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탄핵은 생각보다 간단한 문제일 수 있어 보인다.
한동안 한국 사회에서 ‘김여사 놀리기’ 아이템으로 인터넷이 도배되었다. 특히 자동차 운전을 너무 못하는 사람의 동영상 제목을 ‘김여사’ 시리즈로 엮어 내곤 했다. 그런데 이제 그 유행이 지나가는가 했는데 이제는 ‘신 김여사 놀리기’ 아이템이 인터넷을 도배하다시피 하고 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김여사'는 윤 대통령의 아내를 지칭한다. 김여사가 국내외 어디에 가서 무슨 언행을 하든, 유튜브와 같은 온라인 매체에서 이른바 ‘B컷’ 영상이 퍼지고, 유튜버는 그 영상을 가지고 패러디와 조롱을 시작한다. 그러면 기다렸다는 듯이 이른바 극우 매체는 바로 ‘빨갱이 딱지 붙이기’ 시전으로 역공을 시작한다. 곧 김여사 패러디는 빨갱이들의 '수작'이라는 것이다. 이런 극우 유튜버의 주장을 받아서 대통령실에서는 김여사가 예를 들어 사치품인 샤넬이나 디올 상표의 ‘빽가방’을 받은 ‘사실’을 보도한 것이 북한이 개입된 음모라고 주장하고, 조·중·동은 정권의 나팔수다운 본질에 맞추어 일제히 문자 그대로 ‘빨갱이 나발’을 불어댄다. 그러면 둘로 갈려 언제든 서로 싸울 준비가 되어 있는 좌파와 우파는 그 장단에 놀아나면서 감정 배설 꼬리글 달기 놀이에 몰입하게 된다. 그러다가 한 일주일 지나면 다 잊고 다시 새로운 먹잇감을 기다린다. 문자 그대로 좀비 놀이다. 일주일 정도 지나면 자기가 왜 흥분했는지, 아니 흥분한 사실조차 잊는 것이다. 현재 한국 사회는 늘 이런 식으로 ‘미쳐’ 돌아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권을 지지하는 측의 주장은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처음에는 김여사의 과거 직업과 학력 조작, 경력 위조 소문과 더불어, 성형 여부, 가발 여부를 놓고 놀리는 영상이 범람하더니 이제는 그의 언행, 특히 해외여행에서 이른바 ‘어리바리 쇼’를 하는 B컷들을 모아 놓고 놀리기 잔치를 벌인다. 최근 영국 여행에서 김여사가 국가 의전 행사에서 이른바 ‘낄낄 빠빠’를 못해 우왕좌왕하는 영상이나, 환영 예식이나 만찬장에서 툭하면 조는 모습의 영상, 그리고 특히 애플의 대표인 팀 쿡이 영어로 건네는 '스몰 토크'에 전혀 대응하지 못하고, 이른바 ‘생까기’를 하는 모습을 놓고 속된 말로 ‘뒷다마 까기’를 시전 하는 ‘유튜브 방송’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아마도 이는 김여사의 영어가 전혀 안 되어 그런 대화를 Yuji 할 능력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벌어진 사달일 것이다. 박사학위씩이나 받은 사람이 스몰 토크도 못하다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영국에 가서는 윌리엄 왕자 옆에 앉아서 식사하는 영광을 누렸지만 여기서도 스몰 토크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통역이 없으면 완전히 꿀먹은 벙어리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어딜 가나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되거나 심지어 대통령의 국가 의전을 방해하는 ‘나대기’ 시전 하는 모습이 B컷에 적나라하게 나온다. 이런 내용을 담은 정식 유튜브 영상만이 아니라 이를 재활용한 '쇼트'는 셀 수 없을 정도다. 그리고 지금은 <서울의 소리>가 방영한 이른바 ‘김건희 명품 수수 취재’가 저잣거리의 최고 화제작이 되고 있다. 아무리 강심장의 여자라고 해도 이 정도의 공격을 받으면 흔들리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인가? 이번에 갑자기 자살한 승려인 자승의 장례식장에 간 김여사가 검은 손수건을 꺼내 들고 하염없이 눈물 콧물을 쏟아내었다. 처음에는 자승과의 인연이 얼마나 깊었길래 저렇게 몸을 가누지 못해 부축받을 정도로 슬퍼하나 하는 생각을 보수 진영 사람들이 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좀 더 생각해 보니 1954년생 자승과 1972년생 김여사가 ‘몸을 가누지 못할 슬픈 인연’을 맺기에는 뭔가 나이나 직업이 잘 안 맞는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1960년생으로 띠동갑인 윤 대통령도 ‘늙고 돈도 없어 내가 아니면 거둘 수 없어’ 구해주는 심정으로 결혼했다는 김여사인데, 하물며 18년 차이나 나는, 더구나 승려와 속세의 인연은 맺을 수 없는 법 아닌가?
