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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총수들이 떡볶이를 먹어야만 하는 이유가 뭘까?

윤석열 정권이 아무래도 진짜 ‘서울의 봄’을 맞이할 모양이다.

by Francis Lee

부산 엑스포 사달로 물을 잔뜩 먹은 윤 대통령이 부산을 찾았다. 그런데 뉴스에 보도된 것을 보니 윤 대통령 주변에 이재용을 비롯하여 한국의 내로라하는 재벌 총수들이 들러리를 서서 떡볶이를 먹고 있다. 게다가 윤 대통령이 먹던 젓가락으로 한 줌씩 떼어 주는 빈대떡도 받아먹었다. 하도 기가 막혀서 온라인에 올라온 비디오를 몇 번씩 돌려 보았다. 그런데 정말로 재벌 총수들이다. 이재용은 재벌을 대표하여 “대통령님 잘 먹겠습니다.”라고 감읍한 인사를 올린다. 그리고 비디오를 더 보니 윤 대통령이 먹던 젓가락으로 좌판에 있는 만두를 몇 번 실패한 끝 접어들어 먹는다. 그 좌판에 있는 음식이 다 오염된 거 아닌가? 일반 사람이 그런 짓을 했으면 주인이 당장 멱살을 잡고 싸움을 벌였을 것이다. 그러나 천하의 대통령이라서 그런가? 찍소리 없다. 이것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여주는 쇼트였다.


윤 대통령은 이 짧은 비디오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독재자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 것이다. 이는 있을 수 없는 폭거다. 검찰 시절에 하던 버릇을 고치지 않고 대통령이 돼서도 그대로 시전 하는 모양인데 이것은 정말 아니다. 도대체 재벌 총수는 왜 부산까지 쫓아가서 평소 먹을 기회도 의욕도 없었을 떡볶이와 빈대떡을, 그것도 차가운 시장바닥에 서서 먹어야 했나? 이른바 ‘검찰 캐비닛 파일’이 열리는 것이 그렇게 두려웠던 것일까?


부산 엑스포가 만신창이가 되기 하루 전까지 <조선일보>마저 51대 49라고 떠들어댔다. 영어를 조금만 알아서 외국 언론 보도를 보았다면 그런 소리를 감히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천하의 <조선일보>도 그 모양이었다. 그런데 29대 119로 참패한 다음에도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정부도 언론도 꿀 먹은 벙어리다. 그러다 여론이 악화하니 마지못해 윤 대통령이 ‘부산 민심’을 달랜다고 달려간 모양이다. 그러나 시장바닥에서 떡볶이 팔아주면 민심이 회복된다고 생각한 것이라면 심각한 판단 잘못이 아닐 수 없다. 세계 엑스포 개최지 발표 하루 전인 11월 28일에 방영된 KBS 특집 9시 뉴스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링크: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828688)


“관련 연구기관들이 예측하는 부산 엑스포의 경제 유발효과는 61조 원. 생산 유발 효과 43조 원, 부가 가치도 18조 원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50만 명이 넘는 고용 창출 효과도 기대됩니다. 앞서 2010년 상하이 엑스포가 110조 원, 2015년 밀라노 엑스포는 63조 원의 경제 유발효과를 거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엑스포는 행사 종료 이후에도 경제적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엑스포를 위해 조성될 각종 인프라가 부산 지역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반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 한국과 부산의 국제적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새 성장 동력을 확보하게 되는 것 역시 숫자로는 표현되지 않는 무형의 효과입니다.”


