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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Jan 20. 2024

독일로 이민 가는 쉬운 방법이 있나?

독일이 아니라 유럽연합으로 이민 가는 것이다.

시절이 수상할 때마다 특히 이민을 꿈꾸게 된다. 한국에서는 주로 미국이나 캐나다가 인기 있는 나라이지만 유럽, 특히 독일도 꽤 매력적인 나라다. 그래서 독일을 소개해 본다. 일단 독일은 유럽 최대 최강의 나라다. 미국에 경도되어 있는 한국에서 보면 그 정도로는 안 보이지만 현실은 그렇다. 일단 국가 면적이 대한민국의 3.5배이고 인구는 8,300만 명이다. 이 가운데 거의 2천만 명 가까운 인구가 이민 가정 출신이다. 그 가운데 절반은 이미 독일 시민권을 취득해 살고 있다. 독일 내수 시장도 크지만, 수출을 위주로 한 제조업이 고도로 발달되어 있어 사람이 귀한 나라다. 실업률은 3.2%에 머물고 있다. 거의 완전 고용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말이다. 독일에서 살 때 가장 큰 장점은 교육비가 박사 과정까지 전액 무료인 것에 있다. 물론 주별로 학생회비 조로 받는 돈이 있지만 유학생이 아니라면 부담이 거의 없다.


그리고 67세까지 일하고 은퇴하면 바로 연금을 받는다. 의료 혜택도 매우 좋은 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본적인 생활비가 저렴한 편이다. 다만 집세는 만만치 않다. 2024년 1월 기준으로 독일 평균 월세는 30평 기준 1,160유로다. 한화로 약 160만 원이다. 그러나 한국도 2023년 기준 평균 월세가 102만 원이니 독일이 엄청나게 비싼 편은 아니다. 그러나 독일의 평균 임금이 연봉으로 27,500유로, 한화로 3,800만 원 정도 되니 싸다고 할 수는 없다. 그리고 독일의 가구당 평균 생활비가 2,846유로, 한화로 400만 원인 것을 고려하면 주거비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통계적으로도 독일 가구의 지출 항목 가운데 주거비는 36%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만약 독일에서 집을 구매한다면 주거비를 대폭 절감하게 되어 생활에 여유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독일의 집값은 지역에 따라 차이가 크게 난다. 가장 비싼 뮌헨에서 30평짜리 집을 사려면 평균 85만 유로, 한화로 12억 원을 지불해야 한다. 수도인 베를린은 그보다 싸서 45만 유로, 한화로 6억 원 정도면 30평짜리 집을 마련할 수 있다. 물론 집의 상태에 따라 가격은 차이가 난다. 금융 도시인 프랑크푸르트나 산업 도시인 슈투트가르트도 베를린보다 약간 비싼 정도다. 독일 집값이 지난 몇 년 동안 급속히 올랐지만, 한국보다는 비교적 싼 편이다. 집만 장만할 수 있다면 한 달 생활비는 300만 원 이하로도 충분하다.

     

