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법원에서 이른바 ‘바이든 날리면 듣기 평가 사달’의 증인으로 나온 전문가가 ‘새끼’는 분명히 식별되지만, 나머지는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당시 윤 대통령이 한 말은 두 가지 버전으로 나온다. 원래 MBC를 비롯한 여러 언론 매체가 보도한 버전은 “국회에서 이 새끼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다. 그런데 이른바 용산 버전은 “국회에서 이 새끼들이 승인 안 해주면 날리면은 쪽팔려서 어떡하나”가 된다.
“서 상근부대변인은 "대통령실은 재판에서 드러난 대통령의 욕설에 대해 해명하라"며 "이번에는 어떤 억지 주장도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서 상근부대변인은 "대통령실은 바이든을 날리면이라 우기고 전 국민을 청력테스트시키며 국제적 망신을 자초했다. 하지만 그 거짓말은 유통기한을 다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재판부가 정한 음성 전문가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새끼'라는 욕설을 한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국회에서 이 새끼들이 승인 안 해주면 날리면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해괴한 문장이 완성됐다"라고 꼬집었다. 서 상근부대변인은 "욕쟁이는 인품의 영역이라 치더라도 거짓말은 국민에 대한 태도의 영역"이라며 "대통령은 국민을 두려워하고 그러기에 정직해야 하는 자리"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을 속인 사실에 대해 진솔하게 사죄하고, 바이든-날리면 논란과 관련해서 날리면을 고유명사로 바꾼 문법 파괴의 창조적 거짓말을 더 늦기 전에 바로잡기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한글 문법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용산에서 주장하는 문장이 엉터리일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한글 어법에 안 맞는 문장인 것이다. 그러나 며칠 동안 고민하고 나서 김은혜가 대변인이랍시고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발표하면서 전 국민 듣기 평가가 시작되고 아직도 그 채점 결과가 나오지 않는 사달이 벌어지고 있다. 물론 이 문장을 감식한 전문가도 진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몰상식과 불공정이 판치는 윤석열 정권에서 사서 고생할 필요가 뭐 있겠는가? 그저 돈만 벌고 플렉스 하면 그만인데. 진실이 밥 먹여주나? 권력과 돈이 최고인 대한민국 사회 아닌가? 더구나 ‘검찰 캐비닛 파일’에 한 번 기재되면 평생 시달리고, 검찰청 조사실에 들어가기면 하면 자살하는 사람이 부지기수인 현실에서 사서 죽을 고생을 할 필요가 어디 있는가 말이다. 그저 좋은 게 좋은 거니 적당히 협력하면서 돈 귀신에 단단히 빙의된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해 살다가 제명에 죽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나 과연 이런 거짓이 얼마나 더 이어질까?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당연히 3년 남짓이다. 그러고 나서 정권이 바뀌면 지난 수십 년 동안 그래왔듯이 전 정권 때리기로 한세월을 보낼 것이다. 그런 와중에 국민은 또 좌우, 동서, 남녀, 빈부, 도농으로 철저히 분열되어 서로 물어뜯기에 몰두할 것이고.
이런 식으로 분열되면 결국 그 열매는 진보나 보수나 가릴 것 없이 기득권을 누리는 권력자들이 따먹고 국민은 그저 고통의 질곡에서 계속 벗어나지 못할 것은 뻔한 일이다. 그런데도 국민 자신이 깨어나지 못하고 진영 논리에 놀아나면서 국민끼리 죽일 듯 싸우는 일에만 골몰하고 있다. 결국 이런 사달이 지속되는 것은 자업자득이란 말인가?
다시 원래 주제로 돌아가자.
MBC 버전: “국회에서 이 새끼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
용산 버전: “국회에서 이 새끼들이 승인 안 해주면 날리면은 쪽팔려서 어떡하나!”
