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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Oct 04. 2020

독일 통일 30년 회고를 시작하며

독일 통일에서 배우기 시리즈


독일 통일이 이루어진지 30년이 되었다. 한 세대가 흐른 것이다. 사실 통일 무렵에 이미 의견은 대립되어 있었다. 언론에 보도된 것은 장벽이 무너졌다는 소식에 베를린 장벽 위로 오른 수많은 기뻐하는 독일인들의 모습이었지만 이미 통일 전후로 찬성과 반대가 극명하게 대립하였다. 사실 통일 이후 구동독 경제가 무너지면서 수백만 명이 곤경에 처했다. 그 이후 30년이 되도록 구동독 경제는 구서독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경제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실업자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가난해지는 것만이 아니라 인간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도 의미하였다. 구동독 체제에서는 각자가 수행할 기능이 있었으나 통일 이후 ‘쓸모없는 인간’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통일이라는 역사적 대의를 근본적으로 반대하는 분위기는 당시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구동독인들은 일단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구서독인들도 마찬가지였다. 통일에 따른 금전적 부담이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었지만 통일의 대의명분을 거부하기엔 너무 이기적인 생각으로 보였다. 그래서 통일을 받아들여야만 했던 것이다.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1년도 채 안 된 1990년 8월 31일 동서독은 통일 협약을 체결하였다. 그리고 1990년 9월 20일 구동독의 인민회의와 구서독의 연방의회는 이 협약을 비준하였다. 그리고 그다음 날에는 구서독의 연방 참사회에서 역시 이 계약을 비준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1990년 10월 3일에 독일은 분단 41년 만에 다시 한 나라가 되었다. 당시 구서독의 수상이었던 헬무트 콜(Helmut Kohl, 1930-2017)은 통일 후 1998년까지 수상직을 이어갔다. 그래서 흔히 그를 통일 수상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독일의 통일 과정을 보면 동서독의 의지와 노력만으로 통일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냉전 시대에 미국에 대립하며 공산주의 국가를 대표하던 1922년에 수립된 구소련, 곧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이 와해되고 이에 따라 동구의 연맹이 무너지는 대혼란을 틈타 콜 수상이 저돌적으로 통일을 밀어붙여서 가능했던 일이다. 당시 독일 내부에서도 통일 속도를 늦추자는 의견도 많았다. 40여 년간 분단된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두 체제가 결합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준비 기간이 필요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개인적으로는 정치적 위기에 몰렸던 콜 수상은 좌고우면 하지 않고 기회를 잡아 마침내 통일이라는 역사적 과업을 달성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성급한 통일은 후유증을 가져오게 되었고 상당 기간 독일의 통일의 효과에 대한 논의가 분분했었다. 그러나 통일 이후 30년이 흐른 현시점에서 통일은 옳았다는 것이 대체적인 판단으로 보인다. 다만 그 후유증은 여전하여 동서독 간의 격차에 대한 논의는 진행 중이다.    



독일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냉전 체제로 강제적인 분단을 당한 나라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서 독일은 1871년 프러시아 중심의 독일 제국이 형성되기 이전까지는 진정한 의미의 통일된 민족 국가를 형성한 적이 없다, 그래서 1945년까지 100년도 안 되는 통일을 이루다가 다시 분단된 나라이다. 그에 비하여 한국은 서기 676년 말에 통일신라가 수립된 이후 1945년까지 1,300년 가까이 정치체제는 바뀌었어도 단일 민족국가의 역사를 이어온 나라이다. 그래서 역사적인 비교가 간단하지는 않다. 그럼에도 한국은 언젠가 다시 통일이 되어야 하는 나라이기에 근대사의 질곡으로 강제적인 분단을 당하고 독일과는 다르게 한국전쟁이라는 비극도 경험한 나라이기에 독일에서 배울 점을 찾아보아야 할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통독 10년, 20년을 기점으로 한국의 통일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던 것처럼, 30년이 된 지금도 다시 독일 통일 과정과 그 여파에 대한 검토를 다시 할 필요를 느끼게 된다. 더구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무렵인 1989년 가을에 유학을 가서 통일 이후 10여 년을 몸으로 고스란히 체험한 사람으로서 좀 더 생생한 기억을 바탕으로 독일 통일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 글을 시작해 보기로 한다. 


여기에서는 무엇보다도 독일 통일 전후만이 아니라 독일의 근세사에서 출발하여 독일 통일을 논해보고 통일 과정과 더불어 통일 이후 30년간의 독일 사회의 변화도 살펴보도록 하겠다. 좀 길어질 수도 있는 이 여정을 살펴보는 과정이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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