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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감히 홍준표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가?

홍반장은 대한민국에 최적화된 정치가다.

by Francis Lee

대구 시장 홍준표가 또 설화를 일으킨 모양이다. 지난 17일 영남 지방에 내린 호우로 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치고 피해를 보았는데도 골프를 쳤다고 욕을 먹었단다. 그런데 홍준표의 반응이 그답다. 다음은 그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 전문이다.


“나는 국회의원 시절부터 지금까지 국정감사를 제외하고는 늘 아내와 같이 자비로 해외출장을 갑니다.

해외출장을 가면 나는 공무를 보고 아내는 현지 지인들과 어울리다가 저녁에 다시 만납니다.

민주당 어느 단체장처럼 여비서 데리고 해외 돌아 다니며 나쁜짓 하지는 않지요.

그걸 두고 시비 거는 것은 참 모자란 사람들 입니다.

정치인의 아내는 선거때 후보자 보다 더 고생을 하는데

되고 난뒤 혼자 해외 돌아 다니면 그거 되겠습니까?

주말 개인 일정은 일체 공개 하지 않습니다.

그건 철저한 프라이버시 입니다.

대구는 다행히도 수해 피해가 없어서 비교적 자유스럽게 주말을 보내고 있습니다.

주말에 테니스 치면 되고 골프치면 안된다는 그런 규정이 공직사회에 어디 있습니까?

골프로 한국 남여 선수들이 세계를 제패 하고 있습니다.

그걸 두고 트집 잡아본들 나는 전혀 괘의치 않습니다.

그건 수십년간 어느 정권에서도 지켜온 내 원칙 입니다.

대통령 이라면 다르겠지만

그외 공직자들의 주말은 비상근무 외에는 자유 입니다.

그런거로 트집 잡는 권위주의 시대는 이젠 아니지요.” (https://www.facebook.com/joonpyohong21/?locale=ko_KR )

지난 7일에는 다음과 같은 ‘대구결기’도 보여주었다.


“지지율에 일희일비 하는 지도자가 되면

나라나 지역을 역동적으로 이끌어 갈 수가 없습니다.

임기중 앞만 보고 원칙과 추진력을 갖고 공무에 임하고

퇴임후 일정기간 지나고 나서 시민과 국민들의 판단을 받으면 됩니다.

그게 바람직한 선출직 공무원의 공무 수행 자세입니다

다시 재선을 위해 여론의 눈치나 살필 입장이 아니라면

지지율에 춤추는 나라 운영이나 지역 운영을 해선 안됩니다.

그건 나라와 시민들에게 오히려 해악만 끼칩니다.

여러가지 의견을 듣고 깊은 숙고 끝에 결정을 하면

결정한 후에는 좌고우면 하면 안되지요.

광우병 괴담도

사드 괴담도

모두 한때 지나가는 헛된 바람에 불과 했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괴담도

또 하나의 지나가는 헛된 바람입니다.”


맞는 말이다. 홍수 사태도 후쿠시마 오염수도 다 지나간다. 그리고 왜 홍준표만 물고 늘어지는가? 어차피 당장 서울 가도 상황을 바꿀 수 없다는 대통령이 있는 나라다. 그리고 오송 터널에 잠긴 차를 끌고 가야 하는 견인차를 막아서서 기자회견을 하는 국토부 장관이 있는 나라다. 그런데 왜 ‘만만한’ 홍준표 대구 시장만 걸고넘어지는가? 그의 항변은 백번 옳다.

국민은 자기 수준에 맞는 대접을 정치가에게 받는다. 지금 한국의 정치가, 권력자들이 국민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의 수준을 알 수 있다. 받아 마땅한 대접을 받는데 왜 구시렁대는 것인가?

