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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Mar 27. 2023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안 하는가 못하는가?

당연히 정답은 안 하는 것일 뿐이다.

박근혜 탄핵 인용 ⓒ 2017년 3월 10일 jtbc 뉴스 화면 캡쳐


민주당이 이미 꽃놀이 패를 들고 있는데 뭐 하러 서두르겠는가? 탄핵에 180명이 필요한데 민주당은 169명이라 불가능하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2023년 3월 기준으로 국민의힘 115석이다. 국민의힘을 제외한 185명의 야당 의원이 뜻을 모으면 탄핵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정치사에서 야당힘만으로 대통령을 탄핵한 역사가 없다.      


한국 헌정사에서 대통령으로서 탄핵을 처음 당한 박근혜의 경우 탄핵소추안은 야당인 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무소속 171명이 발의했지만, 표결에서는 234명의 찬성표가 나왔다. 반대는 56표에 불과하였다. 그 당시 122석을 지닌 여당인 새누리당의 동조가 없으면 불가능한 결과였다. 또한 2016년 12월 9일에 탄핵이 가결되어 박근혜의 직무가 바로 정지되었지만 정작 판결은 석 달이 지난 2017년 3월 10일에 내려졌다. 직무 정지와 헌법재판소에서 파면이라는 최종 판결하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박근혜를 대통령직에서 파면하기로 한 근거는 오로지 박근혜가 최순실의 국정 개입을 허용하여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공직자윤리법 위반, 기업의 재산권과 경영 자유 침해, 국가공무원법의 비밀엄수 의무 위반이었다. 청구인이 주장했던 인사 개입, 언론 자유 침해, 세월호 사건에 대한 책임은 증거 부족과 사유가 안 된다고 하여 인용되지 않았다.     


그리고 사실 그 당시 민주당은 박근혜 탄핵을 달가워하지 않은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러나 세월호 사건으로 촉발된 국민의 분노가 국가의 위기로 치닫게 되자 ‘밀려서’ 탄핵하게 된 것이다. 이런 역사를 기억하는 민주당으로서는 윤석열 탄핵 카드를 꺼내 들기 어렵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로 총선이 너무 가까이 다가왔다. 지금은 탄핵에 매달릴 시간적 여유가 없다. 박근혜의 탄핵은 20대 총선이 끝난 지 불과 7개월 만에 이루어졌다. 2020년의 21대 총선은 3년이나 남아 있었다.   

  

둘째로 윤석열 정부의 탄핵을 논하기에는 시기가 너무 이르다. 박근혜 정권은 최순실이라는 암 덩어리도 문제였지만 현실적으로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사고가 결정타가 되어 민심 이반이 지속되었다. 2013년 2월 25일에 직무를 시작하여 2018년 2월에 권력을 넘겨주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거의 4년 가까이 국정을 어지럽힌 결과 1년 정도 임기를 남기 쫓겨난 것이다. 내부적으로 곪아 터져서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도 박근혜를 버릴 카드로 인식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박근혜 정부가 워낙 민심을 잃어서 차기 대선에서 야당이 승리할 것은 너무나 뻔한 일이었다. 그러나 사태가 급격히 요동치자 여당이나 야당의 의원들이 살길을 모색하기 위하여 박근혜를 조금 일찍 버린 것일 뿐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이제 겨우 1년 동안 유지됐다. 물론 윤석열 정부는 그 시작부터 계속 좌충우돌하면서 아직도 국정의 방향조차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윤석열 김건희 부부의 언행이 저잣거리에서 희화화되면서 대통령 직위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지지율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30% 초반으로 지난 대선의 득표율인 48.56%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그럼에도 탄핵은 언감생심이다.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층은 아직도 굳건하다.  

    

물론 지지율이라는 것은 허수에 가깝다. 박근혜의 경우 세월호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50% 대의 지지율을 유지하였다. 세월호 사건 이후 지지율이 요동쳤지만 그래도 40%대는 꾸준히 유지했다. 2015년 초 연말 정산 증세 논란, 여름의 메르스 사태로 지지율이 무너지다가 8.25 합의로 잠깐 회복했었다. 그러다가 20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사실상 대패하면서 완전히 무너지게 되었다.

     

결국 박근혜의 탄핵은 지금 많은 사람이 기억하듯이 최순실과 세월호가 아니라 정치 공학적인 계산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물론 최순실 사태와 세월호 사태로 민심을 잃었지만, 박근혜에 대한 콘크리트 지지율은 절대로 흔들리지 않았다. 임기 말에 지지율이 4%로 주저앉았지만, 그것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를 보여주는 표징일 뿐이었다.   

   

박근혜 탄핵을 복기하면 윤석열 탄핵의 미래가 보인다. 차기인 제21대 대선은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중 사망하거나, 탄핵이나 사퇴를 당하거나, 개헌으로 임기가 변경되지 않는 한 2027년 3월 3일 실시될 것이다. 앞으로 4년 남았다. 그리고 그사이에 2024년 총선과 2026년 지방 선거가 남아 있다. 국민이 정부를 심판할 기회가 두 번이나 있는 것이다.     


