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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Oct 07. 2023

‘윤석열 신당’만이 유일한 탈출구라고?

아무나 오일남이 되는 것이 아니다.

총선을 앞두고 정국이 대혼란으로 빠져드는 형국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나 문자 그대로 생존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용인술에서 계속 실패만 거듭하고 이번에 유인촌, 김행, 이균용 ‘무대뽀 삼총사’로 인사 참사의 절정을 보여준 상황에서 남은 카드는 오로지 총선 승리만이 남은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 여론의 추세를 보아서는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총선에서 승리는 고사하고 참사만 벌어지지 않기를 바랄 것으로 보일 정도다. 국민의힘 당내 세력이 사실상 없는 윤석열 정부로서는 최소한 교섭단체 하한선인 20석 이상의 친 윤석열 의원 세력을 규합하여야 하는 절체절명의 목표가 이미 설정된 상황이다. 현재 이른바 ‘윤심’을 따르는 후보군이 40명 정도 추려졌다고 하니 반타작만 해도 될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이런 상황에서 자칭 윤석열 멘토인 신평이 나서서 신당을 다시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이 시점에서 윤석열 신당이 얼마나 파괴력을 가질 것인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당장 10월 11일 치러지는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인 김태우는 국민의힘 색깔인 빨간색 대신 무소속의 흰색 옷을 입고 다니고 있다. 그리고 ‘윤석열’이라는 이름을 전혀 거론하지 않고 있다. 김태우가 윤석열 정부의 하해와 같은 성은을 입고 출마했다는 것을 천하가 다 알고 있는 데도 이 모양이다. 그만큼 현재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의 위상이 심각한 수준에 있다는 말이다. 한 마디로 위기 상황이다. 그런데 누구도 경계경보를 발령할 생각을 안 한다. 최고 존엄의 심기를 건드리는 문자 그대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일에 누가 감히 나서겠는가? 그래서 당과 무관한 신평과 같은 자가 멋대로 지껄이는 형국이 되어 버렸다. 여기에 더해 윤석열 정부로부터 토사구팽을 당한 이준석이 동분서주하며 변죽을 울리고 있는 정도다.   

  

이런 난장판에서 쾌도난마식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이른바 ‘윤석열당’을 창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미 금태섭과 같은 이들이 창당을 한 마당에 인제 와서 새로운 당을, 그것도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갈라져 나와 당을 만드는 일은 오히려 역풍에 시달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창당하면 20석 확보가 지상과제이니 수구 세력의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영남 지역에 후보를 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창당하고 국민의힘과 대결하는 모양새가 되어 버리면 민주당이 어부지리를 얻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정치세력이 적전 분열을 일으킨 경우 성공한 일은 단 한 번도 없으니 말이다. 이회창에 맞선 이인제가 탈당했던 15대 대선이 대표적인 경우다. 반대로 김영삼과 김대중이 맞선 13대 대선에서 노태우가 어부지리로 당선된 것도 마찬가지다.    

  

총선이 반년도 안 남은 상황에서 신당을 창당하면 아무리 현재 최고의 실세인 대통령이 나선다고 해도 파괴력은 미미할 것이다. 더구나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윤석열 대통령의 이미지만으로 버티는 것은 큰 무리수가 될 수밖에 없다. 20석 이상을 건지고 나서 국민의힘과 합당을 해도 내부 갈등은 치유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창당에는 어마어마한 돈이 드는데 윤석열 대통령은 다 알려진 대로 돈이 없다. 결혼 후에도 후배 검사들에게 밥과 술을 사주느라고 월급을 제대로 집에 들여온 적이 없다는 이야기가 들릴 정도였으니 말이다. 지지율이 높다면 팬덤의 기부금을 마련해 볼 수 있겠지만 영남이 전부인 30% 초반의 지지율로는 돈을 모으기도 힘들다. 당원도 결국 국민의힘의 기존 인원에서 빼가야 할 것인데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이 뻔하다.   

  

결국 윤석열 정부는 신당을 창당할 능력이 없다. 의지만 가지고 되는 일이 아니다. 금태섭을 비롯한 몇 명이 신당을 꾸렸지만, 현재 그 존재감은 제로에 가깝다. 이런저런 상황을 고려해 보면 윤석열 정부에 남은 선택지는 국민의힘을 최대한 이용하는 것뿐이다. 결국 공천권이라는 칼자루를 쥐고 있는 상황에서 친 윤석열계를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 중심이 되는 세력은 당연히 윤핵관과 검사 출신 인사들이다. 지난번 글에서 말한 대로 이 세력에 들어가는 60명 정도의 후보군을 영남 지역에 보내 이른바 싹쓸이해 버리면 수지가 맞는 장사가 될 것이다. 기존의 지역구 의원들이 반발하겠지만 어차피 지난 대선에서도 전략 공천으로 간 자들이 대부분이니 찻잔 속의 태풍이 될 것이다. 이렇게 60명의 지역구 출신 친위 세력을 확보하고 말 잘 듣는 이들을 추린 비례대표를 20명 정도 더 얹고 나서 당명과 지도부를 바꾸어 버리면 비록 지금과 마찬가지 수준의 소수당으로 남더라도 적어도 탄핵 정국은 막을 수 있는 마지노선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윤석열 정부의 플랜 A이자 플랜 B가 될 것이다. 정권 말기까지 버티기 작전으로 나갈 것이니 말이다.  

