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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Oct 05. 2023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를 친다고?

개가 주인을 무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궁지에 몰리면서 마지막 카드를 벌써 쓰려는 모양이다. 다른 곳도 아닌 대전지검이 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 등 통계 조작 의혹을 파헤치기 위해 통계청과 한국부동산원,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를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단다. 그전에 이미 감사원이 검찰에 수사 의뢰한 것에 따른 것뿐이란다. 감사원이 의뢰한 바에 따르면 2017년 6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청와대와 국토부가 최소 94차례 이상 국토부 산하 한국부동산원(구 한국감정원)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수치를 조작했다고 한다. 특히 부동산원이 매주 발표하는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 통계치를 국토부가 공표 전 입수해 청와대 입맛에 맞게 바꿨단다. 그래서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 관계자인 장하성, 김수현, 김상조, 이호승, 홍장표, 황덕순, 김현미를 포함한 22명을 통계법 위반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검찰에 수사 요청한 것이다. 이 모든 수사의 지휘는 물론 대검찰청이 한다. 대전지검은 명령을 수행할 뿐이다. 이 수사 흐름을 보면 결국 책임질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냥 누군가 시켜서 한 것이니 말이다. 그 누군가가 결국 윤석열 정부라는 것은 지나가던 개도 알 수 있는 사실 아닌가?     


이재명 대표에게 한동훈이 한 마디로 X 박살 나고,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도 대패할 것이 거의 확실해진 상황에서 카드가 사실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이미 지지율이 영남의 콘크리트 말고는 건질 곳이 없고, 정부 스스로도 이미 다른 지역은 포기한 상황에서 기댈 것은 전 정부 때리기 밖에 없다는 상황 분석은 초딩도 할 수 있을 정도다. 사실 윤석열 정부의 탄생에 결정적 기여를 한 것이 바로 문재인 정부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검사를 검찰총장으로 임명한 것이 문재인 정부고 윤석열 검찰총장과 극한의 대립각을 세워 몸값을 최대로 키워준 것도 문재인 정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윤석열 후보에게 표를 던진 이들 대부분이 윤석열 후보의 능력보다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증오와 분노로 그런 선택을 했다고 고백한 바가 있다. 물론 그런 선택을 한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윤석열 후보를 뽑은 것을 후회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비록 5년짜리 정권이지만 탄핵 이외에는 바꿀 방도가 없다. 버티면 버틸 수 있는 것인 대통령제의 정치다.      


그런데 이제 문재인 정부 ‘까기’라는 마지막 카드를 들고 나와야 할 정도로 현재 윤석열 정부는 구석에 몰려있다. 그렇지만 이 카드는 매우 신중하게 써야 하는 마지막 카드인데 지금 진행 상황을 보면 너무 서두르고 있는 모양새다. 당장 내년 총선에서 대패하는 것을 막으려고 하는 심산인데 어림도 없는 짓이다. 일단 수사 대상 부서가 매우 많고 혐의도 대단히 막연하다. 통계 조작이라는 것은 해석에 따라 얼마든지 그 사실이 좌우되는 혐의다. 흔히 논문을 쓸 때도 통계치의 해석을 저자의 의도에 따라 얼마든 다르게 할 수 있다. 그리고 여론조사에서도 통계치는 얼마든지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다. 불리한 것은 감추고 유리한 것은 침소봉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엿가락 같은 통계치를 두고 검찰이 직접 조사에 나선 배경은 너무나 뻔히 보이는 데 윤석열 정부와 검찰이 과연 모를까? 이미 잘 알고 있는 데도 이런 시도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윤석열 정부가 한계 상황까지 왔다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무엇인가 잘못해서 정권이 바뀐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 잘잘못을 법적으로 따지는 일은 정치적 구호를 내세우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5개 조직의 22명을 대상으로 자료 수집과 분석만 해도 내년 총선 전에 끝내기 힘들 것이다. 지난번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을 위해 70명 이상의 검찰이 2년 가까이 조사했지만 결국 기각되었다. 5개의 조직을 조사하려면 그보다 더 많은 시간과 인원이 필요할 것이 당연한데 언제 내년 4월 이전에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인가? 말도 안 된다. 그래서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을 벌이는 속셈이 뻔히 보인다. 윤석열 정부가 마치 문재인 정부에서 심각한 비리가 있는 것처럼 이런저런 수사 자료를 언론에 흘리면 조·중·동은 그것을 받아 적어 가짜뉴스를 확대 재생산할 것이고 포털이나 군소 언론매체는 그것을 마치 기정사실인 양 보도할 것이다. 그러면 정치에서 즐기는 선전·선동 흑색선전이 난무하면서 내년 총선이 문자 그대로 ‘X판 오 분 전’의 진흙탕이 될 것이다. 그런 와중에 대한민국의 진보와 보수 진영은 극한의 대립을 벌일 것이고, 궁지에 몰린 윤석열 정부는 지지층 결집이라는 ‘소탐’의 성과를 거둘 것이다. 국가의 단합이라는 ‘대실’은 관심도 없다. 그저 내년 총선에서 탄핵 저지선만 확보한다면 그만인 것이다. 현재 민주당이 168석을 가지고도 건드리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윤석열 정권이다. 그러니 현상 유지만 해도 감지덕지할 일이다.     


