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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감히 김건희 '여사'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김건희 리스크’는 짝퉁을 추구하는 사회의 단면일 뿐이다.

by Francis Lee

이제는 조·중·동마저 ‘김건희 리스크’라는 단어를 서슴없이 공개적으로 사용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이전에 이미 김여사에 대한 여론은 악화 일로를 걸어왔다. 국민의 70% 이상이 ‘김건희 특검법’을 윤 대통령이 거부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심지어 윤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인 경상도 마저 김여사를 보는 시선이 전혀 곱지 못하다. 사실 김건희 특검법은 양날의 칼이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민을 적으로 삼아 총선을 치러야 한다. 상식과 공정을 약속하고 출발한 윤석열 정부가 실은 몰상식과 불공정의 정권이었다는 사실을 자인하는 꼴이 되니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특검법을 승인하자니 문자 그대로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꼴이 된다. 단순히 김여사 문제만이 아니라 처가 리스크 전체, 그리고 결국은 윤 대통령 본인의 리스크도 건드려질 수밖에 없는 사달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는 곧바로 정권의 몰락과도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현재 윤 대통령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면초가의 처지에 놓인 것이다.


물론 이 모든 사달의 원인은 김여사 자신에게 있다. ‘윤석열 후보’ 시절에 김여사가 이진동 기자가 운영하는 인터넷 매체인 <뉴스버스>와 인터뷰하면서 스스로 언급한 ‘쥴리’라는 단어가 저잣거리에서 회자하기 시작하면서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가 시작되었다. 그 당시 김여사가 한 말을 그대로 인용해 본다.(출처 : 뉴스버스, http://www.newsverse.kr)


"제가 쥴리니 어디 호텔에 호스티스니 별 얘기 다 나오는데 기가 막힌 얘기예요. (소문에는) 제가 거기서 몇 년 동안 일을 했고 거기서 에이스(최고)였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그런 미인파가 아니예요. 저는 원래 좀 남자 같고 털털한 스타일이고, 오히려 일중독인 사람이예요. 그래서 석사학위 두 개나 받고 박사학위까지 받고, 대학 강의 나가고 사업하느라 정말 쥴리를 하고 싶어도 제가 시간이 없어요. 제가 쥴리였으면 거기서 일했던 쥴리를 기억하는 분이나 보셨다고 하는 분이 나올거예요. 제가 그런 적이 없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게 가려지게 돼 있어요. 이건 그냥 누가 소설을 쓴 거예요. 죄송하지만 나중에 쥴리를 한번 취재해봐주세요. 저랑 거기서 만났다고 하는 분들도 있던데, 진실을 취재해주세요. 제가 쥴리를 해야될 아무런 이유가 없는 사람이예요. 차라리 쥴리의 진실을 찾아서 그런 거 한번 써보세요.”


그런데 ‘윤석열 후보 시절’ 느닷없이 튀어나온 이런 발언 이후 김건희 리스크는 눈덩이처럼 점점 더 커져 왔다. 김여사에게 붙어 다니는 것은 온통 ‘의혹’뿐이었다. 쥴리 의혹에 이어 성형 의혹, 학력 위조 의혹, 경력 위조 의혹, 그리고 도이치 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으로 이어져 온 것이다. 그러다가 마침내 <서울의 소리> 이명수 기자와 ‘7시간에 걸쳐 나눈 대화’가 공개되면서 ‘김건희 리스크’는 본격적으로 윤석열 정권의 가장 큰 위협 요소로 등장하게 된다. 이 대화를 공개한 문제로 <서울의 소리>는 법원으로부터 1,000만 원 배상 판결까지 받았다. 그런데 그 판결에서는 대화 내용을 밝힌 것을 문제 삼지는 않았다. 다음은 한국기자협회에서 보도한 관련 내용이다. (출처: 한국기자협회, http://m.journalist.or.kr/m/m_article.html?no=54808)


