문은 이제 무의미하다. 앞으로 한국이 처한 경제적 국제정치적 위기에 대처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한국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볼 수 있듯이 국제적인 차원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그 전쟁이 벌어지는 땅에 있는 민간인은 그 전쟁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다. 민족주의와 애국주의의 광풍에 밀려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완전히 제압당하게 된다. 전쟁을 거부하거나 반대하는 자는 매국노로 몰려 합법적인 방식으로 ‘처단’된다. 전쟁이 나면 국민은 사람이 아니라 전략 물자가 될 뿐이기 때문이다. 전쟁에 도움이 되지 않는 국민은 마치 쓸모없는 물건처럼 처리되기 마련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누구를 위한 전쟁인지를 묻는 것조차 반역자의 외침이 되어 버린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이틀 만에 이승만과 그 패거리는 서울을 버리고 한강을 넘어가 버렸다. 그러고 나서 바로 서울의 유일한 피난 길인 한강철교를 폭파시켰다. 전황이 더욱 불리해지자 아예 일본에 망명정부를 수립할 계획까지 세웠다. 그러다가 미군과 유엔군의 도움으로 천신만고 끝에 서울을 수복하자 이승만과 그 패거리는 승전군의 우두머리가 되어 다시 보무도 당당하게 서울로 들어왔다. 그런 와중에 자신의 명령으로 한강철교를 폭파시킨 자를 사형에 처하는 세심함도 보였다. 그러고 나서는 북진통일을 주문처럼 외우기만 했다. 오죽하면 미국도 이승만을 못 믿어 군사적 지원을 꺼렸을까?
한국전쟁이 끝나도 이승만은 계속 정권 장악에만 온 정신을 기울였다. 나라가 망하든 말든 자신의 권력만 유지하면 그만이었던 것이다. 미국의 지지만 얻으면 정권 유지는 얼마든지 보장되는 구조에서 무서울 것이 없었다. 더구나 비록 한 때 한일운동을 했지만 국내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친일 세력의 지지를 등에 업고 있으나 양 날개를 단 셈 아니던가?
이제 윤석열이 이승만의 길을 가려고 한단다. 국제적으로는 미일과 삼각편대를 이루고 국내적으로는 '묻지 마' 지지를 하는 콘크리트 세력인 '토착왜구'라는 든든한 빽이 있단다. 그래서인가? 평생 기생충을 가까이해 온 서민이 이승만과 윤석열에 공통점이 있다고 ‘썰’을 풀었단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온 언론이 이를 알뜰히 보도한다. 그래서 뭔 이야기인지 궁금하여 그가 페이스북에 쓴 글을 찾아보았다. 그런데 글이 참으로 초라하다.
‘제목 이승만대통령과 윤대통령의 공통점
이승만 대통령: 아무것도 없는 나라에서
반공포로 석방같은 벼랑끝 전술로
한미동맹 이뤄냄
그덕분에 자유민주주의 지키고
경제발전 기틀 만듬.
윤석열 대통령: 안그래도 반일감정 많은 나라,
여기에 전정권이 반일드라이브 걸어놓은 상태에서
3.1절 기념사 때 일본과의 화해협력 역설.ㄷㄷㄷ
전정권이 꼬아놓은 강제징용 해법제시
한미일동맹 재구축 시동
북한.러시아.중국 탄식
한국 좌파들 오열
한 또라이는 삼전도의 굴욕 운운 ㅋㅋ
#비정상의정상화
#이게나라다’
이게 전부다. 엉망인 맞춤법은 이야기하기도 싫다. 근데 언론이 그 난리다. 반공포로 석방, 한미동맹, 자유민주주의, 경제발전을 이승만의 공적으로 내세운다. 이에 대비하여 일본과의 화해 협력, 강제 징용 해법 제시, 한미일 동맹 재구축이 윤석열의 공적이란다. 해시태그에는 ‘비정상의 정상화’와 ‘이게 나라다’를 알뜰히 달아 놓았다. 그리고 좌파, 또라이들을 욕하는 섬세함도 보였다. 삼전도는 이재명이 말한 것이니 그를 욕한 것이리라. 나는 서민이 자기만의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정치평을 하는 것은 조금도 비난하고 싶지 않다. 대한민국은 윤석열이 말하는 자유, 자유, 자유의 나라 아닌가? 무슨 말을 하지 못할까? 그러나 적어도 무식한 거짓말은 안 했으면 좋겠다. 진리는 나의 빛(veritas lux mea)이니 말이다. 그가 말한 이승만의 공적은 모두 분명한 거짓말이다.
