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해가 벌써 뜰 모양이다.
“궂은일 '솔선수범' 보여준 한동훈 장관 부인” <조선일보> 짝퉁을 자인하는 <뉴스1>에 실린 기사의 제목이다.(링크: https://v.daum.net/v/20231115131910453) 한동훈의 등판을 예언한 이준석의 말이 맞아떨어지나 보다.(링크: https://v.daum.net/v/20231115110703003)
그런데 <뉴스1 pick>이라는 칼럼 제목의 기사를 보니 이거는 완전히 ‘진은정 화보집’이다. 그동안 ‘김여사 화보집’만 보아 왔는데, 이거 이거 이러다가 ‘김여사 화보집’과 쌍벽을 이루는 ‘진여사 화보집’이 나올 모양이다. 역시 정치판의 눈요깃거리는 나를 실망하게 하지 않는다. 그런데 정작 기사의 내용은 다음이 전부다.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부인 진은정 변호사가 15일 오전 서울 중구 소파로 대한적십자사 서울사무소 앙리뒤낭홀에서 열린 2023 사랑의 선물 제작에 참여했다. 김&장 법률사무소 소속인 진은정 변호사는 다른 국무위원 부인들 사이에서 선물 제작과 함께 중간중간 부족한 물품을 옮기거나, 빈 상자를 치우는 등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사랑의 선물 제작에는 주한외교대사 부인을 비롯해 국무위원과 차관 부인, 금융기관장 및 공공기관장 부인, 골든반 회원, 여성봉사특별자문위원 등 70여 명이 참가했다. 방한용품과 생활용품 등 10종을 담아 제작된 총 3,000세트 사랑의 선물은 적십자 봉사원이 결연을 통해 보살펴드리고 있는 취약계층 어르신을 위해 쓰여지며, 아동·청소년에게는 도서상품권(3만 원권) 2,000매도 지원될 예정이다.”
그리고 나머지는 무려 진은정 사진 9장이 친절한 캡션과 함께 죽 늘어져 있다. '김여사' 화보 기사에도 사진이 이렇게 한꺼번에 나온 것은 본 적이 없는데 역시 지는 권력과 뜨는 권력의 차이를 실감하게 된다. 이제 대한민국 전 국민은 ‘진여사 맞이 행렬’에 동참해야 할 모양이다. 그런데 보니 '진여사'는 '김여사'보다 더 자애로우신 분인가 보다. 김앤장이라는 국내 최고의 법률회사에서 일하시는 지극히 존엄하신 분이 그 어렵다는 영어 법률 문서만 만졌을 그 섬섬옥수 고운 손으로 미천한 개·돼지들이나 해야 할 부족한 물품을 옮기거나 빈 상자를 치우는 하찮은 일도 마다치 않으시고 솔선수범을 하시니 말이다. <뉴스1>의 박정화가 보기에 개·돼지나 다름없는 천 것들은 그저 황송해서 눈물이라도 흘려야 마땅한가 보다.
그런데 아무리 한국의 언론이 오래전부터 찌라시가 되고 기자가 기레기가 되었지만 정말 이러지 말자. 박정호는 post-용산에서 대변인 시다바리라도 하고 싶은 모양인데, 제발 정신 좀 차려라. 이 기레기야!
천하의 김여사도 이러지는 않았다. 윤석열 후보 시절 기자회견 자리에서 조신한 차림으로 나와 오로지 내조에 전념하겠다는 굳은 맹세를 하지 않았나? 그런데 한동훈의 아내는 남편이 후보는커녕 정치권에 발을 담그기도 전에 화보부터 찍어대는 것을 보니 보통내기는 아닌가 보다. 그래서 자료를 검색해 보았다.
1997년 서울대 법대를 나와 1999년 컬럼비아 법과대학원을 졸업하고 2006년 미국 뉴욕주에서 외국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단다. 그 후 KPMG FSI (2000-2001), Ernst&Young (2001-2003), PricewaterhouseCoopers (2003-2004)에서 일하다가 귀국하여 법무법인 바른 (2006-2009)을 거쳐 김·장 법률사무소에 정착한 모양이다. 한동훈과는 서울대 법대 CC로 사귀다 결혼했단다. 진은정의 아버지 진형구는 사법연수원 1기 출신 검사로 한동훈의 대선배다. 그의 아들 진동균도 검사다. 그런데 더 뒤져보니 진형구는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에 연루된 자란다. 진동균은 여검사 성추행 경력이 있고.
진은정은 이런 어마어마한 집안 출신에 한동훈의 아내다. 그럼 되었다. 한국의 ‘잘난 엘리트’ 자격 조건이 충분하다. 김여사처럼 학위 조작 소문에 시달릴 필요도 전혀 없고, 과거 경력 조작도 완전히 필요 없는 ‘찐 엘리트’ 아닌가? 물론 한동훈 딸 유학 논문대필 어쩌고 소문은 있지만, 그 정도야 한국의 엘리트들 사이에서는 관행 아닌가? 그냥 패스... 이런 분이 왜 그동안 화보를 안 찍고 숨어계셨는지 참으로 궁금해진다. 관상을 보아도 김여사보다 기가 훨씬 세어 보인다. 이 나라를 이끌고 갈 기세가 넘쳐 보인다는 말이다. 이제 대한민국 만세라도 불러야 하나?
지난 강서구 보선에서 이준석이 족집게 예언의 신공을 보인 이후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예사롭지 않게 듣게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동훈에 관한 예언을 했다. <시사저널>의 기사를 인용해 본다.(링크: https://v.daum.net/v/20231115110703003)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15일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당내 중진과 친윤(親윤석열계) 의원들의 용퇴를 압박하는 이유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위한 카펫을 까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혁신위가 한 장관의 정치 등판을 위한 '사전작업'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진여사 화보’도 결국 그 사전작업의 일환이라는 말인데...