독일에 정착하는 방법에는 크게 이민과 난민 신청이 있다. 전쟁이 난다면 난민 신청이 가능하다. 그리고 정치적 박해를 받는 경우도 난민 신청이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 한반도가 위기에 있기는 하지만 전쟁이 일어나지는 않았으니 이민하는 것이 편한 방법일 것이다. 독일 이민에는 미국 이민과 마찬가지로 크게 취업 이민과 투자 이민이 있다. 독일은 한국보다는 훨씬 낫지만, 인구 감소와 노동 인력 감소로 어려운 처지에 있기에 특히 전문직 이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또한 경제 발전이 더뎌지는 바람에 취업률을 높일 수 있는 투자 이민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런데 취업 이민에는 무엇보다 독일에 필요한 재주가 필요하다. 독일에서 가장 많이 요구하는 것은 ITC, AI 관련 첨단 기술이다. 그러나 코비드 19 사태 이후 거의 모든 분야에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서 직종을 가리지 않고 취업 문이 열려 있기는 하다. 물론 자격이 있어야 취업할 수 있다. 관련 분야 자격증과 경력은 필수다. 그러나 한국보다는 학교 서열이나 학력 차별이 훨씬 덜하여서 취업이 극단적으로 어렵지는 않다. 물론 독일이기 때문에 독일어가 기본이기는 하지만 ICT나 AI 직업의 특성상 영어만 잘해도 거의 문제없다. 그리고 기본적인 독일어는 6개월 정도 학원에 다니면 익힐 수 있기에 언어가 장애 되어 취업 못 한다는 말은 핑계에 불과하다. 그리고 독일은 2005년까지 대학 진학률이 30%에 머물렀으나 그 이후 대학 진학 바람이 불어 2021년에는 55%까지 치솟았다. 그러는 바람에 독일 전통의 직업학교 출신 전문가가 태부족인 상황이다. 일자리는 있는데 그런 일을 할 전문가가 부족한 것이다. 그래서 독일 정부가 외국 전문 인력을 적극적으로 ‘수입’하려고 애쓰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코비드 19 사태로 감원 바람이 불었다가 이제 다시 경제가 정상을 회복하고 있지만 그때 떠난 사람을 다시 구하기가 어려워 독일 사회 전체에 구인난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독일은 취업에 나이 성별 인종 학력을 기본적으로 차별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근본적으로 무차별한 나라는 물론 아니다. 그래서 아무래도 젊고 공부를 많이 하고 경력이 있고 언어도 잘하는 사람을 원한다. 그래서 취업이 만만한 것은 아니다. 이에 취업에 두려움이 있다면 차라리 투자 이민을 고려해 보는 것도 좋다.    

 

일정 액수 이상의 자금을 투자하면 이민할 수 있는 것은 세계 거의 모든 나라와 마찬가지이다. 지방자치제도가 발달한 나라라서 주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50만 유로, 한화로 7억 원 정도 투자하면 당장 영주권을 받을 수 있는 지역이 많다. 그러나 이 정도 금액이 부담되는 경우 아예 회사를 설립하면 된다. 주식회사가 아니라 GmbH, 곧 유한책임회사를 세워도 된다. 이 경우 비용은 5천만 원 이하가 든다. 회사를 세우고 그 회사의 사장이나 사원으로 일하면 독일에서 거주할 수 있다. 그리고 3년 이상 거주하고 일정 급여를 받은 것을 증명하면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다. 영주권을 받고 다시 5년이 지나면 시민권 신청이 가능하다. 회사를 세울 돈도 없으면 한국에 회사를 세우고 그 회사의 지점을 차리는 형식으로 독일에 진출하면 된다. 이 경우 비용은 매우 저렴해진다. 한국에 유한회사나 주식회사를 세우는 것은 제한이 거의 사라져서 자본금은 단돈 몇백만 원만 있어도 가능하다.      


어떤 방법으로든 일단 독일에 정착하게 되면 유럽연합 회원국 어디에서나 일을 할 수가 있다. 그것이 미국 이민과 다른 커다란 차이점이다. 미국은 비록 주가 50개가 있지만 전부 한 나라다. 단일한 언어 단일한 문화권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은 수십 개 언어와 문화가 공존하고 나라마다 다양한 특색이 존재한다. 그래서 일단 독일에 정착하고 어느 정도 안정이 되면 마음에 드는 나라로 이주하여 일하고 살 수 있다. 현재 유럽연합 회원국은 27개국이다. 북쪽으로는 스웨덴, 핀란드가 있고 남쪽으로는 섬나라인 몰타와 키프로스가 있다. 그리고 독일 이민이 힘들다고 생각되면 조건이 덜 까다로운 몰타나 키프로스 또는 포르투갈 이민도 생각해 볼만하다. 그러나 유럽 최강 국가인 독일에 일단 정착하면 다른 나라로 이주하기가 훨씬 쉬우므로 처음부터 독일을 목적지로 잡는 것이 여러 면에서 유리할 것이다. 무엇보다 경제 대국이라서 일자리 찾기도 쉽고, 사회가 안정되어 있어 안심하고 살 수 있다.     