일단 역사를 살펴보자. 반공포로 석방은 휴전 협상이 막바지에 이른 1953년 6월 18일 북진통일만 외치던 이승만이 협상을 주도한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정치적 도박으로 저지른 짓이다. 이런 짓까지 하면서 이승만은 미국을 압박하여 억지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이끌어 냈다. 미국이 자발적으로 한미동맹을 맺은 것이 아니라 협박에 못 이겨 ‘조약’을 맺어준 것이다.
사실 그 당시 15만 명의 조선인민군과 2만 명의 중공군이 수용된 거제포로수용소는 난장판이었다. 1952년 5월에는 폭동을 일으켜 반공포로 105명을 살해하는 만행까지 저질렀다. 이에 수용소를 관리하는 유엔군 사령부는 반공포로를 분리하여 따로 수용하고 포로들의 개인 의사에 따라 공산주의자들을 북송시키고 자본주의에 동의하는 이들은 남한이나 제3국으로 보내기로 하였다. 그러나 한국전쟁 전에 애치슨 라인을 그어가며 한국의 방어를 포기한 미국을 믿을 수 없었던 이승만은 반공포로 석방이라는 극약처방으로 미국이 휴전협정 이전에 한미방위조약체결을 맺도록 재촉한 것이다. 이 사태로 당시 반공포로로 분류된 35,000명 가운데 27,000명 정도가 탈출에 성공했다.
이 사태를 일으킨 이승만에 배신감을 느낀 미국은 이승만 암살 계획까지 세웠다. 그러나 이승만을 대체할 인물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포기하고 말았다. 그 당시 미국 대통령인 아이젠하워, 국무장관 델러스, 유엔군 사령관 클라크는 이승만을 비난했다. 영국의 처칠도 미국에 이승만 처단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승만을 살리는 것 말고 다른 도리가 없었다. 이승만 반대파인 민족주의 진영에 믿고 맡길 인물이 없었다. 결국 동물적인 정치 감각을 지닌 이승만의 승리로 귀결된 이 사건으로 반공포로 61명이 사망하고 116명이 부상당한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승만이 경제발전을 이루었다고? 전후 한국은 유럽의 마셜플랜을 흉내 낸 미국의 무상 지원으로 버텼다. 그럼에도 전후 이어진 이승만의 통치 기간에 한국 경제는 전혀 발전하지 않았다. 흔히 1950년대 한국 경제를 원조 경제 시기로 불린다. 원조로 겨우 생계만 유지했었다. 이승만의 뒤를 이은 독재자 박정희가 소련의 계획경제를 모방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추진하여 비로소 한국의 경제 발전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이런 역사를 전혀 모르는 서민은 무식하다고 쳐도 그의 말을 그대로 Ctrl+C, Ctrl+V 하는 기레기들은 어찌 처리해야 할지 참으로 난감할 따름이다.
기왕 말이 나온 김에 윤석열의 공로라는 일본과의 화해 협력, 강제 징용 해법 제시, 한미일 동맹 재구축을 살펴보자. 여기에 제시한 것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향후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는 오로지 하늘만 안다. 물론 앞에서 말한 대로 미국이 그린 큰 그림에 일본이 협력하고 한국도 이제 그 장단에 맞추어 춤을 추게 되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러나 일본과 친해지고 한미일 동맹이 재구축된다고? 그동안 한국이 미국과 일본을 동맹국이 아니라고 주장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문재인 정부는 물론 노무현 정부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앞에서 말한 대로 미국과 가장 관계가 험악했던 때는 박정희 군사독재 정권 시절이다. 오죽하면 김재규가 미국의 사주로 박정희를 제거했다는 소문이 돌았을까? 아무리 진보좌파 정권이 들어선다고 해도 한국은 숙명적으로 미국의 뜻을 거부할 수 없다. 그래서 역대 진보 정부는 단 한 번도 미국과 맞선 적이 없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일본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는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한민국 국민의 반일 정서가 그만큼 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대가 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문재인 정부에서 불었던 No Japan 바람은 이제 그 기미조차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일본으로 가는 여행객의 절반 가까이가 한국인이고 일본 맥주의 소비량도 폭발적으로 늘고 일본 자동차의 판매량도 수직 상승 중이다. 윤석열이 한일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일본을 다시 아주 ‘사랑’하게 되었다. 물론 모든 한국 국민은 아니지만 상당히 많은 한국 국민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누웠다가 바람이 그치기도 전에 일어서는 잡초의 모습을 스스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니 그런 국민만 보고 가는 윤석열이 안심하고 친일 행보를 보일 밖에 그것이 어찌 윤석열의 공로이겠나? 상황이 이런데 굳이 서민의 무식한 인식을 탓할 것도 없다. 다 제가 보고 싶은 대로만 보는 것이 인간이니 말이다.
