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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장지대의 전투준비가 시작되었다고?

총선이 가까울수록 ‘북풍’의 우려가 더욱 깊어진다.

by Francis Lee

<YTN> 뉴스에 나온 “파국으로 가는 위기의 한반도?...신원식 "망동은 파멸의 시작"”라는 제목의 보도를 보니 9.19 합의 이후 무기 휴대가 금지되었던 JSA에 근무하는 북한 병사들이 재무장에 들어갔단다.(링크: https://v.daum.net/v/20231129104315769) 얼마 전 북한이 정찰 위성을 쏘아 올리자마자 남한 측에서 9.19 합의 파기를 선언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보인다. 이 전에 이미 북한이 DMZ 안의 GP를 다시 설치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러자 남한도 기다렸다는 듯이 남한 측에서도 한국군의 GP 복원 작업에 들어갔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제 JSA에 근무하는 한국군도 재무장에 들어갈 것이 뻔하다.


이제 남북한이 다시 한번 붙어보자고 하는 모양새다. 11월 28일 오후에 열린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 신원식이 선조치 후보고를 명령했단다. 말이 안 되는 소리다. 한국의 휴전선과 DMZ는 철저히 미군 관리하에 있다. 전작권을 미국이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한국군은 미군의 허락 없이는 그 어떤 군사 조치를 할 수가 없다. 한국전쟁이 끝난 지 70년이 되었지만, 한반도는 기술적으로 전쟁이 아직 지속되는 곳이다. 그래서 남북한 양측이 언제든 선전포고 없이 전쟁을 다시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이제 그 위기 상황으로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간 느낌이다. 그래서 <YTN> 뉴스의 제목도 그 모양인가 보다.

그런데 한반도는 선거철만 되면 늘 이랬다. 특히 수구 세력이 정권을 장악한 시절 정부 여당이 불리한 상황이면 여지없이 이른바 ‘북풍’이 몰아치곤 했다. 하도 여러 차례 당하다 보니 국민은 이제 한반도에 군사적 충돌 위기가 실제로 심각하게 고조되어도 무덤덤하다. 거짓말쟁이 피터에게 너무나 오랫동안 당해온 탓이다. 그런데 동화에 나온 대로 언젠가는 반드시 늑대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때가 정말 다가오면 어찌해야 하나?


지금 윤석열 정권은 궁지에 몰려있다. 내년 총선에서 야당의 탄핵 정족수인 200석을 막지 못하면 문자 그대로 파국이 닥친다. 윤 대통령의 처가 리스크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세계 엑스포 2030으로 회심의 반전 카드를 노렸지만, 역대 최대의 참패로 안 하느니만 못한 배팅이 되어 버렸다. 지자마자 언론은 이른바 사우디 ‘오일머니’를 들먹거리는 데 정말 미친 짓이다. 이 말이 사우디에 들어가면 그 외교 참사를 어찌 감당하려는지 모르겠다. 도대체 지금 여권에는 정신을 제대로 차리는 자가 단 한 명도 안 보일 정도다. 그저 권력이 붙어 떡고물 먹다가 EO가 되면 튈 생각만 하는 쥐새끼들만 득시글거린다.

이런 와중에 북한이 정찰 위성을 성공적으로 발사하고 군대도 전진 배치하고 있다. 사실 9.19 협정으로 하고 싶어도 못한 전진 배치인데, 남한이 알아서 이 협정을 파기해 버리니 얼씨구나 할 일 아닌가? 이런 와중에 김좌진 장군도 무시하는 극우 국방장관이 ‘파멸의 시작’을 공공연히 떠벌인다. 과연 한반도에 전쟁이 나면 누가 파멸하나? 일방적 파멸은 없고 오로지 공멸만 있을 뿐이다. 그리고 한반도에서 남북한이 공멸하면 주변 4대 강국이 승냥이처럼 달려들어 한반도를 물어뜯으며 전리품 경쟁을 벌일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시나리오인데 현재 남한의 이른바 극우 세력은 한판 붙어보자고 난리를 친다. 정말 미친 짓 아닌가?