내년 총선에서 윤석열 정부의 전망은 매우 어둡다. 그 어떤 여론조사를 봐도 윤석열 정권 심판의 의견이 대세다. 경상도만 겨우 지지층으로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니 이런 궁지에서 뭐라도 해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상 자기를 키워준 주인이나 다름없는 문재인 정부를 친다고? 아무래도 막판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무는 형상이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 실패하여 이른바 영끌 족이 많은 MZ세대, 그 가운데 이대남들의 분노를 야기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게 문재인 정부에 분노하고 좌절했던 MZ세대가 이제는 윤석열 정부에 대해 똑같은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그리고 결국 다시 ‘영끌’을 하면서 부동산 도박에 나서고 있다. 현재 한국 경제는 문자 그대로 풍전등화인데 언제 다시 부동산이 무너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문재인 정부 말기에 부동산으로 촉발된 혼란이 반복될 가능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도 뾰족한 부동산 대책을 전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그저 하늘만 바라보고 이른바 ‘인디언 기우제’만 드리고 있는 형국이다.     


문재인 정부를 건드리면 결국 윤석열 정부도 같이 무너질 것이다. 현 정부의 실질적 뿌리가 문재인 정부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 임용하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구시대의 인물들, 특히 문재인 정부와 결이 다른 명박근혜 시절의 사골들을 재탕하고 있다. 그러니 정부 운영이 제대로 이루어질 리가 없는 것이다. 실용이 아니라 이데올로기에 매달리는 정권은 늘 사회 분열을 조장하기 마련이고, 분열된 사회는 효율성이 극도로 떨어지게 되어 있다. 경제 문제만이 아니라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를 해결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국민의 단합이다. 그런데 정부가 나서서 분열을 조장하는 현 상황에서 무슨 해결책이 나올 수 있겠는가? 과거 수구 세력은 문재인 정부가 사회적인 분열을 조장한다고 난리를 피웠다. 그러나 현재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윤석열 정부는 사회 분열에서 문재인 정부를 문자 그대로 ‘찜 쪄먹는’ 수준이다.     

 

결국 문제 해결은 관심 없고 권력 유지만이 전부라는 속내를 이리 쉽게 드러내는 정권도 흔치 않다. 사실 한동훈이 이재명 대표를 단칼에 쳤다면 이런 소동을 피우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마자 바로 송영길을 치고, 더 나아가 문재인 정부를 치는 발길이 조급하기 이를 데 없다.     


사실 윤석열 정부로서는 한동훈을 영웅으로 만들고 그를 중심으로 검사 출신 60명을 모조리 영남에 뿌려 그들을 중심으로 신당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을 것이다. 현재 국민의힘이 111석이지만 지역구로는 89석밖에 안 된다. 그 가운데 3분의 2가 영남 출신이다. 신당을 창당하고 검사를 중심으로 영남만 잡고 나서 찌꺼기만 남은 국민의힘과 합당하면 적어도 여당에서 실권을 장악할 수 있다. 현재 111명의 의원 가운데 실제로 윤석열 계파로 분류될 수 있는 자는 거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힘에서 볼 때 굴러들어 온 돌에 불과하다. 그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윤석열 계파에서 주도권을 쥐는 방법은 신당 창당과 재 합당밖에 없다. 공천권을 장악해도 결국 국민의힘의 ‘전통’ 살아 있는 한 기득권을 빼앗을 방법은 없다.      


그래서 한동훈을 영웅으로 만들고 그를 중심으로 이른바 60명 정도의 영남 지역구를 다 먹고 20명 가까이 되는 비례대표도 친 윤석열 사단으로 정리해서 ‘검사당’을 만들어 볼 심산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최소한 80명의 의원을 거느린 정당을 만들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번에 한동훈이 보기 좋게 치명타를 먹으면서 그 계획이 사실상 무산되어 버렸다. 한동훈을 굳게 믿었기에 어쩌면 플랜 B는 상상도 못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구속영장 기각 이후 보여주는 여권의 행보가 그 사실을 말해준다. 이제야 분주하게 플랜 B를 작성 중이겠지만 시간이 부족하다. 그래서 일단 송영길, 문재인 정부라는 거의 마지막에 쓰려던 카드를 남발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인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카드 한도를 넘는 과소비를 하다 보면 기다리는 것은 파산뿐이다. 어쩐지 윤석열 정부는 마치 등잔불을 향해 돌진하는 불나방처럼 그런 파산, 아니 파국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가는 모양새로 보인다. 참으로 애잔하다. 여전히 많은 팬덤을 거느린 문재인 정부를 적으로 삼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으니 말이다. 결국 자기를 길러준 주인을 물어뜯어야만 하는 개의 운명을 지켜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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