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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Jun 20. 2023

시진핑의 위엄이 돋보인다?

국가 지도자의 언행은 국격을 가름한다.

중국과 미국이 급격히 화해모드로 전환 중이다. 그동안 미국에 올인한 한국의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며칠 전만 해도 언론을 지배하던, 대만전쟁은 필수고 한국전쟁은 선택 과목일 것이라는 ‘전문가’의 분석이 무색해질 지경이다. 미국의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한 것에 대한 답방으로 중국의 외무장관이 미국을 방문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시진핑과 바이든이 정상회담도 할 모양이다. 많은 서방 언론이 진단한 대로 중국의 입장에서 사실상 미국과의 외교 전에서 일단 작은 승리를 거둔 셈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늪에 빠져서 허우적 대는 동안 중국은 착실하게 2G의 자리에 좀 더 다가가고 있는 모습이다. 이번에도 중국 특유의 '만만디' 작전이 성공을 거두는 것인가?  

   

사실 그동안 이미 전세가 바뀐 분위기는 이미 눈치챌 수 있었다. 유럽연합을 비롯하여 세계 여러 나라가 앞다투어 중국에 러브콜을 보냈다. 심지어 미국의 대기업들도 앞다퉈 중국을 찾아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다. 세계 최고의 시장이자 공장인 중국을 포기하고는 경제가 돌아갈 리가 없다는 것은 상식이니 말이다. 분위기가 이리 돌아가자 한국의 잘난 수구 언론은 중국과 화해하는 경제계에 대해 바이든 정부가 '불편해한다'는 뉴스를 보도하였다. 그러나 그것이 가짜뉴스라는 것이 곧 드러났다. 아예 바이든 정부가 친중 모드로 순식간에 전환해 버린 것이다.     


이제 그동안 강하게 반중 정서를 키우고 무역을 단절해 온 한국만이 낙동강 오리알이 되어버릴 형세다. 한국의 반도체 수입을 중국이 끊어버린 틈을 노려 미국과 일본, 그리고 유럽연합이 치고 나오고 있다. 또한 중국의 배터리가 세계 정복의 행진을 더욱 가속화하는 모양이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친미 반중 강공 드라이브 정책을 추진해 온 것에 한국을 제외한 세계가 급격한 브레이크를 건 셈이다. 중국은 가만히 있어도 세계가 알아서 '기고' 있다. 이제 바이든과 시진핑의 정상회담이 성사되고 나면 사실 '한국 카드'는 아무 쓸모가 없어지게 된다. 미국이 중국에 접근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북한의 통제라는 것은 천하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현재 북한은 식량 문제로 1990년대에 버금가는 위기에 처해있다. 그런 북한이 경제적으로 기댈 나라는 오로지 중국 밖에 없다. 미국은 바로 그 중국을 이용하여 손 안대로 코 풀 심산에 있는 것이다. 중국이 경제 식량 원조를 무기로 북한을 다스리는 것은 미국이 직접 군사적 대결을 추구하는 것보다 훨씬 쉬운 일이다.

     

이제 한국은 어찌해야 하나? 문자 그대로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게 생긴 모양새다.      


외교라는 것이 동네 불량배의 '나와바리' 싸움과는 비교가 안 되는 일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그리고 외교에서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 오로지 국익이 최우선 되는 다자가 전쟁터이다. 그런데 어쭙잖은 냉전 이데올로기에 집착하여 반중 친미를 노골적으로 추구해 온 윤석열 정부와 그 기조에 변죽을 울린 조중동은 현재 무척 당황하고 있을 것이다.     


이제 무슨 대책을 내놓을 수 있겠는가?      


현재로서는 그저 관망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인들의 반중 반일 정서는 여전히 강하다. 그러나 그 정서를 오로지 국내 정쟁에만 악용해 온 한국의 정치인들은 이렇게 급격히 변화하는 국제 정세에 아무런 대책을 내놓을 수 없다. 사실 이는 이미 조선 시대부터 유구한 전통을 이어온 사대주의의 산물이다. 명나라를 섬기지 않으면 나라가 망할 것처럼 분기탱천한 수구 세력 때문에 조선의 백성은 전쟁보다는 굶어 죽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리고 전쟁의 와중에도 양반들의 가렴주구는 그치지 않아 이중으로 고통을 당했다. 조선의 백성은 차라리 죽는 것이 나은 삶을 살았다.


그런데 그런 상황이 21세기 대한민국에도 반복되는 느낌이다. 위정자들의 그릇된 판단으로 외교를 망친 결과 나라의 경제가 파탄이 나도 위정자들과 부자들은 아무런 타격을 받지 않는다. 권력을 지닌 자들은 빠져나갈 구멍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당하는 것은 언제나 백성, 오늘날에는 서민일 뿐이다.              

   

시진핑의 말을 경청하는 블링컨 ⓒ Reuter




이런 와중에 시진핑이 블링컨을 맞이하는 모습이 해외 언론에서 크게 보도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미국의 국무장관은 미국 대통령을 대리하는 격을 갖춘 인물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나란히 앉아서 담소를 나눈다. 그런데 이번에 시진핑은 대형 타원형 탁자 한 모서리에 앉아서 '좌 미 국무장관', '우 중 외무장관'을 내려다보는 자세를 취했다. 누가 봐도 그동안의 미중 갈등의 승자가 시진핑이라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그림이다.     


정치는 이미지다. 백성, 아니 서민은 정치나 경제의 고도의 프레임을 모른다. 그저 시키는 대로 미리 짜인 틀 안에서 하루살이로 살아갈 뿐이다. 그래서 깊은 고민도 분석도 하지 않는다. 그저 정치가들이 보여주는 이미지에 따라 판단을 내릴 뿐이다. 시진핑은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블링컨이 원래 중국 외무장관과 회의하기 위해 방중 했음에도 이런 ‘쇼’를 마련한 것이다. 시진핑이 국가 주석을 3연임하여 실질적 독재자가 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제 4연임으로 종신 지도자가 되고자 하고 있다. 이번 정치 쇼를 보면서 그런 그릇이 될만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끼리 친미냐 친중이냐 하면서 패를 갈라 죽도록 싸우고 있는 동안 정작 미국과 중국은 친구가 되어 서로 ‘누이 좋고 매부 좋고’ 하고 있는데, 왜 대한민국 국민만 사분오열되어 스스로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고 있는가?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오늘 날씨만큼이나 우울해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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