그런데 이는 일반 상식을 넘어서는 파격이다. 보통 하늘에 해가 두 개일 수 없듯이 권력의 세계에도 권력자가 두 명일 수 없다. 아무리 윤 대통령이 인기가 없고 하는 일마다 욕을 먹는 상황이라고 해도 이제 권력을 잡은 지 2년도 안 된 시점이다. 해로 비유한다면 오전 11시쯤이다. 그런데 벌써 동산에 새로운 해가 뜬다고? 그것도 한동훈 아내의 ‘화보집’까지 발간하면서? 물론 윤 대통령은 되고 싶지 않았는데 등 떠밀려서 그 자리까지 갔다는 이야기가 널리 퍼져 있기는 하다. 그렇다고 국민이 뽑았는데 중도하차하고 한동훈에게 그 자리를 물려줄 리가 있나?
그런 의심에 쐐기를 박는 말을 이준석이 다음과 같이 한다.
“한 장관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안 하던 야당에 대한 독설과 강경 대응을 시작했다. ... 이는 한 장관의 거취가 정치 쪽으로 틀어졌음을 의미한다. ... 한 장관은 당에서 상당한 지위를 갖고 역할을 하려 할 것. ... 인요한 위원장이 최근 중진과 윤핵관을 압박하는 모양새의 이유는 (한 장관) 앞에 카펫 깔려는 것이고 결국 1~2주 시한 내에 김기현 대표는 쫓겨난다고 본다. ... 인 위원장이 지금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절대 하지 못하는 것, 그리고 이철규 의원에 대해 가지고 좋은 사람이라고 평가하는 것을 봤을 때 인 위원장이 누구의 정치적 견해를 대변하는지가 명확하다.”
이 바닥의 ‘정보통’인 데다가 예언 신기도 있는 이준석이 이런 식으로 말한다면 믿어야 하나 보다. 이준석은 한동훈의 등판 시기까지 정확히 예언하고 있다. 곧 이른바 ‘김여사 특검법’ 이슈가 마무리된 다음이란다. 민주당은 이 ‘김여사 특검법’ 카드를 내년 4월 총선까지 끌고 갈 작정인데 무슨 말일까? 한동훈은 그 이전에 등판할 것이 뻔한데 4월은 절대 아니다, 그렇다면 결국 윤석열 정권에서 이 특검법 카드를 ‘회심의 카드’와 교환하여 조기 해결하겠다는 말인데. 여권이 들고 있는 회심의 카드는 ‘이재명 대표 구속’인데 설마 그런 거래가 이루어질까?
그런데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동훈의 입장에서는 ‘김여사 특검법’ 카드 문제를 해결하여 윤 대통령에게 기쁨 주고 사랑을 받고, 차기 대선에서 이재명 대표라는 거물과 맞서는 티켓을 거머쥐게 되니 일거양득 아닌가? 현재 여권에서 차기 주자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지지율을 확보했으니 한 번 통 큰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으니 말이다. 사실 이재명 대표를 잘라내는 것은 mission impossible에 가깝다는 것은 그 누구보다 한동훈이 잘 알고 있을 것 아닌가? 2년 가까이 검찰 최정예 사단을 동원해 조사하고도 구속영장 기각을 받아낸 마당에 이재명 대표를 지금 물고 늘어진다고 해도 2~3년 안에 최종 결론이 나기 쉽지 않을 것이다. 3년이면 차기 대선이 기다리고 있다. 그때 가서 이재명 대표를 적장으로 만나도 크게 두려울 것 없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가 0.73%p 차이로 신승했지만, 그 결과 나라를 뒤집어 놓을 수 있는 권력을 누리고 있는 것을 직접 목격하지 않았나? 일단 경상도와 강남 콘크리트는 아무 걱정 없고 어차피 모래알처럼 갈라진 민심이니 ‘빨갱이 딱지’와 이대남 카드를 잘 섞으면 또 한 번 이재명 대표를 0.73%p 차이로 보내 버릴 수 있으니 굳이 이재명 대표 구속이나 찍어내기로 힘을 뺄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정치권이라는 것이 늘 새로운 태양 앞에서 굽실거리게 되어 있는 것이 권력의 생리이니 한동훈은 적을 치면서 공멸하기보다는 적과 상생하면서 자기 자리의 굳히기에 들어가는 것이 더 나은 전략일 것이다. 더구나 윤 대통령은 ‘김여사 특검법’이 필요할 정도로 처가 리스크로 매우 취약한 상황에 있는 마당에 자랑스러운 처가의 찬란히 빛나는 ‘진여사 화보집’으로 ‘출사표’를 가름하면 오히려 현 정권과의 차별성이 크게 부각될 마당 아닌가? 진짜 엘리트 집안의 진짜 엘리트 영부인 후보를 국민에게 미리 선뵈면 자신이 단순히 ‘조선 제일의 혀’가 아니라 ‘조선 제일의 화보집’ 주인공의 남편이라는 사실에 당장 팬덤이 형성될 일이다. 이런 기회를 어찌 놓친다는 말인가? 그래서 이런 눈치를 챈 눈치 빠른 <뉴스1>이 ‘진여사 화보집’이라는 특종을 pick 한 모양이다. 참으로 영특한 찌라시의 영특한 기레기다. 앞으로는 진여사의 동정 기사가 김여사의 동정을 능가할 날이 오겠지? 하늘에 뜬 두 개의 태양 가운데 누가 더 찬란히 빛날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