미국의 유명한 랜드 연구소(RAND corporation)가 2018년 발간한 한반도 전쟁에 관한 보고서가 있다.(링크: https://www.rand.org/pubs/perspectives/PE262.html) 이 24페이지짜리 보고서의 제목은 “The Korean Peninsula - Three Dangerous Scenarios”, 한반도에서 벌어질 수 있는 세 가지 위험한 전쟁 시나리오다. 2018년이면 문재인 정부가 한창 북한과 평화 무드를 조성할 때인데 이미 이런 보고서가 나왔다. 미국은 다 계획이 있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한 마디로 북한의 핵 공격, 재래식 장사정포 공격, 북한의 붕괴 이후의 핵무기 관리 시나리오를 전제하고 한반도의 상황을 분석하고 있다. 그리고 문제 해결을 위한, 전면전이 아니라 단기적이고 집중적인 전쟁을 통해 미국이 북한을 제압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서 가장 커다란 걸림돌이 되는 중국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가 된다.


이 보고서 3페이지에서는 북한이 서울 강남에 핵미사일을 떨어뜨리는 경우를 가정하고 있다. 10kt 정도의 전술 핵미사일이 강남에 떨어지면 사망자 9만 명, 부상자 33만 명이지만, 100kt급의 핵폭탄의 경우는 희생당하는 국민은 사망자 40만 명, 부상자 153만 명으로 추정된다. 현재 북한은 사거리 160km의 toksa급 미사일부터 사거리 10,000km가 넘는 화성 13호와 그 개량형까지 다양한 핵미사일을 갖추고 있다. 한반도는 물론 미국 본토도 공격이 가능한 수준에 이른 것이다. 게다가 이번에 정찰 위성까지 성공적으로 발사하여 핵전쟁 능력을 더욱 향상시킨 것을 증명하였다.


그런데 핵전쟁보다 더 무서운 것이 방사포, 또는 장사정포를 동원한 재래전이다. 북한은 107mm부터 300mm에 이르는 다양한 장사정포를 구비하고 있다. 이 가운데 30mm 방사포는 충청도 지역까지 타격할 수 있다. 서울과 경기도 남부는 사거리 60km인 240mm 포 만으로도 쑥밭을 만들 수 있다. 그래서 만약 북한이 모든 장사정포를 동원하여 남한을 공격한다면 대한민국 인구의 60%가 넘는 3,200만 명이 피해 대상자에 들게 된다. 한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모여있기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위에 언급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이 재래전을 시작하여 1,000대의 장사정포가 10분 안에 25,000발의 폭탄을 수도권을 향해 발사하면 최대 약 18만 명이 죽임을 당할 수 있다. 장사정포를 사용한다면 약 100만 명이 타격 대상에 들어가게 된다. 이에 맞서 한미연합군이 항공 자원과 포를 이용하여 원점 타격을 시도하지만 이에 이미 대응 조치를 갖춘 북한의 전략으로 결정적인 피해를 주지는 못한다. 그래서 아예 2개 군단급의 보병과 기계화 부대를 동원하여 장사정포의 주요 기지가 있는 개성 지역을 공격하는 방법을 사용하게 될 수 있다.


