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팔자는 뒤웅박 팔자’라는 속담의 의미가 바뀔 것 같다.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는 현재 총선을 앞둔 국민의힘만이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를 바닥이 안 보이는 구덩이로 몰아가고 있다. ‘김건희’라는 이름은 이제 많은 이의 조롱거리의 대상이 되고 있을 정도다. 그런데 그런 조롱에는 시기와 질투도 담겨 있다. 만약 김여사가 윤 대통령의 아내가 아니었다면, 이름 뒤에 ‘여사’라는 호칭도 붙지 않았을 것이고, ‘김건희 특검법’이 필요한 정도의 사달을 일으키고도 대통령의 거부권까지 발동시키는 위세를 발휘하지도 못했을 것이란다. 여기에서 바로 김여사가 ‘여자 팔자는 뒤웅박 팔자’라는 한국 속담을 체현하는 존재가 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이 법원에 낸 종합 의견서에 따르면 김여사가 도이치 모터스 주식 통정매매로 최은순과 함께 23억 원의 이익을 얻은 것으로 확인된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아내와 장모가 주식 거래로 이익을 본 적이 없고, 특히 장모는 다른 사람에게 1원도 손해를 끼친 적이 없다고 큰소리쳤었다. 그러다가 윤석열 후보는 뒤가 켕기기 시작하자 말을 여러 차례 바꾸었다. 그러나 최은순이 결국 징역 1년의 실형을 받아 감옥에 들어가도, 아내가 주가 조작 정황으로 돈을 수십억 원을 벌었어도 대통령이라는 권력을 남용하여 김여사 '커버'를 위해 한국 헌정사 처음으로 대통령이 가족의 이익을 위한 거부권 행사를 마음대로 하였다. 그래도 아무도 터치하지 못한다. 한국의 대통령은 최고 존엄이기 때문이다. 특히 경상도·강남을 기반으로 한 수구 세력의 지지를 받는 최고 권력은 신성불가침의 보호막 안에서 마음대로 칼을 휘두를 수 있기다.
결국 한국에서 여자가 주가 조작을 해서 돈을 벌고, 학력 경력을 위조해서 잘 나가고, 세금으로 해외에 나가서 명품 쇼핑을 해도, 한 마디로 멋대로 살아도 누구도 터치 못 하는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은 최고 권력자를 만나면 된다는 진리를 김여사가 몸소 시전해 주고 있는 것이다. 한국 국민의 80% 가까운 대다수가 김여사를 조롱하고 놀림감으로 만들어도, 남편 잘 만나면 내 멋대로 살 수 있는 가장 완벽한 방법을 보여준 김여사에게 기립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Bravo, your life!
사실 여자 팔자는 뒤웅박 팔자라는 속담은 지독한 가부장제인 조선 시대에나 통하는 말이라고 많은 사람들은 생각하고 있었다. 더구나 개인주의라는 시대정신을 시전 한다는 MZ세대가 사회의 주류 세력으로 자리 잡아가는 현실에서 더욱 그런 생각이 강했다. 그러나 김여사의 등장으로 한국 사회가 여전히 지독한 가부장제 사회라는 현실을 자각하게 되었다. 21세기라도 여전히 대한민국은 철저한 계급사회이며, 권력 앞에서는 알아서 기며 개·돼지가 되는 권력 해바라기들이 넘쳐나는 나라라는 사실 말이다.
사실 윤 대통령이 김여사를 커버할 수 있는 것은 그의 엄청난 권력 탓도 있지만 그의 주변에서 서성거리며 권력 떡고물을 받아먹으려고 안달이 난 간신배들의 아부 때문이다. ‘윤심’의 ‘격노’를 피하기만 하면 엄청난 권력 부스러기와 돈의 보상을 받을 수 있는데 누가 감히 김여사의 처벌을 주장할 수 있겠나? 잠시 수구 세력의 기대를 모았던 한동훈조차 ‘김건희 특검법’을 어거지로 문법에도 안 맞는 ‘도이치 특검법’이라고 부르고, 그 내용에 관해 물으면 갑자기 기억 상실증을 시전 하는 판인데 나머지 떨거지들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그런데 이런 자들이 머리가 나빠서 이런 짓을 하는 것은 아니다. 서울대 법대 나온 자들이 차고도 넘치는 대통령 측근들이 지금 노리는 것은 오로지 여의도 입성뿐이다. 일단 여의도만 들어가면 설사 윤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이재명 대표가 다음 대통령으로 선출되어도 버틸 수 있으니 말이다. 일단 국회의원 배지를 달 수만 있다면 김여사의 디올 가방 사달, 도이치 모터스 주가 조작, 그리고 성형, 학력, 경력 조작 사달에 눈 감는 것은 일도 아닌 것이다. 김여사가 이런 많은 사람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근본적 이유는 한국사회에서 흔히 하는 말대로 공부를 잘해서도 얼굴이 이뻐서도 아니다. 그저 시집을 잘 간 덕분 말고는 없어 보이고 있다. 결국 여자는 뒤웅박이요 여자 팔자는 그 바가지 안에 무엇을 담느냐에 달려 있다는 속담에 담긴 조상의 지혜를 김여사보다 더 잘 실천해 보여준 경우는 일찍이 없어 보인다는 말이다.
