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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May 04. 2023

한국의 싸구려 ‘마약계란’이 독일 언론에 소개되었다고?

독일에서는 마약이 합법화된다.

      

독일 요리사가 만든 마약계란 화면 캡처 ⓒ Spiegel


 독일의 대표적 좌파 언론 주간지인 <슈피겔>(Spiegel)에 한국의 ‘마약계란’(Koreanische Drogeneier)이 소개되었다. (참조: https://www.spiegel.de/start/mayak-gyeran-drogeneier-fuer-2-20-euro-so-gut-dass-sie-abhaengig-machen-a-817803de-2b90-48ae-bb34-a1c6508afb47?sara_ref=re-xx-cp-sh) 현재 독일은 마리화나를 합법화하는 절차가 진행 중이다. 그래서 이제는 한국의 마약도 독일에서 합법화할 모양인가? 물론 아니다. 요즘 한국 어법에 사람들의 인기를 얻는 것에 ‘마약’을 붙이는 유행을 독일 언론이 따라 하는 것뿐이다.  


독일 요리사가 만든 마약계란 뉴스 화면 캡처 ⓒ Spiegel

 

K-pop으로 시작된 한류 바람이 이제 한국 문화 전반에 걸쳐 확산된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특히 유럽에서 K-food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을 목격하니 감회가 새롭다. 20~30년 번만 해도 유럽에서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음식이 아시아를 대표했지만 이제 한국 음식이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서 한국 음식이 초밥처럼 고급 음식 대접을 받을지 아니면 그저 그런 동남아음식 취급을 받을지는 앞으로 하기에 달려있는 것 같다.     


그런데 한국에서 계란장조림과 같이 맛난 반찬이나 음식 앞에 ‘마약’을 붙이는 것이 유행이다. 마약 떡볶이, 마약 김밥처럼 말이다. 악의가 없는 정다운 어법이 아닐 수 없다. 과거 2002년 월드컵 경기 때 우리나라 응원단의 애칭을 ‘붉은 악마’로 부른 것과 마찬가지다. 독일도 이런 명칭이 있다. 분데스리가에 속하는 FC Kaiserslautern의 팬클럽도 Die Rote Teufel, 붉은 악마다. 2002년 월드컵 때 한국의 일부 개신교가 ‘악마’라고 했다고 난리를 피운 적이 있다. 정작 개신교의 본산인 독일에서는 이 명칭을 가지고 누구도 딴지를 안 거는데 말이다.


그런데 요즘 한동훈 씨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분위기에서 ‘마약’이라는 단어를 쓰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으로 야단법석을 부리는 무리가 등장한 모양이다. 도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 아부의 길이 원래 멀고도 험하지만 상식을 벗어나는 짓은 이제 그만할 때가 된 것 아닐까? 마약을 없애고 싶다면 그 마약을 생산 보급하는 우두머리를 쳐야 마땅한데 그 마약을 쓰는 조무래기들만 죽어라 패는 버릇은 어디에서 배운 것일까? 이미 조선시대의 관리들이 써먹은 버릇이기는 하다. 지배층이 호의호식하는 수단으로 아무 힘없는 백성을 쥐어짜기 위해 백골징포, 황구첨정, 족징, 인징을 해댄 것이 이나라 엘리트다. 그런데 그렇게 백성만 족치는 버릇이 요즘 엘리트에게서도 보이니 기가 막힐 뿐이다. 만만한 것이 자기 나라 국민이라니, 도대체 어디서 배워먹은 버르장머리인가? 그러면서 백성을 완전히 무시하는 그 잘난 엘리트들이 해외에 나가기만 하면 대국의 지도자 앞에서 황송하게 읊조리고 아부하고 기분 맞추는 버릇이 언제나 없어질지 참으로 난감하다.     


현재 한국은 이제 막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상황이다. 독일은 어떤가? 앞에서 말한 대로 독일 정부는 마약인 마리화나를 합법화하는 법안을 진행 중이다. 그동안 마약을 단속해 왔지만 오히려 음성화를 조장하여 피해자를 양산해 왔다는 판단에 적어도 마리화나만은 양성화한다는 계획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1인당 최대 25g의 마리화나의 재배, 보유, 사용이 합법화된다. 그러면 누구나 맘대로 마리화나를 재배하고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인가? 천하의 법치국가인 독일이 그럴 리가 있나?  