그런데 이 보고서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단지 개성 지역만 점령하는 데 1주일이 걸리고 투입 군의 절반인 5만 명 정도의 희생자가 나오게 된다. 이 경우 한국이 입을 손해는 핵전쟁 못지않다는 말이다. 그래서 보고서도 이 정도 타격을 받은 남한 군인은 더 이상 효과적인 공격력을 확보하지 못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래서 일반 국민은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다. 북한도 예외는 아니다. 남북한 모두 치명상을 입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최선은 북한이 국제적인 경제 제재와 내부적 분열로 자멸하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을 적극적으로 돕는 중국이 미국과 대립하면서 북한의 체제 유지에 적극적인 상황에서 이도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지금 이스라엘에서 벌어지는 재래식 무기를 동원한 국지적 분쟁의 가능성이 가장 큰데 이 경우 서울은 물론 경기 남부 지역의 주민들이 입을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가 될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국방장관이라는 자의 입에서 ‘망동은 파멸의 시작’이라는 말이 서슴지 않고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파멸을 막는 길은 싸움이 아니라 평화일 뿐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이후 아무런 확실한 대책도 없이 평화가 아니라 싸움만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인 양 떠들어 대고 있다. 도대체 군대도 안 다녀온 자들이 넘치는 정부에서 무슨 군사적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말인가?

DMZ 안에서 남북한이 중무장하면 언제든 우발적인 사고가 나고 그것이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방에서 군 생활을 한 예비역들은 GP에서 북한군의 동태가 얼마나 잘 보이는지 잘 알 것이다. 남북한 모두 DMZ 안에 수색대를 보내 정찰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군비경쟁은 사실 무한히 지속되는 악순환에 빠지는 길이다. 다만 현재 북한이 핵무장을 한 데 비해 남한은 전적으로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그리고 남한에 배치된 것으로 여겨지는 핵무기의 사용도 전적으로 미국의 의지에 달린 것이다. 기술적으로는 남북한이 원하지 않아도 미국이 핵무기로 선제공격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그러나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재래식 무기만 사용해도 충북까지 쉽게 공격당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에서 북한이 수도권의 발전소와 수력댐, 그리고 가스 저장소, 반도체 공장 등을 일시에 공격하여 파괴한다면 단순히 인명피해가 아니라 한국 사회와 경제 자체가 붕괴되고 만다.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현재 우리가 목격하는 우크라이나나 팔레스티나가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한국은 산업화 이전으로 돌아가서 문자 그대로 맨땅에서 다시 시작해야만 할 것이다. 그런데도 어찌 함부로 ‘전쟁 한번 해보자’라는 말이 그리 쉽게 나올 수 있다는 말인가? 그리고 수도권이 초토화되고 나서 발생할 수백만 명 내지는 수천만 명의 난민을 어찌 이주시킬 수 있겠는가? 반도이지만 북한에 막혀 실질적인 섬나라인 남한을 벗어날 길은 오로지 바다뿐인데 그 많은 사람을 어찌 다 실어 나르며 또 어디로 갈 수 있다는 말인가? 조금만 생각해도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문자 그대로 다 같이 죽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 어찌 그리 장관이라는 자가 입을 가볍게 놀리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아마도 자기를 비롯한 최고의 엘리트 지도층은 헬기든 비행기든 타고서 과거 이승만과 그 일당처럼 대전 찍고 대구 거쳐 부산에 도착하여 일본으로 바로 망명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가? 나라는 초토화되어 다 망하는 데 그리 망명해서 남의 나라에서 잘 살면 기쁠까?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이후 한국 사회가 갈가리 찢어지면서 각자도생의 분위기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과거처럼 전라도와 경상도, 그리고 학연·지연·혈연으로 갈린 정도가 아니라 남녀노소와 빈부, 그리고 무엇보다 이데올로기가 한국 사회를 모래알처럼 부수어 버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갈라 치기의 이유가 겨우 당파적 이익을 위한 것이니 한심하지 않을 수 없다. 나라는 망해도 내년 총선에서 이기기만 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하는 무리가 권력을 잡는 현실 앞에서 국민은 그저 무기력하게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하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그런데 그런 정치판을 비판하기는 고사하고 그 장단에 맞추어 국민 스스로가 분열하고 죽자고 싸우고 있으니 외국 사람이 한국을 보면 얼마나 한심할까? 점점 더 추워지는 날씨만큼이나 마음에도 찬 바람이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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