그런데 뒤웅박은 무엇인가? 그냥 바가지면 바가지지 ‘뒤웅박’이라는 고유 명사를 가진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민족문화백과대사전>에 보면 다음과 같은 자세한 설명이 나온다.(링크: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17084)
“정의: 쪼개지 않고, 꼭지 근처에 주먹만 한 구멍을 뚫고 속을 파내어 만든 바가지.
내용: 뒤웅박의 옛 이름은 ‘드ᄫ긔’로 『훈민정음』(해례본)에서는 호(瓠)를 이렇게 풀이하였다. 방언으로는 ○박·두뱅이·주룸박·두룸박 등으로 부른다. 일반적인 형태는 바가지처럼 둥글지만, 호리병처럼 위가 좁고 밑이 넓은 박으로 만들기도 한다. 터지거나 깨지지 않도록 대오리로 그물처럼 만들어 덧싸기도 하는데, 이때에는 대오리를 윗부분에서 모아 묶어 고리로 삼는다. 뒤웅박에는 습기를 흡수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여름철에 밥을 담아두면 잘 쉬지 않는다. 이밖에 씨앗을 갈무리하거나 달걀 따위도 두며, 흔히 처마 밑이나 보꾹 밑 또는 방문 밖에 매달아 둔다. 경상북도 상주지방에서는 오짓물로 구운 것을 쓰며, 박이 나지 않는 데에서는 짚으로 호리병처럼 엮어 사용한다. 한편, 함경도지방에서는 뒤웅박에 구멍을 뚫고 속이 빈 작대기를 꿰어 씨를 뿌릴 때 사용하는데, 옛말 그대로 드베 또는 두베라고 부른다.”
그렇다. 뒤웅박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바가지와는 다르게 꼭지에 구멍을 내서 씨앗 같은 것을 보관하는 도구로 사용한다. 심지어 밥도 보관할 정도로 탁월한 습기 흡수 성질을 지닌 물건이다. 그러니 여자를 뒤웅박에 비교한 것은 매우 성적인 암시를 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선 시대에 여자가 평생 그러안고 살아갈 남정네의 외모와 건강만이 아니라, 그의 재력과 사회적 지위라는 내용물을 담은 정도에 따라 뒤웅박인 여자의 가치가 달라지는 법이다. 현재 김여사가 윤 대통령의 아내이기에 ‘여사’, ‘영부인’이라는 호칭을 쓸 수 있는 것 아닌가? 그저 ‘평범한’ 산부인과 의사나 여느 방송국 아나운서와 살았다면 그런 영화를 누리지는 못했을 것이다. 윤 대통령이라는 ‘비범한’ 남정네를 남편으로 얻은 덕분에 이런 모든 일이 벌어지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대통령이라는 지위가 이제 3년 정도 남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만약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대패해서 야당이 탄핵 정족수인 200석 이상을 차지하게 된다면 윤 대통령은 박근혜의 길을 갈 것이다. 그런 사달이 벌어지면 김여사 뒤웅박은 갑자기 ‘전과자’를 담게 되는 사태가 벌어진다. 그러면 ‘김건희’라는 한 인간에게 붙어 다니던 ‘여사’, ‘영부인’이라는 호칭이 사라질 뿐 아니라 본인 자신도 학력 위조, 경력 위조, 논문 위조, 얼굴 위조, 도이치 모터스 주가 조작 공모, 양평 고속도로 관련 사달 등 모든 문제가 갑자기 봇물 터지듯 일어나 걷잡을 수 없는 몰락의 길을 가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사실 이는 자신의 가치와 능력으로 독립적인 정신으로 살지 않고 뒤웅박이 되어 남편의 후광으로 사는 모든 여인네가 가야 하는 길이기도 하다. 재벌의 아내로 떵떵거리며 살다가도 어느 날 남편이 다른 여자와 눈이 맞아 조강지처에게 이혼을 제기하여 하루아침에 낙동강 오리알이 되는 재벌 사모님도 종종 저잣거리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일이 있지 않은가?
그러나 그것은 아직 알 수 없는 일이고 현재로서는 윤 대통령이 김여사를 소중한 '보호용' 뒤웅박으로 여기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래서 자신이 그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모든 수단 방법을 동원할 것이다. 만약 뒤웅박이 깨져버리면 자신의 모든 것이 무너져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왜 윤 대통령이 김여사를 그토록 아끼고 감싸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한다. 일부는 아내에 대한 사랑이 그토록 깊다고 감동받았다는 말까지 한다. 그러나 지금 윤 대통령이 보여주는 모습은 단지 사랑만이 아니다. 김여사는 '보호용' 뒤웅박이고 그 뒤웅박이 깨지면 본인이 깨진다는 절박함을 윤 대통령의 언행에서 절실하게 묻어 나오고 있다. 그래서 심지어 일부 호사가는 김여사가 윤 대통령의 ‘약점’을 쥐고 있기에 꼼짝 못 한다는 상상력까지 동원하고 있다. 게다가 어떤 호사가는 윤 대통령이 김여사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한 모습이 보인다는 ‘분석’까지 내놓는다. 그러나 부부라는 것은 배우자의 약점을 잡는 것만으로 유지될 수 없는 복잡한 관계로 얽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김여사와 윤 대통령의 부부 관계는 단순히 약점을 잡히거나 가스라이팅 당한 수준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물론 그 깊은 속내를 최측근이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알아도 소용이 없다. 그리고 사실 알 필요도 없다.
