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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Jun 11. 2023

DAUM에서 사라진 댓글 창

차·포 떼고 시작한 우물 안 개구리의 태생적 한계를 못 넘어서나?

DAUM에서 갑자기 댓글 창이 사라지고 이른바 '타임톡을 운영 중이다. 당연히 네티즌들의 반발이 있지만 개인이 포털 기업을 더구나 네이버와 더불어 한국 포털의 양대 공룡인 카카오가 주인인 다음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저 타임톡에라도 들어가서 분노 배출을 하는 중이다. 그런데 전혀 노출이 안 되는 실시간 댓글이라 문자 그대로 김이 팍 빠진다.

     

물론 다음의 의도는 뻔하다. 정부 비판 발언의 온상이라는 오명을 씻고 싶을 것이다. 네이버는 친여 다음은 친야라는 양분된 구도를 타파하려는 심산이겠다. 그러나 다음이 누구인가? 명분상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포털 아닌가? 그런데 하는 짓이 참 쪼잔하다.     


카카오는 이미 과거 전력이 있다. 다음이 보유한 개인 정보를 정보기관에 넘겨 버리고는 대표가 한다는 말이 ‘어쩔 수 없었다.’였다. 고객 정보를 불법적으로 넘기는 엄청난 짓을 저질렀지만, 흐지부지 넘어가 버렸다. 그것이 한국의 인터넷 업계의 바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이었다.      


현재 다음의 주인인 카카오와 네이버의 실소유주는 한국의 최고 재벌의 반열에 올라가 있다. 포털에서 댓글로 분노나 배출하는 ‘서민’과는 비교가 안 되는 저 구름 흘러가는 곳 위에 올라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가? 네티즌들의 불만은 안중에도 없다.     


그러나 ‘토종 브랜드’라는 메리트를 등에 업고 그동안 땅 짚고 헤엄치기를 해온 카카오와 네이버의 종말을 알리는 표징이 여기저기에서 보이기 시작한다. 장송곡이 울릴 날이 머지않은 것이다. 그동안 네이버나 카카오나 API로 다른 서버에 있는 자료를 퍼 날라 주는 일로 거의 ‘공돈’을 긁어모으던 시절은 갔다.     


가장 구체적인 표징이 바로 검색기 이용이다.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인 Opensurvey가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소셜미디어·검색포털 리포트 2023>에 따르면 한국 토종 서치 엔진의 독점 체제가 붕괴하여가고 있다. 여전히 카카오와 네이버가 비중이 높지만, 그 속내를 보면 허장성세다. 곧 이 두 서치 엔진은 주로 놀고, 먹고, 소비하는 것에만 이용된다. 생산에 필요한 심오한 정보 검색은 구글과 유튜브가 강세를 보인다. 더구나 토종 포털은 40~50대가 주로 사용하고, MZ세대는 외산인 구글과 유튜브, 인스타그램을 애용하고 있다.(출처 : https://blog.opensurvey.co.kr/trendreport/socialmedia-2023/)     


이러한 추세만이 아니라 한국의 포털 자체의 역량 부족이 토종 IT업계의 몰락을 재촉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SNS의 대세로 굳어진 카카오지만 외국에 나가서는 기를 전혀 못 핀다. 그에 비해 이제는 사명을 Meta로 바꾸고 회사가 M&A 되어 버린 twitter는 SNS가 주업임에도 인터넷 생태계 안에서 근본적인 프레임이 되는 오픈 소스 js 라이브러리인 React를 만들어 FE만이 아니라 BE 개발자들에게도 크게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였다. 과연 한국의 네이버나 카카오가 그럴 생각이나 할까? 그저 외국에서 만든 프레임을 이용하여 돈벌이에만 골몰하는 모습 아닌가?     


물론 현재 코딩 생태계가 남의 것을 가져다 쓰는 이른바 Open API가 대세인 것은 맞다. 그러나 네이버나 카카오 급이면 남의 것을 가져다 쓰기보다는 서버의 역할 더 나아가 프레임의 역할에 더 충실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저 돈만 벌고 대한민국이라는 우물 안에서 대장 먹으면 그만이라는 심보만 보인다.  그런데 이렇게 대기업이 남의 것을 베끼거나 그것도 모자라 아예 공짜로 가져다 쓰는 버릇은 네이버나 카카오가 시작한 것이 아니라 한국의 재벌 기업이 이어온 유구한 전통이다.