물론 독일이 지상 천국은 아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돈이 아쉽고 사회 제도도 아쉽다. 그러나 독일에서는 일보다는 삶의 질을 더 중시하는 분위기가 강해서 한국과 같은 치열한 경쟁에 지치는 일이 좀처럼 없다. 이는 최근에 발표된 국제적인 조사 연구 결과에도 잘 나와 있다. 독일 구직 사이트인 randstad에서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34개국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국제 비교 조사 결과에 따르면 독일 직장인은 성취나 승진, 출세보다는 안정된 직장과 편안한 삶을 더 추구하는 것으로 나왔다. 심지어 현재 직장에서 더 이상 출세할 가능성이 없어 보여도 이직할 생각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사실 독일에서 오래 살아보면 사회 자체가 성취동기가 없는 문화에 지배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직장이든 관청이든 서두르는 법이 없다. 그래서 승진과 출세에도 큰 관심이 없으니 치열한 경쟁도 없는 것이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67세까지 일하고 은퇴하면 연금을 받고 안락한 삶을 사는 것이 대부분 직장인 삶의 여정이다. 위에서 말한 조사에서 독일 직장인의 24%만이 승진 가능성이 없으면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대답했다. 전 세계 평균인 35%를 크게 밑돌고 있다. 그 대신 직장이 삶을 즐기는 데 방해가 된다면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대답은 41%에 이른다. 독일 응답자의 55%는 일보다 개인의 삶이 우선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니 굳이 경쟁해서 성공하려는 문화가 없는 것이다.     


물론 이런 사회 분위기이다 보니 독일에서는 갑자기 떼돈을 벌어 대박이 나는 일은 로또 당첨 말고는 없다. 그래서 돈을 많이 벌어서 40대에 은퇴하여 여생을 즐겨보자는 분위기는 없는 편이다. 물론 일보다 노는 것을 좋아하는 독일인이니 그런 꿈을 꾸기는 한다. 그래서 국민 대다수가 로또를 매주 구매한다. 그러나 그뿐이다. 돈을 벌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분위기는 전혀 없다. 그저 인생을 천천히 살면서 즐기고 싶을 뿐이다.

    

물론 이런 독일의 분위기가 싫어서 다른 나라로 떠나고 싶어 하는 독일인도 많다. 그러면 바로 이웃인 프랑스로 이주해서 직장을 잡고 살면 된다. 프랑스가 너무 시끄럽다고 여겨지면 다시 네덜란드나 덴마크로 가면 된다. 음울한 독일 날씨가 맘에 안 들면 남부 이탈리아나 그리스에서 직장을 잡아서 살면 된다. 요즘은 독일도 이른바 디지털 노매드의 삶을 꿈꾸며 실천하는 경우도 점점 더 늘어나는 상황이다. 그래서 이주와 직업의 자유를 누리는 사람들로 많아지고 있다. 한국의 경우 그런 꿈을 꿔도 사실 이주가 거의 힘들다. 일단 비행기나 배를 타지 않으면 다른 나라로 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외국에 나가는 것은 큰 맘을 먹기 전에는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독일에서는 문자 그대로 이웃 마을 가듯이 외국을 드나들 수 있다. 국경도 사실상 없다. 자동차를 몰고 조금 달리다 보면 그냥 갑자기 외국에 가게 된다. 만약 캠핑카를 가지고 있다면 아예 집을 옮기기도 쉽다. 유럽 전체에 캠핑장이 워낙 잘 발달하여 있어서 한국과는 비교가 안 되는 편리함이 있다. 사실 독일의 많은 직장인은 은퇴하고 나서 캠핑카로 유럽을 주유천하하는 것을 꿈꾸고 있기도 하다.  


-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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