윤 대통령이나 김여사나 대선 후보 시절에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대해 고백한 내용이 요즘 새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김여사가 <서울의 소리> 기자와 나눈 7시간 전화 통화에서 남편과 자신은 원래 노무현 문재인 팬이었다고 고백하였다. 그리고 국민의힘은 ‘부숴버릴 것’이라는 다짐까지 했다. 국민의힘 구성원을 바꿀 마음으로 국민의힘을 선택하는 모순적 결정을 내린 것이 바로 김여사 부부인 것이다.
현재 국민의힘이 총선을 대비하여 전열을 정비하는 모습을 보면, 과거 김여사의 말이 허언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른바 '고인 물'이 차고도 넘치는 경상도 지방의 지역구 의원을 거의 모조리 물갈이할 태세다. 이른바 ‘윤핵관’을 자처하던 자들도 단칼에 잘라 버렸다. 비대위원장 한동훈은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결국 공천을 ‘윤심’에 따라 마음대로 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그런데 ‘윤심’은 뒤웅박에 담긴 것이라 결국 김여사의 ‘김심’으로 드러날 것이 공공연한 비밀인 상황에서 김여사의 '안녕'이 공천의 최고 기준이 되리라는 추론은 논리적일 수밖에 없다. <중앙일보>의 주필로 있는 최훈이 한 다음과 같은 말을 보면 그런 생각이 더욱 들게 된다.(링크: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18862#home)
“그에 앞선 2021년 여름, 검찰총장에서 물러난 야인인 윤 대통령의 국민의힘 입당을 권하려고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자택에 적잖은 정치인이 들렀다. 당시 이들이 고개를 꺄우뚱거리며 전해 준 얘기가 있다. “입당을 권유하자 옆 의자에 앉아 있던 김 여사가 ‘우리가 입당하면 저를 보호해 주실 수 있나요’라 하더라. ‘우리’라는 단어가 유독 기억에 남더라.” 다른 인사가 전한 장면. “바로 옆 김 여사가 ‘오빠는 (정치에 대해선) 잘 모르니 (이 분이) 시키는 대로 하세요’라 하더라.” 당시 ‘아크로비스타의 기억’은 여당 관계자들의 이런 해석을 낳았다. “김 여사 스스로는 윤 대통령의 오늘이 있기까지 적잖은 기여의 지분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더라. 정치적 창업 동업자쯤 여길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김 여사는 대선 직전 공개된 한 불법도청 녹음에선 “우리 남편은 완전 바보다. 내가 다 챙겨줘야지 뭐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었다. 하긴 모든 아내에게 남편들은 바보일 수도 있겠으니….”
김여사는 윤 대통령과 자신을 ‘우리’라고 말함으로써 뒤웅박과 그 안에 담긴 '물건'이 일심동체라는 속내를 드러냈다. 그리고 남편인 윤 대통령은 바보고, 잘 모르는 사람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최훈이 말한 대로 ‘정치적 창업 동업자’라고 확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김여사는 자신이 담은 물건에 따라 가치가 변하는 원래의 ‘뒤웅박’이 아니라 윤석열이라는 인간이 뒤웅박에 들어와 대통령이 되었다고 확신하고 있어 보인다.
그러니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의 공천은 김여사가 최종 낙점을 할 것으로 예측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여사는 ‘디올 가방’ 사달 이후 거의 한 달 가까이 두문불출 중이다. 그러자 또 호사가들이 입방아를 찢고 있다. 얼굴을 다시 다듬는 중이라는 말부터, 총선이 끝날 때까지 칼을 갈고 있다는 소문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이런저런 자료를 종합해 볼 때 김여사는 실질적으로 공천권을 손아귀에 쥐고 윤 대통령과 그의 아바타인 한동훈을 앞세워 국민의힘을 완전히 환골탈태시키는 대사업을 진행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결론에 이르면 김여사는 단순히 이런저런 물건을 담는 뒤웅박이 아니라 자기 안에 담은 물건을 문자 그대로 ‘물건’으로 만드는 대단한 능력을 지닌 가장 현대적인 여성이 아닐지라는 생각까지 든다. 다시 말해서 자기 안에 ‘담긴’ 내용물에 따라 대접을 받는 ‘수동적 뒤웅박’이 아니라 자기 안에 ‘담은’ 내용물의 성질과 품질을 바꾸는 ‘능동적 뒤웅박’이라는 말이다. 어려운 말로 하자면 조선시대에는 내용이 형식을 규정했는데 김여사의 시대인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형식이 내용을 규정하게 된 모양이다. 참으로 놀라운 세상에 놀라운 김여사다. Bravo, your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