뭐든 간에 민주당이 말한 대로 ‘새끼’들이 ‘쪽팔리는’ 일은 한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그 새끼가 누구고 쪽팔리는 자가 누구인지가 문제다. MBC는 ‘새끼’가 미국 국회의원이고 ‘쪽팔리는’ 것은 바이든이라는 말이다. 문장도 깔끔하다. 그런데 용산 버전은 쪽팔리는 주체는 불분명하다. ‘새끼’도 국회가 한국이냐 미국이냐에 따라 주체가 달라진다. 민주당이 지적한 대로 한글 어법에서 ‘안 해주면’과 ‘날리면’이 병렬 접속되면 바로 뒤에 나오는 ‘쪽팔려서’의 주어가 실종되는 이른바 비문이 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가 잘 봐왔듯이 윤 대통령은 한글 어법을 파괴하는 발언을 자주 해왔다. 그러니 이 문장도 한글 문법을 근거로 분석할 이유가 딱히 없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이 문장을 분석할 때는 문법보다는 그 당시 이 발언이 나온 상황을 근거로 삼는 것이 더 정확한 뜻 해석에 도움이 될 것이다. 아마 국민 대부분은 이 말이 나온 당시 상황을 정확히 기억 못 할 것이다. 그래서 기억을 환기해 보기로 한다.
이 ‘바이든 날리면 사달’은 미국 방문 때인 2022년 9월 22일에 참석한 글로벌펀드 재정 회의에서 벌어졌다. 그 유명한 바이든과의 ‘48초 정상회담’을 마치고 용산은 ‘한미 정상 간 회담 결과’라는 내용의 보도문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이 바이든과 미국 인플레 감축법(IRA), 금융 안정화 협력, 확장 억제에 관해 협의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중에 백악관에서 발표한 내용에는 인플레 감축법이나 통화 스와프에 관한 내용은 전혀 없었다. 상식적으로 48초 동안 영어도 못 하는 윤 대통령이 그런 중요한 내용을 어찌 협의할 수 있다는 말인가? 석열 정부의 몰상식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런 사정을 국무총리인 한덕수에게 국회 대정부 질문 때 민주당의 김원이 질문했으나 전혀 상황 파악이 안 되었다. 사실 정부는 미국 방문 전부터 바이든과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잔뜩 큰소리를 친 다음이라 이런 참담한 48초 정상회담이라는 현실을 두고 윤 대통령이 화가 잔뜩 나 있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바이든과의 48초 정상회담을 마치고 내려오면서 윤 대통령은 외무장관 박진과 대화를 나누면서 위에 나온 ‘바이든 날리면 사달’을 일으킨 것이다. 순방 공동 취재단의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윤 대통령이 맘껏 속 내를 내뱉은 것이다. 이 당시 상황을 나무위키가 잘 정리해 준 것을 인용해 본다.(링크:https://namu.wiki/w/%EC% 9C% A4% EC%84% 9D% EC%97% B4%20% EB% AF% B8% EA% B5% AD%20% EC%88% 9C% EB% B0% A9%20% EC% A4%91%20% EC% 9A%95% EC%84% A4%20% EB%85% BC% EB% 9E%80)
“영상기자단은 당시 대통령의 일정을 쫓느라 바빠서 영상 체크를 미루고 있었기 때문에, 해당 발언을 제대로 인지조차도 못 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7시 40분쯤 대통령실 대외협력단에서 먼저 영상기자단을 통해 전달받은 영상을 확인했고, 그 과정에서 문제가 된 발언인 "국회에서 이 새끼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떻게 하나?"로 확인하며, 이를 보도되지 않게끔 “어떻게 해줄 수 없냐?”라고 요청했지만, 영상기자단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기자단측은 이 발언을 보도할지 말지는 각사가 판단하기로 했다고 밝혔으며 MBC에 따르면 "관련 내용이 급속히 퍼지고 기자들이 맥락과 경위에 대한 설명을 요청하자, 대통령실에서는 오전 9시쯤 ‘공식 석상이 아니었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데다 외교상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대통령실 기자들에게 비보도 요청을 했으나 대통령실 기자단 간사는 이를 거절했다."라고 한다. 즉, 발언이 이루어진 이후 기자단도 인식하지 못한 시점에서 이미 대통령실은 이미 윤석열의 발언이 문제시될 것을 알고 있었으며, 이를 막기 위해 기자단에 접촉했다는 것인데, 이는 이후에 공표된 해명문에서 이야기한 해당 발언은 외교적으로 별 문제가 되는 발언이 아니었다는 해명과 모순된다. 이것이 사실이면 대통령실은 거짓해명을 한 것인데, 해명문대로 별 논란이 될 발언이 아니었다면 애초에 비보도 요청을 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이후 기자단 단톡방에 올라왔다는 그 메시지의 캡처가 외부로 유출되었고, 급격히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로 퍼지고 있었다. 이 기자단 단톡방을 통해 드러난 '비보도 요청' 건은 다음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다뤄지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한 "승인"이 필요한 내용은 글로벌펀드 재정회의 관련 내용이다. 글로벌펀드 재정회의는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의 예방 및 치료 재원의 범세계적 조성을 위한 협력기구로 2002년에 설립되었으며, 한국 정부는 2018년부터 집행이사회 이사국으로 활동해 오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발표한 내용은 전 세계가 20억 달러를 공여할 때마다 미국은 10억 달러를 기부하여 향후 3년간 60억 달러를 내서 목표 금액 180억 달러[3]를 맞춘다는 것이었다. 윤석열은 이날 한국이 3년간 1억 달러를 내기로 발표하였다. 한국의 경우 원칙적으로는 국회의 승인 없이도 공여금을 기부할 수 있으나 이 사안의 경우 예산이 늘어나서 국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그리고 미국의 경우 의회의 별도 승인이 있어야 한다.”
