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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Apr 01. 2023

윤석열 대통령이 <더 글로리>의 동은이 엄마와 같다고?

‘역성혁명’의 때가 언젠가는 올 것이다.

 질서를 되찾기 위해서는 카오스를 없애야 한다 Ⓒ pixabay

“대통령 얼굴에서 문동은 엄마가 겹쳐 보이다.” 오지원 변호사가 4월 1일 자로 <시사IN>에 기고한 글의 제목이다.(참조: https://v.daum.net/v/20230401070911436) <더 글로리>에서 동은이 엄마는 피해자인 딸을 이용해서 사익을 취하고자 가해자들에게 법적인 면죄부를 준 사람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과 윤석역 대통령의 얼굴이 겹쳐 보인다는 것이다. 그 논리가 신박하여 따라가 보았다.  

   

오지원 변호사는 무엇보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한민국 대법윈이 일본 제국주의자들에 의한 한국의 강제 동원 피해자 소송에 대해 내린 판결을 담은 ‘대법원 2018. 10. 30. 선고 2013다61381 전원합의체 판결문’에 담긴 내용과 정신을 윤석열 대통령과 그의 수하 노릇을 하는 여당이 깡그리 무시한 것에 대하여 분노하고 있다. 그리고 그 판결문의 일부를 다음과 같이 인용하고 있다.    

 

“청구권 협정의 협상 과정에서 일본 정부는 식민 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강제동원 피해의 법적 배상을 원천적으로 부인하였고 이에 따라 한·일 양국의 정부는 일제의 한반도 지배의 성격에 관하여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 일본 정부가 불법행위의 존재 및 그에 대한 배상책임의 존재를 부인하는 마당에, 피해자 측인 대한민국 정부가 스스로 강제동원 위자료 청구권까지도 포함된 내용으로 협정을 체결했다고 보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 협상 과정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피징용자의 정신적·육체적 고통에 대한 보상을 언급하였고 그 보상으로 총 12억2000만 달러를 요구한 사실이 있지만 정작 청구권 협정은 3억 달러(무상)로 타결되어 결국 요구액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3억 달러만 받은 상황에서 피징용자의 위자료 청구권도 청구권 협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된 것이라고는 도저히 보기 어렵다.”   

  

이는 대법관 한두 사람의 소수 의견이 아니라 판결 내용이다. 그런데 그것을 대한민국의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무시하고 나선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이런 월권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여당은 아부에만 골몰하고 있다. 그들이 말하는 국익은 사실 내년 총선의 공천이라서 그런 것 아닌가? 너무나 속이 뻔히 보이는 데도 뻔뻔하게 고개 들고 몽니를 부린다.    

 

여당이 이 모양이니 자칭 도사린 ‘천공’ 하나로도 모자라는 판에 ‘하나님도 까불면 죽이는’ 전광훈까지 나서서 권력의 핵심을 흔들 요량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어제 뉴스를 보니 자기를 비난하는 홍준표에게 공개적으로 막말을 해댄다. 그 관련 기사를 보니 잔광훈이 다음과 같이 말했단다.  

   

“그는 ‘홍준표 이 자식이 어디라고, 대한민국이 네가 밥 먹고 사는 도구인 줄 아냐’고 말하기도 했다. …… 전 목사는 ‘홍준표씨 인정할 건 인정하자’며 ‘솔직히 우리가 광화문 운동 안했으면 정권교체가 됐냐고요, 안 됐잖아, 지금 와서 광화문을 타격(공격)해’라고 비판했다. 그는 김 최고위원과 자신을 비판하는 인사들에 대해 ‘최고위원이고 개뿔이고 다 필요없다. 저놈들은 내년 4월10일 선거에서 공천 주지마, 다 잘라버려라’고 말했다.”     

홍준표는 물론 최고위원도 다 국민이 선출한 공무원이다. 그런데 국민이 선출하지도 않았고 이단 시비에 휘말린 전광훈에게는 ‘개뿔’이고 ‘이 자식’이다. 기가 막힌 현실이다. 그래도 그 다혈질인 홍준표가 아직까지 찍 소리도 못하는 것을 보니 정말로 까불면 다 죽이는 줄 아는 것인가? 참으로 기가 막힌 한국의 정치판이다. 어찌 이 정도로 정치의 권위가 무너질 수 있다는 말인가? 사실 국가의 기강 자체가 무너졌다. 또 듣자 하니 ‘블랙핑크’의 공연이 펑크 났다고 해서 대통령실의 고위 관리가 단칼에 잘리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그런 대통령에게 과연 누가 권위가 있다고 여기겠는가? 


권위가 사라진 자리에는 권위주의만 남는 법이다. 원래 권위는 아래로부터의 자발적 동의를 받을 때에 그 영이 서는 법이다. 그러나 자발적 동의가 없으면 권력자가 자기 멋대로 하기 마련이다. 그럴 경우 그 권력자의 권위는 사라지고 권위주의만 남게 된다. 지금 한국 대통령과 여당이 꼭 그 모습이다. 그런데 지지율이 30% 이하로 내려갈 상황에 처했음에도 좌충우돌만 할 뿐 전혀 영이 서지 않는다. 권위가 땅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잃어버린 권위를 되찾기 위해 노력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아예 한국 사법부의 권위마저 무너뜨리고 있다. 그러면서 일본인이 아닌 대한민국 국민이 손해 배상을 청구하는 데 되려 꾸짖고 있다. 대한민국 대법원의 판결을 어겨가면서 말이다. 이것은 도대체 무슨 논리인가? 다 같이 죽자는 말인가? 대통령직은 권력을 자유롭게, 마음대로 부리는 자리가 아니다. 정확히 5년 동안 국민이 준 권위를 대신 행사하고 내려오는 자리다. 그런데 지금 보면 그를 대통령으로 뽑아준 국민은 무시하고 일본의 눈치만 보고 있는 모습만 보인다. 마치 일본에 알 수 없는 책잡힌 것 같이 말이다. 동은이 엄마는 자기 친딸인 동은이의 아픔은 무시하고 돈 몇 푼에 딸을 팔아먹은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사실 엄마 자격이 없다. 엄마 자격이 없는 여자는 엄마 대접을 할 필요가 없다. 이것이 유교에서 말하는 ‘정명론’이다.  

