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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은 윤석열 정권의 물귀신이 될까?

토사구팽이 반복되면 개가 주인을 무는 법이다.

by Francis Lee

말도 많고 탈도 많던 김기현 체제가 9개월 만에 붕괴되었다. 윤 대통령의 대표적인 바지 사장으로 등장한 김기현은 정권의 고비마다 방패막이를 자청하면서 모진 풍파를 온몸으로 막아냈다. 물론 그 이유는 차기 총선에서 한 자리 얻는 것이었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주군이 유럽에 가서 호화로운 만찬을 즐기는 동안 그동안 충견의 역할을 하던 김기현이 토사구팽이 아니라 토생구팽을 당하고 말았다. 윤 대통령과 그 측근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잠재우라는 특명을 받았지만, 경상도 콘크리트 층의 지지율만으로 버텨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런데 ‘윤핵관’은 토사구팽이 분명한데 김기현은 이재명 대표를 꺾지도 못하고 지지율도 올리지 못해 결과적으로 토끼를 잡지도 못하고 ‘팽’을 당하는 기묘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물론 장제원과 더불어 김기현도 경상도 토박이로 기득권을 가지고 있으니 권토중래, 기사회생을 계속 노릴 심산이겠지만 ‘최고 존엄’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대죄’를 지었으니 살아남기가 무척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윤 대통령 주변의 공신들이 이런 식으로 팽을 당하면 결국 남은 것은 한동훈을 선두로 한 ‘검찰 사단’ 밖에 안 남는데 과연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모름지기 어느 집단이든지 지도자의 최고 덕목은 뛰어난 인재를 선발하여 적재적소에 등용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나라든 정권이든 잘 돌아가서 국민의 자발적 지지를 얻으며 ‘잘 나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은 그 등장부터 내세우던 구호와는 전혀 반대되는 몰상식과 불공정으로 일관하면서 사회적 분열과 경제적 파국을 조장해 왔다. 늘 국민만 보고 간다고 말을 하면서도 정작 70% 가까이 되는 국민은 버리고 30% 남짓의 콘크리트 지지층만 믿고 버텨온 것이다. 그러나 이제 내년 총선이 다가오면서 오기로 버티는 작전 아닌 작전이 그 효용을 다 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도 이쯤 되면 국정 운영이라는 것이 군대와 다름없는 상명하복의 집단인 검찰을 ‘다스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라는 사실을 절실히 느끼고 있을 것이다. 사실 이른바 ‘까라면 까는 시늉이라도 하는’ 5,000명 남짓의 검사로 이루어진 조직을 다스리는 것은 그 조직의 최고 지위에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천차만별의 혈연, 학연, 지연은 물론 생각이 백가쟁명을 뺨치는 5천만 명의 국민으로 이루어진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다. 대통령직은 나라와 국민을 통치하는 것이 아니라, 기쁨 주고 사랑을 받아야 하는 자리라는 사실을 모르고, 자신이 스스로 고백한 대로 처음 해보는 일을 시작한 윤 대통령이 좌충우돌하면서 민심의 이반을 불러일으킨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더구나 처음부터 국정 운영 능력이 모자란 것에 더해 이른바 ‘처가 리스크’를 처음부터 안고 시작한 일이라서 권력의 지지 기반이 흔들리자마자 순식간에 무너져 버릴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지닌 정권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밖에 없는 일이다.


지도자가 능력이 모자라면 윤 대통령이 스스로 말한 대로 주변에 능력 있는 인재를 모아서 일을 위임하면 된다. 역사적으로 현군은 늘 지혜로운 신하를 등용해서 국정을 맡겼다. 윤 대통령도 그런 상식에 따라 국정을 운영했으면 이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른바 ‘윤심’만을 내세우며 자기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자들을 모조리 제거해 버리고 직언하지 못하는 간신배들을 모아 스스로 인의 장막을 친 결과 토사구팽만 반복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스스로 말한 대로 국민의힘이 좋아서가 아니라 민주당에 갈 수가 없어서 차선으로 택한 것이다. 그러니 당내 지지 기반이 없어 정을 줄 수 없고 정을 주지 않으니 지지 기반을 만들 수 없는 악순환에 빠져버렸다. 그러다 보니 이른바 권력의 ‘떡고물’을 바라보고 불나방처럼 모여든 자들로 이른바 ‘윤핵관’을 얼기설기 만들어 당을 장악해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익을 보고 모인 집단은 견리사의(見利思義)를 못 하는 밥이라서 먹을 것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순간 의리는 사라지고, 죽느냐 죽이느냐의 생존 경쟁 본능만 남게 되는 것이다. 그런 자들만 모인 국민의힘 안에 의리는 진작에 사라지고 이익을 따라 방황하는 불나방만 어지럽게 날아다니게 될 뿐이다. 현재 국민의힘은 바로 그런 불나방들이 죽기 싫어 광란의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가장 간단한 방법이 판을 완전히 뒤엎어 버리고 이른바 ‘검찰 사단’을 동원해 물갈이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정부 요직을 모조리 검찰 출신이 장악한 상황에서 국회마저 검사로 다 채우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민심을 거스르는 짓이다. 검찰에 한국의 내로라하는 공부 잘하는 자들이 모인 것은 사실이지만, 공부를 잘해서 서울대 법대에 가고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검사가 되었다고 해서 국정 운영을 잘한다는 법은 전혀 없다는 사실을 윤 대통령 자신이 가장 잘 보여주고 난 지금 국민이 검사를 더 이상 신뢰하기는 상식적으로 어려운 일 아닌가? 그런 민심을 무시하고 ‘그냥 밀어붙여!’만을 외치기에는 이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 더구나 만만한 경상도 지역구 65석을 다 검찰이 먹어 버리는 것도 몰상식한 일 아닌가?