결국 미국과 한국이 다 기금 공여를 약속했는데 국회의 승인이 필요한 것은 미국이다. 그러니 국회에서 승인 안 해주면 쪽팔릴 사람은 윤 대통령이 아니라 바이든이다. 전문 문맥상 쪽팔려할 사람이 분명히 드러난다.
그런데 그 이후 이미 엎질러진 물을 다시 주워 담지는 못하는 상황이 되자 억지를 부리기 시작하고 급기야 용산이 MBC를 상대로 재판을 거는 희극이 연출된 것이다. 그러나 임금의 귀가 당나귀 귀라는 사실과 임금이 벌거벗고 다닌 것이 다 알려진 다음에 어찌 사태를 수습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래서 그 뒤로 윤석열 정권은 언론 탄압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KBS와 YTN 정도를 손아귀에 넣는 데 성공을 거두었지만, 여전히 완전한 언론 장악을 이루지는 못했다. 그리고 사실 완전한 언론 장악은 불가능한 일이다.
유튜브가 정보의 제1 소스가 되고 조·중·동조차 신문을 찍어내자마자 줄을 풀지도 않고 폐지로 고물상에 내버리는 현실에서 윤석열 정권이 언론을 조작하고 탄압하고 통제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임에도 여전히 언론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사고방식에 근거하는 것이다.
아마추어일 것으로 짐작하고 출범시킨 윤석열 정권이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것이 이 모양인 현실에서도 내년 총선에서 희망을 버리지 않는 이유는 물론 경상도·강남의 콘크리트 지지층의 존재 때문이다. 그리고 경상도와 70세 이상의 연령층은 변절한 빨갱이는 물론 이토 히로부미의 귀신이 와서 후보로 나와도 뽑을 준비가 된 이들이니 든든하지 않겠나? 30% 정도의 지지층만으로는 국회를 장악할 수는 없겠지만 아무리 상황이 악화하여도 죽지는 않는다. 더구나 역대 총선과 대선의 결과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 사회는 보수층이 매우 두텁게 형성되어 있어서 진보가 아무리 날뛰어도 전체 득표율에서는 대부분 보수가 앞서왔다. 그래서 두려운 것이 없을 수밖에 없다.
바이든이 날리면이 되어도, 경제가 파탄이 나도, 사회가 분열되어도, 그저 내편이 버티기만 하면 된다는 분열주의적 파당주의가 한국 사회의 시대정신으로 버티고 있는 한 뭐든지 다 날아가 버릴 것이다. 그렇게 Yuji 되는 사회가 과연 얼마나 더 버틸지는 아무도 알 수는 없는 일이지만 말이다. 한동훈이 나와서 벌써 지지율이 이재명 대표를 능가하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민주당을 제압한다는 소리나 시전 하는 찌라시의 기레기들이 넘치는 사회에서 무엇이 두렵겠나? 상식과 공정의 사회가 몰상식과 불공정을 몰아내는 세상이 오기를 바랄 뿐인데 과연 그때가 언제일지 참으로 막연할 뿐이다.
그때까지는 한글 어법을 융통성 있게 활용해야 할 모양이다. 그래서 국립국어원에 신청해야 하나 보다. 아래의 두 문장이 다 맞는 것으로 인정해 달라고 말이다.
“국회에서 이 새끼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
“국회에서 이 새끼들이 승인 안 해주면 날리면은 쪽팔려서 어떡하나!”
‘날리면’의 대상이 무엇이냐고, 아니 어느 회사에서 생산한 라면이냐고 묻지 말고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한국 사회의 시대정신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