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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가 정치판에 돌아온다고?

OB의 귀환이 반갑지만은 않지만 필연이다.

by Francis Lee

총선이 가까워지니 OB들의 귀환이 시작된 느낌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정치적 발언을 하고 이재명 대표를 만난 데 이어 박근혜도 드디어 정치적 행보에 나섰다. 시장에서 먹방 찍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중앙일보>에 회고록을 연재하기로 했단다. 매주 3회 분량으로 진행되는 데 언제 종료할지는 아무도 모른단다. 요즘 모든 언론사가 온라인 유료 전쟁을 벌이는 가운데 <중앙일보>가 좋은 미끼를 던지는 모양새다. 박근혜의 회고록을 보려면 유료 구독을 해야만 한다. 박근혜가 누구인가? TK에서는 여전히 선덕여왕의 환생쯤으로 여겨지는 신성한 존재 아닌가? 과연 유료 구독자가 얼마나 늘지 관심이 쏠린다.


<중앙일보>에 나온 박근혜의 단독 인터뷰 기사의 제목은 “탄핵, 모든 게 제 불찰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다. 제목만 보고 감옥에서 깊은 반성을 하고 사람이 변한 줄 알았다. 그러나 바로 아래 나온 소제목을 보면서 속으로 ‘그럴 줄 알았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박근혜 정부는 실패한 정부? 임기 못 마쳐 개인적으로 실패 정책적으로 잘못된 건 없어”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 그러면 한국의 의회와 사법부가 정책 실패가 아니라 개인적 실패로 박근혜를 탄핵했다는 말인가? 그리고 박근혜는 대통령 자리에 있으면서 개인적인 실패만 했다는 말인가? 그런데 개인적 실패에 대해 반성했다는 제목과는 달리 기사 내용에서는 전혀 다른 말이 나온다. 같은 인터뷰 기사에서 “나 자신에게 떳떳했기 때문에 어려운 수감 생활을 견딜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게 정말로 진심으로 사과하는 사람이 할 말인가? 1952년생인 박근혜는 이제 나이가 71살이다. 그 나이면 사람의 도리가 무엇인지 알고도 남을 나이다. 그래서 공자도 종심소욕불유구를 해야 할 나이라고 일갈했다. 그런데 아직도 이 모양이다.


박근혜가 저지른 최악의 정책 실패는 어설픈 친중 정책을 하다가 미국으로부터 집중타를 얻어맞고 무기력하게 THAAD의 강제 배치를 ‘당한’ 것이다. 외교 정책을 완전히 아마추어보다 못한 수준으로 진행했다. 이때부터 시작한 중국의 한국 견제를 문재인 정부에서 간신히 막았는데 결국 박근혜보다 더 아마추어인 윤석열 정부에서 아예 국교 단절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그런데 그 불화의 씨앗을 바로 박근혜가 뿌린 것이다. 게다가 일본과의 위안부 합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은 윤석열 정부에 들어서서 나라가 둘로 갈릴 정도의 문제의 발단이 되었다. 게다가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를 처리하는 정책에서 완전히 실패하여 국가 전체가 흔들릴 정도의 위기가 왔었다. 최순실 사태는 민간인이 국정에 개입하여 국가 정책을 ‘최순실 아줌마’가 하늘의 기를 받아 좌지우지하는 국정 문란을 일으켰다. 그런데 이제 와서 뻔뻔하게 다 내 개인의 잘못이다…. 이런 식으로 능구렁이 담 넘어가듯 자신의 죄를 뭉개버리려고 한다. 그런 박근혜를 이용하여 돈이나 벌려는 수작을 부리는 <중앙일보>와 배가 맞아 회고록을 쓴다는데 도대체 무슨 내용이 나올까? 이미 대통령으로 재임할 때도 ‘수첩 공주’로 저잣거리에 웃음거리가 되었던 양반이 무슨 글을 쓸까? 기억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인가? 자기 죄를 모르고 날뛰는 것이 악인이라고 하지만 박근혜의 행보는 정말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 게다가 박근혜의 탄핵 때 자기를 ‘배신한’ 자들에 대한 뒤끝도 단단히 보이고 있다. 탄핵 정국 당시 친박으로 간주하던 인물들까지 자기의 탄핵에 찬성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물론 박근혜를 공주로 여기는 TK의 노인들이나 박근혜를 총선에 이용하려고 몸이 단 국민의힘이나 이런 변명을 다 하늘의 복음쯤으로 여길 것이다.