“애초 김 여사 측이 손해배상을 주장한 주요 이유는 서울의소리가 방송금지가처분이 결정된 내용을 공개했다는 것이었다. 서울의소리가 유튜브에 올린 음성에는 김건희 여사가 “편향된 일부 언론사들을 가만 안 둘 것”이라거나 “내가 웬만한 무속인보다 낫다. 점을 좀 볼 줄 안다”고 말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내용은 MBC에 방송금지가처분이 내려졌다. 하지만 1심 법원은 해당 가처분이 MBC에 내려진 것일 뿐, 서울의소리가 이런 결정을 따를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김 여사 측은 서울의소리에도 가처분을 신청했는데, MBC와 다른 재판부에서 심리돼 결과도 달랐다. MBC에 대한 가처분을 심리한 서울서부지방법원과 달리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앞서 나온 발언이 김 여사의 “평소 언론관, 정치관, 권력관 등을 엿볼 수 있는 내용들로서 모두 국민의 공적 관심사이자 검증 대상”이라고 판단해 보도를 허용했다. 1심 재판부도 이 결정을 받아들였다. 위법성이 인정된 건 보도 결과물이 아니라 취재 과정이었다. 1심은 이명수 기자가 첫 통화 때 소속과 신분을 밝히긴 했지만 김 여사가 취재 거부 의사를 밝혔고, 이후 이뤄진 통화에서도 여러 차례 '녹음한다면 통화할 수 없다'라거나 '대화를 비밀로 해 달라'고 하자 이 기자가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한 점을 지적했다.”


이때부터 윤석열 정권의 V1, 곧 ‘최고 실세’는 김여사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른바 ‘김여사 나대기 시전’ 장면이 언론에 자주 노출되면서 ‘김여사 리스크’는 점점 더 악화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최근에 공개된 이른바 ‘디올 백 선물 사달’ 비디오로 ‘김건희 리스크’는 이제 조·중·동도 건드리지 않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내년 총선에 문자 그대로 목을 매고 있는 수구 세력 진영은 이제 ‘김건희 리스크’를 털고 가지 않으면 수구 진영 전체가 붕괴할 위험에 처해 있다고 여길 정도가 되었다. 그래서 윤 대통령의 결단을 요청 정도가 아니라 강요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왔는가?


한때 김여사는 학연·지연·혈연을 지독히 따지고, 신라 시대부터 이어져 온 골품제도가 서슬 퍼렇게 살아 있는 한국 사회에서 신데렐라와 같은 존재로 여겨진 적이 있었다. 1970년대 당시만 해도 ‘형편없는 깡촌’인 경기도 양평의 ‘별 볼 일 없는’ 집안에서 태어나 열심히 노력하여 석사학위 두 개에 박사학위까지 받고, 삼성과 같은 대기업도 협찬하는 예술 분야의 기획 행사를 주관하는 코바나 컨텐츠라는 회사의 주인으로 활동하면서 여러 학교에 강의도 나가고 외모도 매우 스타일리스틱하고 패셔니스트다운 이미지를 보여주는 모던한 워킹워먼 같이 보였다. 게다가 늦은 나이에 서울대 법대를 나온 검사와 결혼까지 하고 마침내 최고 권력자의 아내가 된 신데렐라로 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른바 김여사의 ‘실체’가 연속적으로 드러나면서 윤석열 정권을 흔드는 최악의 ‘김건희 리스크’로 전락하고 말았다. 김여사가 언론에 노출되면 늘 성형, 가발이라는 검색어가 따라다녔고, 명품 보석, 명품 가방, 명품 옷에 푹 빠진 여자로 묘사되었다. 대통령의 공식 해외 방문 때 여러 명품을 모아서 파는 이른바 ‘편집숍’을 들락거린 것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이런 인상은 더욱 강화되었다. 엊그제 네덜란드를 방문한 것을 놓고도 많은 사람은 윤 대통령의 행적보다는 암스테르담에 있는 ‘디올 삽’ 앞을 한동안 가리고 서 있던 의문의 대형 트럭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김여사의 석사 학위 논문과 박사학위 논문을 추적 검사하여 그 수준이 낮을 뿐 아니라 아예 남의 글을 불법적으로 베껴 쓴 이른바 ‘표절 논문’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아예 김여사의 이른바 ‘가짜 인생’까지 논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그래서 김여사는 ‘찐 귀족’이 아니라 그저 귀족처럼 보이려고 애쓰는 이른바 ‘짝퉁 귀족’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지적을 당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짝퉁 인생 놀이’는 한국 사회에서 김여사만이 비난받을 일은 전혀 아니다. 이미 한국의 많은 여성에게 에르메스, 샤넬, 루이뷔통, 카르티에, 구찌, 프라다, 디올, 베르사체는 듣기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이름이다. 한 때 날리던 프라다는 이제 '날리면'이 되어 한 물 갔다. 그리고 이보다 ‘격’이 좀 낮지만 에스티 로더, 버버리, 이브 생로랑, 해러즈, 코치, 랑콤, 스와로브스키, 랄프로렌, 마이클 코어스, 지미추도 여자들의 가슴을 울린다. 남자들도 별다르지 않다. 람보르기니, 페라리, 포르셰, 파테크 필리프, 오데마르 피게, 피아제, 롤렉스 제품 구매를 인생 버킷 리스트에 올려놓은 자들이 한둘이 아니다. 이보다 격이 낮지만 태그 호이어, 하다못해 ‘G 쇼크’라도 팔에 둘러야 체면이 선다고 생각하는 남자들이 한국에 널려 있다.