한번 계산해 보자. 1999년 대구시에서 시작된 떡볶이 프랜차이즈 ‘XX떡볶이’ 1인분 가격이 3천 원이다. 부산도 별 차이 없다고 보면 61조 원을 떡볶이로 보전하려면 200억 그릇을 팔아주어야 한다. 5천만 명인 전 국민이 다 동원되어도 1인당 400번 먹어야 한다. 하루 세끼를 떡볶이로만 먹어도 133일 걸리는 양이다. 부산에 약속한 경제 유발효과를 떡볶이로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부산 엑스포가 실현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플랜 B, 플랜 C가 있었어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은 물론 관련 장관 누구도 대안을 말하지 않는다. 이제 대통령이 떡볶이 시전을 했으니, 장관들이 몰려가서 1인당 3인분씩 먹어댈 것인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현명한 대안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날 대통령 옆에서 떡볶이를 열심히 먹어대며 대통령 한 마디 한 마디에 파안대소한 부산 시장도 아무 말이 없다. 시장 상인이 ‘엑스포 준비하느라고 고생 많으셨죠?’라고 묻자, 윤 대통령이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엑스포 전시장 세울 자리에 외국 투자 기업들 많이 들어오게 해서 부산 더 발전시킬 테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과연 그런가?


원래 부산 엑스포 부지로 예상된 땅은 부산 북항 주변의 343만 제곱미터 지역에 있다. 원래 부산항 재개발 1, 2단계 지역으로 예정되어 있던 땅이다. 그런데 이것을 그대로 이용하여 1단계 구역은 문화 공연을 위한 무료 구역으로, 2단계 구역은 유료 전시회장으로 꾸밀 생각이었다. 다른 나라가 완전히 새로운 부지에서 신선한 계획으로 세계 엑스포를 준비하는 것과 차원이 달랐다. 원래 있던 계획을 이름만 바꾸어 신청해 본 것이다.


사실 부산 북항은 한 때 세계 3대 컨테이너 항이었다. 그러나 북항 자체가 작아 신항에 그 영광을 내주고 말았다. 게다가 중국과의 경쟁에 밀려 부산항 자체의 경쟁력이 떨어져 이제 과거의 빛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더구나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되고 한국 자체의 경제가 침체하면서 무역 물동량이 줄어들어 부산의 경제 자체가 붕괴하기 시작하고 있다. 그래서 윤석열 정부는 이번 국제 엑스포를 부산 경제를 살리는 기회로 삼아볼 요량이었다. 그러나 사실 위에서 말 한대로 이미 부산이 가망이 없다는 것은 세계의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다만 언론이 철저히 통제된 한국만 그 사실을 제대로 보도할 수 없어 국민이 몰랐던 것이다.


이에 부산 엑스포가 말짱 도루묵이 되었으니 원래 계획대로 부산항 재개발 1, 2단계를 원래대로 시행하면 된다. 그런데 오늘 윤 대통령은 느닷없이 외국 투자 기업을 이곳에 유치하겠다는 ‘약속’을 시장 아줌마에게 한다. 무슨 새로운, 국민이 모르던 깜짝 계획이 있단 말인가? 그런데 비디오에 나온 말투를 봐서는 그런 면밀한 계획이 있어 나온 것이 아니라 그저 덕담 수준으로밖에 안 보인다. 그동안 한국의 언론이 입을 모아 떠들어 대던 장대한 부산 엑스포, 6,000억 원 가까이 들여 홍보한 부산 엑스포가 날아가 버렸는데 대책이 없는 것이다. 게다가 2단계 계획은 아예 기안도 없고 1단계만 2017년부터 계획을 4차례 변경해 가면서 꾸려 오던 것이다.


해양수산부 고시 제2023-24호에 따라 변경한 2023년 2월 17자 <부산항 북항 단계 재개발사업 사업계획 변경>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나온 1단계 계획을 자세히 보면 해외 기업이 투자할 만한 시설 확충은 거의 없다. 그저 연안 여객 터미널과 유람선 부두를 건설하는 것이 주요 사업이다. 그것도 돈이 되는 크루즈 부두는 1개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국제 여객 부두 13개 연안 여객 부두 2개, 연안 유람선 부두 12개가 전부다. 대부분 내수 시장을 위한 것으로 외국 자본을 끌어들일 이유가 없다. 게다가 크루즈 부두만 겨우 10만 톤의 배가 접안할 수 있을 뿐, 나머지 부두는 최대 2만 톤급이다. 현재 돈이 되는 최고급 크루즈 선은 20만 톤이 넘어간다. 이 크루즈 선은 부산에 오고 싶어도 들어 올 수가 없다. 엄청난 관광 수입을 날려버리는 것이다. 세계 유명 크루즈 관굉지로 유명한 카리브해의 경우 크루즈 선 3척이 동시에 접안하는 항구도 많다.