이러다가 이명박도 ‘기어 나올’ 태세가 아닐까? 이미 윤석열 정부의 요직을 차지한 MB맨들이 자리를 깔아 줄 모양이니 말이다. 이명박 박근혜가 윤석열 정부의 병풍이 되어준다면 내년 총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호언장담했다는 170석이 농담이 아닐 수도 있을 것만 같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한국에서 이명박 박근혜 윤석열로 이어지는 이른바 수구 세력의 핵심 지지층은 현재 윤석열 정부 지지율이 말해주는 30%대 초반이다. 그 대척점에 있는 진보 세력도 얼추 그 정도 된다. 민주당 지지율이 말해주는 대로 말이다. 그렇다면 결국 40% 정도 되는 이른바 중도층과 무관심층이 총선의 승패를 가를 것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그런데 국정 실패와 개인적 무능과 부패로 법의 심판을 받고 감옥에 간 자들이 다시 ‘기어 나오는’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그들이 과연 국민의힘에 힘을 실어줄까? 아니면 어깨에 짐을 더 얹어줄까? 그 사실은 내년 총선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사실 이명박이나 박근혜는 모두 경상도를 연고로 하는 인물이니 그들의 영향력은 그 지역에 머물고 말 것이다. 그리고 경상도 지역구는 다 합쳐봐야 65석에 불과하다. 300석 가운데 22%도 안 된다. 이명박과 박근혜가 국민의힘이 이 지역에서 완승하도록 힘을 써봐야 21대의 62명에서 겨우 3명 더 늘릴 수 있을 뿐이다. 그 3석을 건지자고 나머지 지역을 포기하는 전략을 쓴다고? 아 물론 북한에서 진성 ‘빨갱이’ 노릇을 했던 태영호도 국회로 보낸 강남 3구도 있다. 그러나 그곳을 다 건져봐야 6석이다. 물론 용산구에서 0.86%p 차이로 당선된 권영세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다. 물론 지난 총선 때 비례대표로 민주당보다 2석이나 많은 19석을 건졌지만, 현재와 같이 당 지지도가 민주당에 오차범위 밖으로 밀리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그런 행운을 더 이상 기대하기도 힘들 것이다.


결국 이명박 박근혜가 윤석열 정부를 돕는다고 해도 그 임팩트는 현실적으로 크지 않을 것이 거의 분명하다. 그런데도 이 시점에 박근혜를 다시 정치판으로 끌어들인 이유는 무엇일까? 당연히 제일감으로 떠오르는 대답은 문재인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퇴임하면서 잊힌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했다. 그러나 그 후의 행보는 그의 말과 분명히 다르다. 저 멀리 양산에서 스스로 정치를 멀리하는 삶을 살았지만 얼마 전부터 본격적인 정치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그 깊은 뜻은 본인과 측근이 잘 알겠지만, 관찰자의 입장에서도 그의 마음의 어느 정도는 읽힌다. 윤석열 정부가 집권 후 1년 반이 다 되도록 여전히 30% 초반대의 지지율, 곧 영남만의 지지를 받는 상황에서 전 정부, 곧 문재인 대통령을 치고 나오는 전략을 사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미 한국 정치계라는 바닥에서 2002년부터 내공을 쌓아온 문재인 전 대통령이 총선을 앞둔 윤석열 정부의 ‘수작’을 간파하지 못했을 리가 없는 것이다. 잘 알려진 대로 지난 대선 때 윤석열 후보를 지지한 대다수는 윤석열이 좋아서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이 싫어서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그들 가운데 상당수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다음 자신이 윤석열 후보를 지지한 것을 후회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결국 선거 때 윤석열 정부를 지지할 세력은 여전히 문재인과 이재명을 죽어도 싫어하는 국민일 뿐이다. 그래서 윤석열 대통령이 흔히 말하는 ‘국민만 보고 가겠다.’라는 말에서 이야기하는 국민은 바로 죽어도 문재인 이재명을 싫어하는 이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는 대선 때 지지했으나 변심하는 이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해야만 한다. 더 이상 내부 분열이 있어서는 내년 총선에서 가망이 없는 것이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윤석열 대통령의 행보는 이미 다 노출된 셈이다. 이명박이야 사면이 고마워서 간이라도 내놓을 자세를 하고 있으니 신경 쓸 일이 아니다. 자기가 직접 가둔 박근혜와 완전한 화해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더 이상의 이탈자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주변에서 박근혜를 끌어내고 <중앙일보>가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수구 진영의 작전은 다 노출되었다. 그러나 민주당 진영의 작전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무엇보다 이재명 대표의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오늘 진행되는 영장실질심사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그 결과가 어찌 나오든 여권과 검찰은 이재명 죽이기 작업을 계속할 것이 분명하다. 여기에 더해 내년 총선을 위해 캐비닛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는 마당에 민주당의 속내가 착잡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시사IN>의 관련 보도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이미 9월 7일 ‘대선 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을 구성했다고 한다. 이 팀의 중심은 이재명 대표와 연관된 대장동 개발 비리를 수사해 온 반부패수사3부다. 여기에는 검사 등 10여 명이 투입됐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 사건에 대해 특수팀을 꾸린 건 올해 두 번째다. 첫 번째 특수팀은 4월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이 불거진 직후 구성됐다. 당시 강력부 검사 5명이 투입됐다. 현재 특수팀은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등 이재명 대표 측근들의 통신자료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더해 〈뉴스타파〉 보도를 인용하거나 후속 보도한 불특정 다수 언론사도 수사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특수팀이 구분한 이번 사건 피해자와 가해자의 구도가 ‘현직 대통령’과 ‘야권 및 언론사’로 나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검찰 수사에 정치적 판단이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서울중앙지검은 9월 7일 특수팀 구성을 발표하면서 “대통령 선거를 목전에 두고 유력 후보에 대한 허위 사실을 공표하고, 유사한 내용의 허위 보도와 관련 고발 등이 이어져 민의를 왜곡하는 시도를 했다. 헌법상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제도를 농단한 중대 사건에 대해 신속하게 수사해 전모를 규명하겠다”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입장과 서울중앙지검 특수팀 구성 목적 및 시기를 종합하면 사실상 검찰이 하명 수사에 착수한 모양새가 된다. (참초: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1177&kakao_from=mainnews)