서양의 민주주의는 수백 년 동안 불의에 맞서 투쟁한 민중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하루아침의 하늘에서 떨어졌다. 1945년 해방되고 1948년 대한민국이 수립되는 3년은 민주주의를 국민 전체가 배우고 실천하기에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다. 그래서 이승만의 문민 독재와 박정희와 전두환의 군사 독재가 무려 40년 가까이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 4.19, 5.18, 6.10 시민 혁명이 있었지만 모두 소용이 없었다. 4.19는 박정희의 쿠데타로, 5.18은 전두환의 쿠데타로 6.10은 이명박과 박근혜의 사달로 빛을 바랬다.


시민 혁명의 전통이 수립도 되기 전에 무너진 결정적 이유는 물론 교육이다. 누구도 민주주의를 제대로 가르치지도 배우지도 않았다. 그래서 21세기가 되었어도 여전히 대한민국은 가부장적 권위주의와 학연, 지연, 혈연 그리고 계급주의가 판치는 정치적 미개 국가로 머물러 있다. 어딜 가든 고향을 묻고 누굴 만나든 졸업한 학교를 묻는다. 그리고 아버지 뭐 하시는지 꼭 묻는다. 그리고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 자기 편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고 내편이면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밀어준다.’ 그러나 내 편이 아니면? 그때부터는 ‘되놈’이나 ‘쪽발이’보다 더한 원수가 된다. 단군 할아버지를 공통 조상으로 모시는 단일한 한민족이 분명한데도 말이다.


그리고 일단 내편이 되면 홍수에 땅이 떠내려 가 사람이 죽든 말든 골프 쳐도 무조건 고우! 지지를 보낸다. 다음은 위에 인용한 홍준표의 글에 달린 댓글이다.

“네이버 댓글을 보면 끝까지 읽어보지도 않고 댓글 다는 윤빠 노인분과 좌파들 참 한심한 대한민국입니다 오직 대표님만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홍준표를 사랑한다. 그것도 윤빠 노인과 좌빠를 싸잡아 비난하면서 말이다. 그런 자가 대한민국에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니 어찌 홍준표를 욕할 수 있겠는가? 그를 사랑하는 ‘국민’이 있는데. 한국 정치가 언제부터 이런 팬덤 광풍에 휩쓸리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이는 분명히 한국의 고질병인 학연, 지연, 혈연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이다.


다음은 홍준표가 지난번 대구에서 열린 퀴어 행진을 막으려다 실패한 다음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퀴어단체와 대구경찰청장이 공모하여 판결문에도 없는 도로점거를 10시간이나 하면서 교통방해를 하고

이를 긴급 대집행 하려는 대구시 공무원 3명을 다치게 한 이들에게 법적 책임을 묻겠습니다.

이건 불법,떼법시위 방지 차원 입니다.

웬만하면 그냥 넘어 갈려고 했으나

적반하장격으로 대구시를 고소하는 터무니 없는 이들의 작태를 보고

직권남용,특수공무집행 방해치상,교통방해죄 공범으로 검찰에 이들을 기관고발 하지 않을수 없네요.

대구시가 문재인 정부시절 도로 불법점거 집회,시위의 일상화를 바로 잡고자 추진 했던 일이

대구경찰청장의 무지로 이런 사태가 오게 된 것은 유감 입니다.

뒤늦게 정부도 도로불법 점거 시위는 불법의 일상화라고 지적 하면서 개선책을 준비 하고 있고

경찰청도 지난번 대구시 사태와는 달리 집시법 12조를 뒤늦게 준수 할려고 노력하고 있어서 다행 입니다만

불법,떼법이 일상화 되는 대한민국이 되면 사회질서는 혼란스럽게 되고

국민과 시민들의 불편은 극에 달할 것입니다.

대구시의 이번 조치가 나라의 집회,시위질서를 바로잡고

불법,떼법시위가 근절되는 계기가 되기 바랍니다.”


