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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사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분수에 넘치는 욕망의 결과는 멸망일 뿐이다.

by Francis Lee

영화 <존윅 4>에는 다음과 같은 대사가 나온다. A man’s ambition should never exceed his worth. 존 윅을 죽이려고 온갖 수작을 부리는 그라몽 후작에게 전령이 한 말이다. 다시 말해서 분수에 넘치는 짓을 하지 말란 소리다. 그러나 그 말을 이해 못 한 그라몽은 결국 존윅의 총알 한 방을 이마에 맞고 모든 욕망을 뒤로하고 황천길을 가게 된다. 그런데 이 말은 사실 로마의 황제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말을 패러디한 것이다. 아우렐리우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A man's worth is no greater than his ambitions. 그리고 이는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에 다음과 같이 나오는 말에 들어 있다.


Πομπῆς κενοσπουδία, ἐπὶ σκηνῆς δράματα, ποίμνια, ἀγέλαι, διαδορατισμοί, κυνιδίοις ὀστάριον ἐρριμμένον, ψωμίον εἰς τὰς τῶν ἰχθύων δεξαμενάς, μυρμήκων ταλαιπωρίαι καὶ ἀχθοφορίαι, μυιδίων ἐπτοημένων διαδρομαί, σιγιλλάρια νευροσπαστούμενα. χρὴ οὖν ἐν τούτοις εὐμενῶς μὲν καὶ μὴ καταφρυαττόμενον ἑστάναι, παρακολουθεῖν μέντοι, ὅτι τοσούτου ἄξιος ἕκαστός ἐστιν, ὅσου ἄξιά ἐστι ταῦτα περὶ ἃ ἐσπούδακεν.(<아우렐리우스 명상록> 7.3.1.)


문재인 정권의 실정에 신물이 난 사람들이 분노의 감정 배설로 선택한 윤석열 정권의 실정을 바라보면서 결국 한 나라의 국민은 자기 수준에 맞는 정부를 택하게 되어 있다는 말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윤석열 후보 시절에 김여사 스스로 불을 댕긴 ‘쥴리 사달’로 예감이 안 좋았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이 속한 민주당만 아니면 된다는 단순한 논리로 내린 국민의 선택으로 결국 여기까지 온 것이다. 이제 여권은 차기 대선의 희망이었던 한동훈 카드마저 써야 할 만큼 구석에 몰려있다. 사람들은, 특히 조·중·동은 윤석열 정권이 이 정도 수세에 몰린 근본적 이유가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라고 지적하며 윤 대통령에게 ‘결단’을 내릴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는 교묘한 기만전술이다. 현재 윤석열 정권이 몰락의 길을 가는 근본적 원인 제공자는 윤 대통령 자신이다. ‘김건희 리스크’는 그 본질을 가리고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이른바 꼬리 자르기를 위한 책략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70%가 ‘김건희 특검법’을 찬성하고 20%만 반대할 만큼 온통 ‘김건희 리스크’에 정신을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여사를 희생양으로 만들어 버린다면 윤석열 정권은 물론 국민의힘이 기사회생할 가능성이 보이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김여사가 보여준 언행을 볼 때 절대로 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 제물로 바칠 그릇이 아니다. 결국 윤석열 사단은 ‘김건희 리스크’를 계속 안고 가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결코 윤석열 사단에 나쁜 패만은 아니다. 국민의 관심이 현재 벌어지고 있는 모든 사달의 근본 원인인 윤 대통령 자신이 아니라 그의 아내 김여사에게 쏠리면 한숨을 돌릴 여지가 남기 때문이다.


이제 이준석과 인요한, 더 나아가 김기현 카드와 마찬가지로 한동훈 카드마저 실패로 돌아가 버리면 더 이상 쓸 카드는 거의 없다. 물론 윤석열 사단에서 가장 신임을 얻고 있는 주진우가 대기 중에 있기는 하다. 그래서인가? 한동훈이 비대위원장으로 임명되자마자 이미 post-한동훈으로 주진우의 이름이 저잣거리에서 회자되고 있다. 그렇다면 결국 한동훈은 9회 말 2아웃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만루홈런이 아니라 밀어내기 정도만 하고 나갈 것을 윤석열 사단도 이미 예측하고 있다는 말 아닌가? 그리고 지금껏 알려진 것처럼 대타로 나와 ‘김건희 리스크’를 막아낼 역전 홈런을 치기는 커녕 전혀 반대로 원 포인트 릴리프 투수였다는 말이 된다. 이는 놀라운 반전으로 보일 수 있다. 다시 말해서 한동훈은 공격이 아니라 수비 측의 마무리 투수라는 것이다. 게다가 믿음직하지 못하여 그저 한 타자만, 그것도 사사구로 1점만 내주고 내려가는 역할을 맡았을 뿐이라는 말이다.


사실 한동훈이 등장했을 때 조·중·동조차 근심 걱정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누가 봐도 한동훈은 국민의힘을 이끌 그릇이 아니다. 그런데도 일단 그에게 전권을 부여한 것은 그만큼 ‘김건희 리스크’의 무게가 감당할 수준을 넘어섰다는 말이다. 그리고 여러 호사가가 말하는 대로 윤 대통령 부부의 관심은 국민의힘의 승리가 아니라 자신을 디펜스 할 충신의 숫자를 최대한 확보하는 일이다. 국민의힘이 최악의 경우 100석 이하로 몰락하는 일이 벌어져도 ‘검찰 사단’으로 순장조를 조직하여 최대한 피해를 줄여보자는 속셈이다.