최근 나온 뉴스를 보자. 한 중소기업이 대기업 한화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7년간 40억 원 넘게 기술 개발에 투자해 '태양광 스크린 프린터' 기술 개발을 했다. 그러자 한화는 통합 매뉴얼 작성을 이유로 장비 도면과 세부적인 부품 구성 리스트 등까지 요청했다. 그러다가 하도급 계약이 끝나갈 때 즈음 한화에서 자체 태양광 스크린 프린터를 개발했다.  베낀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3년 간의 행정조사 끝에 한화의 도둑질이 인정되어 과태료를 물게 되었다. 그런데 10억이었다. 남이 7년 동안 40억 들여 개발한 것을 훔친 벌금이 10억이다. 그러니 누가 안 훔치겠나? 돈도 30억이나 절약하고 개발 기간도 6년이나 줄이고. 이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 아닌가? 게다가  '태양광 스크린 프린터'를 개발한 중소기업의 매출액은 2년 만에 52억 원에서 4,700만 원으로 급감했다. 그러나 이 중소기업은 돈을 한 푼도 못 받았다. 한화는 벌금 10억을 나라에 내면 그만이었다. 손해 배상을 청구하기 위해 민사소송을 진행했지만 중소기업이 패했다. 이유는? 증거 불충분이다. 그래서 중소기업은 망한다고? 대기업이 알바 아니다. 돈절약한 기념으로 룸살롱에서 광란의 밤을 보내기에 바쁜데 언제 그런 것이 신경 쓰나? 이것이 한국의 기업 생태계다. (참조: https://v.daum.net/v/20230611100138939)  이런 생태계에서 자란 네이버와 카카오가 다를 리가 있나? 그리고 진정한 산업 발전이 이루어질까? 지나가던 개가 웃는다. 나만 잘 먹고 잘살다 죽으면 되는 사회에서 뭐 하러 상생, 인격, 양심을 지키나? 그러다가 나도 죽는데 말이다.


딴은 그렇다. 남의 것 가져다가 잘 활용해서 돈만 벌면 되지, 뭐 하러 프레임 구축이라는 생고생을 하냐 말이다. 편하게 살길이 있는데 뭐 하러 개고생 해가면서 React 같은 것을 개발하고 그것을 개발자들에게 무료로 나누어준다는 말인가? 카카오처럼 그저 한국 안에서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여 골목대장만 해도 떵떵거리고 잘 살 수 있는데 말이다. 한국의 IT 업계에서 목에 힘주는 자들의 면면을 보면 서양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장인 정신을 찾아볼 수가 없다. IT 자체가 좋아서가 아니라 돈벌이가 좋아서 그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 돈 좀 벌고 나면 룸살롱에서 여자들 앞에서 돈 자랑이나 하고. 왜 한국의 IT 기업에서는 모험정신, 봉사 정신, 기업가 정신을 찾아볼 길이 없나?      


당연히 한국의 풍토 때문이다. 어차피 세계의 IT 생태계에서 싸우기에는 처음부터 차·포를 떼고 두는 장기나 다름없는 상황인데 뭐 하러 헛고생하겠는가? 만만한 한국의 네티즌만 가지고 골수를 빼먹어도 떵떵거리고 잘 살 수 있는데 사서 고생을 한다고? 댓글 창을 없애고, 스토리를 통폐합하고, 메일 운용에 성형수술만 해도 돈이 굴러들어 오는 판에 IT 생태계를 위해 봉사하고 더 나아가 인류의 과학 발전에 이바지한다고? 뭐 하러 그런 고생을 하나? 가만히 앉아있어도 외국의 nerd들이 필요한 모든 프레임을 척척 만들어 공짜로 뿌려주는데. 그저 그것을 가져다 잘 굴려서 돈만 벌면 그만이다.     