이제 본격적으로 전투가 벌어질 모양이다. 이 전투에서 윤석열 정부는 집토끼를 철저히 단속하고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를 싸잡아 구석으로 몰면서 중도층을 끌어들이기보다는 적어도 정치 혐오증을 일으켜 선거에 참여할 의욕을 꺾으려는 작전을 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영남과 강원을 쓸어버리고 호남은 완전히 포기하고 충청은 윤석열 대통령의 연고지라는 선전·선동을 동원해 반타작 이상을 하면 수도권에서 어느 정도 선전을 하면 탄핵 정국은 막을 수 있으리라는 계산일 것이다. 최악의 경우 지난 선거와 마찬가지로 지역구 92석만 건져도 탄핵은 막을 수 있으니 말이다. 일단 윤석열 정부에서 탄핵 정국이 형성된다면 실제로 탄핵이 되는 것과 상관없이 정권 나머지 기간은 이명박과 박근혜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 뻔하니 사생결단으로 이런 상황이 오는 것을 막으려고 할 것이다. 그런 절박함에서 박근혜를 끌어낼 수밖에 없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내년 총선이 아직 6개월이나 남았다. 그동안 수많은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이재명 대표는 오늘 영장실질심사의 결과와 무관하게 최악의 경우 옥중 공천을 하겠다는 신호를 이미 보냈다. 그리고 민주당은 일단 이재명 체재로 총선을 치르겠다는 잠정 결론을 내린 상태다. 이번 체포동의안 파동에서 확인된 반이재명 파벌과 이른바 수박을 합쳐도 40명 남짓이다. 그들이 떠나도 민주당은 120석이 넘는 다수당의 지위를 계속 유지할 것이다. 그리고 당을 떠난 이들이 민주당의 성지인 호남에서 모두 무소속으로 나오거나 지난번 안철수의 국민의당과 같은 신당을 꾸며 나온다고 해도 그 임팩트는 크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민주당을 떠나 독자노선을 고집한다고 해서 내년 총선에서 당선이 되리라는 보장도 전혀 없다. 그래서 반이재명 파벌과 수박의 운명은 오히려 그들이 반대한 이재명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그리고 이제 이재명 대표는 그들을 끌어안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어쩌면 문재인 전 대통령의 행보가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기는 하다. 현재 이낙연이 계속 몽니를 부리고 있지만 문재인 전 대통령이 나서서 교통정리를 한다면 의외로 민주당의 내홍이 쉽게 가라앉을 수도 있다. 그런데 과연 문재인 전 대통령이 박근혜의 대척점에 설지는 전적으로 윤석열 정부에 달려 있다.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건드리고 나온다면 문재인 전 대통령과 그 측근도 반격에 나설 것이고 이러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재명 대표와의 연대가 이루어질 것이니 말이다. 그런 상황이 전개되면 이낙연은 사태를 엄중히 바라보며 입을 다물게 될 것이다. 그러고 나서 남은 것은 이제 민주당과 국민의힘,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 간의 건곤일척의 전쟁일 것이다. 그 와중에 국민은 완전히 둘로 갈라질 것이고.


한반도 주변의 정세가 일촉즉발의 상황이고 세계 경제와 국내 경제 전망은 이미 파국을 예견하고 있는데도 한국에서는 모두 내년 총선에 사생결단을 낼 듯한 모양새다. 어쩌려고 이러나 싶기도 하지만 한반도에 살고 있는 한민족은 오천 년을 버티면서 온갖 사달을 견뎌내지 않았던가? 그러니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페르시아 격언을 되새겨 본다. 오늘 10년 만에 국군의 날 시가행진도 벌어진단다. 비가 내리는데 어린 군인 아이들이 감기나 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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