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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Dec 28. 2022

독일의 자동차 문화를 배울까?

집단의식이 문제다.

내가 취미로 가장 좋아하는 것이 자동차 운전과 축구 경기 구경이다. 둘 다 독일에서 배운 것이다. 그래서 독일과 관련된 자동차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한다.

     

나는 자동차 운전면허를 독일에서 취득하였다. 독일 생활을 한 지 2년 만이다. 미국보다야 덜 하지만 독일도 자가용이 없으면 생활이 불편한 점이 많다. 대중교통이 한국만큼 뛰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운전면허를 취득할 여유가 없었기에 미루다가 결국 독일에서 운전면허 시험을 보게 된 것이다.

    

총기간은 넉 달이 걸렸다. 필기시험은 한 달 만에 만점으로 합격하였지만 실기 연습 기간이 길었다. 독일에서는 한국에서처럼 이른바 기능시험이라는 것이 없다. 필기시험에 합격하고 나면 바로 차를 몰고 거리로 나선다. 내가 연습한 차는 폭스바겐 Golf GTI다. 문이 3개 달린 해치백 스타일이다. 한국식으로 따져 본다면 소형차다. 그리고 하체가 너무 단단하고 시끄럽다. 한국인의 정서에는 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러나 잘 달리고 잘 선다. 나는 그런 기본기를 중요하게 생각했기에 큰 불만은 없었다.   

  

실기 시간이 긴 것은 내가 아무래도 외국인이라서 더 연습시켜야 한다는 ‘의무감’을 지닌 학원 측의 ‘배려’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교민들에게 물어보니 넉 달 이상은 심한 것이라고 하여 학원 측에 빨리 시험 보자고 요청하여 그나마 넉 달만에 마무리한 것이다.  

   

주행 시험은 매우 엄격하게 진행되었다. 겉으로 보면 일반차와 구분이 안 가는 시험용 차를 타고 무조건 달렸다. 시내, 고속도로 가리지 않고 달렸다. 언덕에서 일부러 정차했다가 출발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자동이 아니라 수동이었기에 액셀과 클러치를 적절히 조화를 이루며 밟아야 했다. 그러나 문제없이 해결했다. 주행을 다 마치고 났는데 시험관이 별 말이 없다. 그러더니 딱 한마디 한다. ‘Alles gut. aber Sie haben gerade sehr ein hastige Spurwechsel gemacht.’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고 차선 변경을 급히 했다는 말이다.   

  

내 운전 교사가 잘하는 학생이니 봐주라고 했다. 그러자 망설이는 척하더니 합격을 판결을 내렸다. 그 자리에서 운전면허증을 받았다. 독일에서 받은 첫 자격증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나는 차로 매우 빠르게 달리는 것을 즐긴다.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사람만 탄다는 Mercedes, BMW, AUDI는 물론 미국차, 프랑스차를 다 몰아 보았다. 그리고 프랑크푸르트 공항을 빠져나와 A5 곧 5번 아우토반을 타고 하이델베르크를 향해 벤츠를 몰면서 시속 250km 근처까지 밟아보기도 하였다. 조수석에 있던 차 주인인 친구가 내 이름을 계속 외쳐댔다. 그러나 소음이 너무 심해 잘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알았다. 천하의 벤츠도 고속에서는 시끄럽다는 사실을. 그러나 그 속도에서도 하체는 단단했다. 역시 독일차 다웠다.  

   

그러다가 기어코 탈이 났다. 동네 길을 무심히 달리다가 그만 속도위반을 했다. 나중에 벌금용지를 보니 시속 70km로 달려야 할 도로를  시속 97km로 달린 것이다. 그것도 운전면허를 딴지 2개월도 안 된 시점에서 말이다. 그래서 당연히 벌금과 더불어 재교육 통지를 받았다. 생돈을 내고 받아야 하는 교육이었다. 교육 과정 이론 교육과 실기 교육을 병행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따분한 강의를 듣고 나서 바로 실기 교육을 받았다. 마침 밤이라서 조금 조심스러웠다. 교육을 마치자 강사가 말했다. “Ich weiss nicht, warum Sie hier sind.” 한 마디로 여기 왜 왔냐는 것이다.     