지금 이재명 대표는 사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비슷한 처지에 있다. 현재 윤석열 정부의 연이은 패착으로 국민의 신뢰는 바닥에 떨어진 상태이다. 그리고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어쩔 수 없이 엄청난 공천 잡음이 일 것이다. 당내지지 기반이 없는 상황에서 윤석열 계보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당내 기득권 세력의 물갈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박근혜 정권 시절과 마찬가지로 김무성과 유승민 계보는 강력하게 대립할 것이고 홍준표 계보는 관망만 할 것이다.

     

셋째로 국민의힘은 내년 총선 이후 붕괴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탄핵이라는 뜨거운 감자를 들고 애쓸 필요가 없는 것이다. 사실 현재 국민의힘은 20대 국회의 여러 세력이 이합집산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새누리당이 사분오열된 뒤 만들어진 자유한국당, 새로운 보수당, 미래한국당이 합쳐진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보수당은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의 일부 세력이 합쳐진 것이고. 이런 여러 세력이 모여 하나의 당이 되었지만, 내년 총선에서 다시 그 본색이 드러나 사분오열될 것이다. 그 사분오열의 사달을 일으킬 주역인 윤핵관 자체가 사분오열 세력의 총집합체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윤핵관은 장제원, 권성동, 이철규, 윤한홍, 김기현 정도다. 장제원은 최순실 사달 때 공천받지 못하자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나가 당선되었다. 그리고는 다시 새누리당에 복당 하였다. 그러나 사태가 새누리당에 불리하게 돌아가자 탈당하고 바른정당에 들어갔다. 명분은 개혁이었다. 그러다가 사정이 안 좋으니 다시 자유한국당으로 복당 하며 홍준표를 밀었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 후보였던 윤석열을 가열하게 몰아치던 자도 바로 장제원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당당한 윤핵관이다. 권력만 있다면 어디든 달려갈 준비가 되었으니 그렇다.    

 

권성동은 또 어떤가? 장재원 찜 쪄먹는 변신의 귀재다. 한나라당 새누리당 무소속 바른정당 무소속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 무소속을 거쳐 현재 국민의힘에 들어왔다. 팔색조도 이런 정도의 변신을 보여주지 못할 것이다.     


이철규는? 새누리당-무소속-새누리당-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국민의힘으로 이어지는 관록을 보여준다.     


윤한홍은? 비교적 일관성이 있다. 새누리당-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국민의힘으로 철저히 권력을 따라 움직였다,


김기현은? 뜻밖에 정계 입문이 빠른 편이다. 한나라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국민의힘의 줄을 계속 탔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의 총애를 한 몸에 받아 당대표 자리까지 꿰찼다.   

  

겉으로 보기에는 ‘윤핵관’으로 불리는 5인방이지만 각양각색의 인물이 권력을 따라 이합집산해 온 것일 뿐이다. 내년 총선 결과에 따라 반윤 세력만이 아니라 공천에서 떨어져 나간 친윤은 물론 윤핵관 내부에서도 권력을 둘러싼 파열음이 날 것이 너무나 뻔하다. 이익을 보고 모인 무리는 이익을 보고 흩어지기 마련이니 말이다.     

이런저런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동물적인 정치적 감각을 지닌 민주당의 의원들이 쉽사리 탄핵을 추진할 리가 만무하다. 그저 시간이 지나면 때가 무르익어서 국민의힘 자체 내에서 탄핵 이야기가 나올 판인데 뭐 하러 힘들게 탄핵을 추진하겠는가? 더구나 현실적으로 169명만 가지고는 탄핵 발의 자체가 안 되는 상황인 데다가 정의당이 정체성을 살리기 위하여 사사건건 민주당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도 오히려 좋은 핑계가 되고 있는데 말이다.     


그러나 민주당 열성 지지층이 윤석열 탄핵 카드를 강력하게 요청하는 상황에서 마냥 모른 척할 수는 없는 법이니 적어도 탄핵의 불씨를 버릴 생각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윤석열 대신 한동훈을 대타로 삼아 탄핵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이다. 이미 실세 중의 실세였던 이상민을 한국 헌정사에서 최초로 탄핵 소추시켜 윤석열 정권에 망신을 준 상황이니 못할 것도 없다. 한 번 해본 솜씨를 발휘하는 것은 쉬운 법이다. 그렇게 탄핵 정국의 불씨를 이어가면 내년 총선에도 당연히 도움이 될 것이다. 어차피 탄핵 카드는 민주당에 주어진 꽃놀이 패나 다름없다. 그러니 서두를 필요가 없는 것이다. 바둑판에 비유해 본다면 반상의 여러 곳에 있는 대마를 잡기 전에 여기저기 두드리다 보면 상대방이 의외의 악수를 두게 될 것이다. 그 기회를 노려 치고 나가면 또 다른 박근혜를 만들 기회를 하늘이 주는 것 아닌가?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이 천운의 흐름을 탄 것이듯 그의 탄핵도 천운을 타야만 가능한 일이니 말이다. 그래서 민주당은 느긋하게 하늘의 때를 기다리는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는 물론 하늘만이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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