   

마리화나 ⓒ pixabay


아무나 마리화나를 재배하고 판매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원래 독일 정부는 1인당 마리화나를 30g까지 보유하도록 허용하고 전문상점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유럽연합 집행부와 논의를 거친 후 25g으로 낮추고 마리화나의 재배와 판매를 할 수 있는 이른바 ‘마리화나 클럽’의 설립을 허용할 예정이다. 이 클럽은 18세 이상의 회원을 500명을 확보할 수 있다. 이 클럽 회원은 하루에 최대 25g, 한 달에 최대 50g의 마리화나를 구매할 수 있다. 이는 마리화나 담배 150대, 담뱃갑으로 계산하면 약 8갑의 양이다. 또한 회원은 한 달에 최대 3그루의 마리화나를 재배할 수 있다. 이 클럽은 청소년 보호와 중독 예방 담당자를 두어야 한다. 당연히 학교와 유치원 근처에서 마리화나 흡연은 허용되지 않는다.     


독일은 왜 마약을 합법화하나? 독일 보건부 장관 칼 라우터바흐(Karl Lauterbach)의 말에 따르면 독일의 마리화나 범죄화 정책은 실패했다고 인정했다. 처벌 강화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시인한 것이다. 현재 독일의 18살에서 64살 사이의 성인의 8.8%, 약 450만 명이 지난 1년 동안 최소 한 번 이상 마리화나를 피운 것으로 조사되었다. 아무리 강력한 법을 동원하여 ‘범죄자’를 처벌해도 막을 수 없는 것이 마약이다. 그리고 음성화할수록 마약의 가격이 더 올라가 건강만이 아니라 경제적 피해도 눈덩이처럼 커지는 것이다. 마피아와 같은 범죄집단의 수익만 올리는 꼴이다. 그래서 독일만 이렇게 마약에 관대해진 것이 아니다. 몰타에서는 18세 이상 성인이 마리화나를 7g까지 보유할 수 있고 1인당 대마 4그루를 재배할 수 있다. 룩셈부르크는 2021년 마리화나 사용과 재배를 합법화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체코에서도 마리화나 보유가 합법이다.     


쾌락은 인간의 본능이다. 그래서 섹스와 음주는 막을 수가 없다. 섹스와 음주와 중독되면 마약 중독과 동일한 증상을 보인다. 현재 언론에 한창 떠도는 섹스교의 주교와 알코올 중독자가 잘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마약만을 단속한다고 사회가 정화될까? 마약과의 전쟁을 벌인 나라 가운데 성공을 거둔 경우는 단 한 나라도 없다. 오히려 마약 마피아의 수익만 높여준 결과가 나왔다. 결국 마약 범죄자가 아니라 피라미에 불과한 마약 피해자에게만 이중적으로 고통을 주는 결과를 낳았을 뿐이다.     


마약 중독은 분명히 개인이나 사회를 패망에 이르게 하는 병이다. 그래서 반드시 척결해야 한다. 그러나 그 병을 치유하는 접근법에 법과 몽둥이만 있다면 반드시 실패한다. 한국이 숭배해 마지않는 미국에서조차도 28개 주에서 의료용 마리화나를 합법화했다. 국민을 범죄자로 여기며 무조건 때려잡는 나라는 반드시 실패하기 마련이다.     


현재 이탈리아를 포함한 유렵 국가들은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 유럽 8개국 경찰은 이탈리아 마피아 조직인 ‘은드랑게타’의 근거지 150여 곳을 수색해서 조직원 약 100명을 체포하고 약 300억 원의 자산을 압수했다.     


이런 것이 진정한 마약과의 전쟁이다. 잔챙이 잡아서 황색 언론에 정보를 흘려 저급한 호기심만 충족시켜 분위기만 띄우는 저질 마타도어는 하지 않는다. 한국 법무부도 존경해 마지않는 서양의 이런 모범 사례를 참고하면 좋겠다. 정치적 이득을 위해 만만한 백성만 잡지 말고 말이다. 그런 식으로 백성만 잡던 나라 조선은 망했다. 망하기 싫다면 백성이 아니라 위정자가 먼저 정신을 차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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