그 뒤로 내 작은 빨간색 중고차를 몰고 유럽을 문자 그대로 누비고 다녔다. 밤에 책을 보다가 문득 기분이 블루 하면 차를 몰고 아우토반에 들어섰다. 그리고 스위스 국경까지 문자 그대로 ‘미친 듯이’ 내 달렸다. 국경을 넘지 않았다. 스위스에서는 ‘비싼’ 고속도로 통행료를 내야 하기에 돌아오곤 한 것이다.   

  

그렇게 맘대로 운전하다가 한국에 와보니 도저히 운전을 할 수가 없었다. 일단 한국의 도로 폭이 좁았다. 그리고 도로의 연결이 어쩐지 매끄럽지 못했다. 고속도로 진출입로도 어쩐지 불합리해 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운전자들이 교통신호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차선 변경을 하려고 깜빡이를 켜고 사이드 미러를 보면 저 멀리에 있던 차들이 급가속을 하며 나를 가로막고는 했다. 그리고 노란 불에 정지하면 뒤에서 경적이 울렸다. 횡단보도 앞에서 정차해도 경적이 울렸다. 분명히 신호가 바뀌었는데도 꼬리가 이어졌다. 속도위반 감시 카메라 앞에서 급정거하기 일쑤였다. 그리고 고속도로에서 분명히 화물차가 시속 90km를 넘을 수 없는데 시속 110km로 달리는 나를 앞질러 달렸다. 그리고 버스 전용 차로에 ‘아무나’ 달리고 있었다. 한마디로 무법천지였다. 물론 과거의 일이다. 지금은 한국도 많이 좋아진 것으로 보인다.   

   

분명히 독일의 고속도로에서 달리는 속도가 훨씬 더 빠른데도 한국의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이 더 식은땀이 흘렀다. 그렇다면 한국의 운전자들은 다 잠재적 범법자들인가?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근본적으로 문화가 다를 뿐이다. 이른바 ‘빨리빨리’ 문화가 아니다. 빨리 달리기로는 독일 운전자를 따라갈 사람이 없을 것이다. 유럽 전체에서도 독일 운전자는 사납게 운전하기로 유명하다.    

 

한국의 운전 문화가 시원치 않은 것은 무엇보다 경쟁 문화 때문이다. 그것이 도로에도 드러나고 있을 뿐이다. 양보하면 죽는다는 집단의식이 어릴 때부터 교육되다 보니 운전에서도 절대 양보하지 않는 것이다. 독일 운전자는 빨리 달리기는 해도 양보 정신이 투철하다. 나도 시속 250km로 아우토반에서 1차선으로 달리다가 내 뒤꽁무니를 포르셰가 물어뜯을 것처럼 따라오는 것을 보고 2차선으로 슬며시 내려선 적이 있다. 물론 자존심이 상해 액셀을 더 밟아본 다음이기는 하다. 독일에서 1차선에서 앞차를 추월하고 싶은 의사가 있을 경우 왼쪽 깜박이를 켜고 들이댄다. 나는 너를 왼쪽으로 추월하고 싶으나 더 이상 길이 없다는 의미다. 그러면 비켜야 한다. 내가 시속 300km로 달린다고 해도 말이다. 사실 오기로 양보 안 해도 된다. 그런 경우 한국에서는 2차선으로 추월해 1차선으로 칼치기하기 일쑤다, 그러나 독일에서는 그런 경우가 좀처럼 없다. 1차선에서 앞에서 늦게 가는 차가 비켜줄 때까지 밀어붙인다.     


한국의 자동차 문화는 1980년대 전두환 정권 때 자가용의 보급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비로소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제 40년도 안 되었다. 독일은 이미 19세기말부터 자동차를 몰고 다닌 나라다. 그러니 비교 자체가 안 된다. 그러니 우리나라도 자동차 문화가 ‘정착’이 되려면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기는 하다. 그렇지만 경쟁에 목숨 거는 집단의식이 팽배한 나라에서 과연 ‘선진국’의 자동차 문화가 확산될까?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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