게다가 ‘학력 세탁’은 누구나 추구하는 일이고 부동산 투기, 코인 투기, 주식 투기는 물론 하다못해 로또라도 해서 ‘한탕’ 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국민의 ‘꿈’이 된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게다가 한국인들은 명품조차 계급을 정한다. 그래서 에르메스를 들고 다니는 여자가 디올을 들고 다니는 여자를 비웃는다. 람보르기니를 몰고 다니는 남자는 포르셰를 비웃는다. 정작 명품을 만드는 유럽에서도 볼 수 없는 기이한 현상이다. ‘동대문 표’ 가방이나 ‘현기차’를 타고 다니면 비웃음의 대상조차 되지 않는다. 대학은 스카이를 나오지 못한다면 적어도 인서울은 나와야 한다. 이도 저도 안 되면 해외 유학이라도 가서 ‘학력 세탁’을 해야 한다. 집도 강남이나 판교 정도에서 50평이 넘어가야 남의 눈치를 안 보게 된다.


그러나 그런 ‘수준’에 이르는 것이 처음부터 불가능한 사람이 99%인 사회라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찐 귀족’은 못 돼도, 적어도 그런 겉치장을 통해 ‘짝퉁 귀족’ 흉내라도 내야만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인 것이 바로 한국 사회이다. 골품제가 아직도 생생하게 살아 있어서 인도의 카스트 제도에서 정한 5개의 계급보다 더 심한 17개의 계급이 적용되는 사회이니 그럴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는 분명히 깊이 병든 사회가 보여주는 증후군이다. 그러나 그 누구도 병든 사회를 치유하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로 그 사회에 최대한 적응하려고 안달이 나 있다. 진품이 될 수 없으면 짝퉁 흉내라도 내야만 남의 멸시를 받지 않는 사회이니 말이다. 그러나 크리슈나무르티가 말한 대로 지극히 병든 사회에 잘 적응한 것이 건강의 지표가 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데 김여사는 바로 이렇게 깊이 병든 사회에서 잘 적응한 사람일 뿐이다. 학력 세탁을 해서라도 남들 앞에서 강의하며 으스대고, 투기로 돈을 벌어 수백억 재산가가 되고, 최고급 아파트에 살고, 성형하여 이쁘다는 소리를 듣고, 디올을 맘대로 선물 받고, 최고 권력자와 결혼하여 남편 덕분에 공짜로 세계 여행을 하고, 귀족들과 만찬을 즐기는 삶을 마다할 여자가 과연 한국에 몇 명이나 될까? 과연 김여사에게 돌을 던질 ‘자격’이 되는 사람이 한국 사회에 몇 명이나 될까? 김여사가 그 유명한 ‘7시간 대화’에서 말한 대로 한국 사회는 권력 앞에서는 다 알아서 기는 사회 아닌가? 그래서 짝퉁과 불법 투기로라도 권력과 돈을 즐겨보려는 자들로 넘치지 않은가 말이다.


이렇게 짝퉁으로라도 버티는 사람이 많은 사회에서는 결국 다 병들어 죽는다. 영화 <오징어 게임>의 오일남이 한 말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제발 그만해, 이러다가는 다 죽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남을 선하게 만드는 에너지가 나오는 사람이다. 그 사람 곁에만 있어도 누구나 마음이 푸근해지고 ‘이제 나도 한번 착하게 살아보아야겠다’라는 생각을 저절로 하게 만드는 사람 말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은 고사하고 남을 화나게 하고 증오심과 적대감을 돋우는 사람으로 넘쳐난다. 그래서 사회가 르상티망(ressentiment)으로 가득 차 있다. 그래서 누군가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분노가 용암처럼 분출하고 홍수처럼 넘쳐난다. 모두가 감정을 배설할 준비가 단단히 되어 있는 모양새다. 어쩌다 이런 사회가 되었을까? 과연 이런 사회를 누가 다시 정상화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정말로 이육사 시인이 말한 ‘초인’이라도 와야 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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