연안부두는 1만 톤급이고. 1차 재개발 사업의 총사업비는 늘어나서 2조 8천억 원이다. 61조 원에는 어림도 없는 예산이다. 그런데 이런 계획을 다 없애고 전시관과 관광 시설 건설 위주의 세계 엑스포를 이곳에서 개최하여 무슨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말인가? 더구나 아직 아무런 구체적 계획도 없는 북항 2차 재개발 계획 지역에 국제 박람회 본 건물을 짓고 나서 그것을 어디에 어떻게 활용한다는 말인가? 세계 엑스포의 전시관은 참가국이 자비를 들여 자기들 편의대로 건물을 짓는다. 부산시의 필요는 전혀 고려 대상이 되지 않는다. 엑스포가 끝나고 그 건물의 시설을 다 철수하고 뼈대만 남은 다양한 건축물을 어디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겠나? 아무런 계획이 없이 그저 이정재와 싸이만 내세워서 K-pop을 선전한 광고만큼이나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무계획 막무가내로 진행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차라리 부산 엑스포가 안 열린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저 요란하게 61조 원이 들어온다는 허황한 선전만 한 것이 황당할 뿐이다. 게다가 6천억 원이 넘는 돈으로 허접한 광고를 만들고, 세계 엑스포를 핑계로 예산을 두 배 이상 초과하여 600억 원 이상을 쓰면서 해외여행을 다닌 것은 어찌해야 하나? 이는 반드시 국정 조사의 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거의 7천억 원의 돈을 쓰고도 29표밖에 얻지 못한 것은 분명히 외교 참사다. 윤 대통령 부부만이 아니라 외교부와 국정원 그리고 부산시가 국세를 낭비한 것에 대해 연대 책임을 지고 석고대죄해도 모자랄 판이다.


그런데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흐지부지 넘어가고 있다. 언론도 조용하다. 그런 와중에 대통령이, 나라의 경제 발전을 위해 1분 1초도 아까울 10대 재벌을 ‘꼬붕’처럼 부산 시장바닥에 끌고 가서 좌우에 세워놓고 떡볶이와 빈대떡을 ‘친히’ 나누어 주고 그 추운 시장통에서 서서 먹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도대체 무엇을 시전 하겠다는 지를 모를 ‘쇼’를 벌였다. 자신의 권세인가? 자기가 무슨 사달을 일으켜도 아무도 못 덤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나? 그렇게 권세를 부리면 즐거운가? 이미 수천억 원에 달하는 피 같은 국민의 세금을 헛되이 쓰고 나도 아무 문제없다는 것을 과시하고 싶었나?


얼마 전에 탄핵이라는 말을 윤 대통령 스스로 했다. 마치 과거에 김여사가 ‘쥴리’라는 단어를 스스로 언론에 먼저 말한 것과 같은 프레임이어서 기시감이 들 정도다. <미디어오늘>에 이와 관련된 다음과 같은 기사가 나온다.(링크: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3521)


“윤 대통령은 이어 “받아오다가 못 받는 쪽은 그야말로 정말 대통령 퇴진 운동한다”라며 “지금 같은 이런 정치 과잉 시대에 유불리를 안 따지겠다 그랬다…어려운 서민들을 두툼하게 지원해 주는 쪽으로 예산을 재배치를 시키면 아우성이다. ‘내년 선거 때 보자’, ‘아주 탄핵시킨다’ 이런 얘기까지 막 나온다. 그래서 제가 ‘하려면 하십시오, 그렇지만 여기에는 써야 된다, 그러나 우리 재정을 더 늘리면 그러면 물가 때문에 또 서민들이 죽는다’(고 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것이 오늘날과 같은 이런 정치 과잉 시대에 서민들이 정치 과잉의 희생자일 수도 있다”며 “그렇지만 어쨌든 누구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대통령인 제 책임, 우리 정부의 책임이라는 확고한 인식을 가지고 오늘 말씀을 잘 경청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긴축재정과 예산 재배치 얘기를 하면서 탄핵 얘기까지 꺼내야 하느냐는 의문이 나온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일 오전 백브리핑에서 윤 대통령 스스로의 탄핵 표현을 어떻게 보느냐는 미디어오늘 기자 질의에 “그런 대통령님 처음 본다”며 “직접 탄핵이라는 말씀을 해주신 대통령님이 … 의문이기도 하다.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마치 과거 김여사 자신이 ‘쥴리 할 시간이 없었다.’라고 발언하여 ‘쥴리’ 저잣거리에 본격적으로 회자된 것처럼, 이제 윤 대통령이 ‘탄핵’을 언급하여 내년 총선까지 ‘탄핵’이 본격적으로 여론에서 회자될 모양이다.


