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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Jan 21. 2024

독일이 망한다고?

독일에 가보지 않은 독일 전문가가 많은 한국일 뿐이다.

요즘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독일 경제가 파탄 날 것 같은 식으로 보도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그래서 그 사람들이 독일 전문가인가 보니 그것도 아니다. 독일어를 잘하는지 보니 그것도 아니다. 독일어로 된 원자료를 가지고 말하는가 했더니 그것도 아니다. 그저 영어로 된 자료를 들고 말한다. 한국의 ‘전문가는 대부분 이 모양이다. 누가 한 번 무슨 이야기를 해서 관종 작업에 성공했다 싶으면 끼나 고동이나 다 따라 하면서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들이 한결같이 내세우는 논리도 비슷하다. 그래서 누군가 한 것을 모두 그냥 따라 하는 것이라는 느낌을 버릴 수 없다. 


독일이 망하는 가장 큰 근거로 제시하는 것이 GDP 성장률이다. 코로나 사태와 우크라이나 사태로 독일의 GDP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성장률이 뒤처진 것은 매우 분명한 사실이다. 올해는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런데 그런 독일이 GDP로 만년 세계 4위에서 일본을 제치고 3위로 올라섰다. 물론 여기에는 일본의 엔화 가치 폭락에 따른 효과도 있지만 2020년 4조 9,100억 달러인 일본에 비해 1조 달러나 뒤진 3조 7,800억 달러에 머물던 독일의 GDP가 2023년에는 4조 4,298억 달러를 달성해 4조 2,308억 달러에 머문 일본을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제치고, 2024년에도 4조 7,008억 달러로 4조 2,861억 달러의 일본을 앞서 3위를 지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에 2021년 1조 8,109억 달러로 세계 11위를 차지했던 한국은 2023년 1조 7,092억 달러로 13위로 하락했고 2024년에도 1조 1,784억 달러로 13위에 계속 머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런 나라에서 ‘감히’ 독일 망한다고 자기들끼리 떠들면서 낄낄거리는 자칭 한국인 전문가들을 보면서 기가 막히지 않을 수가 없다.     


한국은 가만히 보면 늘 이 모양이다. 예를 들어 각국 대사를 파견할 때 대부분의 선진국은 그 나라에 대한 지식이 있는 전문가를 파견한다. 그래서 대사도 주재국 언어를 상당 수준 구사할 수 있다. 그 나라에 대한 식견도 뛰어난 편이다. 독일에 있으면서 방송에 나오는 다른 나라 대사가 사회자와 대화를 독일어로 할 때 보면 단순히 독일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심도 있는 토론 능력까지 갖춘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한국 대사는 독일어는 고사하고 영어도 제대로 못 한다. 대사라는 자리가 치열한 국가 경쟁을 하는 전초병이 아니라 그 나라에 놀러 가는 분위기다. 동남아시아에서 골프장에서 더 많이 볼 수 있는 것이 한국 외교관이라는 소문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 있다. 이런 식으로 나라를 운영하는 주제에 ‘감히’ 독일 경제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장난 수준의 이야기를 서슴없이, 겁 없이, 건방지게 할 수 있고, 그런 발언에 꼬리글로 동조하면서 독일 우습다고 하는 사람들을 보면 거의 절망감이 느껴진다.     


물론 독일을 미화하고 우상화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독일에 오래 살면서 독일의 장단점을 어느 정도 알았고, 지금도 여러 자료를 통해 현재 독일 경제가 지난 통일 직후만큼이나 어려운 상황에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러시아에 에너지를 크게 의존하던 독일이 위기에 봉착했지만 정부와 국민이 일심단결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보고 개인적으로 큰 감동을 받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독일의 많은 공장과 가정이 가스를 에너지 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특히 겨울에 여전히 많은 가정이 가스로 난방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그래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겨울을 맞이한 독일이 대재앙에 직면할 것으로 많은 ‘전문가’가, 특히 독일을 매우 껄끄러워하는 미국 전문가가 예견했다. 그러나 독일은 겨울을 무사히 견뎌냈다. 정부는 가스 수입처를 다변화했고 국민은 극도의 절약으로 버텼다. 그래서 아무 일도 없었다. 그러자 ‘미국 전문가’는 다시 겨울이 유난히 따뜻해서 독일에 문제가 없었다는 진단 아닌 진단을 내렸다. 이는 명백히 가짜뉴스다.     


그런데 정치·경제는 물론 문화마저 미국에 철저히 종속된 대한민국의 ‘짝퉁 전문가’는 미국의 뉴스와 미국 자료에 의존하여 독일을 마구 난도질하며 진단 아닌 진단을 한다. 과연 한국에 독일 전문가가 몇 명이나 될까? 독일에서 오래 살면서 독일 경제를 공부하고 독일 문화를 이해하는 데 수십 년이 걸리는 데, 그런 과정이 전혀 없는 자들이 미국의 자료를 적당히 가공해서 독일을 분석한다고 덤비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비단 독일만이 아니다. 한국의 ‘자칭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기가 이야기하는 분야에 대한 학위는 고사하고 경험도 별로 없다. 독일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인터넷 자료를 검색하고 책 몇 권을 읽고는 갑자기 전문가로 나서는 것이다. 한국의 전문 분야의 깊이가 매우 낮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의 전문가는 전문 지식의 깊이를 더하기보다는 시류를 잘 타서 성공하는 것을 더 큰 목표로 두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래서 늘 이 모양으로 가짜뉴스를 양산하고는 나중에 가짜로 판명되어도 책임지지 않는다. 어차피 국민은 개·돼지라서 기억도 못 하리라 생각하는 것이다.     