   

‘정명론’에 관한 <논어> 안연 편의 구절은 다음과 같다. 

    

齊景公 問政於孔子 孔子對曰 君君臣臣父父子子 公曰 善哉 信如君不君 臣不臣 父不父 子不子 雖有粟 吾得而食諸      


직역하면 다음과 같다.    

 

제경공이 공자에게 정치란 무엇인가를 물었다. 공자가 답하기를, 임금이 임금답고 신하가 신하답고 아버지가 아버지답고 아들이 아들다운 것입니다. 제경공이 답하기를, 훌륭합니다. 참으로 임금이 임금답지 못하고 신하가 신하답지 못하고 아버지가 아버지답지 못하고 아들이 아들답지 못하면 비록 곡식이 있어도 내 어찌 그것을 먹을 수 있겠습니까?     


제경공은 제나라 26대 군주다. 발음이 같은 23대 군주인 제경공(齊頃公)의 손자로 권력 다툼을 평정하고 나라를 안정시켰다. 이런 공적은 그의 용인술에 기인한다. 특히 제상인 안영의 탁월하 정치로 나라가 평안해질 수 있었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그래서 나오는 법이다. 그런 제경공이니 정치에 대하여 늘 관심이 있을 수밖에. 그래서 정치를 잘 안 다는 공자에게 물어본 것이리라. 그런데 뜻밖에도 공자의 답은 너무나 단순했다. 임금이나 신하나, 아버지나 아들이나 본부이 있다는 것이다. 그 본분이 어긋나 세상이 윤리와 도덕에 따른 질서가 무너지면 임금도 밥 먹기가 편치 않단 말이다.     


그런데 요즘 한국 정치 상황을 보면 누가 임금이고 누가 신하인지 헛갈릴 정도다. ‘천인공로’할 도사들이 날뛰자 이젠 전광훈이 같은 사람들도 미쳐 날뛴다. 그러면서 국민의 권위를 부여받은 이들을 능멸한다. 이 무슨 해괴한 짓인가? 과거 중국에서는 이런 경우 천명이 다한 조짐이라고 했다. 그런 경우에 반드시 하늘의 명을 갈아야 하는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맹자가 이야기한 ‘역성혁명’(易姓革命)이다.    

  

맹자는 군주가 군주답지 못하여 백성을 인의(仁義)로 다스리지 못하여 패도정치(霸道政治)를 한다면 더 이상 군주가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그럴 때에는 하늘의 명을 갈아야 한다고 한 것이다. 그것이 바로 혁명이다. 이에 관하여 맹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齊宣王問曰 湯放桀 武王伐紂, 有諸 孟子對曰 於傳有之 曰 臣弑其君可乎 曰 賊仁者謂之賊 賊義者謂之殘 殘賊之人謂之一夫 聞誅一夫紂矣 未聞弑君也 (孟子 梁惠王章句 下)     


직역하면 다음과 같다.     


제(齊) 선왕(宣王)이 물었다. 탕(湯)이 걸(桀)을 쫓아내고 무왕(武王)이 주(紂)를 정벌했다는데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맹자가 답했다. 전해 내려오는 글에 그 일이 실려 있습니다. 선왕이 말했다. 신하가 자기의 임금을 살해해도 괜찮습니까? 맹자가 말했다. 인자한 사람을 해치는 자를 흉폭하다고 하고, 외로운 사람을 해치는 자를 잔인하다고 합니다. 흉폭하고 잔인한 인간은 평범한 사내일 뿐입니다. 한 시내인 주(紂)를 죽였다는 말은 들었어도 임금을 살해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맹자는 임금이 신하를 토개(土芥)처럼 여기면 신하는 임금을 원수처럼 여기게 되고 반복해서 바른말을 해도 듣지 않으면 임금을 갈아치우는 법이라고 했다.     


과거 역성혁명론은 왕조를 교체할 때마다 내세운 논리다. 이는 중국만이 아니라 서양도 마찬가지였다. 군주는 하늘이 낸다고 믿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군주가 존재할 수 없으니 결국 국민의 투표로 결정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투표도 민심을 반영하는 것이니 군주제에서나 공화정에서나 결국 민심이 천심인 것은 변함이 없다.    

 

현재 대한민국의 천심, 곧 민심은 어떤가? 대통령 지지율이 다시 30% 이하로 내려갈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국민은 대통령에게 바른 길을 갈 것을 권유하고 있는 것이다. 20대 대선 때 48.58%의 국민의 지지를 받았던 윤석열 후보는 어디로 갔는가?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던 국민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측으로 넘어간 숫자가 3분의 1이 넘는다는 말이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아무런 위기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그의 주변에서 아무도 바른 길을 간하는 자가 없어 보인다. 과거에는 임금이 신하를 업신여기고 마구 갈아치우면서 바른말을 듣지 않으면 갈아치워 버렸다. 그런데 갈아치울 신하가 그 모양이니 이제 백성에게 남은 선택지는 무엇이란 말인가? 올해 4월의 지방 선거와 내년 4월의 총선이 남아 있지만 과연 그것으로 될까? 참으로 미세 먼지가 잔뜩 낀 대기만큼 답답하기 그지없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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