중국 고전인 <등석자>의 ‘전사편’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衆口金 三人成虎. 직역하자면 여러 사람의 입은 쇠도 녹이고 세 사람이 같은 말을 하면 없던 호랑이도 지어낸다는 말이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은 미약하고 무지해 보인다. 그러나 그 국민이 한 마음으로 한 이야기를 하면 무서운 힘을 발휘하게 된다. 그것이 곧 민심이다. 그리고 민심은 천심에서 나온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같은 말을 하면 쇠를 녹여 버릴 정도로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세 사람은 많은 사람을 의미하는 데 많은 사람이 같은 말을 하면 실제로 그 일이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제 많은 국민이 ‘탄핵’을 이야기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결국 그것은 이루어지게 된다. 1979년 박정희가 궁정동 안가에서 여자를 끼고 앉아 시바스 리갈을 마시다가 김재규의 총알 두 발을 맞고 피를 뿜으며 죽어간 결과 ‘서울의 봄’이 시작되었다. 박정희를 직접 죽인 것은 김재규이지만, 이미 18년 군사독재 정치를 펼친 것도 모자라 종신 권력을 꿈꾼 박정희의 악행을 저주하고, 원망하고, 욕하고, 증오한 많은 국민의 입이 박정희를 죽인 것이다. 김재규는 그런 국민의 마음을 대신해서 독재자 박정희를 처단한 것뿐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70% 가까운 국민이 윤석열 정권에 대해 불만을 품고 원망하고 욕하고 증오하면 결국 마찬가지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박정희의 짝퉁인 리틀 군사독재자 전두환이 같은 국민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누어 살육하고 서울의 봄을 짓밟고 권력을 장악했지만, 박정희와 마찬가지로 대다수 국민이 저주와 원망과 욕과 증오의 말을 하도록 만들었다. 그 결과 믿었던 후계자 노태우에게 모욕당하고 결국 사형 선고까지 받고, 치매에 걸려 죽고 나서도 뼈를 묻을 곳이 없어 아직도 구천을 헤매고 있다. 겨우 7년짜리 권력을 누리자고 민심인 천심을 배신한 결과다. 윤 대통령은 그보다 짧은 5년짜리 권력을 잡고 1년 반이 지나도록 민심을 얻지 못하고 있다. 겨우 30% 남짓의 경상도 콘크리트 지지층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박정희와 전두환을 타산지석으로 삼지 못한다면 또 다른 ‘서울의 봄’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이제라도 한국은 경상도만 있지 않고 나머지 7개의 도가 있으며 그 지역의 민심이 자유민주주의 원칙에 따른 '다수'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남은 기간이라도 바르게 살기 바란다. 대통령은 ‘탄핵’을 당하는 수치만 겪으면 그만이지만 그 사달로 국민이 겪어야 할 시련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날 것이다. 윤 대통령은 수시로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고 ‘국민만 보고 간다.’라고 선언했다. 제발 그 국민이 경상도민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를 빈다. 대한민국에는 1,100만 명의 경상도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라 3,900만 명의 대한민국 국민이 더 있다는 것을 명심하면서 말이다.


OhmyNews 게재 기사(링크: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984216&PAGE_CD=ET001&BLCK_NO=1&CMPT_CD=T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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