현재 국민의힘은 분명히 최대의 위기에 빠져 있다. 게다가 이제는 충견인 척하던 자들도 다 구워 먹고 난 다음이라 쓸만한 개를 찾기도 어렵다. 게다가 그런 식으로 ‘팽’당한 개들의 숫자가 늘어난다면, 결국 들개 무리가 되어 전 주인을 물려고 덤비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은가? 지금은 갑자기 주인에게 버림을 받아 어리둥절한 유기견이 되어 버렸지만, 정치판에서 오래 ‘굴러먹던’ 야생 본능이 되살아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더구나 자기를 버린 주인이 힘을 못 쓰고 휘청대는 순간이 온다면 적들보다 더 잔인하게 주인에게 덤빌 것이다. 그것이 원래 정치판의 모습 아닌가? 하루아침에 변절해서 사쿠라와 철새가 된 자들로 넘치는 곳이 바로 한국의 정치판이란 말이다.


그동안 윤 대통령은 점점 더 궁지에 몰리는 상황을 한 방에 극복해 보고자 배팅을 해왔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고, 부산 엑스포 유치가 처참하게 실패한 데다 잦은 거부권 행사와 인사 정책 참사로 민심 이반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켜 버렸다. 그런데 이제 윤 대통령은 처가 리스크의 핵심을 건드리는 ‘김건희 특검법’과 본인과도 연관될 수 있는 ‘대장동 특검법’을 마주할 예정이다. 이마저 거부권을 행사해 버리면 민심은 더욱 돌아서고 내년 총선은 미리 날아가 버리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그러면 그의 주변에 모여들 ‘개’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리고 침몰하는 배에서 내리는 쥐들의 행진을 목격하게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런데 이런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윤 대통령 부부는 네덜란드로 가서 아무런 실권이 없는 왕과 화려한 만찬을 나누고 이미 정권의 끈을 놓친 자유민주국민당의 뤼터 수상과 만나 경제 협력을 논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11월 22일의 네덜란드 총선에서 무려 20석을 늘려 최대 다수당이 된 극우적인 자유당은 기존의 모든 정책을 무효화할 것을 이미 선언했다. 그러니 윤 대통령이 이미 권력을 놓친 뤼터와 맺은 계약은 사실상 무효나 다름없는 것이다. 더구나 의원 내각제를 운용하는 네덜란드 의회의 150석 가운데 과반수인 76석을 만들기 위해서는 3~4개의 정당이 합종연횡하는 어지러운 형국이 전개될 것이 뻔한데 국제적인 조약은 아무런 힘을 발휘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저 한국식으로 같이 밥 한번 먹고 술 한잔 나눈다고 일이 돌아가는 것이 국제 외교가 아닌 것이다.


그동안 유일한 치적으로 내세운 국제 외교마저 그 진실이 드러난 데다 위에서 말한 대로 있는 개란 개는 다 잡아먹은 상황에서 윤 대통령에게 남은 카드는 무엇일까? 이제 들개가 될 과거의 충견들을 막아줄 것은 결국 ‘검찰 사단’ 밖에 없어 보인다. 그런데 그 선두에 선 한동훈이 보여주는 모습은 전혀 믿음직하지 못하다. ‘조선 제일의 혀’라는 별명을 얻고 난데다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기각이라는 치명상을 입은 것에서 아직 제대로 회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겨우 여론 조사 지지도에만 매달리는 형국이다. 다 알고 있듯이 여론이라는 것은 바람과 같아 불고 싶은 대로 불뿐이다. 오늘은 동풍이지만 내일은 서풍이 되고 어느 날 갑자기 북풍한설로 변하기도 하는 것이다.


결국 당대표가 두 번씩이나 ‘팽’ 당해버린 국민의힘은 총선에 대비하여 비상대책위 체제를 꾸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과연 그 위원장을 마지막 남은 카드인 한동훈이 꿰차서 이 난국을 헤쳐 나갈 수 있을까? 지금으로서는 전혀 믿음직해 보이지 않는다. 주군인 윤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한동훈 또한 굴러들어 온 돌인데 명색이 여당인 국민의힘 안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백전노장들을 상대로 ‘조선 제일의 혀’만을 가지고는 맞짱 뜰 수가 없지 않은가? 물론 그 유명한 ‘검찰 캐비닛 파일’이 차곡히 정리되어 있지만 그 파일은 여의도에서 산전수전 다 겪어 먼지가 잔뜩 물은 협박에는 먹히지만, 천심인 민심은 결코 그런 파일로 협박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천하의 <조선일보>가 근심할 정도로 <서울의 봄> 영화가 진보와 수구 세력의 대결 아이템이 되어 버렸다. 게다가 <명량>이 나오면서 반일과 친일 대결 구도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내년 총선이 이런 식으로 수구 독재와 민주 진보, 수구 친일과 민족 반일 구도로 진행된다면 결과는 보나 마나가 될 것 아닌가? 비록 현재 윤 대통령이 귀족들과 화려한 만찬을 즐기고 있지만 밥맛이나 술맛이 제대로 안 날 것 같다. 과연 무슨 카드가 남았을까? 네덜란드에서 조커라도 수입해야 할 모양이다. 구워 먹은 개들이 물귀신작전을 쓰는 참극을 막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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