그래서 보수 진영은 이런 모습을 보고 ‘요즘 김여사 마음이 전체적으로 무척 힘들구나.’라는 측은지심의 판단을 내리게 된다. 더구나 코바나 컨텐츠 시절부터 오랫동안 김여사 측근으로서 고려대 경영전문대 동기 동창으로 든든한 보좌 역할을 하던 김승희마저 갑자기 떠나게 되니 마음이 허전했을 것이다. 그러니 울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을 것인데 마침 장례식이니 마음 놓고 통곡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기회가 왔던 것 아닐까?
그런데 어쩌다가 대한민국 사회는 윤 대통령 취임 전부터 이른바 ‘쥴리 사달’로 시작된 이른바 ‘김여사 까대기’ 놀이에 그토록 심취하게 되었을까? 물론 가장 큰 원인은 김여사 자신이 제공했다. 성형, 학력, 경력 위조, 주가 조작에 이어 윤 대통령 취임 후에 윤 대통령 장모의 사기 혐의 구속, 김여사의 해외 명품 구매, 해외여행 때의 ‘나대기’와 ‘어리바리’ 시전, 양평 도로 변경과 땅 투기 의혹, 윤 대통령 처남의 사기 사건과 같은 많은 사달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윤 대통령을 지지했던 국민도 등을 돌리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그러나 사실 그런 ‘비리’는 한국 엘리트 사회에서 이제는 이른바 관행이 되어 버린 상황에서 특별히 김여사만 조롱거리가 될 이유는 없어 보인다. 그리고 당장 문제가 되고 있는 이른바 ‘명품 가방 수수’ 사달도 한국 사회 전체에 퍼진 명품 사랑 신드롬을 생각하면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니다. 한국 여자에게 에르메스, 샤넬, 디올, 구찌, 비똥은 그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힘차게 뛰는 상표들 아닌가? 한국의 모든 여자의 가슴이 뛰는데 굳이 김여사만 안 뛰어야 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더구나 한국은 디올이나 에르메스 같은 사치품의 1인당 소비율이 전 세계 1등인 나라 아닌가? 성형도 사실 김여사만 한 것이 아니다. 한국은 이미 세계적으로도 이른바 ‘성형 공화국’으로 잘 알려진 나라다. 강남에서 가장 잘 나가는 의사는 모조리 성형외과 아닌가? 오죽하면 산부인과를 전공한 의사도 추가 교육을 받고 성형외과로 전업하겠는가? 그런 시대정신과 집단의식이 지배하는 한국 사회에 살고 있는 김여사가 이번에 영국의 <데일리 메일>이 친절하게 종합 보도한 대로 성형하고, 보톡스나 필러로 얼굴을 ‘펴고’ 살면서 디올 빽가방을 들고 다닌다고 해서 무슨 그렇게 큰 흠결이 되겠는가? 다음으로 부동산과 주식 투기? 한국에서 목에 힘깨나 주는 계층에 속하는 자들 가운데 이거 안 해본 사람은 거의 없다니만서도 유독 김여사만 가지고 난리를 피울 이유는 또 뭐람? 그런 생각이 안 들 수가 없다. 한국 대부분의 ‘엘리트’가 주식과 부동산은 물론 자식 학교 전학을 위한 위장전입이라는 불법과 편법을 다 저질렀다. 하다못해 법을 가장 잘 안다는 판사 검사도 그런 짓 했는데, 아무런 임명직이든 선출직이든 공무원이 되어본 적이 없는 김여사가 무슨 그리 큰 대역죄를 진 것처럼 난리란 말인가? 더구나 김여사는 자식이 없어 위장전입은 꿈도 못 꾸는데 말이다.