과연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갈까? 더구나 AI로 치고 나오는 글로벌 IT 생태계에서 살아남기에는 너무 늦은 거다. 그러니 그저 해오던 대로 남의 것을 베끼고, 남이 만들어 놓은 것 이용하고 돈 벌고 즐기는 삶을 이어갈 뿐이다. 사실 삼성도 일본의 반도체를 분해해 베끼는 것에서 시작하지 않았던가? 그렇게 베끼기만 해도 떵떵거리며 살 수 있고, 심심할 때마다 네티즌을 개&돼지로 여기며 가지고 놀아도 충분하다. 어쩌다 이런 사회에서 태어나 이 고생을 해야 하는지. 참 팔자도 기구하다.


그런데 마침 삼성이 베끼려고 노력하는 Apple은 지난주에 대대적인 행사를 개최했다. 바로 2023 WWDC (2023 Apple Worldwide Developers Conference)다. 공식 홈페이지에 다음과 같은 말이 나왔다. 

    

Code new worlds.

Join us for an exhilarating week of technology and community. Be among the first to learn the latest about Apple platforms, technologies, and tools. You’ll also have the opportunity to engage with Apple experts and other developers. All online and at no cost.

Experience WWDC here and in the Apple Developer app.(참조: https://developer.apple.com/wwdc23/)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새로운 세계를 코딩하세요.

기술과 커뮤니티의 짜릿한 한 주에 참여하세요. Apple 플랫폼, 기술 및 도구에 대한 최신 정보를 가장 먼저 배우십시오. 또한 Apple 전문가 및 다른 개발자와 교류할 기회도 있습니다. 모두 온라인에서 무료로 제공됩니다.

여기와 Apple Developer 앱에서 WWDC를 경험하십시오.”  


   

Appled의 WWDC 행사 홈페이지 캡처 화면


그렇다. 미래는 코딩이다. 그러나 한국의 삼성을 비롯한 개발자들의 꿈의 직장인 '네카라쿠배당토'는 세계를 코딩하기는커녕 미국과 다른 나라에서 만든 프레임을 응용하여 돈 벌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세계를 코딩? 그거 한다고 돈이 나오나? 그냥 응용해서 실용 프로그램 만들어 돈 벌면 되지..." 그런 소리나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세계를 코딩하면 분명히 돈이 나온다. 그것도 천문학적인 돈이 나온다. 현재 Apple은 스마트폰만이 아니라 IT 생태계의 최강자로서 군림하고 있다. 삼성은 기계만 파는 공장에 불과하다. 소프트웨어에서는 애플에 상대가 안 된다. 그래도 삼성은 대한민국을 먹여 살린다고 큰소리치고 있다. 골목대장 주제에 말이다. 2022년 기준으로 삼성전자 MX사업부의 영업이익은 11조 원이다. Apple은 그것의 14배에 달하는 150조 원이다. 게다가 영업 이익률은 20%다. 삼성은 10%도 안 되는 데 말이다. 이것이 한국 IT 기업의 엄연한 현실이다. 삼성조차도 우물 안에서 골목대장하는 것이 세계 일류 기업과 투쟁하여 AI의 핵심인 소프트웨어에서 선구자가 되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다. TV든 스마트폰이든 ‘기계’ 만드는 것은 사실 누구나 할 수 있다. 결국 스마트폰이든 메모리칩이든 남이 만든 거 배껴서 업그레이드하는 거는 '장비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은 중국이 한국을 따라잡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개발은 창의력과 학문적 깊이를 요구하는 것이기에 하루아침에는 물론 100년이 되어도 따라잡기 힘들다. 특히 한국의 대기업 중심의 무한 하청이라는 착취구조에서는 요원한 일이다. 


한국IT 강국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는 시간이 빨리 다가오고 있다. 삼성전자도 최대한 버텨보고 있지만 과연 미국의 기업과 정부의 연합 공세를 당해낼 수 있을까? 한국의 포털을 중심으로 한 IT 업계도 얼마 안 남은 것으로 보인다. 기술 개발과 사업 운영 자체가 아니라 돈귀신에 물들어 돈벌이에만 골몰한 결과 아닌가? 답답하기 이를 데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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