퀴어 행진은 분명히 헌법이 보장하는 합법적인 집회였다. 그래서 법원도 경찰도 행사 진행을 허용한 것이다. 그런데 홍준표만 독불장군식으로 이를 불법이라고 단죄한다. 나만 옳다는 것이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찬성 댓글이 꼬리를 문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사회질서를 무너뜨리는 불법시위는 바로잡는게 당연합니다 과거 좌파정권하에 자행되었던 불법적이고 국민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시위문화는 근절되어야 합니다 구국의 리더 홍반장님을 열렬히 응원하며 지지합니다 좌파들이 망쳐놓은 이 나라 바로잡아야 합니다 화이팅 !”

“대표님의 이번 조치로 대구시뿐만 아니라 전국 어디에서나 불법 도로 점거는 일어날 수 없게 하시는 계기가 되길 바라면서 대표님 건강관리 잘 하시고 언제나 대표님만 응원합니다:))”


분명히 합법 행사인데 홍준표가 불법이라고 단죄하면 불법이 되는 동네다. 기가 막일 따름이다.

과연 이런 나라에서 무슨 자유민주주의를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래서 대한민국에 남은 자유는 국민이 홍수로 죽어 나가도 귀국 안 할 자유, 호객 행위에 넘어가 해외 명품점 5곳에 끌려 들어갈 자유, 견인차를 막고 기자회견을 할 자유, 다른 동네에서 사람이 많이 죽어도 내 동네에서만 안 죽으면 비가 내려도 골프를 할 자유만 보장되는 나라가 된 것 아닌가?


국민이 깨어 있어야 정치가도 깬 사람이 되는 법이다. 위대한 지도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상황을 보면 대한민국 국민은 그런 지도자가 전혀 필요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오늘도 내 편, 네 편으로 나뉘어 백성들끼리 싸운다. 그러는 동안 그 잘난 지도층은 골프를 하고 해외 명품 쇼핑하게 놔두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 싸움을 느긋하게 지켜보다가 싸움을 멈출듯하면 정치가가 또 말 한마디 툭 던진다. 그러면 백성은 마치 먹이를 두고 싸우는 개처럼 서로 죽어라 물어뜯는다. 왜 물어뜯어야 하는지 전혀 모르면서 그냥 미쳐 날뛴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만면에 미소 짓는 ‘정치가’, 권력자의 얼굴이 눈앞에 스친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도 들린다. ‘문디 자슥들...’


과거 교육부 정책기획관 나향욱이 한 말이 떠오른다.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된다.”


이 말을 보도한 미국 LA Times의 기사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They are comments so harsh they might make Donald Trump blush.” 트럼프도 울고 갈 ‘명언’이란다.

그런데 이렇게 백성을 우습게 아는 발언은 나향욱만이 한 것이 아니다. 정몽준부터 시작해서 장제원 아들 ‘노엘’까지 그 전통은 유구하다.


프랑스에서는 권력자가 백성의 역린을 건드리면 나라 전체가 뒤집어졌다. 심지어 루이 16세와 그의 아내는 프랑스제 작두로 목이 잘렸다. 자유와 평등과 박애의 정신은 프랑스 국가의 가사에 나오는 대로 프랑스 민중이 ‘적의 더러운 피로 밭고랑을 적시도록’(Qu'un sang impur Abreuve nos sillons) 피땀 흘려 투쟁하면서 민주주의를 세운 덕분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백성은 오늘도 그저 자기들끼리 싸우며 흘린 피로 자기 자리를 적신다. 도대체 이 백성을 어찌해야 하는가? 게다가 정치야 배울 기회가 없었지만 개 같이 벌어 정승같이 쓰고 싶어 열심히 돈을 벌었는데 이제와서는 국내총생산이 러시아보다 뒤쳐진다는 소식도 들린다. 서방의 앞잡이가 되어 맞짱 뜨는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며 돈과 자원과 인력이 고갈되고 있는 그 러시아 말이다. 그나마 외국 가서 할 수 있었던 돈 자랑도 이젠 접어야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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