이제 신천지가 열릴 모양이다. 그러니 사도 바울이 말한 대로 옛 몸을 벗고 새 몸을 갈아입어야겠다. 죽을 사람은 죽어도 살 사람은 살아야 하는 것이니 말이다. 그런데 어찌 살아야 하는가?
일단 한국 경제 전망이 IMF와 같은 국제기구가 예측한 대로 매우 불길하니 소비를 줄이고 현금을 최대한 확보하여 달러로 바꾸어 놓고 위기에 대처할 준비를 해야 하나? 아니면 금이라도 사놓을까? 그런데 연 소득이 1억 3천이 넘는 맞벌이 부부가 자녀 1명을 기르는 데도 적자란다. 겨우 마련한 주택 융자금을 갚고 최소한의 플렉스를 하는 중인 데도 말이다. 한국 근로자 월평균 임금이 340만 원 정도인데 가구 연소득이 1억 3천을 넘긴다면 상당한 고소득층이다. 그런데도 그 모양이니 무슨 돈을 저축하고 달러와 금을 산다는 말인가? 그냥 다 포기하고 쓰고 싶은 대로 살다가 난리가 나면 그때 가서 또 어찌어찌 살 궁리를 하면 되는 것 아닐까?
국제 정치적 위기로 한반도에 전쟁이 다시 난다고? 뭐 어쩌겠는가? 나면 나는 거지. 현재 우크라이나를 보니 4천만 명도 안 되는 국민 가운데 1년 동안 치른 전쟁으로 1천만 명 정도의 난민이 발생하고 수십만 명 정도의 사상자가 났단다. 뭐 그 정도면 죽을 확률보다는 살 확률이 더 높은 거 아니겠나?
전쟁이 나면 제일 먼저 가스와 물과 전기가 끊어진다고? 그냥 산에서 나무를 베어와 캠핑 갈 때 쓰려고 사놓은 화목난로를 이용하면 그만 아닌가? 전기? 요즘 중국제 인산철 리튬 배터리와 태양전지가 저렴하고 성능도 좋은데 그거 마련해서 인버터로 전자레인지 돌리면 되지 뭐. 컵라면을 한 석 달 치 사 두면 되겠지. 물? 한반도에 넘치는 것이 물이고 집집마다 정수기 다 있는데 뭔 걱정이란 말인가? 집 앞 개천이나 호수에서 물을 길어 정수기에 부어 먹으면 된다. 난방? 캠핑장에서 자랑스레 펼쳐 놓던 미제 텐트가 있지 않나? 야외 동계 캠핑도 하는데 집안에서 살지 못할까? 어차피 치열한 전면전은 석 달 이상 안 간다. 그러니 90일 정도 생존할 수 있는 서바이벌 키트만 온라인에서 구매해 쟁여놓으면 된다. 서바이벌 모드로 버티면 되는 것 아닌가? 한국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잘 보여주는 대로 강대국끼리 배가 맞으면, 아무리 거창한 전쟁이 나도 3달 정도 지나면 바로 휴전협정에 들어가는 것이 관례 아닌가? 그러니 100일만 버티면 살 수 있다.
북한이 남한을 친다고? 그러면 동아시아 안보에 가장 중요한 일본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미국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지 않나? 더구나 세계 최강의 군대를 보유했는데 설마 한국을 포기할 리가 없지 않나? 북한이 자랑하는 방사포를 쏘는 순간 바로 원점타격이 시작될 것이다. 아니 그 이전에 윤석열이 장담한 선제타격이 있을 것이고. 물론 그럼에도 북한의 방사포의 숫자가 워낙 많으니 어느 정도 피해는 있겠지. 지난번에 보니 북한 무인기가 서울 상공을 유유히 지나가더라고. 워낙 구형이라 속도가 느렸단다. 그래도 떨어뜨리지 못했다. 그러니 그 무인기에 실린 폭탄 정도만 몇 개 떨구겠지 뭐. 겁낼 것 없다. 핵무기가 무섭기는 하지만 그거 쓰면 북한이 몰살하는 데 쉽게 결정할 리가 없다.
이런 미친 생각이 머리에서 계속 이어진다. 마치 제임스 조이스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가는 느낌이다. 정말 차라리 미리 미쳐버리면 이렇게 속에서 열불이 나지는 않겠지? 작년부터 한반도에 초현실적인 사건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 당장 겪는 일이 모두 우연히 벌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다 지나고 나면 이 우연이 모여 필연이 된다. 이른바 천명이 전개되는 것이다. 도대체 하늘은 한반도에 어떤 운명을 예정해 놓은 것일까? 내가 아는 도사들의 예언이 정말로 맞아떨어지는 것인가? 그란데 이런 상황을 완전히 뒤집을 영웅이 이재명이라고? 아서라. 어즈버, 개딸 연월은 꿈이런가 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