이런 일에 한동훈은 그저 순진하게 희생양을 자초한 것인가? 천만의 말씀이다. 한국의 최고 권력 기관인 검찰에서만 평생을 보낸 한동훈이 그런 바보짓을 할 리가 있나? 이른바 윤석열 사단에 속하는 인물은 한동훈을 포함해서 16명이다. 이 가운데 이상민 권영세 한동훈처럼 윤석열 사단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놓고 외풍 막이 역할을 하는 자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나머지 대부분은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않으면서 대통령실이나 내각에서 자리를 잡고 있다가 총선에 경상도로 달려갈 준비를 하고 있다. 기존의 국민의힘 의원을 모조리 내치고 이들을 중심으로 검찰 출신 약 60~70명으로 국민의힘을 장악해 버리고 나면 설사 탄핵 정국이 되어도 버틸 수 있다고 윤 대통령 부부는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소리> 기자와 대화에서 밝힌 대로 ‘검찰총장’과 ‘대통령’을 예언한 김여사가 그 '신기'를 동원하여 이제 탄핵 정국도 돌파하는 작전을 짠 것이라고 보는 호사가들도 많다.


그러나 과연 최대 70명의 검찰 출신으로 하늘의 뜻인 민심을 거역할 힘을 얻을 수 있을까? 과거 국정 농단으로 민심을 잃은 박정희나 전두환만이 아니라 이명박이나 박근혜의 경우를 보아도 ‘우주의 기’를 몰고 와도 민심을 거스르고 나면 그 어떤 '도술'도 소용이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이번 사태에서 김여사가 특검에 이어 탄핵을 피해 가는 '신공'을 발휘한다면 정말로 기네스북에 오르는 인물이 될 것이다.


위에서 말한 주진우는 윤석열 사단의 기본인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특히 윤석열 정부의 인사 검증팀의 핵심 멤버로 활약해 왔다. 그런데 지금까지 여러 차례 벌어진 인사 참사를 볼 때 한동훈이나 주진우는 피장파장의 눈매와 뱃심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에서 V1, V2가 점지하면 그대로 기계적으로 인사 검증을 하여 ‘윤심’과 또 다른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데 최선을 다해왔을 뿐이라는 사실을 ‘인사 참사’의 결과가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주진우가 회자되는 이유는 단 하나. 그의 충성심이다. 원래 배가 침몰할 무렵이 되면 쥐들이 서둘러 배를 떠나는 법이다. 그러나 어느 조직에나 순장조가 있는 법 아닌가? 한동훈 카드를 이렇게 써버리고 나면 이제 배의 침몰을 예상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검찰 사단’을 꾸려야 하고, 그 사단을 통솔할 충신을 ‘가신’ 중에서 뽑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원래 권력이라는 것은 한 번 잡으면 절대 놓을 수 없는 속성을 지닌 것이다. 그래서 역사를 보면 권력을 내려놓기보다는 죽음을 택하는 자들이 많았다. 그리고 최소한 죽지 않아도 죽는 것인 다름없는 추락을 강요당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한국의 근대사에서 이런 짓을 당한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이명박, 박근혜를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과연 윤 대통령이 최악의 경우 김여사를 ‘희생’해서라도 기사회생할지 아니면 위에서 언급한 이른바 보수 진영의 ‘선배들’을 따를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 윤 대통령이 보여준 모습을 보면 아우렐리우스 황제가 한 말이 2천 년 정도 흐른 2023년에도 여전히 진리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나라의 미래와 안녕을 걱정하는 국민은 제발 윤 대통령이 ‘My Way’라는 팝송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가사를 나중에 읊어대지 않게 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Bite off more than I could chew...’


이 노래에 나오는 대로 한 개인이 자기 인생을 자기 맘대로 살아봐야 자기에게만 영향을 치민다. 그래서 이른바 임팩트가 크지 않다. 그러나 윤 대통령처럼 한 나라와 그 국민의 운명을 좌우할 위치에 있는 자의 경우는 임팩트가 전혀 다르다. 더구나 윤 대통령만이 아니라 ‘김건희 리스크’라는 이중의 사달을 겪어야 하는 처지에 있는 국민에게는 그 임팩트를 이중으로 감내해야 하는 역사의 질곡을 또다시 되풀이할 의무도 의지도 없다. 결국 모든 것은 윤 대통령 자신에게 달려 있다. 결코 김여사에게 넘길 과제가 아니다. 그래서 ‘My Way’의 마지막 가사가 더욱 의미심장하게 들리지 않을 수 없다.


“Let the record shows I took all the blows and did it my way.”


본질적 가치가 부족한 자가 그것을 커버 치기 위해 명품을 온몸에 두르고 성형을 해도 결국은 그 사실을 감출 수 없다. 윤 대통령 부부가 그 자리에 간 것은 그들의 내면적 가치가 그 자리에 합당해서가 아니라 전적으로 문재인 정권의 실정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찔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분노는 이제 대상만 달라졌을 뿐 여전하고 어느 면에서는 더 커졌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하던 대로 하겠다고 버틴다면 어째야 하나? 참으로 길고 추운 겨울이 될 모양이다. 결국 봄은 오겠지만 그저 국민이 그 추위에 큰 냉해를 입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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