여기까지가 콘크리트 지지층이 주장하는 내용의 핵심이다. 정리하자면 김여사가 공직에도 있지 않은데 국정에 관련된 책임을 묻는 것은 도리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김여사가 좋아하는 명품은 한국 여자 전체가 사랑하는 것이니 김여사가 명품 사랑에 빠진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주장도 한다. 한국의 대부분 여자에게 에르메스, 디올, 구찌, 페라가모, 샤넬은 이름만 들어도 정말로 가슴이 뛰는 황홀한 '명품'이다. 그래서 결혼할 때 남자가 적어도 디올이나 그것도 안 되면 구찌 정도는 가볍게 선물할 줄 알아야 하는 분위기 아닌가? 그런 사치품이 아닌 '명품'을 사랑하는 것은 죄가 아니라는 논리다. 그리고 집안의 재산을 늘리기 위해 주식과 부동산에 투기하는 것이 관례인 대한민국에서 도이치 모터스나 양평 땅이나 좀 건드린 것이 무슨 그런 대수란 말인가?
그러나 이에 맞서는 이른바 진보 진영의 논리도 명백하다. 분명히 그 ‘김여사’가 용산에서 이른바 'V1', 'V2' 가운데 한 명으로 다루어지는 존재인 것이 천하에 다 알려진 현실에서 그를 그저 철없는 개인으로만 여길 수가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 벌어지는 ‘김여사 사달’은 과거 박근혜가 탄핵당한 결정적 이유가 된 최순실 사달에 버금가는 국기 문란 사건으로 이어져 결국 윤 대통령 탄핵의 도화선이 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더구나 윤 대통령과 김여사 가운데 누가 'V1', 곧 '최고 존엄'인지 논란의 여지가 많은 지난 1년 반의 세월을 지켜본 국민 대부분은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근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해외여행을 그토록 좋아하고 열심히 나가는 것은 개인 취향이니 말릴 수 없는 일이지만, 나갈 때마다 사달을 벌이니 민심이 나빠지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국빈 만찬에서 왕자 옆에서 졸고, 환영 행사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다 말다, 졸다 깨다 하는 모습이 그 나라 방송 카메라에 그대로 잡히고 그 잡힌 것이 해외만이 아니라 한국에서도 ‘B컷’으로 퍼져나가는 상황에서 보수 진영마저 ‘김여사 사달’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이 되어 버렸다. 게다가 한국처럼 언론 보도 차단을 할 수 있으리라는 나이브한 생각으로 해외에 나가 명품 가게를 마음대로 들른 것이 그대로 온라인 매체에 보도되는 상황을 본 국민이 이제는 대놓고 '명품' 선물을 받는 장면을 보게 되었으니 분노 게이지는 올라가지 않을 수 없는 일 아닌가?
그래서 결국 야권은 내년 총선을 정권 심판이 아니라 국정 농단 심판의 분위기로 몰고 갈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그래서 이른바 최순실 국정 농단으로 벌어진 박근혜 탄핵 정국이 윤석열 정권에서 똑같이 전개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 탄핵 당시에 여당의 협조가 없었다면 탄핵 정국의 수립은 불가능했다. 당시 박근혜의 탄핵 소추에서 파면까지 92일이 걸렸다. 2016년 12월 3일 당시 야 3당이 힘을 합쳐 171명이 탄핵을 발의했다. 그러나 12월 9일 탄핵안은 234명의 찬성으로 의결되었다. 여당에서 이른바 ‘배신자’가 60명 넘게 나온 것이다. 이후 2017년 3월 10일 탄핵이 인용될 때까지 국무총리였던 황교안이 권한 대행으로 국정을 맡았지만 사실상 허수아비였다. 결국 3개월 정도 국정 공백이 생긴 것이다. 당시 탄핵의 이유는 <위키피디아>에 다음과 같이 잘 정리되어 있다.(링크: https://namu.wiki/w/%EB%B0%95%EA%B7%BC%ED%98%9C-%EC%B5%9C%EC%88%9C%EC%8B%A4%20%EA%B2%8C%EC%9D%B4%ED%8A%B8)
“박근혜 정부 당시 대통령의 은인이라는 이른바 사이비 종교 영세교의 교주인 최태민의 딸이자 후계자이며, 정윤회의 전처 최순실이 어떠한 적법한 절차도 거치지 않고 박근혜의 비호 아래 이른바 '비선 실세'로서 대통령의 의사결정과 국정, 인사 문제 등에 광범위하게 개입하여 사익을 취하고 국정농단을 일삼았는데, 이를 문고리 3인방, 김기춘, 우병우, 안종범, 김종, 문형표 등 대통령 최측근들과 청와대, 행정부 실무진 인사들이 자의건, 타의건, 묵인, 방조, 심지어 협력하면서 공직자의 권한을 부당하게 남용하고 뇌물을 받은 것이 밝혀진 사건이다.”