   

그러나 권력에 눈이 멀면 자신이 뭐든 다 할 수 있다는 ‘착각병’에 걸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윤석열 정부도 신당에 대한 미련을 쉽게 버리지 못할 것이다. 그렇지만 앞에서 말한 대로 창당은 돈과 인력이 엄청나게 드는 일이다. 물론 법이 바뀌어 과거보다는 당을 만드는 것이 난공불락의 경지는 아니지만 말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피에 나온 자료를 보면 창당 절차는 다음과 같다.     


제1단계 중앙당창당준비위원회 결성신고

가) 200명 이상의 발기인이 창당발기인대회를 개최하여 발기취지, 규약, 명칭을 정하고 대표자 등을 선임하여 중앙당창당준비위원회를 결성

나) 중앙당창당준비위원회 결성신고

다) 신고일로부터 6월 이내에서 창당활동     

제 2단계시ㆍ도당창당 및 등록신청

가) 100명 이상의 발기인이 발기인대회를 개최하여 발기취지, 대표자 등을 정하여 시ㆍ도당창당준비위원회를 결성

나) 관할 시ㆍ도안에 주소를 둔 1천 인 이상의 당원확보

다) 시ㆍ도당창당대회를 개최하여 대표자ㆍ간부 등을 선임

라) 중앙당창당준비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후 시ㆍ도선거관리위원회에 시ㆍ도당 등록신청 및 회계책임자 선임신고     

제3단계 중앙당창당 및 등록신청

가) 5개 이상의 시ㆍ도당 등록 등 창당준비 완료

나) 집회개최일 전 5일까지 일간신문에 창당대회 개최공고

다) 중앙당창당대회를 개최하여 강령(기본정책) 및 당헌의 채택, 대표자ㆍ간부 등을 선임 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 신청 및 회계책임자 선임신고     


요약해서 말하자면 정당은 중앙당이 5개 이상의 시ㆍ도당을 설립하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하면 창당이 가능하다. 그리고 시ㆍ도당의 법정 당원 수는 최소 1천 명 이상이다. 윤석열 정부가 국민의힘에서 20명 이상의 지지 세력을 몰고 나오면 당장 창당도 원내 교섭단체 수립도 가능하다. 그러나 그러면 앞에서 말한 대로 여권이 분열되어 차기 총선에서 다 같이 죽는 길이 될 뿐이다. 아무리 어중이떠중이가 모인 국민의힘이라도 이 정도의 상식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분당을 감행한다면? 당연히 각자도생을 길이 활짝 열리게 될 것이다. 창당이 감행되면 당연히 용산과 여의도의 대결이 성사될 것이다. 누가 이길까? 그런 질문 자체가 의미 없다. 어차피 공멸할 것이니 말이다. <오징어게임>의 오일남이 말한 유명한 대사 ‘이러다가는 다 죽어! 다! 다! 죽는단 말이야!’라는 단말마가 여기저기서 들릴 것이다. <오징어게임>에서 오일남은 뇌종양에 걸린 칠순 노인으로 나온다. 자신의 목숨이 어차피 얼마 남지 않았기에 그는 오히려 목숨을 건 서바이벌 게임을 뒤에서 총지휘하면서 직접 그 게임에 뛰어들어 ‘즐기는’ 괴기스러운 인물이다. 이 게임에 자본을 댄 관음증 환자들은 단지 겉으로 드러난 범죄자일 뿐이다. 그런데 실질적 최악의 범인인 오일남은 ‘깐부’까지 만들며 최대한 게임을 즐기고 있다. 이 영화에 나오는 모든 등장인물 가운데 가장 커다란 쾌감을 즐기는 자다.     


지금 정치판에서 과연 오일남은 누구일까? 당연히 총선 판에 뛰어들지만, 당선에 목을 매지 않아도 되는 인물일 것이다. 피를 말리는 공천 과정을 즐기고 지역구에 가서도 목이 쉬도록 떠들고 발이 부르트도록 뛰어다녀야 겨우 죽음을 면하는 ‘총선 게임’에서 살아남으려고 발악하는 후보들을 바라보면서 사도마조히즘적인 쾌감을 느낄 인물일 것이다. 사실 이런 선거판에서는 누구나 오일남이 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에 나온 대로 오일남도 죽는다. 그것도 죽을병에 걸려서 말이다. 그러니 오일남의 말이 맞는 것이 바로 정치판 아닌가? 그래서 이러다 다 죽는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불나방이 불에 뛰어들 듯 정치판에 뛰어드는 권력욕에 눈이 먼 자들에게 굳이 측은지심을 보일 필요는 없어 보인다. 자업자득이니 말이다. 동아줄인 줄 알고 잡았다가 썩은 줄이어서 같이 다 죽는 판을 보고 즐기는 유권자들이 오히려 최후에는 ‘의문의 승자’가 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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