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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Sep 20. 2023

한국은 왜 독일을 배우지 못하나?

알아서 기는 한국 엘리트의 권력욕이 무섭다.

독일의 주간지 <슈피겔>에 보도된 독일 경제 연구소(Instituts der deutschen Wirtschaft)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독일 기업의 중국 직접 투자액은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다. 2023년 상반기에 1,030억 유로(144조 원)를 투자했다. 독일 경제 연구소의 분석으로 이는 독일의 해외 투자 총액의 16.4%를 차지하는 매우 높은 수치다. 이는 2022년의 11.6%, 코로나 사태 전인 2019년의 5.1%에 비해 각각 4.8%p, 11.3%p나 증가한 것이다.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아시아 국가에 독일이 2022년 상반기에 투자한 액수의 비율이 9%인 것에 비하면 독일 기업이 중국을 얼마나 중요시하는지 알 수 있다. (참조:https://www.spiegel.de/wirtschaft/unternehmen/abhaengigkeit-von-china-deutsche-konzerne-investieren-verstaerk t-in-fernost-a-912d9c1d-2077-4249-b5ae-ff09ac40de4b) 

   

미국은 처음에 중국과의 de-coupling, 곧 단절을 선언했었다. 중국의 경제를 흔들려는 조치였다. 그러나 큰소리친 것과는 달리 나중에 미국은 한 발 뒤로 빼면서 de-risking, 곧 위험 제거를 공언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미국의 많은 고위 관리를 적대국인 중국에 파견했다. 적으로 선언한 나라에 자국의 관리를 보내다니. 한국의 정치 엘리트의 머리로는 이해하기 힘든 행동이었다, 그래서인가? 6월 18~19일 중국을 방문한 미국 상무장관 토니 블링컨은 기자회견을 하는 자리에서 이 두 개념의 차이를 기자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중국과 관계를 단절할 생각이 전혀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이미 한국의 윤석열 정부는 중국과의 단절을 공언하고 실천한 지 오래되었는 데 말이다. 완전히 ‘새된’ 꼴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한 번 부린 ‘곤조’를 물리기도 그렇다고 계속 독불장군으로 뻗대기도 곤란할 지경에 처하게 되었다.    

 

그런데 독일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 상황에도 불구하고 중국과의 단절이 아닌 국제 상황의 변화에 따르는 경제적 위험을 최소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은 중국과의 완전한 단절을 선언하고 계속 고집을 부리고 있는 형국이 지속되고 있다. 그래서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31년 만에 처음으로 첫 연간 대중 무역 수지 적자를 기록하는 중이다. 이는 무엇보다도 경제보다 이데올로기를 내세우는 윤석열 정부의 대외 정책 때문이다. 그것도 ‘빨갱이’를 때려잡는다는 명분으로 말이다. 그 대신 추구한 적극적인 친미, 친일 정책으로도 대중 무역 적자를 전혀 보전하지 못하고 국제 무역 적자는 눈덩이처럼 커져만 가고 있다. 미국의 눈치를 보고 시작한 중국과의 de-coupling을 미국조차도 버리고 de-risking을 추구하는 상황에서 오로지 한국만 중국과의 완전한 단절을 추구하고 있다. 아마도 이런 진상을 부리는 나라는 전 세계애서 한국이 거의 유일할 것이다.  

 

물론 독일이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돈독히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있다. 그동안 독일에 저렴한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해 온 소련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키면서 어쩔 수 없이 미국 편을 들어야 한 독일은 소련과의 경제 관계를 단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소련은 독일의 대외 무역 상대국 가운데 36위로 추락하였다. 2022년 만 해도 14위였는데, 1년 만에 완전히 추락한 것이다. 사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소련은 동유럽국가 가운데 폴란드 다음으로 독일의 제2위의 무역 상대국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약소국인 불가리아와 슬로베니아보다도 낮은 위치에 있다. 이러한 수치는 독일이 급격히 변화하는 국제 외교와 무역 환경에 얼마나 신속하게 적응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독일이 소련과 모든 경제 관계를 단절한 것도 아니다. 미국이 정한 대소 제재 분야가 아닌 농업, 보건, 제약 분야에서는 독일 기업이 아직도 소련에서 활발한 경제 활동을 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현명한 외교 활동이다.     


그런데 한국은 어떤가? 미국의 심기를 건드릴 것이 두려워서 미리 알아서 중국과 국교 단절 수준의 조처를 하고, 군사적으로 도저히 상대가 안 되는 소련과는 마치 당장 한판 붙을 것처럼 으르렁대고 있다. 그렇게 해서 미국의 이쁨을 받을 수는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쁨을 받는 것과 국익을 찾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중국에 이어 소련과 단절한 결과로 발생한 손해를 미국과 일본의 관계 개선을 통하여 보전했다는, 그리고 보전할 수 있으리라는 것을 확신할 자료는 전혀 찾을 수 없다. 앞으로의 전망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독일은 어떤가? 미국의 제재로 발생한 소련과의 교역 감소액을 동유럽국가들과의 교역 확대로 만회하는 중이다. 2023년 7월까지 독일과 동유럽국가와의 교역액은 지난해에 비해 2% 정도 늘어난 1,610억 유로를 달성했다. 그리고 이는 40%나 줄어든 대소련 교역액을 보전하는 데 충분한 액수다. 이렇게 변화하는 해외 교역과 정치 상황에 기민하고 현명하게 대응하는 것이 바로 국익 외교다.      