간단히 말해서 대통령의 '비선 실세'가 국정을 농단하고 사적인 이익을 취하여 대통령과 함께 법을 어기며 나라에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진보 진영에서는 이제 김여사가 바로 그런 비선 실세로 국정 농단을 하고 사적 이익을 취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김어준과 같은 진보 언론인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최순실은 박근혜 뒤에 숨어서 사익을 취했지만, 김여사의 경우는 윤 대통령을 뒤에 두고 앞에서 나대면서 사익을 취한 것으로 보아 그 죄가 더 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탄핵의 명분이 박근혜 때보다 더 분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야권이 모든 인원을 긁어보아도 탄핵 의결 정족수인 200명을 채울 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내년 총선이 진보와 보수 진영이 사생결단의 대결을 하는 장이 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야당의 총의석수가 200석을 넘길 수 있으려면 현재 국민의힘이 가진 의석 가운데 적어도 12석을 빼앗아 와야 한다. 그러나 경상도는 난공불락의 콘크리트 층으로 버티고 있으니 일단 그 지역의 65석을 포기하고 강남도 포기해야 한다. 21대 총선에서 현재의 국민의힘인 미래통합당은 지역구에서 84석을 얻었다. 여기에 비례 대표 19석을 더해 간신히 103석이 되었다. 그러나 그 후에 안철수의 국민의당 3석과 무소속 5석에서 변절자를 더하고, 철새들을 받아들여 현재의 112석을 만들어 낸 것이다. 민주당은 총 180석을 얻었지만, 그동안 이런저런 사달로 현재 167석에 머물고 있다.
단순히 산술적으로 보면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지난 21대 총선보다 3석을 더 잃어버린다면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이 단독으로 윤석열 정권 탄핵에 바로 들어갈 수 있다. 21대 총선 당시 서울, 인천, 경기에서 국민의힘은 총 16석을 얻었다. 이 지역에서 3석 이상만 빼앗아 온다면 탄핵을 야권이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서울 강남에서는 일단 불가능해 보인다. 전직 ‘빨갱이’인 사람도 국민의힘 깃발을 달고 나오면 뽑아주는 동네이니 말이다. 용산은 워낙 야당이 강세를 보인 지역인데, 대통령실이 그곳으로 옮긴 이후 주민 분위기가 여권으로 흘러가는 모양이니 만만치 않다. 지난번에도 예상 밖으로 국민의힘이 가져가 버렸고, 그래도 정부에 대한 여론이 나빠지면 한 번 해볼 만하다. 그러면 인천은? 인천의 나머지 지역에서는 민주당이 압승을 거두었는데 유일하게 강화·옹진 지역구가 국민의힘 차지가 되어 있다. 그러나 표 차는 2.6%p다. 뒤집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경기도는? 분당갑은 안철수가 꿰차고 있지만 원래 김은혜가 먹었다. 표 차는 대선 때와 거의 비슷한 0.7%P 차이다. 이번에 뒤집을 수 있겠지만 신도시 재개발이라는 ‘쥐약’을 뿌린 상황이라 주민의 반응은 예측하기 힘들다. 그 '쥐약'을 과연 분당 주민 가운데 얼마나 먹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니 말이다. 평택을도 표 차가 1.5%P밖에 안 난 지역이라 민주당이 공을 들일만 하다. 고양갑은 심상정이 더 이상 안 나오고 정의당은 붕괴한 상황이니 민주당이 쉽게 건질 수 있어 보인다. 나머지 여주·양평과 용인갑과 이천은 어차피 포기하고 접경 지역은 돌아볼 필요도 없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수도권에서 3석을 뒤집을 가능성은 충분해 보이기는 한다. 문제는 민주당의 분열이다. 이낙연이 전라도를 믿고 지금 수작을 벌이는 데, 지난 총선에서 전석을 석권한 민주당의 전열을 이탈하는 지역구가 전라도에서 나온다면 난감한 일이 될 것이다. 또한 여권이 짜고 있는 프레임대로 지역 대결로 치닫게 되면 PK 지역에서 민주당이 차지한 7석도 어찌 될지 모를 일이다. 다만 현재 민주당보다는 국민의힘이 사분오열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뜻밖의 어부지리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른바 ‘검찰 사단’을 동원하여 국민의힘을 손아귀에 넣으려는 윤 대통령의 뜻이 과연 얼마나 먹힐지에 달린 문제다. 