다시 독일로 돌아가 보자.      


독일은 GDP에서 중국에 추월당한 것과 마찬가지로 조만간 인도와 인도네시아 같은 인구 대국에 추월당할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세계의 많은 제조업 국가는 독일의 기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물건이 아니라 물건을 만드는 기계 산업은 여전히 독일이 주도하고 있다. 아무리 3차 산업이 주를 이루고 ICT와 AI가 미래 산업이라고 해도 사람이 살고 있는 한 물건은 필요하고 물건을 만들려면 기계가 필요하다. 그런 기계를 만드는 노하우를 하루아침에 따라잡는 일은 입만 놀린다고 가능한 것이 아니다.  한국 유튜브 전문가가 독일제조업 가운데 특히 자동차가 망해간다고 했지만 독일 최대의 자동차회사 VW는 명실상부한 세계 2위로 오히려 점유율이 상승했다. 도대체 뭘 보고 독일 자동차 산업을 폄하한 것인지 모르겠다.  독일은 세계 최초로 내연 기관 자동차를 만든 나라다. 그리고 중국이 아무리 전기차를 대량 생산하여 세계 최고의 판매 대수를 기록한다고 하여도 아직은 전기차가 대세는 아니다. 전기차의 완전 지배는 아직 시기상조이기에 당장에는 하이브리드나 대안을 모색 중인 것이 현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독일 자동차 회사가 망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독일을 무조건 찬양하는 것을 물론 옳지 않다. 그러나 독일을 무조건 ‘까는’ 것은, 더구나 한국이 여전히 선진국 문턱에서 서성거리고, GDP에서 곧 인도네시아에도 추월당하고 2050년에는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에도 밀리고, 2075년에는 필리핀,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보다 후진 나라가 될 것이라는 ‘객관적’ 예측이 난무하는데 남을 비웃고 낄낄대고 있을 때가 아닌 것이다.     


한국이 후진국이 되는 가장 결정적 이유는 인구 감소와 지정학적 위기다. 출생률은 이제 세계 최저이고 한반도에 당장 전쟁이 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위기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그런 문제 해결에 시간을 온통 들여도 모자랄 판에 남을, 그것도 독일처럼 강한 나라를 비웃고 있는 ‘전문가’가 비웃음을 당해 마땅하다.     


독일의 조출생률은 1960년대 17을 넘어섰다가 현재는 8을 유지하고 있고 국제 연합의 예측으로는 2100년까지 이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의 조출생률은 1950년대 6을 넘어섰다가 현재 1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고 국제 연합의 예측으로도 2100년까지 이 수치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문자 그대로 한국이 소멸하는 중이다. 독일은 1990년 통독 이후 인구 증가율이 줄어들자, 외국인 노동력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였다. 그래서 독일 인구 8,300만 명 가운데 24%인 2,000만 명이 외국 출신이다. 인종차별주의로 세계 최고였던 히틀러의 나치당이 지배한 나라가 이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지극히 합리적 사고 덕분이다. 독일의 합계출산율은 1.5를 넘고 있다. 그리고 이 수준은 1970년부터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 한국의 2배가 넘는다. 그래도 독일은 부지런히 외국인의 유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이중 국적을 허용하는 조치까지 취했다. 곧 한국인이 독일 시민이 되어도 원래 한국인 국적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토록 원칙적으로 변화에 무뎌 보이는 독일이 이런 식이다. 그런데 한국은 여전히 외국인 노동자를 받느니 마느니 하며 싸움이나 하고 있다. 인구가 아무리 줄어도 ‘외노자’가 이 땅에 들어와 활개를 치게 할 수 없다는 태극기를 들고 설치는 이른바 ‘애국 시민’ 덕분이다. 나라가 망해도 우리 편의 이데올로기만 지키면 그만이라는 이 편협한 사고방식으로 세상을 내다보고 있으니 어찌 국제 정세를 바르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인가? 그저 우물 안 개구리처럼 한반도, 그것도 절반인 남한에서 큰소리치며 살면 그만이라는 소아적인 사고방식을 버리지 않는 한 한국이라는 나라가 독일은 감히 쳐다볼 수 없을 지경에 놓이게 될 것이다. 사실 G7 국가 가운데 경제 위기에 처한 나라는 다름 아닌 일본이다. 인구가 1억 3천만 명에 육박하여 인구 규모가 독일보다 50%나 큰 나라다. 그러나 경제 성장률이나 GDP 성장에서 형편없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일본을 비난하거나 비꼬는 언론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그만큼 한국 언론을 '토착왜구'가 지배하고 있다는 반증인가?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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