그러나 한국은 어떤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지 1년 만에 대외 무역 적자는 660억 달러로, 관련 통계를 잡기 시작한 1956년 이래 역사상 최악의 기록을 세웠다. IMF 위기 이후의 무역 적자액인 206억 달러에 비해서도 3배가 넘는 액수다. 무역 적자의 주요 원인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수입액의 상승과 중국과의 교역 단절에 따른 수출 감소다. 물론 국제적인 에너지 가격 상승은 한국이 막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같은 상황에서 독일은 어떻게 대처했나? 그동안 싼 가격에 소련으로부터 공급받던 가스가 단번에 차단된 2022년에 독일만이 아니라 세계는 독일의 겨울이 매우 ‘잔인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독일 정부가 기민하게 에너지 수입처를 변경하고, 국민도 정부의 권유에 따라 가스 사용을 절제하면서 대란은커녕 오히려 가스가 남아도는 상황이 벌어졌다. 한국은 어떤가? 한때 100달러를 넘던 유가가 내리면서 원유수입액이 꾸준히 줄었음에도 기록적인 무역 적자는 지속되고 있다. 아무런 대안도 없이 무턱대고 이데올로기를 내세우고 중국과의 관계를 단절한 때문이다.   

 

IMF는 올해 한국과 독일의 경제 성장률이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나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독일 사회는 그런 예측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가 경제 위기를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앞에서 살펴본 대로 국가와 기업이 현명하게 움직이면서 위기를 타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은 어떤가? 정치계나 경제계나 오로지 내년 총선만 바라보고 권모술수에만 전념하고 있다. 나라가 망해도 권력만 잡으면 그만이라는 유구한 특유의 그 ‘한반도 토착 엘리트 정신’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중인 것이다.    

 

물론 한국을 독일에 직접 비교하는 것에는 많은 무리가 있다. 일단 경제 규모가 비교가 안 된다. 인구만이 아니다. 명목 GDP로 독일은 4조 3천억 달러인 데 비해 한국은 1조 7천억 달러다. 인구는 독일이 8천4백만 명인 데 비해 한국은 5천1백만 명이다. 게다가 독일 출생률은 한국의 2배가 넘는 1.54명이다. 한국은 인구 소멸 중이지만 독일은 인구가 오히려 늘고 있다. 외국인 인력 유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덕분이다. 히틀러가 유대인을 학살한 인종차별의 전력이 있는 나라인 독일이지만 국가의 미래를 생각해서 과감히 노동 인력 유입 정책을 추진한 덕분이다. 그리고 미국과 소련의 냉전 체제로 강제로 분단된 세계 유일의 두 국가가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도 판이하다. 독일은 분단 초기부터 양독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이어왔다. 정권이 보수에서 진보로 바뀌든 보수에서 진보로 바뀌든 그 근본 노선은 변함이 없었다. 미국과 소련이 극한 대립을 벌이던 냉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래서 때가 오자 통독을, 그것도 보수 정권인 기민당이 중심이 되어 과감히 이루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분단 이후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독재 정권에서 오로지 ‘빨갱이’ 타령만 내세우며 국내 정치적 권력 독점에 몰두했다.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보수 정권이 들어서면 여지없이 ‘빨갱이’ 타령을 불어댔다. 그래서 이제 국민도 남북한 통일에 관심이 없다. 인구 소멸과 경제 파탄을 극복할 대안이 바로 통일이 될 수 있는 데도 말이다. 통일 과정과 그 후에 후유증이 있지만 결국 국가 발전과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증거를 독일에서 발견할 수 있는 데도 여전히 부정적이다. 아니 더욱 부정적인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 오로지 '빨갱이' 잡이에만 혈안이 되었다. 초가삼간 다 태워도 빈대만 잡으면 된다는 듯이.  

  

더구나 냉전이 이미 사라진 지 오래인 21세기에 들어와서 보수 정권은 한반도에서 그 실체가 불분명한 신냉전 체제를 몸소 구현하느라 애쓰는 모습이다. 그 핑계는 중국과 소련이 미국과 대립하면서 신냉전 체제가 만들어졌고 한국이 그에 순응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살펴본 대로 소련은 물론 중국과 대립하는 국제 정세를 야기한 장본인인 미국조차도 중국과 단절이 아니라 실리 외교를 추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미국은 반드시 국익을 위해 소련과의 외교 관계 개선에 나설 것이다. 불구대천의 원수였던 베트남과도 외교 관계에서 최고 수준인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약을 체결한 미국이 무엇을 못하겠는가? 그것이 바로 현명한 국제 외교 전략이다.  그 어떤 나라도 이데올로기를 앞세워 국익, 특히 국제 무역 수지를 스스로 말아먹지 않는다. 그런데 한국만 이 모양이다. 그 이유는 앞에서 말한 대로 정치권력에 눈이 먼 매국적인 토착 정치 엘리트들 때문이다. 이완용이 잘 보여준 대로 나라가 망하든 말든 권력만 잡아서 나와 내 패거리만 한반도에서 큰소리치고 살 수 있다면 상관없다고 확신하는 그 잘난 가짜 엘리트 말이다. 도대체 이런 가짜를 어떻게 몰아낼 수 있을까? 답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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