인요한을 바지 사장으로 내세워 윤심을 관철해 보려 했지만, 오히려 완전히 난장판만 만들어 놓은 현재 상황에서 여권의 분열은 불 보듯 환한 일이다. 이러는 데에는 무엇보다 윤 대통령의 낙관적인 형세 판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라도는 완전히 포기하고 경상도와 강남을 중심으로 지난 총선 때의 성적을 거두고, 연고지인 충청도에서 몇 석을 더 빼앗아 온다면 100석을 간신히라도 넘겨 탄핵 정국은 막을 수 있다는 계산인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준석도 신당을 꾸미는 상황에서 총선 지휘를 정치 경험이 제로인 한동훈에게 맡겨서 과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정권을 잡은 뒤 지난 1년 반 동안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고 언론과 국민의 지지를 잃어가면서도 근거를 알 수 없는 낙관주의를 버린 적이 없다. 그 대표적인 예가 강서구 보궐 낙승 예상과 세계 엑스포 경합 예상이었다. 대부분 전문가가 필패나 대패를 예측했는데 낙승을 노래하는 측근들의 말만 믿고 밀어붙여서 더 큰 사달을 낸 것이다. 그러나 그 뒤에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으며 여전히 ‘내 길 내가 가련다!’의 의지만 보여주고 있다. 도대체 무엇을 믿고 저러는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정말로 천인공노할 도사가 왕(王) 자를 훨씬 더 능가하는 주술적 힘을 주고 있나 보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제 이른바 '윤석열 사단'에서 믿는 것은 이재명 대표를 쳐서 전세를 한 방에 역전시키는 방법밖에 없다. 그러나 그렇게 마지막 순간에 한 방에 역전해 보려는 시도는 이미 세계 엑스포에 올인 배팅하여 완전히 파투가 난 바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마치 로또라도 하는 듯이 여전히 ‘인생은 한 방이야!’를 외치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많은 사달이 났지만 30% 초반대의 지지율은 변함없이 유지되어 왔다. 그러니 그 콘크리트 지지층을 믿고 앞으로도 버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30% + α 를 꿈꾸면서 말이다. 타이슨이 말했다는 것처럼 누구나 처맞기 전까지는 그럴싸한 계획을 세울수 있는 법 아닌가?
그러나 지금까지 윤석열 정권이 보여준 것으로 볼 때 위에서 말한 정치공학적 계산은 종속 변수에 불과하다. 이제 ‘명품 빽가방 사달’로 다시 조명되고 있는 윤 대통령의 이른바 ‘처가 리스크’는 총선이 다가올수록 치명적인 작용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달이 사회를 흔들어도 윤 대통령 사단의 대책이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근거 없는 낙관주의라면 탄핵 정국은 의외로 쉽게 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런 탄핵 정국이 내년 5월부터 시작되면 적어도 가을이 돼서야 최종 마무리되고 정권 교체는 그 후에나 가능할 것인데 대한민국은 당장 내년 초부터 경제 위기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치적 긴장의 고조로 당장 정국이 극도로 불안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그런 예측이 충분히 가능하지만, 대책이 없는 상황이 변수로 작용한다면 정국은 문자 그대로 카오스에 빠지게 될 것이다. 그런데 현재 정치판을 보면 그 누구도 국가 위기를 근심하지 않는다. 그저 5개월 후에 있을 선거에 모든 정신이 팔렸다. 아무런 위기 대책이 안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탄핵 정국이 발동된다면 한국 사회는 극도의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그때에도 가장 큰 타격은 서민이 당할 것이다. 도대체 각자도생 말고 살아날 방법은 없다는 말인가? 마음이 참으로 추워진다. 어쩌면 탄핵은 의외로 아무 것도 아닌 문제일 수 있다. 대통령을 쫓아내면 그만이니 말이다 ,그러나 그 전후에 국민이 당할 고초를 생각하면 정신이 아득할 뿐이다. 그저 선한 의지를 지닌 사람들이 이 시련을 잘 견뎌내어 상식과 정의가 다시 이루어지고 공정과 화합으로 국민이 다시 하나로 뭉치는 세상을 맞이하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